이런 책이 있다. 『콩 하나면 되겠니? 』(배유안 글 / 남주현 그림) 책소개에 줄거리가 뭐라고 쓰여 있나?  

주인공 은이는 콩을 손수 맷돌에 갈아 손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할머니는 두부를 만들 때면 부뚜막을 기어 다니는 개미들에게도 “콩 하나면 되겠니?” 하고 콩을 나누어준다. 어느 날 할머니는 지네에게 물린 뒤 몸져눕고, 은이는 할머니 걱정, 두부 만들 걱정에 눈물 짓다가 개미들을 따라 부뚜막 틈새 개미 나라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의 일개미들은 “할머니가 주신 콩 / 콩 하나에 콩 백 개” 노래를 부르면서 은이 할머니가 준 콩으로 두부를(두부를! 콩도 아니고 두부를! 굳이, 콩을! 씻어서! 불려서! 갈아서! 끓여서! 굳혀서!)  만들어 먹고 있다. 개미들은 은이에게 할머니가 아픈 것은 지네가 할머니 기운을 물방울에 가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은이는 개미들과 힘을 합쳐 지네를 따돌리고 할머니 기운을 구한다. 그리고 지네 또한 할머니한테 콩을 얻고 싶어서 (아아, 두부란 지네조차 먹고 싶어하는 것!) 심술을 부린 것임을 알게 되고, 앞으로는 지네에게도 콩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한다. 개미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돌아온 은이는 개미들에게 얻은 콩 두 알을 땅에 심으며 콩이 열리기를 바라고, 그 사이 할머니는 기운을 차려 다시 두부를 만든다. 비어 있던 콩 자루에는 개미들이 가져다준 콩이 소복이 쌓여 있다. (주황색은 인용자 덧붙임)

-> 이렇게 몽땅 긁어와도 괜찮다. 왜냐하면 알라딘 상품 소개에 등록된 보도자료가 내가 쓴 것이니까. 그렇다, 나는 이 책의 편집자인 것이다. 보도자료에 내가 뭐라고 썼나.  

인간의 따뜻한 심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 온 작가가 이번에는 낮은 연령의 아이들과 눈을 맞추어 ‘작은 것도 나누는 것이 풍요로운 삶’이라는 진지하고 소박한 주제를 솜씨 좋게 전달한다. 은이와 개미들이 주고받는 ‘콩 한 알’은 하나의 열매인 동시에, 심으면 콩 백 개가 나는 씨앗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개미들에게 나누어준 콩 한두 알이 수많은 개미들을 먹여 살리는 콩 백 개가 되고, 개미들이 은이에게 나누어준 콩 한두 알이 다시 수백 개 콩의 씨앗이 된다는 설정이 따뜻하다. 이것은 할머니가 만드는 손두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어우러져 풍성하고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 아시다피 보도자료란 보통 (거짓말까진 아니라고 해도) 허풍과 빈말로 점철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가슴에 손을 얹고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읽고 있으면 두부 생각이 절로 나는 이 맛있는 동화책.  

아아 『콩 하나면 되겠니?』는 너무나 귀여운 동화인 것이다. 도무지 한 문장도 덜어낼 것이 없는 배유안 작가의 간결한 문장들(한글을 깨치기 시작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전직 장난감 개발자 남주현의 비율 따위 무시한 내키는 대로 그림(개미와 은이와 은이 옷핀 싸이즈가 똑같다거나, 장면마다 지네 얼굴이 다르게 생겼다거나 하는 식). 도대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 책을 정녕, 내가 편집했단 말이냐. 그렇다, 나는 팔불출인 것이다.   

그래서 마련한 이벤트--

[이벤트] 팔불출인 것이다

1. 내용:  여러분의 자랑을 듣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좋아요. 고양이 얼굴, 내가 그린 그림, 똑똑한 우리 아이... 다 상관 없습니다. 네, 대놓고 팔불출인 거니까요. '마노아님네 공장장님 가창력'  '다락님의 미모' 같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도 괜찮습니다. 우린 팔불출인 거니까요.  

2. 댓글이든 먼댓글이든 자랑해주세요. 달려가 읽겠습니다.  

3-1. 세 분께 『콩 하나면 되겠니?』 작가 싸인본과, 완두콩 무한 뽁뽁이를 보내 드릴게요.

완두콩 무한 뽁뽁이란:  http://www.interpark.com/product/Mall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100000&sc.prdNo=156818092&sc.dispNo=016001

3-2 다른 분들께 아래의 책들 중 한 권을 드릴게요. 제가 한번 읽었거나 두 권 갖고 있는 책들이에요. (슬쩍 책 방출...)

  

 

 

 

 

 

 

 

 

 

 

 

 

 

 

 

물론, 더 많은 팔불출들의 커밍아웃을 위해, 더 많은 무한 뽁뽁이와 더 많은 책 방출도 가능합니다. 여러분, 중요한 건 여러분이 팔불출이라는 사실 앞에 떳떳해지는 거예요!  

