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아마 여러가지 작은 이벤트들로 아 나이를 먹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겠지만... 오늘 아침.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잠깐 사이, 옆의 거울 속에 비친, 내 뺨에 '아직도' 남아 있는 베개자국 만큼 절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겠나 싶다. 이제 정말 피부에 탄력성이라는 건 남아 나지 않은 건가.

 

이눔의 탄력성을 회복하려면 우째야 하나...를 잠시 생각했는데, 흠. 방법이 그닥 없구나 에잇. 그만 생각하자. 그러고는 그냥 버스에 올라타 자버렸다. 잠도... 예전엔 좀 무리해도 5시간 정도 자면 거뜬 해졌는데 요즘엔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기 일쑤이고 다음날 출근하는 버스에서도 머리를 창에 부딪히며 자주어야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이것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지.

 

어제 그제 회사에서 지독하게 굴었다. 너무나 화가 났고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그래서 휴가 다녀온 가뿐한 마음은 바로 날려버려졌고. 그리고 어제 마무리가 되었으나 그런 마무리는 진정 상처다. 도대체 사람들 마음 속에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인 거냐. 이게 말이 되냐. 를 두고 어제 그제 내내 속이 아플 정도로 배신감과 실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피부에는 탄력성이 떨어지고 자도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것도 맞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내가 이제 '연륜'이라는 게 쌓였구나 를 느끼는 가장 정점은 오늘 아침의 기분 같은 거다. 어제 그제 그렇게 화를 내고 버럭 거렸지만, 오늘 아침 출근하는 마음은... 그래 세상 별 거 있니. 그러려니 하자. 이래 봐야 나만 손해지. 그냥 차분하게 지내자구. 라는 자기위로가 담뿍 먹힌 상태라는 거다. 어렸을 때는 이런 일이 있을 때 술 퍼먹고 몇날 며칠을 뿌루퉁하게 지내고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도 풀리지 않는 피부와 피곤처럼, 에너지가 이젠 모자라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낮아진 에너지 준위가 내 일상을 평화롭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버티며 지내보자 라는 마음도 먹게 해주고. 나이 먹는 게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껴본다. 물론 나이 먹는 건 기본적으로는 쓸쓸하고 슬픈 일인 듯 하지만.

 

커피 한잔에 오늘을 시작해본다. 그래. 이런 시기에는 그저 자기안에 침잠하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제일이다. 날뛰고 해봐야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 때는 몸을 내맡기고 마음의 열을 한껏 내려 지내는 것이 방법이고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거다. 경주 갈 때 가볍게 읽으려고 들고 갔다가 없는 시간에 <Axt> 읽느라 펴보지도 못하고 고이 도로 가지고 올라왔었던 책이다. 이제 읽어야지 하고 펴들었던 게 일요일 밤이었는데, 어제 그제 펄펄 뛰느라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 아직 몇 장 못 읽었다. 이번 주말 되기 전에 쭈욱 한번 읽어봐야겠다.

 

 

 

 

 

 

 

 

 

 

오늘자 네이버 이영미 칼럼에 야구인 조계현 KIA 코치의 이야기가 실렸다.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380&aid=0000000909

 

많은 이야기들이 실렸지만 말미에 중국 도연명 시인의 글을 인용한 게 마음에 와닿는다.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다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옳다

 

고마운 글귀다. 마음에 새겨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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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8-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귀거래사를 외우려고 낑낑거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저런 구절도 있었던가 싶습니다. ㅎㅎㅎ

비연 2016-08-25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첨 보는...^^;;;;; 근데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런지 마음에 콕 박히네요~

cyrus 2016-08-2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 새벽 일찍 눈이 떠집니다. 일찍 자도 일찍 일어나는 패턴에 나이 먹어서 기력이 떨어진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ㅠㅠ

비연 2016-08-25 12:53   좋아요 0 | URL
흠... 전 일찍 자도 늦게 일어나는...ㅜ 기력이 딸려 몸이 침대에서 안 떨어진다는...
근데 cyrus님은 저보다는 한참 젊으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카스피 2016-08-2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새벽 3시쯤 자서 아침 7시 반에 일어나는데 역시나 오전에는 졸립더군요^^;;;

비연 2016-08-29 08:15   좋아요 0 | URL
새벽 3시! 우왕... 전 11시쯤부터 꾸벅꾸벅이에요. 야행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드니 이젠 야행성이고 뭐고 없이 그냥 졸려요...ㅡㅡ;;;
 

 

나는 회사에 오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이트가... 회사 메일이 아니라 알라딘이다. 흠. 딱히 책을 사겠다는 건 아니고 (아시는 아시겠지만 한달에 두번만 구입한다고 작심한 지... 일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 페이퍼도 쓰고 리뷰도 쓰고 신간도 보고.. 그렇게 커피 한잔에 일이십분 잘 누린 후 일을 시작하는 게 나의 일상이다 이거다. 회사에 오자마자, 일 스타트! 이거 넘 낭만이 없잖아...

