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초로느꼈던 감정은 순전한 우울과 진심 어린 동정심이었다. 그러나 바틀비의쓸쓸함이 내 상상 속에서 점점 커져갈수록, 그만큼 바로 그 우울은 두려움으로, 그 동정심은 혐오감으로 녹아들었다. 비참함에 대한 생각이나 비참한 광경은 어느 선까지는 우리에게 가장 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몇몇 특별한 경우 그 선을 넘어서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동시에 끔찍한 진실이다. 그 이유가 예외 없이 인간의 마음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탓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히려그것은 과도한 구조적 악을 고칠 희망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동정심은 때로 고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동정심이 효과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상식은 영혼에게 동정심을 떨치라고 명한다. 그날 아침에 본 것으로 인해 나는 그 필경사가 선천적 - P50
핵심은,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가정을 내가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 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정보다는 선택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