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따먹기

강원 사북 초등 4학년 강원식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어린이가 쓴 시 모음집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임길택 엮음, 보리.

*

 

기표를 하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사실은 참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올락 말락했다. 투표하면서 이렇게 간절해본 적이 있었나. 거의 슬프기까지 한 적이 있었나. 투표만 했는데도 가슴이 먹먹했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어느때보다 울적했으므로 개표 방송은 안 볼 줄 알았다. 마침 집에서 동거녀가 담근 간장게장(네, 저는 이런 여자와 살고 있습니다)을 먹는 모임이 있었으므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놀다가 9시 뉴스나 볼까 말까, 분위기 봐서 기타 치고 노래나 부르다 헤어지면 되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TV를 틀고 보니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모인 다섯 명의 각각 여덟 표, 합이 40표는 일부 행방이 같고 또 달랐으나 지향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지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

엎치락뒤치락 곳곳에서 판도가 바뀔 때마다 그렇다,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았다. 포기하거나 안심할 수 없는 얇은 차이들, 포기하거나 안심할 수 없는 개미만 한 개표율!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우리를 부르지! 우리를 부르지! 애꿎은 맥주만 끝도 없이 마셨다. 오늘 일하다가도 아아 아까워 아아 아 아까워 울컥 올라오지만, 이만 해도 어디냐. 일단 우리 고양시만 해도. 서울의 구청장들만 해도. 김두관 오빠 얼마나 장해. 충청도가 세상에 어지간했으면! 경기도도 서울도 자치단체장들, 교육감이 말 안 들어서 고생 좀 하겠구나, 그것 참 잘코사니다. 전쟁은 말만 나와도 싫다고 투표하러 나온 사람들 얼마나 좋아. 일단은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있자. 간밤에 누군가들도 눈이 빨개서 간이 쪼그라들었을 테니 그것만도 시원하다. 저기, 들으실 리는 없지만요, 모두들 애쓰셨어요. 심언니도 노오빠도 모두모두요. 어련히 알아서 그러시겠지만, 남이 하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화가 나서들 괜히 그래요. 투표하고 밤새고 온종일 신경질 나고 한편 좋아하고 그런 우리 모두들 애썼습니다.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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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결과 보면서 혼자서 중얼중얼 거렸다는..
'러브 엔 피스' 라고요...오호호호

네꼬 2010-06-03 17:43   좋아요 0 | URL
러브 앤 피스 -_-;; 메피님도 애쓰셨어요, 짝짝짝.

비로그인 2010-06-0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태그보면서 웃었네요.ㅋㅋ

네꼬 2010-06-04 10:22   좋아요 0 | URL
네네 마기님, 핵심은 태그에. ㅎㅎ

쟈니 2010-06-0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태그보고 웃었어요 하하하하.. 그래요. 다들 애쓰셨어요! 후보자, 유권자 모두!

네꼬 2010-06-04 10:22   좋아요 0 | URL
쟈니님도 애쓰셨어요. 특히 바라는 것 없이 애쓰신 자원봉사자들요! ('바라는 것 없이'에 방점.)

무스탕 2010-06-0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가 사람 잡는다잖아요. 콕 찝어서 알려줘야 할지도 몰라요;;
하여간 좌우지간 모두 애쓰셨습니다~

네꼬 2010-06-04 10:23   좋아요 0 | URL
여태 얼마나 얼마나 콕 찝어서 얘기해왔는지. ㅠㅠ 네네 무스탕님도 애쓰셨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안희정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ㅎㅎㅎ

또치 2010-06-04 09:4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김두관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ㅋㅋㅋ

네꼬 2010-06-04 10: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송영길이 이기기를 내내 응원해왔습니다 으하하

nada 2010-06-0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이쁘다. 네꼬님 글 읽으면 마음이 이뻐지는 기분.^^V
이 정도만 해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정신 좀 차리길.

네꼬 2010-06-04 10:23   좋아요 0 | URL
난 배추님 글 읽으면 유식해지는 기분인데. 히히. 네 누구 말마따나 우승까지 했으면 좋았겠지만 4강까지 간 것만도 얼마나 장해요. 민주당은 정신 좀 차리길22222222

2010-06-04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6-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투표방송 거의 안 보는 사람인데 그 날은 한명숙님 당선될 줄 앍고 환호하는 모습보고 잔다고 4시까지 있다가 역전되는 것 보고 그냥 잤어요. 두시간 좀 넘게 잤나, 그랬나봐요. 애들 학교에 녹색 서는 날이라 허둥지둥 달려가서 녹색 서고 엄마들하고 수다 떨고 와서 보니 민주당이 거의 석권. 하지만 한명숙씨는 낙선 그래도 기분 좋은 하루였어요.

요즘 아이들한테 딱지치기가 유해인데, 저 딱지값이 장난 아녀요. 한 일곱개 들어있나 그게 삼백원이나 받더라구요. 아까워시리...^^

네꼬 2010-06-04 10:26   좋아요 0 | URL
듣자 하니 방송 보다 잠들어서 꿈에서 한 표 차로 이기거나 지거나 그랬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아효 이렇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선거라니. 근데 오늘 아침까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뉴스와 분석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 갖고 더 잔소리 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잘 될 수도 있겠구나 희망을 가져봐요. 비록 이 희망이 아주 순진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아하, 요새 애들도 딱지를 친다는 이 반가운 소식. 근데 딱지는 달력 종이로 접어야 제맛인데!

토토랑 2010-06-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초등학교 운동장 놀다가, 애들 형아뻘 되는 아이들이 딱지하는걸 봤는데..
딱지가 걍 플라스틱 종이 더군요.. 거의 카드 게임 수준..쳐서 뒤집는건 없어요..

집에 와서 딱지 접어주마 하고 왔는데.. 꼬맹이한테도 딱지는 사는것! 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는지..

네꼬 2010-06-21 11:58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답이 너무 늦었어요. (제가 제 엉덩이 때리겠습니다...이상한가요?) 딱지를 사는 걸로 생각해도 좋으니 좀 많이들 갖고 놀면 좋겠어요. 놀이란 늘 좋은 것. :)

2010-06-11 0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1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