 

오늘은 심지어 휴가를 마치고 와서, 8월의 하반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책구매에 들어갔다. 어제부로 추진하던 일이 나가리가 되었고 그래서 오늘 나는 아침에 매우 한가했다. 쩝. 그러다가 누군가와 회사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책을 샀다는 얘기를 했다.

 

"헉. 회사에서 쇼핑몰에 들어갔어요?"

"흠? 아니. 쇼핑몰이 아니라 알라딘. 서점이야."

"그게 책 쇼핑몰 이잖아욧!"

 

아 그런가? 난 알라딘을 한번도 쇼핑몰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알라딘은 내게 있어 놀이터? 뭐 그런 개념으로 책을 산다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그 사람 말대로 알라딘은 옷이나 가방을 파는 곳과 마찬가지로 '책'을 파는 곳이 맞았다. 나는 여기에서 늘 책을 사니까. 이럴 수가. 그렇구나. 멍...

 

그러면서 회사 사람은 계속 궁시렁거린다. 로그를 다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당신의 로그를 다 뒤질 수 있고 회사에서 그런 거에 들어가서 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이 나타나면 무슨 짓을 당할 지 모른다는 둥, 이거이거 이런 각박한 시기에 살아남는 법을 알려줘야 하겠다는 둥, 자기는 네이버에도 접속하지 않으며 지도와 사전만 따로 빼내서 들어간다는 둥.... 아. 그래야 하는 거구나. 그러고보니 업무시간에 알라딘에 들어와있는 게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구나. 멍...

 

그래서 항상 켜놓고 있던 알라딘을 오늘은 끄고 일에 관련된 내용만 띄워놓기 시작했다. 바로 오늘부터 말이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왔고 양치질을 했고 화장을 고쳤고... 그러고나니 알라딘이 궁금해졌다. 어차피 버린 몸. 그냥 들어가? 라는 생각이 뇌에서 스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즐겨찾기의 알라딘 사이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이건 지독한 습관이다.

 

아뭏든, 그런 얘기까지 들었으니 회사에 와서 알라딘 '쇼핑'을 하는 것만큼은 피해야겠다 싶다. 책은 옷이나 가방 등의 대상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어폐가 있는 거였다. 다 쇼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어쨌든, 난 오늘도 책을 여러권 사버렸다. 이따가 무통장입금을 하고 나면 이번 주 중으로 도착은 하겠지 라고 생각하니... 룰루. 기뻐진다. 회사에서 로그를 검색한다고 해도 할 수 없지 뭐. 집에 가면 늦고 그래서 노트북 켜는 게 힘겹고 그래서 알라딘 들어올 시기를 놓치곤 하니, 대낮에 회사에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이 말씀이다. 흠.. 그래도 조금은 자중해야지 라며 소심성 발휘.

 

*

 

오며 가며 [Axt]를 읽다보니 우리나라 요즘 작가들의 이름이 귀와 눈에 자꾸 꽂히게 된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정유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흥미도 이 연유인 것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몇 권 구입하게 되었다. 문득, 집 책장에 우리나라 어떤 작가들의 책이 꽂혀 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설이나 에세이 위주로 말이다)... 박완서, 박민규, 공지영, 박경리, 김원일, 이문구, 류시화, 이문열, 김연수, 신경숙, 조정래, 최명희, 최인호, 김훈... 생각보다 꽤 많은 작가들의 책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최근 작가들의 책을 읽지 않았다 뿐이지, 그래도 나름 챙겨보고 있었구나 싶다.

 

이번에 산 것들은...

 

 

 

 

 

 

 

 

 

 

 

 

 

 

 

 

 

 

 

 

 

정유정 작품 중에는 <7년의 밤> 낙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일단 먼저 보기로.