  

 

* [수정 보완] 여러분의 도전을 자극할 필살의 사진 공개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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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팔불출 이벤트!!!ㅋ
    from 제발 제발 2010-06-17 10:32 
    기분좋아졌쓰!!!! 이런 이런 이쁘고 아른다운 책 많이 많이 내주세요. 표지만 봐도 읽고 싶어요.   팔풀출 이벤트 참여-> 저 요즘 트위터해요! 이 나이에(70년개띠) 트위터한다고 책까지 두 권 샀어요. 밥먹는 것두 잊구 푹 빠졌어요. 오늘 현장 레미콘(콘크리트) 타설하는 날이예요. (저, 건축현장 감리로 일하는 여자예요. 멋있죠!ㅋ) 레미콘 회사에서 나온 시험 기사가 젊어요.(저보다 10년쯤) 그런데
  2. 바나나 다이어트 5일 차
    from 그대가, 그대를 2010-06-18 23:38 
    여름만 되면 '죽음의 다이어트'를 말로만 외치고 정작 다이어트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녀자!  그렇지만 금년엔 심각하게 옷이 안 맞아서 정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  6월 3일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텝퍼 밟고 훌라후프 돌려주고, 윗몸 일으키기 하고 스트레칭 하는 걸로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한 편 보면서 훌라후프를 한 시간씩 돌리고 3일째, 무릎이 아파왔다. 아뿔싸, 갑자기 무리해서 운동했나? 운동의
  3. 컨셉의 제왕
    from 내가되는꿈 2010-06-19 02:09 
      * 네꼬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재수없어도 참아주세요. 요리는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으니, 그것은 컨셉의 제왕. 요리를 못하니 그냥 쉬운 아이템을 죽도록 고민해서 끝내는 거다. ㅎㅎ 지,지난 주 토요일에는 E씨가 놀러왔다. 음식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내가 산 것은 마트에서 파는 베니건스 립과 샐러드 3종 세트, 그리고 구운 닭가슴살을 사려다가 E씨가 날개달린 것들과 그 알들을 못먹는 관계로
  4. 예~나는 팔불출입니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6-19 12:30 
    네꼬님이 편집한 '콩 하나면 되겠니?' 출판 기념 팔불출 이벤트에 참여하는 페이퍼다. 표지의 개미가 물고 가는 저 콩 한 알과 같은 씨앗을 나는 셋이나 가졌다는 자랑질이니, 사설이 좀 장황해도 두 눈 질끈 감고 들어주기 바란다.^^    독서회 엄마들이나 이웃들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내가 이뤄 놓은 게 없구나!'라는 허무감에 빠진다고 종종 말한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느끼는 상
  5. 저는 울엄마를 자랑합니다.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0-06-20 21:37 
    저의 어머니는 지금 70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당신 손으로 직접 담그십니다. 물론 이런 어르신이 아직도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어머니 손맛은 좀 각별해서 김치와 장맛을 아는 분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실 정도입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이런 것에도 해방되실만도 하실 텐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는 않는가 봅니다. 엄마는 늘  늬들이 시집 장가가면 내가 이런 거 안 해도 좋
  6. 일년동안 직접만든 케익들~~
    from 같은하늘 아래 2010-06-21 14:53 
    어제 잠시 알라딘에 들려 오기언니 서재에 놀러갔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글을 보았다. 네꼬님이 편집하여 출판되었다는 <콩 하나면 되겠니?>의 팔불출 이벤트에 참여하는 글이었다. <콩 하나면 되겠니?>는 <초정리 편지>의 배유안 작가님께서 첫번째로 내놓은 저학년을 위한 동화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은 콩 하나를 나누면서 느끼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 재미나게 풀어주셨다. 주인공 은이가 할머니를 병들게 한 지네를 물
  7. 나는 예쁘다.
    from 마지막 키스 2010-06-22 16:18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나는 예쁘다.  (아 첫줄만 쓰고도 너무 웃겨 ㅠㅠ) 1. 스물 네살때의 일이다. 당시 온라인 까페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한 까페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과는 특히 친했는데, 이 녀석은 나와의 온라인 대화를 무척 즐겼다. 나중에 이녀석은 가끔 전화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우리는 만나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만
  8.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
    from 跡者生存 2010-06-22 22:39 
    이 페이퍼의 제목은 Mary R. Hartman의 시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에서 따왔다.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 no great sacrifice or duty, but smiles and many a cheerful word fill up our lives with beauty. The heartaches, as they come and
  9. 이벤트 당첨 운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from 즐겁게~재밌게~ 2010-06-23 10:02 
    다녀와서 크게 자랑할려고 꾸욱~ 참고 있었는데... 자뻑의 파도를 타고야 말았슴다^^; 이벤트 당첨되었어요,,,제가 원래 쫌 잘나서ㅋㅋ; 이런거 자주되지는 않지만 될때는 크게 됩니다~ 작가님과 눈맞춤을 제대로 하면서 직접 공방을 둘러볼예정~ 친필싸인을 받아서 인증샷 꼭 올릴꺼예요~ 실수로 당첨됐다는 멜은 지웠는데 설마 추가안내가 있겠지요? 근데 이거 당첨자 혼자만 가야되나요? 같이 여러명 동반하면 혼나나요ㅋㅋ?    
  10. 콩으로 충분해요!
    from 그대가, 그대를 2010-06-25 23:33 
    집에 오니 떡 하니 나를 반기는 예쁜 선물이 있네요.   아하핫, 네꼬님 이벤트 선물인 콩 하나면 되겠니? 와 완두콩 무한 뽁뽁이!  네꼬님의 애정과 재치가 가득 담긴 카드도 있었는데 사진에 같이 안 나왔네요.(사진도 윗부분 막 잘려 있고..;;;;;)  진정 네꼬님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고양이가 분명해요.   장마를 앞두고 잔뜩 무거워진 공기를 한껏 가볍게 만들어 주었어요. 
  11. 네꼬님과 nabee님의 이벤트 선물 인증~~
    from 같은하늘 아래 2010-06-30 22:39 
    지난 한주 서재지기님들께서 열어주신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바빴네요.^^ 제가 운이 좋았는지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와 nabee님의 67890 캡쳐이벤트에 당첨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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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0-06-22 05:48   좋아요 0 | URL
제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의 중학교에서 강연회를 작년에 했는데... 그 학교 학부모인 울 언니는 다녀 왔다는! 저는 소식만 들었어요. 배유안님은 창비에서만 책을 내시나 봐요.

