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가 휴가이다. 월요일이 광복절이니, 나흘 휴가를 받은 셈이다. 이렇게 며칠을 연달아 휴가내 본 지가 꽤 되어서 괜히 설렌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ㅜ) 그래서 오늘부터가 휴가인 양 하루하루가 소중히 다가온다. 휴가계획을 거창하게 세운 것도 아니고 뭔가 유별난 일을 도모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평화롭고 안온하고 차분한 휴가를 보내고 싶을 뿐.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잠을 설쳐 (정말 열대야 이렇게 계속 되다간 헐크가 되어 버릴 지경이다. 몇번을 깨는 지...) 무거운 머리를 억지로 들어 올리고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내가 애정하는 강남역 스타벅스로 슈슈슝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호박당근케잌을 주문했다. 토요일 아침은 늘 이렇게 먹곤 한다. 집에서 애매한 시간에 나오기도 하고 주말까지 엄마한테 아침 얻어먹기도 그래서 괜챦다 말씀드리고 나와 먹는 식단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벅스 커피와 맛난 케잌이 놓여 있고 지금 너무나 잘 읽고 있는 책 (<멀고도 가까운>.. 진정 멋진 책이다. 이 얘길 할 기회가 또 있겠지)이 놓여 있다. 일본에서 사온 필통에는 다양한 펜들이 잘 포진되어 있고 아.. 그 아래 중국어 교재들... 보기에는 참 아름답구나.. ㅎㅎㅎ 어쨌든 오늘 아침, 스타벅스 어느 자리 책상위에 펼쳐진 나의 '것'들이 너무 좋아서 말이다. 중국어는 뒤로 미루고 커피와 케잌을 벗하며 잠시 책을 읽었더랬다.

 

그리고 나서, 근처 사보텐에 들러 큰 새우 한마리 장엄하게 얹어진 카레를 먹고, 중국어 학원에 총총히 향했다. 학원 1층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집에서 아메리카노 하나를 비장하게 사들고는 학원 수업에 임한다. 세 시간의 고문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내가 내 돈 내고 이게 무슨 짓이냔 말이다) 오늘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라며 혼자 좋아라 내려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오늘은 꼭 사들고 가야할 책이 있어서 2층 서점에 달려 간다. 학원 건물에 있어서인지 20대 연인들이 마치 자기 방인 양 한 켠에서 크게 웃고 떠들고 하지만, 오늘은 그게 왠지 화로 치밀어 오르진 않는다. 그냥, 저리 좋을까 쯔쯔 라는 약간의 한탄만 하며 스윽 지나친... 역시 휴가는 사람을 온유하게 해!

 

 

 

 

 

 

 

 

 

 

 

 

 

 

 

 

 

 

사실, 휴가를 경주로 가게 되어 있어서 경주여행 서적 하나만 사려고 간 거였다. 깜빡 잊고 주문을 못했던 터라, 오프라인으로 사야지 했던 거다. <..레시피>를 살 것이냐 <쉼표..>를 살 것이냐 망설이다가 이번엔 <..레시피>쪽으로 낙점.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 보게 된 거지. 마음에.. 한 권으로 나가긴 그렇지 이왕 산 거 더 없나 라는 심정이 불쑥.

 

역시 지인이 추천한 중국어 회화 책에 손이 갔다. 아.. 이제 중국어 교재 그만 사야 하는데... 돈만 들이지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있어서 정말 살까 말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샀다. 철푸덕. 이게 마지막이야. 이건 고전이고 가장 유명한 회화책이래. 심지어, 지인이 mp3도 보내준다고 했잖아.. 라는 백만 천만 변명거리들이 마음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랐지 뭔가.

 

그리고 돌아나오는 길, 아 주말인데 이번 주의 추리소설은 M.C.비턴의 책으로 가볍게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또 불쑥. (미침) 검색해보니 어라 없다?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에 서점 직원에게 문의. 이거 없나요? 없다고 뜨는데 혹시나 해서. 직원이 검색해보더니 없긴 한데.. 하면서 소설 코너로 간다. 나랑 같이 두리번 두리번... 그리고 내가 먼저 "앗! 저기 있어요!" 라며 직원이 뭐라 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가 쓰윽 빼내고 있었다. ... 어쨌거나 이러저러해서 세 권 들고 나왔다 이 말씀.

 

책정 정리하고 책 산다던 비연은... 비연이 아니었던 거다. 바연이나 비얀이나 뭐 그런 거였을거야. 사실 더 사고 싶은 책들이 있었지만 무겁기도 했고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고 해서 일단 패스. 뭐였냐 하면.... <Axt> 최신호를 보다 보니 정유정 인터뷰가 있어서.. (표지인물이다) 좀 읽어보니 흠? 이 사람 책 읽어보면 좋겠는 걸? 했다. 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정유정 등의 우리나라 소설가들 책을 거의 안 읽은 편이라, 정유정의 책 또한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 한 권 정도는 읽어볼 만 하겠다 싶다 벼르고 있는 중이다.

 

 

일단 이 두 권이 대상이다. 내가 우리나라 소설가들 책을 읽지 않는 건, 글재주만 있거나, 말이 많거나,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경우가 흔치않게 발견되어서이다. 편견일 수도 있고... 그러나 아직 그 편견을 깰 만한 작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있다.

 

박민규를 좋아하는데, 표절 시비가 있고 나서는 좀 시들해진 게 사실이다. 또.. 김연수의 <지지않는다는 말> 정도는 읽었던 것 같고. 최근 작가들은 여기까지 인 듯. 그 예전의 작가들은 꽤 읽었언 것 같은데. 박완서의 글 좋아하고 또... 없나.ㅜㅜ

 

이제 경주여행 갈 때 볼 책을 고르는 기쁨이 남았다. 으하하. 학회 참석이 2박 3일이고, 그냥 여행이 2박 3일이니 하루가 겹쳐 4박 5일. 책을 적어도 3권은 가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 고른 건, 기차에서 읽을, 아직 다 못읽은 <Axt> 최신호. <릿터>도 한 권 사서 갈까 싶다. 문예지의 부흥. 적극 호응해줄 의사가 있다. 나머지 2권은 뭘 가져 갈까나... 설레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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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1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학회, 즐거운 휴가 되세요^^

비연 2016-08-13 23:02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감사요~^^ 더욱 힘내어 의미있는 휴가를.. ㅋㅋ

blanca 2016-08-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기만 해도 비연님의 여유가 전해져 와 기분이 몽글몽글 좋네요.

비연 2016-08-14 11:33   좋아요 0 | URL
우히히~ blanca님... 이런 여유 정말 좋네요^^ 몽글몽글 이란 단어, 마음에 콩 와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