이응준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정말 [Axt]를 보고 처음 접햇는데 쓰는 스타일이 내 마음에 들어서 이름을 따로 기억해두고 작품을 찾아보았다. 이 책...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거 아닌가.. 라는 기억이 있는데 어쨌든 가장 대표작 같아서 일단 낙점.

이병률의 산문집은 워낙 호평이라 진작부터 사기로 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낙점.

 

그리고, [릿터 Littor]도 창간호를 샀다.

 

 

문예지가 갑자기 부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하나 정도는 정기 구독을 하려고 한다. [Axt]가 가격대도 좋고 내용도 좋은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기는 하는데, 이왕 정기 구독할 거, 좀 다른 것들도 경험해보고 정해야지 싶어서 [릿터]도 냉큼. [미스테리아]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문예지를... 좀더 순수문학 쪽에 가까운 것으로 읽고 싶다는 난데없는(!) 소망 때문이라면 이유가 될라나. (뭥미..=.=;;)

 

 

 

 

 

 

 

 

 

그리고, 또 산 책들. 내가 이거 몇 권 사고 관둘 자가 아니지..ㅜ

 

 

무조건 <사피엔스>는 도착하자마자 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호평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나 또한 흥미가 있어서이다. <독서의 역사>는... 책에 관련한 책들 워낙 다 사대니.. 나중에 한꺼번에 읽을까? 라는 마음에 쌓이기만 하고 있다.

 

 

 

 

 

 

 

 

 

서점 관련한 책들도 그저 다 사고 있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책장에 그대로.. 있지만, <시바타 신..>은 다들 좋다고 좋다고 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아 본다. 멕베스순경 시리즈의 3번째 편인 <외지인의 죽음>.. 이거 뭐 읽기 시작했으니 내친 김에 다 읽어버렷! 하는 마음으로 버튼 꾸욱.

 

 

 

 

 

 

 

 

*

 

 

누군가들은 이야기한다. 이렇게 계속 책을 사면 다 읽냐. 시간이 많은가 보다 책을 이리 사서 읽어 대고...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다 못 읽는다.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읽겠는가. 아직도 못 읽고 사두기만 한 책들이 집에 하나가득이다. 하지만 그래도 산다. 왜? 그냥 취미라고 해두자. 책사는 게 취미. 나는 옷에도 액세서리에도 가방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피부관리를 받는다거나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늘 우중충인 것은... 별도로 하고) 그런 데에 쓸 돈을 책에 쓸 뿐이고. 그게 취미일 뿐이고. 또 내가 사두면 우리 엄마나 올케가 가져가서 읽기도 하니까 그냥 내 책장이 책대여소 비스므레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또.. 알라딘 전체적으로 볼 때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사는가? 는 아닌 것도 같고.

 

그리고, 사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보는 건 아니다. 알라디너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활자중독 비슷한 게 있어서 책이 보이지 않으면 좀 불안해진다. 그래서 늘 책을 가지고 다니고 5분 10분 틈내서 보는 것 뿐이다. 지하철, 버스,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 공연이나 영화를 기다릴 때 등등등의 짜투리 시간. 그리고 자기 전 한두시간을 꼭 읽고 자는 것... 이 정도다. 요즘은 체력이 떨어져서 자기 전에 책 읽다가 몇 번 얼굴로 떨어뜨려서 압사당할 뻔 한 적도 더러 있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고.

 

자기 전 책 보는 습관은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고... 엄마가 그렇게 하시는 걸 늘 봐서 그냥 그게 당연한 걸로 생각되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70대이신데도 여전히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보다 주무신다. 요즘 무슨 책을 읽으시냐고? 무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고등학교 때인가 그랬는데 엄마가 추천해줘서 읽었더랬다. 나는 우리 엄마의 이 습관을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배여버린 엄마로부터의 습관을 또한 사랑한다.

 

아. 회사 로그에 장시간이 남겠다. 이제 그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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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 2016-08-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할일 없으면 맨날 알라딘 기웃거리는데

비연 2016-08-23 16: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부자아빠님. 이게 알라디너들 공통사항 일 것 같아요...^^

부자아빠 2016-08-2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책 산건 받았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비연 2016-08-23 16:57   좋아요 0 | URL
부자아빠님, 좋은 하루 되세요~^^

부자아빠 2016-08-2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즐독 하세요

비연 2016-08-23 22:40   좋아요 0 | URL
네엡~^^

yureka01 2016-08-2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책 쇼핑몰은 또 처음 듣네요....
책 안읽는 사람은 서점은 상점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싶긴해요....ㄷㄷㄷㄷ
하기야 상점이나 서점이나 둘다 점은 점이었으니까요....