네꼬 2010-06-23 09:37   좋아요 0 | URL
하핫 네 잎싹님. 이 만두 같은 얼굴을 좋아라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벙글벙글) 좋은 자랑 기다릴게요. (응?)

희망찬샘님, 배유안 선생님 다른 데서도 책 많이 내셨어요 ^^;; 헤헷 근데 창비 책 많이 읽으셨구나, 샘! (좋아서) 호홋

네꼬 2010-06-2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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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페이퍼에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접힌 부분 꼭, 열어보시고 우리 모두 후회없는 자랑질을....

************************************************

순오기 2010-06-21 10:17   좋아요 0 | URL
와아~~~~대놓고 팔불출님께 주는 사인본이군요.
남주현님의 개미도 너무 귀여워요. 흐흐흐~~~~
아직 참여하지 못한 분들 빨리빨리 참여하세요~~~~~
팔불출님께 주는 사인본이라니, 이번 기회 놓치면 또 만나기 어려울거 같아요.ㅋㅋ

2010-06-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6-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은 네꼬님이 편집하신 책이 출판된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실까요?^^
안그래도 어제 순오기님 페이퍼를 타고 여기와서 보고 <콩 하나면 되겠니?>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탐났어요. 그런데 자극적인 사인을 올려주시니~~~ㅎㅎㅎ 뭔가 자랑거리를 찾아 오후에 올려볼께요.^^ 마감이 언제까지인지 없는데 오후까지는 받아주시겠지요? ^^

네꼬 2010-06-23 09:40   좋아요 0 | URL
숨어있던 자랑쟁이 같은하늘님. ㅎㅎ 덕분에 케익 구경 실컷 했습니다. 호호호, 같은하늘님 같은 분을 섭외(?)하게 되어 기뻐요.

잘잘라 2010-06-2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윗 자랑질^^~ http://twitter.com/JisLoving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1) <콩 하나면 되겠니?> - 배유안 http://goo.gl/XdjA #aladinbook]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2)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http://goo.gl/rGos #aladinbook]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3)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http://goo.gl/iSbC #aladinbook]

잘잘라 2010-06-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중력과 은총인가요? 그 책은.. 보관함에 잠깐 넣어뒀다가 주문하려구요.
요즘 날이 더워서 뭐든 빨리 상해버리는데,한꺼번에 주문했다가 썩히면... 아깝쟎아요.
보관함은 냉장고! 하긴.. 냉장고도 너무 믿으면 안되지만요. ^^;;

네꼬 2010-06-23 09:47   좋아요 0 | URL
아이쿠, 바닷가식당님 이런 어지러운 자랑이라뇨. 트위터 안 하는 네꼬로서는 그저 눈이...@_@ 애인한테 봐달라고 해야 되나? ㅎㅎ (이러면서 나도 팔불출 또 한 건.)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이벤트 정말 재미나네요 ^^

네꼬 2010-06-23 09:48   좋아요 0 | URL
자자 웃지만 말고 얼른 뭐 하나 해요, 휘모리님도. 음, 아나운서 필의 외모에 카리스마 목소리? 자자 부끄러워 말고 어서.

nada 2010-06-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댓글이 벌써 이렇게 많다니..
묻혀버릴 댓글이지만, 네꼬님 글이 넘 귀여워서 한 마디 보태고 가요.
배유안님 글씨는 정말 작가다운 느낌이 팍팍 나네요.
네꼬님이 편집한 책, 사랑 듬뿍듬뿍 받으면 좋겠어요.
팔불출은 글씨도 어쩜 저렇게 팔불출처럼 생겼을까요? ㄹㄹㄹ~~ 칠칠치 못한 애정이 줄줄 흐르는 느낌.^-^

네꼬 2010-06-23 09:51   좋아요 0 | URL
묻히긴 왜 묻혀요, 오매불망 기다리는 꼬장배추님 댓글인데!
배유안 선생님, 남주현 선생님 두 분 다 너무 좋으세요. 출간 모임에서 다들 너무 웃어서 입이 빡빡해질 지경이었어요. 제가 이 이벤트한댔더니 (분명 기가 막히셨겠지만) 흔쾌히 사인을 슥슥~ 어, 나도 '팔불출' 단어가 참 팔불출답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는 통하는 거야? 그런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06-2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게 이벤트였군요.
엄청난 댓글과 참여율~ 우아하..... 거기다 책 편집이라니, 너무 멋지십니다.
<네꼬>란 너의 것이란 뜻일까요? (맘대로 해석하는 마녀고양이... ^^)
그 너가 누굴지, 네꼬님을 가진 분이 누군지.. 그분이야 말로 진정 대단하신 분일듯 합니다. 밖으로 마구 자랑하고 다니셔도 팔불출 소리 안 들으실 듯~ 히힛.

