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개> 폴더를 열어본다. 인터넷에 떠도는 흔한 사진들 말고, 여기저기서 내가 찍은 것, 친구한테 받은 것, 친구의 친구한테 받은 것 등. 명색이 네꼬인데 나는 왜 이렇게 개를 좋아하는가! 어젯밤에 늦게까지 일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 양말도 새 음반도 새 커피도 예쁜 옷도 없어서 시무룩해있다가 지각까지 해버렸다. 그참에 <개> 폴더를 열어본다.

▲ 하이디 씨가 찍어 보내준 독일의 동네 개. 독일 월드컵 때 주인 따라 응원 나왔다고.

▲ 이건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네 개. (이름은 잊어버렸네.) 냄새가 되게 많이 났다.

▲ 이건 언젠가 내 서재에도 등장한 적 있는 전주 개. 입 열면 사투리 나올 것 같은..

▲ 제주 올레를 하는 중에 갈치조림집에서 만난 개. 보기엔 귀여운데 짖는 소리가 얼마나 사나운지 식당 손님 쫓아낼 기세였다.

▲ 친구가 친구네 집에서 찍은 개. 이름은 봄동(이라 쓰고 봄똥이라 읽는다). 저 귀와 입을 어쩌란 말이냐.

▲ 햇볕 좋은 창가에서 개 껌을 뜯고 계신 똘이공. (우리 엄마집 개. 아래층 리트리버 꼬리만한 주제에 보기만 하면 싸우려고 덤벼들어서 민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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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며칠 전 회사 야유회(네, 회사를 통틀어 한 사람도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야 되는, 그런데 막상 가고 보면 웃기는 추억이 대량생산되는 그런 야유회요)에서 만난 개.요즘 내 메신저 사진이다.

모 식당의 인상적으로 맛없는 음식을 용서하게 한 개, 사랑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