바람으로는 책에서 만큼은 좀 너그러워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다른 제품과 달리 좀 특별취급받았으면 하구요 ㅎ

비연 2016-08-23 22:40   좋아요 1 | URL
저두요 유레카님~ 책쇼핑몰이라니... 안 어울리는 말 아닌가 싶은 거에요. 역시 제 마음 알아주는 분들은 알라디너들뿐!

cyrus 2016-08-2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블로그를 알려주지 않아요. 알려줘봤자 읽을 사람이 없을 것 같고, 글 왜 쓰느냐고 쓸데없이 물어볼까봐 안 알려줘요. ^^

비연 2016-08-24 14:55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블로그 안 알려줘요 ㅎㅎ 회사 얘기도 가끔 나오고 지인들 얘기도 가끔 하는데 보면 좀 그렇기도 하고. 제 주변에 책 보러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도 않구요.

Sira 2016-08-2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 컴퓨터 켜면 하는 일이 알라딘 들어와서 신간 뭐있나, 새로운 굿즈는 뭐가 있나 보는게 일과랍니다. 어머님이 정말 멋지세요! 저도 늘 책을 끼고 사는데 남편은 볼 때마다 책읽는 선비는 가난한 법이라며 타박하고, 엄마의 이런 점을 닮았으면 하는 딸애는 죽어라고 책을 안 읽습니다.

비연 2016-08-30 00:22   좋아요 0 | URL
앗 저랑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책읽는 선비라니 ㅎㅎ 남편분이 재미나신 듯~ 딸애는 지금은 그래도 크면 엄마를 닮지 않을까요~?
 

 

다음 주가 휴가이다. 월요일이 광복절이니, 나흘 휴가를 받은 셈이다. 이렇게 며칠을 연달아 휴가내 본 지가 꽤 되어서 괜히 설렌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ㅜ) 그래서 오늘부터가 휴가인 양 하루하루가 소중히 다가온다. 휴가계획을 거창하게 세운 것도 아니고 뭔가 유별난 일을 도모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평화롭고 안온하고 차분한 휴가를 보내고 싶을 뿐.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잠을 설쳐 (정말 열대야 이렇게 계속 되다간 헐크가 되어 버릴 지경이다. 몇번을 깨는 지...) 무거운 머리를 억지로 들어 올리고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내가 애정하는 강남역 스타벅스로 슈슈슝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호박당근케잌을 주문했다. 토요일 아침은 늘 이렇게 먹곤 한다. 집에서 애매한 시간에 나오기도 하고 주말까지 엄마한테 아침 얻어먹기도 그래서 괜챦다 말씀드리고 나와 먹는 식단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벅스 커피와 맛난 케잌이 놓여 있고 지금 너무나 잘 읽고 있는 책 (<멀고도 가까운>.. 진정 멋진 책이다. 이 얘길 할 기회가 또 있겠지)이 놓여 있다. 일본에서 사온 필통에는 다양한 펜들이 잘 포진되어 있고 아.. 그 아래 중국어 교재들... 보기에는 참 아름답구나.. ㅎㅎㅎ 어쨌든 오늘 아침, 스타벅스 어느 자리 책상위에 펼쳐진 나의 '것'들이 너무 좋아서 말이다. 중국어는 뒤로 미루고 커피와 케잌을 벗하며 잠시 책을 읽었더랬다.

 

그리고 나서, 근처 사보텐에 들러 큰 새우 한마리 장엄하게 얹어진 카레를 먹고, 중국어 학원에 총총히 향했다. 학원 1층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아메리카노 하나를 비장하게 사들고는 학원 수업에 임한다. 세 시간의 고문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내가 내 돈 내고 이게 무슨 짓이냔 말이다) 오늘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라며 혼자 좋아라 내려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오늘은 꼭 사들고 가야할 책이 있어서 2층 서점에 달려 간다. 학원 건물에 있어서인지 20대 연인들이 마치 자기 방인 양 한 켠에서 크게 웃고 떠들고 하지만, 오늘은 그게 왠지 화로 치밀어 오르진 않는다. 그냥, 저리 좋을까 쯔쯔 라는 약간의 한탄만 하며 스윽 지나친... 역시 휴가는 사람을 온유하게 해!