네꼬 2010-06-23 0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녀고양이님.
네꼬는 일본어로 고양이예요. '니꺼'라는 간지러운 뜻으로 쓴 건 아니지만(생각만 해도 얼굴이 홧홧하네) 뭐, 네꼬씨를 가진 그 분도 참 대단한 듯.(응? 아니 이건 무슨 이중삼중 팔불출이냐.) 저도 히힛, 반갑습니다.

pjy 2010-06-2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짱입니다요~~심하게 자뻑공주인데 자랑할게 넘 많은데 @@;

네꼬 2010-06-23 09:55   좋아요 0 | URL
'자랑할 게 넘 많은데'로 팔불출 자격 조건 충분한데요. 하하하.

2010-07-07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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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따먹기

강원 사북 초등 4학년 강원식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어린이가 쓴 시 모음집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임길택 엮음, 보리.

*

 

기표를 하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사실은 참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올락 말락했다. 투표하면서 이렇게 간절해본 적이 있었나. 거의 슬프기까지 한 적이 있었나. 투표만 했는데도 가슴이 먹먹했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어느때보다 울적했으므로 개표 방송은 안 볼 줄 알았다. 마침 집에서 동거녀가 담근 간장게장(네, 저는 이런 여자와 살고 있습니다)을 먹는 모임이 있었으므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놀다가 9시 뉴스나 볼까 말까, 분위기 봐서 기타 치고 노래나 부르다 헤어지면 되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TV를 틀고 보니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모인 다섯 명의 각각 여덟 표, 합이 40표는 일부 행방이 같고 또 달랐으나 지향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지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

엎치락뒤치락 곳곳에서 판도가 바뀔 때마다 그렇다,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았다. 포기하거나 안심할 수 없는 얇은 차이들, 포기하거나 안심할 수 없는 개미만 한 개표율!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우리를 부르지! 우리를 부르지! 애꿎은 맥주만 끝도 없이 마셨다. 오늘 일하다가도 아아 아까워 아아 아 아까워 울컥 올라오지만, 이만 해도 어디냐. 일단 우리 고양시만 해도. 서울의 구청장들만 해도. 김두관 오빠 얼마나 장해. 충청도가 세상에 어지간했으면! 경기도도 서울도 자치단체장들, 교육감이 말 안 들어서 고생 좀 하겠구나, 그것 참 잘코사니다. 전쟁은 말만 나와도 싫다고 투표하러 나온 사람들 얼마나 좋아. 일단은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있자. 간밤에 누군가들도 눈이 빨개서 간이 쪼그라들었을 테니 그것만도 시원하다. 저기, 들으실 리는 없지만요, 모두들 애쓰셨어요. 심언니도 노오빠도 모두모두요. 어련히 알아서 그러시겠지만, 남이 하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화가 나서들 괜히 그래요. 투표하고 밤새고 온종일 신경질 나고 한편 좋아하고 그런 우리 모두들 애썼습니다.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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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결과 보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거렸다는..
'러브 엔 피스' 라고요...오호호호

네꼬 2010-06-03 17:43   좋아요 0 | URL
러브 앤 피스 -_-;; 메피님도 애쓰셨어요, 짝짝짝.

비로그인 2010-06-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태그보면서 웃었네요.ㅋㅋ

네꼬 2010-06-04 10:22   좋아요 0 | URL
네네 마기님, 핵심은 태그에. ㅎㅎ

쟈니 2010-06-0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그보고 웃었어요 하하하하.. 그래요. 다들 애쓰셨어요! 후보자, 유권자 모두!

네꼬 2010-06-04 10:22   좋아요 0 | URL
쟈니님도 애쓰셨어요. 특히 바라는 것 없이 애쓰신 자원봉사자들요! ('바라는 것 없이'에 방점.)

무스탕 2010-06-0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가 사람 잡는다잖아요. 콕 찝어서 알려줘야 할지도 몰라요;;
하여간 좌우지간 모두 애쓰셨습니다~

네꼬 2010-06-04 10:23   좋아요 0 | URL
여태 얼마나 얼마나 콕 찝어서 얘기해왔는지. ㅠㅠ 네네 무스탕님도 애쓰셨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안희정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ㅎㅎㅎ

또치 2010-06-04 09:4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김두관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ㅋㅋㅋ

네꼬 2010-06-04 10: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송영길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으하하

nada 2010-06-0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이쁘다. 네꼬님 글 읽으면 마음이 이뻐지는 기분.^^V
이 정도만 해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정신 좀 차리길.

네꼬 2010-06-04 10:23   좋아요 0 | URL
난 배추님 글 읽으면 유식해지는 기분인데. 히히. 네 누구 말마따나 우승까지 했으면 좋았겠지만 4강까지 간 것만도 얼마나 장해요. 민주당은 정신 좀 차리길22222222

2010-06-04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6-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투표방송 거의 안 보는 사람인데 그 날은 한명숙님 당선될 줄 앍고 환호하는 모습보고 잔다고 4시까지 있다가 역전되는 것 보고 그냥 잤어요. 두시간 좀 넘게 잤나, 그랬나봐요. 애들 학교에 녹색 서는 날이라 허둥지둥 달려가서 녹색 서고 엄마들하고 수다 떨고 와서 보니 민주당이 거의 석권. 하지만 한명숙씨는 낙선 그래도 기분 좋은 하루였어요.

