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 용혜는 보통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 맛은 역겹고 소화도 시키지 못하고 토하고 만다. 그나마 생고기는 먹을만하고 시체냄새는 너무나 맛있게 느껴지고 그 냄새를 맡으면 더욱 강렬한 허기를 느끼지만 필사적으로 견뎌낸다. 그런 자신의 남다른 식욕과 자신의 몸을 뒤덮은 붉은 반점 때문에 용혜는 자신이 괴물이라 생각한다. 그런중에 캠핑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자신을 찾아왔던 사람이 실종된 사건 등이 이어지고 용혜는 자신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들을 쫓는 전직형사 재현, 용혜에게 집착하는 촬영감독 석중 등의 인물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하고 괴물의 표지로 여겨졌던 붉은 반점은 사실은 괴물이 되지않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 인간성을 지켜낸 표시란걸 알게 된다.안전가옥에선 내 취향의 소설이 많이 나와서 좋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탐정 역할의 에리사와 센이 내 인생 캐릭터가 될 수 있을지도? 곤충을 좋아하고 연구하며 곤충채집 등을 이유로 떠돌아다니다시피 하는 에리사와는 그 비범한 관찰력과 따뜻한 마음, 올곧은 정신으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곤 한다. 에리사와가 아니었다면 사건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덮혔을 상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게 되고 그가 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면 일어났을 사건을 막아내기도 한다. 그래서 후더닛, 와이더닛이 아닌 왓더닛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노리즈키 린타로가 말하기도 했고 이 표현이 적절했다고 느꼈다. 에리사와 센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베일에 싸인 듯 하면서 작품마다 그 베일 안쪽을 조금씩 엿보는듯한 느낌으로 그에 대해 점차 알아가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더 알고 싶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더 접하고 싶다고 바라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곤충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귀한 덤이다.좀 우스운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을 산건 우선 내 취향의 표지와 감성적인 제목에 끌려서였고, 막상 띠지에 적혀있는 심사위원 만장일치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라는건 책을 다 읽고 작가후기와 추천사 등을 읽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
오래전에 작가의 <영원의 아이>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책을 사서 소장하고 있다. 읽은지가 워낙 오래되었고 바로 얼마전에 읽은 책도 가물거릴만큼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져서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텐도 아라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밀려있는 10여권의 책을 제치고 먼저 사서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달랐던 전개에 의외의 범인. 사건 자체도 딱히 임팩트가 없었다. 그건 사건이 대단치않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흔한? 사건이어서다. 술이나 약을 먹여서 정신을 못차리는 여성을 몇명의 남성이 강간하고, 가해자들은 풀려나고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는 것. 외부에선 능력있고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남편의 아내와 자식에 대한 폭력이라든지, 술만 안 마시면 좋은 사람이라는데 술만 들어가면 변하는 남자라든지... 너무 흔해서 별 임팩트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을.이 소설의 강점은 사건을 쫓는 재미가 아니라 이런 사건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가해자들의 심리나 피해자들의 고통 등을 생각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하는데 있다. 사소한 표현이나 호칭에서 부터 변해가다보면 생각도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마초인 구라오카가 파트너인 시바의 지적대로 생각해가며 스스로 바꾸고 다른 이에게도 바뀌도록 권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젠더 크라임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젠더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이 자신보다 약한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않고 열등한 존재, 폭력을 가해도 괜찮은 존재로 보는데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많이 흔하게 드러나는 것이 젠더 크라임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각자 상처를 안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의 사장님의 후기가 소설만큼 재미있다는 것도 꼭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