 

 

 

 

 

 

 

 

 

 

 

 

 

 

 

 

 

 

사실, 휴가를 경주로 가게 되어 있어서 경주여행 서적 하나만 사려고 간 거였다. 깜빡 잊고 주문을 못했던 터라, 오프라인으로 사야지 했던 거다. <..레시피>를 살 것이냐 <쉼표..>를 살 것이냐 망설이다가 이번엔 <..레시피>쪽으로 낙점.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 보게 된 거지. 마음에.. 한 권으로 나가긴 그렇지 이왕 산 거 더 없나 라는 심정이 불쑥.

 

역시 지인이 추천한 중국어 회화 책에 손이 갔다. 아.. 이제 중국어 교재 그만 사야 하는데... 돈만 들이지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있어서 정말 살까 말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샀다. 철푸덕. 이게 마지막이야. 이건 고전이고 가장 유명한 회화책이래. 심지어, 지인이 mp3도 보내준다고 했잖아.. 라는 백만 천만 변명거리들이 마음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랐지 뭔가.

 

그리고 돌아나오는 길, 아 주말인데 이번 주의 추리소설은 M.C.비턴의 책으로 가볍게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또 불쑥. (미침) 검색해보니 어라 없다?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에 서점 직원에게 문의. 이거 없나요? 없다고 뜨는데 혹시나 해서. 직원이 검색해보더니 없긴 한데.. 하면서 소설 코너로 간다. 나랑 같이 두리번 두리번... 그리고 내가 먼저 "앗! 저기 있어요!" 라며 직원이 뭐라 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가 쓰윽 빼내고 있었다. ... 어쨌거나 이러저러해서 세 권 들고 나왔다 이 말씀.

 

책정 정리하고 책 산다던 비연은... 비연이 아니었던 거다. 바연이나 비얀이나 뭐 그런 거였을거야. 사실 더 사고 싶은 책들이 있었지만 무겁기도 했고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고 해서 일단 패스. 뭐였냐 하면.... <Axt> 최신호를 보다 보니 정유정 인터뷰가 있어서.. (표지인물이다) 좀 읽어보니 흠? 이 사람 책 읽어보면 좋겠는 걸? 했다. 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정유정 등의 우리나라 소설가들 책을 거의 안 읽은 편이라, 정유정의 책 또한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 한 권 정도는 읽어볼 만 하겠다 싶다 벼르고 있는 중이다.

 

 

일단 이 두 권이 대상이다. 내가 우리나라 소설가들 책을 읽지 않는 건, 글재주만 있거나, 말이 많거나,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경우가 흔치않게 발견되어서이다. 편견일 수도 있고... 그러나 아직 그 편견을 깰 만한 작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있다.

 

박민규를 좋아하는데, 표절 시비가 있고 나서는 좀 시들해진 게 사실이다. 또.. 김연수의 <지지않는다는 말> 정도는 읽었던 것 같고. 최근 작가들은 여기까지 인 듯. 그 예전의 작가들은 꽤 읽었언 것 같은데. 박완서의 글 좋아하고 또... 없나.ㅜㅜ

 

이제 경주여행 갈 때 볼 책을 고르는 기쁨이 남았다. 으하하. 학회 참석이 2박 3일이고, 그냥 여행이 2박 3일이니 하루가 겹쳐 4박 5일. 책을 적어도 3권은 가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 고른 건, 기차에서 읽을, 아직 다 못읽은 <Axt> 최신호. <릿터>도 한 권 사서 갈까 싶다. 문예지의 부흥. 적극 호응해줄 의사가 있다. 나머지 2권은 뭘 가져 갈까나... 설레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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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학회, 즐거운 휴가 되세요^^

비연 2016-08-13 23:02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요~^^ 더욱 힘내어 의미있는 휴가를.. ㅋㅋ

blanca 2016-08-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기만 해도 비연님의 여유가 전해져 와 기분이 몽글몽글 좋네요.

비연 2016-08-14 11:33   좋아요 0 | URL
우히히~ blanca님... 이런 여유 정말 좋네요^^ 몽글몽글 이란 단어, 마음에 콩 와닿아요!
 

 

네이버 메일에 들어갔는데, 못 보던 이름이 발신자로 된 메일이 눈에 띈다.

