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 로봇의 별 1~3
'전 3권 세트' 상품이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 세 권을 늘어놓은 것은 나름대로 이 작품에 예의를 갖추느라고 그런 거다. 벌써 여러 번 말했지만 이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로봇의 별>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왜 그녀를 좋아하는가. 그녀의 심장이 뜨겁기 때문이다.
그 모양도 귀여운 동그란 청소기로 우리 일상에도 출현하기 시작한 로봇들은 백 년 뒤 어떤 모습일까? 벌써 도를 넘어 선 양극화 현상이 백 년 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더 좁혀서,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어 아이들이 먹을것에서부터 차별을 받기 시작한다면 백 년 뒤에, 어떻게 될까? 국경과 국적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 오로지 '책임지수'(실질적으로는 재산)로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 / 인간과 인간의 대립은 극단적이고 암울하다, 그러나, 현실감 있다. 손으로 가꾼 채소와 직접 기른 가축으로 만든 '진짜' 음식은 일부 사람들만 먹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은 병원, 군대, 경찰, 국가의 보호 밖에 있다. 이것이 과연, "SF"일까? (슬프구나.)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현은 이른바 장르동화의 벽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작가가 보고 겪고 들려주는듯 실감있게 그려져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신기한 미래 사회, 목표를 향해 쭉쭉 뻗어가는 시원한 줄거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활기찬 캐릭터, 무엇보다 갑갑한 지구 따위를 벗어나 우주로 내달리는 상상력이 속 시원하다. 신기한 것은, 그토록 암울한 미래인데 이상하게(정말 이상하게) 희망적이라는 거다. 읽어야 알 수 있다. 어린이한테 어떻게 3권이나? 힌트를 주자면, 3권이 제일 재밌다.
*


하라 유타카, 쾌걸 조로리 씨리즈
그러니까, 세상에 웃기는 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정말 너무 너무 웃기는 책이다. 주변에 책을 안 좋아해서 걱정인 어린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권하시길. "하늘에 계신 엄마, 지켜봐주세요. 장난의 왕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어요"를 노래하며 못된 짓을 일삼기 위해 장난 수련을 떠난 조로리의 멍청하고 귀여운 장난담이다. '장난 노트'(각종 장난거리를 제공한다) 등 별책부록도 귀엽기 그지없는데, 부록만 본다면 3편이 제일 좋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스티커를 되게 많이 준다. 아아, 이렇게 박력있게 웃기는 책, 우리나라에도 좀 나와다오.
필 베인스, 펭귄북디자인(1935-2005)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책이지만...
그림을 공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림을 (약간 무조건) 많이 보는 것이라고 들었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라서 남의 감각에 내 감각이 잠식되는 사람만 아니라면, 이렇게 멋진 표지들을 자꾸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로 요즘 한번씩 들추어보는 책. 제목으로 짐작되는 책의 내용과 표지 컨셉의 절묘한 결합을 보고 있노라면 남들은 머리에 뭘 넣고 있나 새삼 감탄하게 된다. (뭐래?) 아무튼 펭귄이라니, 이 세상에 무슨무슨 책이 있나 보는 재미만도 쏠쏠해라.

Jason Mraz, Mr. A-Z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무언가 구입하는 데 있어 투자가치가 제일 높은 물건이 뭘까, 역시 음반이 아닐까 하고 오늘 아침에 또 생각했다. <Mr. A-Z>는 몇 해 전에 사서 물리도록 들었던 앨범인데, 한동안 사정이 있어서 듣지 못했더랬다. 사실은 그래서 괜히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가 발매되고도 모른척하고 있었는데, 다락님한테 물어봤더니 막 좋다고 그래서 에라 하고 사서 들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래그래 제이슨 너는 참 노래를 잘하지, 하고 퍼뜩 정신이 드는 거다. 큰맘먹고 다시 찾은 <Mr. A-Z>. 'Geek in the Pink'가 세상에, 얼마나 좋은지 아침 출근길에만 세 번을 다시 들었다. 몇 년이 지나서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곡이 있다면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책 버리기는 쉬워도 (응?) 음반 버리기 어려운 게 다 그래서다.
*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어요. 얼른 다 읽고 리뷰 쓸래요. 누구, 같이 읽으실 분? :)

호사카 가즈시, 계절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