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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7월달인가 참여연대가 주최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에 참가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1박2일 체험한 것을 7월 2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은적이 있었다.
차 의원은 “쌀과 마트에서 세일하는 쌀국수 1봉지. 미트볼 한 봉지. 참치캔 1개.전부 합해 3710원으로. 이 정도면 세끼 식사용으로 충분하다.황도 한 캔도 먹었고. 먹을거리로 쓰고 남은 돈 1620원 중 1000원은 사회에 기부했다. 하룻밤을 잘 자고 난 다음 날 아침 주변을 산책했고. 돌아오면서 조간신문 1부를 600원에 샀다. 문화생활을 한 셈을 단돈 6300원으로 황제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체험담을 올렸다가 네티즌한테 뭇매를 맞았던 것이다.
차명진 의원이 지급받은 최저 생계비로 책정된 세끼 식사비 6300원으로 국수나 라면등을 하루 정도는 먹을 수 있지만 매일 먹기는 불가능하고 여기에는 가구집기비. 의료비. 교육비. 교통통신비등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는 비현실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비 현실적인 금액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수두룩 하다.
최저 생계비로 한달나기에 참여한 것처럼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알기 위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불안정 노동의 문제점을 이야기해온 기자들이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겨레 21 한 시사주간지 사회팀 기자들이 한 달간 ‘빈곤 노동’의 현장(에 서울 갈빗집과 인천 감자탕집, 서울의 한 대형마트, 경기도 마석 가구공장, 안산 난로공장에 위장취업’하여 경험한 일터와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책을 꾸민 것이 바로 4천원 인생이다.
4천원 인생에서 4천원은 2009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을 의미하는데 바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보고 사는 평범한 이웃들인 이땅의 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4천원 인생에서 여자인 임지선 기자는 갈비집과 감자탕집에, 안수찬 기자는 대형마트의 양념불고기 굽는 매대에, 전종휘 기자는 마석가구단지에, 임인택 기자는 안산 난로조립 공장에 취직해서 그들은 거기서 여성근로, 이주노동(불법이민), 고졸알바, 공장파견을 경험하며 그런 노동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며, 지옥 같은지에 대해 낱낱이 밝혀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달 투잡,쓰리잡을 하면서 마트에서 고기를 구우며,양념육을 팔며,냉동고에서 계란을 꺼내 매장에 진열하는 일을 하고 월급 100만원 내외를 받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남편의 사업 부도 이후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100만원을 받으며 자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버는 우리 어머니의 서글픈 자화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이 책에서는 그런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쓰여져 있고 이 4개의 직장만이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우리 이웃들이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예상한 대로 마음이 무척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악조건 속에서, 생리통이 심할 때도 그릇이 쌓여있는 냉장고 앞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감자탕집 아줌마들에 대해서 읽으면서 이처럼 인간임을 잊게 만드는 노동에 종사하면서 노동하고 받은 대가 겨우 4천원인가 하는데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정부의 각종 통계와 정책들은 장미빛 전망으로 넘쳐 났지만(오늘도 미국과 FTA가 타결되어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거라고 한다),늘 서민들 입장에서 현실은 더 나빠지기만 했던 여성 노동, 청년 노동, 이주 노동, 파견 노동의 현장의 모습이 적나라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느꼈던 사실은 '4천원인생'들이라고 불리우는 우리의 이웃들이 점심시간에 잠시 등 붙일 곳조차 없고 그리고 맘 편히 휴일을 보낼 수 없다는 점과 안정된 고용을 보장 받지 못하고, 4대보험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하루 하루 연명하고 있으며 그러한 비참한 삶이 자식에게로 대물림되기조차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선거 기간마다 왜 투표로써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하루 하루 시급 4천원으로 연명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그것은 커다란 사치이기에 정치적으로 무력할 수 밖에 없고 지금보다 더 낳은 환경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현재에 그저 순응하는 태도로만 살아 가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 사회가 이런 노동으로 지탱해가고 있다는게 너무 불안하고 또 일하는 사람들을 너무 불행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그러면서 책속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의 젊은이들과 요 며칠전 국내 제 1그룹의 사장이 된 모 회장의 두 남매가 겹쳐서 눈앞에 떠오른다.
사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암담한 우리 현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 역시 왜 이렇게 날 불편하게 하느냐” “그렇다면 도대체 대안이 뭐냐”라고 되묻는다.이 점에 대해서는 저자들도 마찬가지다.
글 말미에 저자들은 '이 책에 적힌 노동은 숫자가 아니다. 복잡한 정책도 아니다. 강력한 구호는 더구나 아니다. 다만 글로 옮기는 것조차 불편한 현실이다. 가난한 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들의 부모와 자식은 왜 가난한 노동자인가. 그들은 왜 아무 말 없이 감정과 의견도 숨기고 닫힌 세계를 인내하는가.라고 말한다.
이 책은 노동의 문제를 구조와 제도로 치환하지 않고, 정책적 대안을 공연히 병렬하지도 않고, 오직 그들의 감정과 경험과 일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만 애를 썼는데 『4천원 인생』은 비정규직 문제, 불안정 노동의 문제,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 빈곤층)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현실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시도로 아마도 저자들이 맨 처음 기획한 의도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이런 책을 쓴 저자에게 대안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그들은 단순히 사실을 취재하여 우리에게 전달하는 기자이기 때문이다.그 사실을 가지고 변화를 시켜야 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4천원 인생은 누구나 될 수 있다.현재의 대학생들이 졸업하면 바로 88만원 세대,4천원 시급 인생으로 전락하고,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 명태,황태,사오정이 되거나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 바로 사모님 소리를 듣던 사람이 바로 식당에서 시급 4천원 인생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는 곳 근처에 한 일년전에 새로 생긴 빵 가게가 있었다.아마 퇴직을 하고 돈을 탈탈 털어 제 2의 인생을 준비했던 부부였는데 한 달전인가 아르바이트 비용을 달라고 데모하던 여학생을 본적이 있었다.아니 벼룩의 간을 빼먹지 하며 속으로 욕을하고 그 빵집을 가지 않았었는데 며칠전부터 임대합니다란 팻말이 붙고 가게는 문을 닫고 말았다.무슨 사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장사가 안되서 그런지 아르바이트생의 월급도 못주고 망해 버린 모양이었다.이처럼 어제의 빵집 사장도 내일의 4천원 인생이 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를 4천원 인생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다.기자들이 잠입 취재했던 가구 공장이나 난로 공장의 사장도 그들이 납품하는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에 직원들의 봉급을 깍아 견뎌 보다가 결국은 부도나고 4천원 인생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가 4천원 인생을 보면서 잠시 여기에 등장하는 업체의 사장들을 욕하며 분노하기 보다(말
은 그렇게 했지만 책속에 나오는 기자들이 근무한 사장들의 모습은 정말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그 자체였다)는 그들의 아픔을 느끼며 고통을 알면서 4천원 인생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언제든지 내일의 그들이 될수 있는 우리가 더 나은 노동조건이 보장되도록 대통령이 그토록 목 놓아 부르짖는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항상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이 사회가 변화되도록 노력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과 각부 장관들,각 당의 국회의원들,그리고 대한민국의 10%를 자부하는 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