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유부녀가 될 줄은 몰랐지만, 자꾸만 남편 얘기를 하게 된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빼놓고는 이야기가 잘 안되어서.. 긁적..)


일요일 오후, 화분에 물을 주는 남편한테 나는 큰 소리로 시를 읽어 주었다. 


처음 여자랑 잤다

이우성



나는 감각을 내려놓고

기억 안 할 거야


우리 집에선 파출부조차 하얀색을 입어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머리 위에 화산재 같은 사과가 있는

나는

많아

반했니 

너도 사과 먹을래 

나는 

많다고 


도착하고 떨어지고 


남편이 물었다. "끝이에요?" "응 끝이에요. 웃겨. 아주 왕자님인가 봐." 나는 낄낄 웃은 다음, 시를 다시 한번 읽어준다. 그러고는 "아, 생각나는 시가 있어요." 하고 방에 들어가 아끼는, 사랑하는, 좋아하는, 손때 묻은 어떤 시집을 가지고 나온다. "뒤죽박죽으로 쓰려면 이렇게 써야지!" 하고 운을 뗀 다음에 천천히, 읽어준다.


푸른색 Reminiscence

진은영


진희영 생일             3월 15일

윤정숙 결혼 기념일   3월 16일

진은영 생일             3월 17일

 

그러니까 동생이 출생하고 나서

엄마가 결혼하고

나 태어나게 되었지


다트 화살을 힘껏 던지면

시간의 오색판이 빙그르르 돌아간다


시를 쓰고 나서 혁명에 실패하고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혁명에 실패하고 나서 한 남자를 사랑한 후

시를 쓰게 되었는지


추억은

커다란 뚜껑이 달린 푸른색 쓰레기통

열어보지 않으면, 산뜻하다

모든 것이 푹푹 썩어가도


읽기를 마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대체 왜?)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는다. 좋은 시네요, 응, 좋은 시예요. 하지만 이 젊은 미남? 시인도 재밌는 사람인가 봐. 자기에 대해서도 썼어. 


이우성

이우성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싫은 티는 안 냈다

애인이 없으면 잘못 사는 것 같다

야한 동영상을 다운 받는 동안 시를 쓴다

불경한 마음이 자꾸 앞선다 근데 왜 내가 뭐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머릿속에선 이렇게 되뇌지만 나는 인정 못 하겠다

열 시도 안 됐는데 야동을 본다 

금방 끈다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침대에 눕는다

잔다 잔다 잔다

책을 읽다가 다시 모니터 앞으로 온다

그래도 시인인데

애인이랑 통화하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애인이랑 모텔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야동 보느라 회사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만두 먹어라 어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행히 오늘은 바지를 입고 있다


깔깔 웃었다. 이 사람 재밌는 사람이네. 사실 대부분의 시들은 의미가 알쏭달쏭하다. 그런데 그게,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만들거나 우울한 포즈를 잡는 그런 '현대시'가 아니라, 시를 다 쓴 다음 몇 군데를 지우거나 몇 줄을 오려서 딴데 붙이거나 해서 암호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작업 속에 과장된 자의식(어머 나 막 이런 말 쓴다)을 일부러 보여 줘서, 시와 시인 사이, 시와 독자 사이, 시인과 독자 사이에 얼마간의 거리를 두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시들은 애써 해석하지 않는 쿨한 독자이기 때문에(뭐?) 웃으면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이렇게 슬쩍, 약간은 신세한탄을 하는 시(깔깔), 개나리를 가리키면서 자꾸만 진달래라고 하는 네 살 조카에게 벚꽃을 가리키며 목련! 하고 가르쳐주는 시(언어가 뭐라고. 시가 뭐라고.)를 소리 내어 읽어 본다. 더위가 조금은 가신다. 











*


늦은 오후 남편과 함께 슬슬 놀러 인사동에 갔다가 인파에 깜짝 놀랐다. 다들 열심히 놀고 있었네! 남편의 바람 대로  책꽂이를 덮어 햇빛도 가리고 장식도 할 천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나는 길에서 파는 색 모시가 예뻐서 만지작거리다 그만 사버렸다. 그래서 모시 조각보를 만들게 됐다. 세 가지 색깔 천, 두 가지 색깔 실. 원가는 14,000원이지만 완성된 작품의 가격은 알 수 없다고 큰소리를 치자 남편은 착하게 웃으면서 "계약부터 합시다."라고 맞장구쳤다. 집에 와서 곧장 작업을 시작. 어머나 그랬더니 세상에 나 바느질 왜 이렇게 못하니. 내가 봐도 너무 웃겨서 바느질을 계속 할 수가 없다. 나는 꽥하고 남편한테 외쳤다. "여보, 내 손은 레고 손이야! 아니 돼지 손이야!" 그토록 착한 남편조차 "아까 본 건 이것보다 세 배는 촘촘하던데..." 하고 난감해한다. 난 내가 못하는 게 없어서 매력이 없을까 봐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네꼬 씨의 주말이 잘 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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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13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또(!) 첫추천이에요!