요즘 아이들한테 딱지치기가 유해인데, 저 딱지값이 장난 아녀요. 한 일곱개 들어있나 그게 삼백원이나 받더라구요. 아까워시리...^^

네꼬 2010-06-04 10:26   좋아요 0 | URL
듣자 하니 방송 보다 잠들어서 꿈에서 한 표 차로 이기거나 지거나 그랬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아효 이렇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선거라니. 근데 오늘 아침까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뉴스와 분석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 갖고 더 잔소리 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잘 될 수도 있겠구나 희망을 가져봐요. 비록 이 희망이 아주 순진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아하, 요새 애들도 딱지를 친다는 이 반가운 소식. 근데 딱지는 달력 종이로 접어야 제맛인데!

토토랑 2010-06-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초등학교 운동장 놀다가, 애들 형아뻘 되는 아이들이 딱지하는걸 봤는데..
딱지가 걍 플라스틱 종이 더군요.. 거의 카드 게임 수준..쳐서 뒤집는건 없어요..

집에 와서 딱지 접어주마 하고 왔는데.. 꼬맹이한테도 딱지는 사는것! 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는지..

네꼬 2010-06-21 11:58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답이 너무 늦었어요. (제가 제 엉덩이 때리겠습니다...이상한가요?) 딱지를 사는 걸로 생각해도 좋으니 좀 많이들 갖고 놀면 좋겠어요. 놀이란 늘 좋은 것. :)

2010-06-11 0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1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개> 폴더를 열어본다. 인터넷에 떠도는 흔한 사진들 말고, 여기저기서 내가 찍은 것, 친구한테 받은 것, 친구의 친구한테 받은 것 등. 명색이 네꼬인데 나는 왜 이렇게 개를 좋아하는가! 어젯밤에 늦게까지 일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 양말도 새 음반도 새 커피도 예쁜 옷도 없어서 시무룩해있다가 지각까지 해버렸다. 그참에 <개> 폴더를 열어본다.

 



▲ 하이디 씨가 찍어 보내준 독일의 동네 개. 독일 월드컵 때 주인 따라 응원 나왔다고.

 



▲ 이건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네 개. (이름은 잊어버렸네.) 냄새가 되게 많이 났다.   

 



▲ 이건 언젠가 내 서재에도 등장한 적 있는 전주 개. 입 열면 사투리 나올 것 같은..     

 



▲ 제주 올레를 하는 중에 갈치조림집에서 만난 개. 보기엔 귀여운데 짖는 소리가 얼마나 사나운지 식당 손님 쫓아낼 기세였다.   

 



▲ 친구가 친구네 집에서 찍은 개. 이름은 봄동(이라 쓰고 봄똥이라 읽는다). 저 귀와 입을 어쩌란 말이냐.  

 



▲ 햇볕 좋은 창가에서 개 껌을 뜯고 계신 똘이공. (우리 엄마집 개. 아래층 리트리버 꼬리만한 주제에 보기만 하면 싸우려고 덤벼들어서 민망해요.)   

 *

▼ 그리고 며칠 전 회사 야유회(네, 회사를 통틀어 한 사람도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야 되는, 그런데 막상 가고 보면 웃기는 추억이 대량생산되는 그런 야유회요)에서 만난 개.요즘 내 메신저 사진이다.  


 

모 식당의 인상적으로 맛없는 음식을 용서하게 한 개, 사랑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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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2010-05-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태그와 첫 댓글의 영광을 ≥ㅁ≤
아아 정말 '사랑'스러운 포스트예요!

네꼬 2010-05-26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새록님의 댓글 영광이어요. >.<
자주 오세요, 새록님. ㅎㅎ

다락방 2010-05-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똥이 귀여워요 ㅎㅎ
봄똥이 보고 웃었어요. :)


아차차, 나는 고양이는 안좋아하지만 개라면 좋아요!

네꼬 2010-05-26 14:41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안 좋아해도 나는 좋아하잖아요,응? 맞죠?
어제 퇴근길에 우리가 '토끼굴'이라 부르는 터널로 들어가려고 우회전하는 순간
다락님 생각했어요. 뭐 하시나, 이 여자는.. 하고.

L.SHIN 2010-05-2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네꼬 2010-05-26 14:41   좋아요 0 | URL
하하. 엘신님이 좋아할 줄 알았지. (으쓱.)

마늘빵 2010-05-2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개 한마리 키우고픈데 개는 집에 혼자 냅두면 안돼서. ㅠ

네꼬 2010-05-26 14: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 엄마네는 집에 개를 두 마리 키우시는데, 둘이 있어도 엄마 아빠 외출했다 돌아오면 우울의 비를 맞고 서 있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5-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봄동 엄청 좋아하는데 ㅎㅎㅎ

네꼬 2010-05-26 14:42   좋아요 0 | URL
맛있죠! ㅎㅎ (봄동아, 너 말고.0

쟈니 2010-05-2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들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귀여운 애들 보니 괜시리 기분 좋아집니다.

