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차들은 온갖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이웃집들을볼 수 있었는데, 그 집들은 마치 집안에 있는 질병 때문인 것처럼 언제나 블라인드를 드리우고 있었다. 실제로 집 안에는 질병이 있었다. 소모된 삶이라는 질병이. - P20

붐비는 터미널과 도시와 비를 거쳐 오는 동안 랜드는 막연하.
지만 어떤 황홀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는 긴 여행에 맥이 빠져 병든 닭처럼 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갈라지며밝은 빛 속에서 그 모든 것의 상징이 우뚝 드러났다. 심장이 뛰었다. 마치 그가 도망치고 있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이상하고도 강렬한 방식으로 뛰고 있었다. - P45

겨울이 지나갔다. 그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학창 시절의 첫해처럼 희미해졌다. 그가 외로웠다는 것을, 빛과 온기를 부러워하며 그 일부가 되고 싶었으면서도 그러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는것을 그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위에서는 에귀유가 반짝거렸다. 산은 잠들고 빙하는 눈 속에숨어 있었다. - P81

그리하여 가장 위험한 시도가, 비록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정당성에 의해 아름다워진다. 암벽에는 약점이 있고 결함이 있다. 그 약점과 결함으로 암벽의 매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 P88

그는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지 같은 일들이 설명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뭔가가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가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으려 한지극히 가치 있는 단 한 가지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었다. - P121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네. 그는 캐벗에게 편지를 썼다. 난 죽음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잃었어. 요즘은 혼자서만 산에 오르네. 트리올레 북벽과 베르트의 쿠트리에를 올랐지. 환상적이었어. 말로 다 설명할순 없네.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자넨 어떻게 지내? - P174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그들이 말했다.
"산이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195

그는 샤모니를 생각했다. 맑은 아침 공기와 그곳 역에 서 있는 모습을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와 어깨에 둘러맨 등반장비에서 나는, 절거덕거리는 쇠붙이의 엄숙하고 믿음직한 소리를 떠올렸다. 여기서는 고난이 불행이지만, 거기서는 고난이 인생의 풍취였다. - P214

인간의 얼굴은 항상 변하지만 완전히 완벽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모습을 갖춘 것이다. 그것은 불변의 얼굴이다. 그날 랜드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런 순간이 그에게 찾아들었다. 그는 서른 살이었고-사실은 서른한살이었다-그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워커가 있었다. - P227

발아래 긴 직선거리가 그의 발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갑자기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이 휑했다. 연신 침을 삼켰다. 그는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위는 용서가 없었다. 만약 집중력을 잃는다면, 의지를 잃는다면, 바위는 그가 살아남아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바람이불었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자, 힘을내. 캐벗이라면 힘을 냈을것이다. 르슈카 식당의 그 사내벽에 붙은 사진 속 인물인 예전의 랜드 자신을 말함도 그랬을 것이다. - P230

그는 가능한 한 멀리까지 나아갔고, 최대한 높이 올라갔다.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다. 무릎이 떨리기 시작했고,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미끄러지기싫어서 계속 필사적으로 홀드를 붙들고 싶었으나 그 대신 양팔을 활짝 뻗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성자처럼 떨어졌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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