예쁘다. 네꼬님 예뻐요.

네꼬 2012-08-13 09:08   좋아요 0 | URL
레고 손, 돼지 손 네꼬라도 예뻐해주시겠습니까? 엉터리 조각보는 뒷모습이 더 가관입니다만. =_= 다락님, 안녕? 난 잠들기 직전에 다락님 페이퍼를 읽었죠.

굿바이 2012-08-1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는, 사랑하는, 좋아하는, 손때 묻은 어떤 시집"이 저랑 같아요!!! 신나요 ^___^

네꼬 2012-08-13 13:08   좋아요 0 | URL
동지! (덥석)
이 시집이 저랑 굿바이님을 만나게 해주는 암호로군요! 으하핫.

... 2012-08-1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레고손, 왠지 친근하군요 하핫^^;;

네꼬 2012-08-13 13:09   좋아요 0 | URL
발로 하는지 손으로 하는지 알 수 없는 바느질이었어요. 아, 이게 남이 한 거면 내가 얼마나 놀릴까. 아깝다! (응?)

moonnight 2012-08-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너무 사랑스러워요. >.< 화분에 물을 주는 남편에게 큰소리로 시를 읽어주는 새댁아기씨!!! 예쁘다. 정말. ㅠ_ㅠ
조각보 잘 만드셨는걸요. 색깔이 참 좋아요. 요즘 조카아이가 닌자고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레고손이라고 하시니 굉장히 친근감이. ^^ 하여간에, 저보다는 솜씨가 좋으세요. 저는 발이 손에 붙었다는. -_-;;;;;;;;;;;;;;;;;;

네꼬 2012-08-13 13:11   좋아요 0 | URL
어머나, 문나잇님, 쑥스럽게. (실제로는 늙은 새댁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_= 여기까지 할게요.)
바느질한 부분을 보여드릴까 했다가 그건 너무 자학 같아서 (ㅠㅠ) 예뻐 보이게 했어요. 노란색, 사진보다 더 예쁜데. ^^ 혹시라도 완성을 정말 하게 되면 다시 보여드릴게요. (어제 제가 남편한테 한 첫 마디가 바로 "나 이거 발로 하고 있는 거야?"였어요.)

레와 2012-08-1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네꼬님 예뻐예뻐! ^^

저도 요즘 조각보나 홈패션(미싱?)에 관심이 가요.
직접 배우면 또 너무 잘할 것 같아서..ㅋㅋㅋㅋ 참고 있어요.ㅋㅋㅋ

다락방 2012-08-13 11:57   좋아요 0 | URL
너무 잘할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왜이렇게 웃겨요 레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12-08-13 13: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웃곀ㅋㅋㅋㅋㅋ 잘 참아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웃겨

치니 2012-08-1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이고, 네꼬 씨는 왤케 글을 재미나게 씁니까요. ㅎㅎㅎ 시도 좋고 글도 좋고, 심지어 조각보도 이쁘지만! ㅋㅋ 저는 착하디 착한 남편 님 부분에 젤 많이 눈이 가네요. 화분에 물을 주며 아내가 낭송하는 시를 듣는 남편, 조각보를 만들어보겠노라고 큰소리 치는 아내에게 오냐오냐 맞장구를 쳐주는 남편, 아, 눙물이 날 정도로 멋져요.

네꼬 2012-08-13 13:14   좋아요 0 | URL
왜 '조각보' 부분에서 ㅋㅋ 이신 거죠?! 하하하하. 네 고작 네 장 붙였는데 저 모양이니 다 붙이면 어떻게 될지 앞이 캄캄해요. ㅋㅋㅋㅋ 남편은 처음부터 불규칙한 패턴으로 하라고 했는데 나름대로는 정갈하게 하겠다고 고집을.(<-이 부분 쓰면서 저 또 웃었어요. 기가 막혀서.) 착한 남편이 이 댓글 보면 막 부끄러워할 거예요. 좋아할 거예요. 으앙. 보고 싶은 치니님.