 

"박란"

 

흠. 어쩐지 스팸의 스멜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언제 이런 이름을 알았나? 라고 갸우뚱했는데 제목이 [알라딘] 이달의 마이페이퍼 당선을... 이라고 되어 있어서... 아. 스팸이라도 열어보자 라고 생각하고는 눈 딱 감고 클릭했더니만....

 

 

***

 

안녕하세요인터넷 서점 알라딘 운영자입니다.

이달의 당선작 발표 및 당첨 안내 메일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알라딘 사이트에서 작성해주신 마이페이퍼가 이번 달 이달의 마이페이퍼에 당선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와 함께 알라딘에서 사용하실 수 있는 적립금 20000고객님의 계정에 넣어드렸습니다.

당선자 내역은 http://blog.aladin.co.kr/town/winner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선 후 3개월 이내에 해당 리뷰나 페이퍼가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될 경우

 

당선이 취소되어 당선축하금도 반납 처리되오니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허걱!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 이달의 당선작이 된 것도 모자라, 적립금이 20,000원 지급되었다는 메일! 허겁지겁 알라딘에 들어와 확인해보니.. 맞네. 아 감격.

이런 거 많이 받으시는 분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저로선 이게 백만년만의 일인지라 감격에 겨웠다고 고백을... 게다가 적립금. (이 부분 넘 강조하니까 좀 없어보이긴 하지만.. ^^;;)

스팸이라 오해했던 알라딘 박란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멋진 메일 감사합니다.. 우히힛.

참고로 당선된 페이퍼는 아래 ↓ 의 것.

http://blog.aladin.co.kr/camus/8655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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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6-08-1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비연 2016-08-11 20:37   좋아요 0 | URL
감사요 감사요~^^

겨울호랑이 2016-08-11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비연 2016-08-11 20: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16-08-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비연 2016-08-11 21:0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cyrus 2016-08-1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당선작으로 뽑힐만한 아주 좋은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

비연 2016-08-11 21:07   좋아요 0 | URL
cyrus님.. 부끄럽습니다.. 염치불구하고 감사~

yureka01 2016-08-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알라딘 선정위원분들이 모두 알리딘 회원분들이거든요..어필되어서 당선되셨을거예요..^^..

비연 2016-08-12 07:28   좋아요 1 | URL
앗 그런거에요? 더욱 고맙고 기쁘네요~^^

samadhi(眞我) 2016-08-1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합니다. 첫 당선 느낌 짜릿하지요.

비연 2016-08-13 19:39   좋아요 0 | URL
ㅋㅋ 아주 오래전에 당선되었던 적도 있는 것 같은데, 기억에 없으니 첫 당선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드네요... 축하 감사요~^^
 

 

 

 

 

 

 

 

 

 

 

 

 

 

 

 

 

외국에서 직접 내게로 공수가 되어 날아온다. 으하하하하.

 

희곡 형식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만빵이다. 해리가 30대 후반이 되어 마법부에 근무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지니 위즐리와 무려 아이셋을 낳았는데 그 중 막내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말썽(?)을 부리는 내용이라는데 말이다.

 

그 전 일곱 권도 하드커버 짱짱한 걸로 보관... 아... 일 권을 조카가 가져가서 안 가져왔구나. 이 아이, 라면받침으로 쓰고 있을 것 같은데...ㅜㅜ;;; 그냥 나머지도 다 주고 읽고 싶을 때 읽으라고 할까... 라면받침, 냄비받침.. 간혹 베개... 이렇게 다양하게 쓰일라나. 쩝.

 

암튼, 이 책이 나오자마자 나에게 온다니, 일단은 좋다. 따끈따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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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8-1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려요. 책 기다림은 참 설레는 일이죠.

아래 글 - 당분간 책 구매 금지 - 글을 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알라디너들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저도 결심 결심 하곤 하죠. 많이 읽고 사자, 하고요.
아, 그런데 사고 싶은 책이 어제 두 권 또 생겼답니다. 7월에 세 권 샀는데 말이죠.
신간은 아닌데 심리학 서적이라, 이건 꼭 사야 돼, 하고 있답니다. ㅋ

비연 2016-08-11 18:37   좋아요 0 | URL
책은 사도 사도 또 사고 싶고... 이건 뭔 조화일까요...ㅠ 알라디너들의 공통 고민이자 즐거움(?)이기도 할 것 같은...

2016-08-1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