네꼬 2010-05-26 14:43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아침에 기분 전환이 절실해서 바쁜 중에 짬짬이 사진을 찾았어요. 보는 동안도 포스팅하는 동안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쟈니님과 나눠 가질까봐요, 이 기분. ㅎㅎ

치니 2010-05-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 여기 왜 우리 두리 사진은 없어용 ~ 히. 팔불출 엄마.

네꼬 2010-05-26 14:43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고 보니 저 두리 사진이 없나봐요. 이상해, 엇따 저장해놨을 텐데... 하고 생각해보니 아하, 그게 아니고 서재에서 별찜을 해둔 거더라고요.

쉽싸리 2010-05-2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들 귀엽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있는 애, 저런 애들이 성깔이 대단하죠,,,,
벌써 이빨 내놓고 있는거보세요.
저도 개 두 마리 키우는데(1년 지나서 아마 다 컸을 거예요), 사고뭉치들이죠,,

네꼬 2010-05-26 14:44   좋아요 0 | URL
밑에서 두 번째 있는 애, 저희 똘이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게 자기가 얼마 만한 지 모르고 큰 개를 보면 저도 큰 줄 알고 겁 없이 달려들어 걱정이에요. 쉽싸리님, 반갑습니다.

... 2010-05-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강아지에 비하면 다 미모가 떨어지네요, 하핫.

네꼬 2010-05-26 14:44   좋아요 0 | URL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들 이러신다니까. 하여간 다들 고슴도치셔. 하하.

마노아 2010-05-2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솜사탕같은 웃음이 막 번지는 페이퍼예요. 개 폴더를 갖고 있는 사랑스런 네꼬씨라니, 아유 내가 다 영광이에요.^^

다락방 2010-05-26 14: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개 폴더를 갖고 있는 네꼬님이라니.
나는 [사내] 폴더 하나 만들까요? ( '')

네꼬 2010-05-26 14:4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사랑이 사진은 올리면서도 마노아님이 본다면 무지 좋아하겠는데, 했어요. (더불어 이매지님 어디 계시나..? ㅎㅎ)

다락님. 개 폴더 열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사내 폴더도 그렇겠지.... ( '') 하나 만들길 절대권장.

노이에자이트 2010-05-2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5일장에 나오던 토속적인 강아지들이 정말 귀엽지요.

네꼬 2010-06-03 10:13   좋아요 0 | URL
아우, 똥강아지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5-2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강아지...
표정이 넘 좋으네요.
다락님 때문에 미치겠어~~~
'사내'폴더라니~~~~ㅋㅋ

네꼬 2010-06-03 10:15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를 미치게하는 다락님이십니다. (응?)

무스탕 2010-05-2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투리로 짖을것 같은 개 생각나요 ^^
난 핸펀사진을 다시 봐요. 거긴 정성이도 있고 토깽이도 있고 구름도 있고 지나가는 차도 있거든요 :)

네꼬 2010-06-03 10:15   좋아요 0 | URL
오오 역시 무스탕님은 기억해주시는군요.
네, 사진은 참 그래서 좋아요.

프레이야 2010-05-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귀엽고 가련한 것들..
네번째 강아지가 특히 정이 가네요.
오래전 키우던 개를 팔고 개밥그릇을 박박 씻으며 눈물을 훔치고 계시던
엄마가 생각나요. 훌륭한 가문의 개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정이 들었던지..
밥주고 목욕시키고 돌보면서 그렇게 정이 드는 것이겠죠.^^

네꼬 2010-06-03 10:16   좋아요 0 | URL
'귀엽고 가련'하다니.. 어째 찡하네요, 프레이야님.
저는 성정이 차분하지 못해서 개를 돌보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이를테면 사진 속 사랑이 같은 개는 한번 보고 와서도 자꾸 생각이 나요.
개란 대체 얼마나 좋은지요.

스파피필름 2010-05-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왈왈~ 짖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

네꼬 2010-06-03 10:17   좋아요 0 | URL
하하하. 스파피필름님, 개 사진을 보면서 왈왈 짖는 모습을 상상해버렸어요. 왈왈왈왈.
 

이현, 로봇의 별 1~3  

'전 3권 세트' 상품이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 세 권을 늘어놓은 것은 나름대로 이 작품에 예의를 갖추느라고 그런 거다. 벌써 여러 번 말했지만 이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로봇의 별>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왜 그녀를 좋아하는가. 그녀의 심장이 뜨겁기 때문이다.  

그 모양도 귀여운 동그란 청소기로 우리 일상에도 출현하기 시작한 로봇들은 백 년 뒤 어떤 모습일까? 벌써 도를 넘어 선 양극화 현상이 백 년 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더 좁혀서,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어 아이들이 먹을것에서부터 차별을 받기 시작한다면 백 년 뒤에, 어떻게 될까? 국경과 국적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 오로지 '책임지수'(실질적으로는 재산)로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 / 인간과 인간의 대립은 극단적이고 암울하다, 그러나, 현실감 있다. 손으로 가꾼 채소와 직접 기른 가축으로 만든 '진짜' 음식은 일부 사람들만 먹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은 병원, 군대, 경찰, 국가의 보호 밖에 있다. 이것이 과연, "SF"일까? (슬프구나.)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현은 이른바 장르동화의 벽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작가가 보고 겪고 들려주는듯 실감있게 그려져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신기한 미래 사회, 목표를 향해 쭉쭉 뻗어가는 시원한 줄거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활기찬 캐릭터, 무엇보다 갑갑한 지구 따위를 벗어나 우주로 내달리는 상상력이 속 시원하다. 신기한 것은, 그토록 암울한 미래인데 이상하게(정말 이상하게) 희망적이라는 거다. 읽어야 알 수 있다. 어린이한테 어떻게 3권이나? 힌트를 주자면, 3권이 제일 재밌다.  