프레이야 2012-08-1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레고손!! 전에 조막만한 얼굴 가렸던 그 가녀린 손이 레고손이었던 거에요? ㅎㅎ
그래도 저보다 낫네요. 전 생각조차 안 해본 게 저런 거에요. 조각보 만들기라니요.
그래도 색색깔이 아주 예뻐요:)
예쁜 네꼬님 집에서 풍기는 깨소금 냄새가 여기까지 날아와요~~~

네꼬 2012-08-14 09:15   좋아요 0 | URL
조막만한 얼굴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굴 보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충동적으로 시작한 조각보를, 어제 술을 먹었는데도 두 장 더 붙이고 잤습니다. 할수록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웃겨요. 저의 레고 손. ㅠ

하늘바람 2012-08-1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이 넘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저 조각보 탐나고 넘 이쁘네요.
나도 하고 싶다

네꼬 2012-08-16 11: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조각보는 열심히 이어 붙이고 있어요. 언젠가, 완성할 수 있..다면 공개할게요. ㅎㅎ

미남 2012-08-20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여긴 다 미남미녀에 아름다운 공기!

네꼬 2012-08-20 09:22   좋아요 0 | URL
미남미녀만 있으니 공기도 아름다울 수밖에요. 크핫. (그나저나, 설마 혹시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혹시 오신 건가요!)

미남 2012-08-20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불어, 고맙습니다.

네꼬 2012-08-20 09:16   좋아요 0 | URL
이것 참. 고맙습니다. 그런 말씀 들으니 영광이어요, 미남님! :)

네꼬 2012-08-20 13:28   좋아요 0 | URL
근데 실은 "어머!"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살짝 아닌 척하고 점잖게 써봤어요.

킁킁 2012-08-2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각보 사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크크 웃음이.. 어서 조각보 완성하셔서 세상 모든 레고손과 돼지손에게 용기를 주세요!

네꼬 2012-08-22 09:13   좋아요 0 | URL
킁킁님 안녕하세요? ^^ 조각보 뒤를 보시면 크크 정도가 아닐 거예요.. "레고손도 할 수 있다_조각보 편" 기대해 주세요. 크하하.
 
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탐험`이 직업인 사람의 요통 투병기라니. `별로 의미는 없지만 재미있는 책읽기`를 하고 싶어서 골랐는데 꽤 재미있고 뜻밖에 의미도 있는 책이었다. 어쨌거나 집요한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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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8-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을 거 같아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

네꼬 2012-08-13 13:26   좋아요 0 | URL
읏흠. 문나잇님은 책 워낙 많이 읽으시니까, 별 셋밖에 안 줄 수도 있어요. 저는 술술 넘어가는 바람에 별 하나 더 준 거거든요. ㅎㅎ (근데 일단 요통을 탐험한다는 게 웃기잖아요!)
 
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2년 7월
절판


재앙과 위험은 의식하면 오히려 내 쪽으로 들이닥치는 경향이 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에서 차를 운전할 때, 앞에서 오는 트럭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오히려 트럭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와 똑같다.
야구 감독 노무라 씨도 선수 지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볼일 때 치지 마라'고 지도하면 안 된다. 주의력이 볼에만 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스트라이크를 쳐라'고 말해야 한다."
부정적인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인간의 의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요통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요통은 괴롭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을수록 통증이 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요통은 곤란한 동반자이자 잔손이 많이 가는 어린아이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괴로움이 늘어난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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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초라해진 오후. 여전히 덥고 난 곧 외근이고, 한약은 썼고, 맥주는 먹고 싶고, 그래서 잠시 딴짓을 한다. 그것도 유치한 딴짓.

 

*

 

며칠 전 남편이 과자를 구웠다.

반죽하는 옆에서 알짱거리다가 나도 조금 얻어서 동참.

 

 

 

 

 

 

토끼, 불가사리, 세모, 지렁이, 외계인이 내 작품. 이렇게 비뚤어진 나 보란 듯, 남편은 스마일 과자를 만들었다. 물론 앉은자리에서 내가 홀랑 다 먹어 버렸지만.

 

 

크헛, 나 동화는 못 쓰지만 남편이랑 과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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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0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런거 완전 잘 느끼는데. 누군가는 일도 열심히 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걸 깨닫고 초라해지는 오후, 같은, 그런거. 그래서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풀죽어 있는 그런 기분, 완전 잘 아는데..

그런데 푸하하하 과자굽는 남편이라니, 옆에서 거드는 아내라니. 좋으네요. 저 안그래도 밑에 과자 보고 저건 설마 지렁이...입니까? 라고 물을라고 했는데 지렁이래. 아...네꼬님아 이러지마, 지렁이 과자를 만들지마, 나 슬퍼요. 흑흑. 과자가 징그러워, 과자가 징그럽다고. 흑흑 ㅜㅜ

다락방 2012-08-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또 지렁이 같은거 만들면 추천 안할거에욧!!

네꼬 2012-08-06 16:08   좋아요 0 | URL
다락님아, 지렁이가 어때서? (추천 취소는 못하니까...) 과자인 지렁이는 물렁거리지도 않고 오도독... (아아 미안해요, 안 그럴게.)

지렁이는 안 만들게요. 대신 다음엔 공룡. ♡

레와 2012-08-06 16:17   좋아요 0 | URL
지렁이 과자라니..! 네꼬님은 정말 사랑스럽고 특별(?)한 고양이군요! ㅎㅎ

네꼬 2012-08-06 16:29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 지렁이보다 외계인이 더 자랑인데...=_= 헤헤, 나도 참... 주책이야.. ㅠ

웽스북스 2012-08-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계인 과자가 더 맘에 들어요. 저 표정 좋아요. 짝눈하며. ㅋㅋ

네꼬 2012-08-06 22:42   좋아요 0 | URL
오 역시 웬디양님 ㅎㅎ 처음부터 저렇게 못된 외계인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닌데.. -_- 그만 눈 때문에... 근데 나도 만들고 넘 좋아했어요. ㅎㅎ

웽스북스 2012-08-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일 쟤는 착한척하지만 썩소짓는애임. ㅋㅋㅋㅋ

네꼬 2012-08-06 22: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난 또 그걸 몰랐네! 예리한 웬디님.

구차달님, 저는 먹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참 다행이어요. ㅎㅎ 그리고 전 어수선한 거 엄청 좋아해요. 아까 구차달님 서재 갔더니 저처럼 어수선한 사람이 댓글 달면 안 될 것 같아서 뒷걸음질로 살살 나왔는걸요. ㅎㅎ

moonnight 2012-08-0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워. 네꼬님. >.< 외계인이랑 지렁이 불가사리 다 너무 좋아요. ㅋㅋ. 남편분의 스마일도 깜찍하고요. ^^ 과자굽는 커플이라니. 너무 사랑스럽잖아욧. (왠지 버럭;;;)
다음의 공룡과자도 기대할께요!

그나저나, 일도 열심히 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은 바로 네꼬님 아니신가요? ^^

네꼬 2012-08-09 11: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사람은 네꼬 씨 아니고요, 물론.

제 자랑 같아서 그렇지만, 사실 공룡과자는 제가 좀 자신이 있습니다. 네, 언제 기회가 되면 꼭 보여 드리지요. 공룡만두는 어떠신가요? (뭐래)

L.SHIN 2012-08-0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지나칠 수가 없는 제목...에 와봤더니, 사랑스런 과자들이.

그래요,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거의 매일 초라해지는 나날". "맥주는 왜 그런지 요즘 써서 먹고 싶지만 먹을 수가 없고",
"백만년 만에 이 시간에 서재질을 하고 있는 내 가슴은 벌렁벌렁거리며 '니가 지금 이럴 때야'라고 스스로 질책하면서도 댓글을 달고 있는 손은 멈춰지지도 않는 -
더운 오후".

네꼬 2012-08-09 11:23   좋아요 0 | URL
아이코, 외계인님 오래간만이에요! 으아, 그러게 엘신님이 드셔야 하는 과자로군요 ㅎㅎ 다음엔 몸통까지(응?) 만들어볼게요. 지금은 더운 오전. (그나저나 반가워요!)
 

거대한 들통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같이 찐만두가 되어가는 날들. 누군가는 "끝을 알고 견디고 싶다. 멸망의 날짜를 알려 달라!"고 울부짖고, 누군가는 자동차 보닛에 계란후라이를 해보는 날들. 사람도 나뭇잎도 다같이 울적한 얼굴로 축 늘어져 고통을 견디는 날들. 그런데 나는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에어컨을 마구 틀어 대고 있다. 나는 절제도 모르고, 환경에 해를 끼치며, 거리를 더 덥게 하고.. 하여간 나밖에 모른다... 그래, 나밖에 모른다! 나란 여자 이기적인 여자.