*

  

하라 유타카, 쾌걸 조로리 씨리즈  

그러니까, 세상에 웃기는 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정말 너무 너무 웃기는 책이다. 주변에 책을 안 좋아해서 걱정인 어린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권하시길. "하늘에 계신 엄마, 지켜봐주세요. 장난의 왕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어요"를 노래하며 못된 짓을 일삼기 위해 장난 수련을 떠난 조로리의 멍청하고 귀여운 장난담이다. '장난 노트'(각종 장난거리를 제공한다) 등 별책부록도 귀엽기 그지없는데, 부록만 본다면 3편이 제일 좋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스티커를 되게 많이 준다. 아아, 이렇게 박력있게 웃기는 책, 우리나라에도 좀 나와다오.   

 

필 베인스, 펭귄북디자인(1935-2005)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책이지만...  

그림을 공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림을 (약간 무조건) 많이 보는 것이라고 들었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라서 남의 감각에 내 감각이 잠식되는 사람만 아니라면, 이렇게 멋진 표지들을 자꾸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로 요즘 한번씩 들추어보는 책. 제목으로 짐작되는 책의 내용과 표지 컨셉의 절묘한 결합을 보고 있노라면 남들은 머리에 뭘 넣고 있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뭐래?) 아무튼 펭귄이라니, 이 세상에 무슨무슨 책이 있나 보는 재미만도 쏠쏠해라.  

 

Jason Mraz, Mr. A-Z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무언가 구입하는 데 있어 투자가치가 제일 높은 물건이 뭘까, 역시 음반이 아닐까 하고 오늘 아침에 또 생각했다. <Mr. A-Z>는 몇 해 전에 사서 물리도록 들었던 앨범인데, 한동안 사정이 있어서 듣지 못했더랬다. 사실은 그래서 괜히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가 발매되고도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다락님한테 물어봤더니 막 좋다고 그래서 에라 하고 사서 들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래그래 제이슨 너는 참 노래를 잘하지, 하고 퍼뜩 정신이 드는 거다. 큰맘먹고 다시 찾은 <Mr. A-Z>. 'Geek in the Pink'가 세상에, 얼마나 좋은지 아침 출근길에만 세 번을 다시 들었다. 몇 년이 지나서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곡이 있다면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책 버리기는 쉬워도 (응?) 음반 버리기 어려운 게 다 그래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어요. 얼른 다 읽고 리뷰 쓸래요. 누구, 같이 읽으실 분?  :)

 

 호사카 가즈시, 계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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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5-1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이여자, 이상한 방식으로 책 사게 하네.
내가 읽을게요, 내가 읽을게요. 나 지금 땡스투 눌렀어요. 계절의 기억, 이라니. 제목 참 예쁘잖아요! 내가 읽을게요. 읽을책이 줄을 서 있지만 내가 네꼬님하고 같이 읽을게요. 그러니 이 책 읽으면서 외로워하거나 쓸쓸해하지 말아요. 내가 읽는다고 생각하고.

지르러 갑니다. 슝슝-

이매지 2010-05-18 17:46   좋아요 0 | URL
엇, 다락방님 일 년 간 책 구입 금지였는데! ㅎㅎㅎ
저도 <계절의 기억> 쌓아두고 있었는데 읽을께요 ㅎㅎㅎ

다락방 2010-05-18 20:12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ㅎㅎㅎㅎㅎ
지르려고 했는데 22일 배송이더라구요. 그래서 안질렀어요. 너무 늦어, 그때쯤이면 네꼬님은 다 읽으실거야, 이러면서요. 그런데 또 아쉬워서 다시 질러줄까 뭐 이러고 있어요. 그런데 이왕 지를거면 다른 책도 같이 지를까...아, 이매지님. 제가 한 모든 말들은 잊어주세요. ( '')

네꼬 2010-05-22 10:47   좋아요 0 | URL
다락님. <계절의 기억>은 따뜻하고 다정한 소설이니까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누군가랑 같이 읽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말 없이 걸어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산책이 더 좋으니까요.

이매지님. 쌓아두고 있었다니, 이매지님은 안 사도 읽을 수 있는 거죠? ㅎㅎ

또 다락님. "제가 한 모든 말들은 잊어주세요"가 왤케 웃긴지. 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0-05-1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손들어야 하는 분위기인거? ㅎ
비와서 좋은 아침이예요 네꼬님

네꼬 2010-05-22 10:43   좋아요 0 | URL
비가 무지 많이 왔죠, 그날? (^^) 휘모리님, 오래간만!

웽스북스 2010-05-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난의 왕이래. 아. 마음에 들어요.
저도 장난이 왕이 되고싶어요.