 

에어컨의 자애로운 품에 안겨 밀렸던 책읽기를 몰아서 하고 보니 소설, 동화, 그림책, 에세이가 뒤죽박죽. 그래, 내가 언제는 질서정연했다고... 나란 여자 산만한 여자.

 

 

 <킁킁이가 간다 1, 2>라는 굉장한 책을 읽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의 생태를 알려주는 지식 그림책인데, 설명은 쉽고 그림이 엄청 좋다. 동물마다 심플한 그림 -> 호기심을 끄는 짤막한 만화 -> 아름다운 그림과 글 -> 생김새와 생태를 파헤쳐 보기 -> 마무리 만화 -> 그리기 순서로 알게 된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전학년이 봐도 좋고, 모든 좋은 어린이책이 그렇듯이 어른이 봐도 된다. 실은 나도 몇 번이나 여기 나오는 삵을 따라 그렸다. 엄청 잘 그린다, 나. (V)

 

'앵거스 시리즈'를 샀다. 오래 전에 보고 좋아했었는데, 요새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불타오르고 있어서, 리퍼브도서 매장에 간 김에 확 사버렸다. 집에 와서는 그동안 이 책을 안 보고 어떻게 살아나 싶게 읽고 또 읽었다. 조그만 강아지 앵거스는 호기심에 오리들을 쫓아다니다 된통 혼나지만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시간은 딱 삼 분. 늘 제것을 빼앗는 고양이를 미워하지만 막상 안 보이면 찾고, 때로는 세상이 궁금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그렇다, 바로 어린이의 상징. 그림은 딱 앵거스의 키 높이에서 그려져, 강아지 특유의 자세와 행동이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이 책이 1930년대에 나왔다는 거....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런 책 읽고 자랐다는 거....

 

*엇, 짧게 써야 되는데

 

<꿈꾸는 징검돌>은 화가 박수근의 어린시절 어느 날을 그림책 작가 김용철이 이야기로 복원한 그림책이다. 징검돌에 그림을 그리느라 삼매경에 빠진 소년 수근의 이마 위 물그림자가 얼마나 예쁜지, 나는 우리집 거실에 그 장면을 펼쳐 며칠동안 전시(?)해 두었다.

 

최나미 단편동화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에는 삐딱한(?) 동화들이 실려 있다. 보통'동화'에서는 조연으로 나오거나 안 나올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보통 동화에서는 살짝 문제제기가 되거나 안 될 (응?) 이야깃감이 주제가 된다. 이를테면 표제작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의 주인공은 지각도 하고 가끔 선생님한테 말대꾸도 하고 친구랑 다투기도 하는 보통 아이인데, '천사표' 친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쁜 애가 되는 곤경에 처한다. (이거, 제 얘기예요?) 작가가 아이들한테 "너 이런 적 있었지?" "너도 이런 적 있었지?" 하면서 "그런 꽁한 마음 원래 다 드는 거야. 괜찮아. 그리고 (비밀인데) 꼭 착한 아이 안 돼도 돼. ㅋㅋ"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완전 좋다 이 책.

 

* 앗, 짧게 짧게.

 

<놀기 과외>는 사실 쓸 말이 없는데.. 이건 그냥 내 기분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동화들이 과대평가되어 소개된 것 같다. 일부의 어떤 동경 때문은 아닐까? 근거는 없고 진짜 그냥 기분.

 

 

 

 

 

 

이 유명한(!) 책을 그래, 엄청 뒤늦게 읽었는데 엄청 이상했다! 1988년에 서양 사람들은 막 이런 야한 책 읽으면서 막 좋아했던 거야? 음흉한 사람들!

 

 

 

 

 

성석제라면, '고수가 돌아왔다'는 담백한 한 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입담계의 아트이자 재담계의 클래식'이라는 광고문구가 싫었는데, 그게 책을 사서 보니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의 표현이어서 저으기 놀랐다. 일개 독자이자 성석제의 오랜 팬으로서는 그런 표현이 이 작품을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이 쓴 글'처럼 느끼게 하는 듯해 못내 못마땅하다. 오히려 표지에 인용된 그림(띠지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이 작품의 성격을 더 잘 보여준다. 장편소설답게, 진경산수화처럼 기품있게 그려진 풍경, 물밖과 물속, 강과 산에서 펼쳐지는 크고작은 전투들, 여럿의 욕망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찰진 서사와 대사. 그래서 웃길 때 진짜 빵 터지는 거다, 성석제 소설은.

 

 다 읽고 나서 혼잣말을 해봤다. "어떡하지, 다들." 크고 작은 비극, 오래됐거나 새것인 비극, 혼자의 것이거나 가족의 것인 비극. 한숨을 쉬며 읽어가면서 주인공들에게 마음 속으로 계속 잔소리를 했다. 그런 남자라면 귀싸대기를 때려야지, 왜 곱게 돌아서! 그러게 만삭의 몸이면서, 그 반지 잃어버리고 말지 거기가 어디라고 내려가! 어쩌겠어 그냥 짐 챙겨서 나오지, 왜 버티다가 집에 물이 차도록 있어.... 하지만 마지막 작품 '서른'에서만큼은 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불행의 피라미드.

 

 

<1945, 철원>은 보기 드문 청소년역사소설. 십대는 제 삶만도 언제나 격랑 속에 있는 법인데, 해방의 그날은 어땠을까. 양반집 종으로 살던 경애, 공산주의 사상을 갖고 있으나 양반집 막내 도련님인 기수, 양반의 자부심으로 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은혜.. 아이들이 몸으로 겪은 해방과 이후의 혼란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충격적인 것이었다. 읽노라면 중간에 그만 두기 어렵고 몇 번쯤 놀라게 된다. 극중 어떻게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기회주의자이자 사기꾼 나쁜 자식이 하나 나오는데 그 이름은 기영박. 나쁜 자식 기영박..... 다분히 누군가 연상되는 이름이잖아.

 

 

 

*

 

 

 

 

 

 

 

힐링 캠프에 안철수가 나온 날 밤, 나는 남편한테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물었다. 문재인은 어떻게 해? 안철수는 대선 나오려면 당 만들어야 될 텐데, 지금부터 해도 될까? 만약에 안철수 쪽으로 단일화되면 민주통합당은 후보 없이 선거운동 하는 셈인데 시장 선거도 아니고 대선인데... 그러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노무현 보고 싶네." 그렇게 말하니 왈칵 그런 마음이 올라왔다. 그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이런 이야길 하게 됐을까? 어찌 됐든 노무현의 명예는 많이 다쳤을 거고, 우린 계속 그를 욕했을 거고, 누가 돼도 똑같다고 쓰게 웃었겠지. 지금처럼 사람 귀한 줄 모르고 내 일처럼 걱정하진 않았겠지. 그러고 보면 그 사람, 너무 불쌍해. 어떻게 한 사람한테 그런 운명이 주어졌을까? 너무 불쌍하고, 너무 미안해.

 

안철수에겐 생각이라는 말이, 문재인에겐 운명이라는 말이 마침 더 어울린다. <안철수의 생각>은 대답하는 책이라기보다 묻는 책이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무얼 짚어야 하는지, 이 대목에서 나(안철수)의 생각은 이런데 너(독자)의 생각은 어떤지.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 그런 나를 지지한다는 건지. 그런 걸 미리 밝혀주어 고맙고, 덕분에 나도 몇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된다 해도,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어서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미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 문재인 쪽에 더 마음이 간다. <안철수의 생각>에 비하면 <문재인의 운명>은 개인적인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그가 살아온 길이 결국 그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니 그것으로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니 하는 카피로 사람들을 걱정시키기도 했지만, 그는 남의 말을 들었고 고쳤다. 이후로도 그의 팀은 사실 미덥지 않다.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노무현에게는 문재인이 있었지만, 지금 문재인에게는 그런 문재인이 없으니까. 이 가을이 어떻게 지나갈지 모르겠지만, 두 분 모두 파이팅이에요. 나도, 내 친구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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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8-0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왈왈! ㅎㅎ 나도 따라해봐요. 우리 두리 너무 보고싶어요. 엉엉.

네꼬 2012-08-06 10:08   좋아요 0 | URL
헤헤, 치니님이 왈왈 하시니까 완전 그럴듯해요 (응?) 으헝. 저도 그 두리가 보고 싶군요. ㅠㅠ

레와 2012-08-0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없이 살수가 없어요. 엉엉 ㅠ ㅠ

네꼬 2012-08-06 10:09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누구 말마따나 원래 인류는 멸망해야 하는데, 에어컨 덕에 살아 남은 것 같아요. ㅠㅠ

moonnight 2012-08-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짧게 짧게. 는 안 돼요. 네꼬님은 길게 길게 글을 써 달라. ^^

네꼬 2012-08-09 11:23   좋아요 0 | URL
재밌게 길게 써야 되는데 나는 꼭 페이퍼를 쓰면 잔소리가 많아지더라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