네꼬 2010-05-22 10:43   좋아요 0 | URL
웬디님은 이미... (응?)
장난의 왕 조로리가 일삼는 나쁜짓들, 웬디님 보면 좋아서 기절할지도.

nada 2010-05-1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비 종일 내리려고 작정했나 봐요.
젠젠젠젠 젠장!!!
때는 봄이 한창인데 저는 <대설주의보>를 읽고 있어요.
근데 별 감흥이 없으요. 내 20대의 윤대녕은 다시 오지 않나 봐요.ㅠ.ㅠ
아무튼 제목 참 좋다. 계절의 기억이라니. :)

네꼬 2010-05-22 10:44   좋아요 0 | URL
아아, 나도 그런 거 있어요. 다시 오지 않는 소설가들, 시인들.. ㅠㅠ
<계절의 기억>은 제목도 좋고 등장인물들도 좋고 이야기도 좋아요.
내가 얼른 읽고 빌려줄까요? (응?)

레와 2010-05-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여기도 비와요. ^^

네꼬 2010-05-22 10:45   좋아요 0 | URL
으아, 그때 비오는 거 봤어야 되는데! (^^)

마노아 2010-05-1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쾌하고 따뜻해요. 네꼬님은 파파 할머니가 되어도 문학소녀일 것 같아요.^^

네꼬 2010-05-22 10:45   좋아요 0 | URL
아아, 파파할머니되기 전에 한번이라도 문학소녀가 되어 봐야 될 텐데요! (마노아님의 이 긍정적이 오해, 언제까지나 계속되시라!)

희망찬샘 2010-05-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봇의 별~ 저는 2권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 좋아하는 아이에게 빌려 주니 "완전 재밌어요."합니다.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다니카와 슌타로



거인이 되고 싶다
이 산 저 산을
이 구름을
이 푸른 하늘을
이 여름 아침을
양팔로 받아들이고 싶다
거인이 되고 싶다
산 저편의 행복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밤으로 향하는
모든 그리움을
작은 새처럼
잡아버리는
거인이 되고 싶다
하루 한 번 울리는 심장
영원을 바라보는 눈동자
태양에 화상 입은 손가락 끝
일기에는 역사를 기록하여
혁명의 비참을
배신의 영광을
빠짐없이 양손으로 건져내는
거인이 되고 싶다
암흑의 우주에 몸 던져
흘러가는 은하에서 수영하고
양팔에 지구를 안고서
묵묵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영원히 무력한
거인이 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한 마리 개미가 되고 싶다
달개비꽃 미로에서 끝없이 헤매며
언제까지도 계속 헤매고
그래도 좋다
이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서 

  

『이십억 광년의 고독』은 아름답고 천진한 시집이다.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가 보여주듯이 시공간을 마음대로 오가면서 때로는 우주를, 때로는 공책을, 때로는 슬픔을, 어떤 때는 책을
내키면 지우개와 연필을 사색하는 시인의 감각이 편편이 놀랍다.  

하루 한 번 심장이 울리는, 지구를 안고 우는 거인이 되거나 아니면 달개비꽃 미로를 언제까지고 헤매는 개미가 되고 싶다는 게 얼마나 광활하고 또 아담한지.  

마음이 개미만큼 작아진 요즘 자꾸만 생각이 나서 오래간만에 시집을 찾아보니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시가 열 편. 시집 하나에서 다섯 편 건지면 성공이라 생각하는 나에게는 귀한 시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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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5-1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시집 하나에서 다섯 편 아니 두어 편만 좋아도 당장 그 시집은 잘 샀다 싶어져요. 시라는 게, 그런가봐요. :)
아참, 이창동 감독의 시 보고 싶은데 못 보러 가고 있네요, 힝.

네꼬 2010-05-17 09: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 시집에서 시 다섯 편 좋아하기가 어렵죠. 그러니 저 시집은 성공 중에서도 대성공 쪽에 가까워요. 근데 그 영화요, 어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창동 감독님은 너무 좋지만.)

다락방 2010-05-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천진한 시집 읽느라 알라딘에 뜸한거에요? 네?
그렇다면 내가 아름답고 천진한 시를 몇편 뚝딱 써내면, 자주 와서 얼굴 보여주는거에요? 네? 대답해봐요! 대답해 보라구욧!!

네꼬 2010-05-17 09:35   좋아요 0 | URL
으... 응? 다락님은 언제나 아름답고 천진한 시를 쓰잖아요. 페이퍼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 미안해요 미안해, 뭘 한다고 이렇게 바빴누... ㅠ

비로그인 2010-05-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라니...
좀 심한데요.

그나저나 잠수가 네꼬님의 특기?

네꼬 2010-05-17 09:37   좋아요 0 | URL
읽어보면 전. 혀. 심하지 않습니다. 음,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에 이어지는 대목이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거든요. (^^) 유머가 가득해요.

제까짓게 뭐라고 잠수 씩이나겠습니까. 그냥 게으름이죠. ㅠㅠ

마노아 2010-05-1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진한 얼굴로 돌아와준 네꼬님이니까 오래 기다리게 한 거 용서할게요. 네꼬님이 그리웠어요.^^

네꼬 2010-05-17 22:04   좋아요 0 | URL
앗, 마노아님한테 혼날까봐 서재 가서도 기웃대다 나와버렸네. 용서해주셔서 고마워요. ㅠㅠ

paviana 2010-05-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 놓으시고 ......
넘해요 넘해요 (뒤돌아 울면서 뛰어감)

네꼬 2010-05-17 22:05   좋아요 0 | URL
덥석! (이것은 파비님 어깨를 붙잡는 소리.)
파비님, 날 두고 어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