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스마트폰 사진 한 장 - 감성쟁이으니의 사진 여행
조정은 지음 / 성안당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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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출사하는 게 아니면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추억을 남기곤 한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 대부분 아이폰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를 '카메라'로 꼽을 정도였으니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렇다보니 셀카는 물론 풍경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남기게 되는데, 간혹 SNS에 올라오는 핫플레이스 포토존은 똑같은 구도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처럼 같은 장소라도 남들과는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노하우를 한껏 담은 책이 바로 『나를 위한 스마트폰 사진 한 장』이다.




Ⅰ 스마트폰 촬영을 위한 기본기 다지기


카메라 메뉴를 잘 알고 활용하면 급한 상황에서도 안정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스마트폰 카메라 조작법은 구성만 다를 뿐 사용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상이 스마트폰이라 해도 구도를 잘 잡을 수 있게끔 기본기가 세세하게 분석되어 있어 읽는 내내 놀라웠다.

DSLR과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에 대한 차이를 비교분석한 것부터 셔터속도, 화이트밸런스 등 촬영을 하기에 앞서 스마트폰 세팅법까지, 사진과 함께 첨부되어 있어 누구나 따라하기 쉽다.

인물사진의 경우, 수평 혹은 수직 구도로 잡았을 경우 어떻게 촬영을 해야 하는지도 나와있어 사진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덧붙여, 스마트폰 사진 보관 팁까지 수록되어 있어 활용하기에 좋다.




Ⅱ 구도를 배우며 촬영하기


사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하였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물 사진 구도에 맞춰 실전 촬영을 해봐야 한다.

먼저, 스마트폰 사진은 구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촬영해야 한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이 삼분할, 황금분할, 삼각형, 사선, 점, 선, 면 등이다.

안정적인 삼분할부터 구도 잡기 유용한 선, 공간을 활용한 면까지!

저자가 직접 여행다니며 찍었던 구도들이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Ⅲ인싸가 되는 사진 속의 그곳


여행 가서 한 장 제대로 남겨오는 것이야말로 모두의 바람이다.

대부분 여행을 가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장소를 단순히 눈으로만 담진 않는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사진을 담는 것도 여행의 이유가 아니겠는가.

좋은 사진에는 아름다운 장소와 배경이 늘 함께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는 43가지의 아름다운 곳이 소개되어 있는데, QR코드까지 첨부되어 있어 네이버지도로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눈에 담기만 아까워 항상 꺼내게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으로 찰칵찰칵 찍어내 훗날 시간이 지나도 사진을 보며 그때를 상기하곤 한다.

이렇다보니 필름카메라는 물론 인스탁스, 캐논 Mark 2까지 가지고 있는데, 평상시에는 들고 다니기에 짐일 수밖에 없으니 제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간직하고 싶은 것은 다 사진으로 남기는지라 외장하드가 2개나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사진으로 많이 남기는 편이다. 아마 7-80%가 스마트폰으로 남겼던 사진일 것이다.

찍다 보면 늘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 예전에 찍은 사진들보면 참 어리숙하게 찍은 것들이 꽤 많다.

대학생이 되고서부턴 조금이라도 잘 찍고 싶어 사진과 관련된 책을 처음 봤었는데, 지금까지도 종종 보곤 한다.


지금까지 이런 사진책은 없었다.

이것은 책인가! 엽서북인가!

그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곳들이 한가득 모여 있어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들뜰 수가 없었다.

사진과 관련된 책을 꽤 읽어봤지만,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고 책 속 사진들이 그저 황홀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였던 책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책을 덮는 순간,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깐.

"여행 가고 싶다!"

장담컨대, 책을 통해 이해하고 익힌 뒤 사진을 찍고 나면 분명 그것은 '인생 사진'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최근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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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20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호테우 해변에 못 보던 게 생겼네요
전에는 낡은 배 한 척이 있었는데요.
사진 멋집니다^^

하나의책장 2022-12-16 20:11   좋아요 1 | URL
오오, 정말요? 제가 2019년에 가보고 올해 가봤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처음에 공항에 들어섰을 때는,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다 골프채 하나씩 수하물로 부치더라고요!
다들 제주도로 골프치러 가서 그런지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사람에 부대낀다는 느낌은 크게 못 받았었어요.
곧 마스크 해제되면 이전처럼 여행지들도 더 북적여지겠죠?

바람돌이 2022-10-20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래 사진을 보니 이 책을 왠지 봐야 할듯한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면 저렇게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

하나의책장 2022-12-16 20:12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을 보고선 제주도에 갔었던건데,
프로 수준은 아니지만 구도나 색감은 마음에 들게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mini74 2022-10-20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게 폰으로 찍은 사진이나리 하나님 👍

하나의책장 2022-12-16 20:13   좋아요 0 | URL
미니님이 너무 예쁘게 봐주셨어요😍

호우 2022-10-21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미 프로 사진가시네요.😃👍

하나의책장 2022-12-16 20:13   좋아요 0 | URL
호우님,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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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1월 1일 0시 기준으로 지구가 탄생했다면 식물은 11월 24일 이끼식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가 식물이라 부르는 생물의 가장 원시적인 단계는 이끼식물이다.

최초의 식물부터 지금의 식물까지 알고 싶다면, 45억 7000만 년이라는 지구의 역사와 지질시대를 훑어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식물들 중 가장 크고 작은 식물은 무엇이고 가장 빠르고 느리게 자라는 식물은 무엇이고 극한의 땅에서도 자라는 식물은 과연 무엇일까?

식물의 세계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 김진옥은 이화여자대학교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식물분류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원구원, 성신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식물분야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준박물관, 약령시 한의학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한국숲해설가협회 등에서 식물수업을 진행하였다.

저자, 소지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학사와 에코과학부 식물계통분류학 통합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 인천 국립 생물자원관, 허준박물관에서 과학 교육 담당 강사로 활동하며 자연과학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Ⅰ 크거나 작거나


2016년 7월, 전 세계가 이목이 한 식물에 집중되었다.

시체꽃이라고도 부르는 타이탄 아룸이 80년 만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수만 명이 이 꽃을 보기 위해 뉴욕식물원으로 몰렸고 꽃이 피고 지는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었다.

도대체 어떤 꽃이기에 모두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타이탄 아룸은 수마트라섬에만 있던 식물로, 현재는 전 세계 식물원에서 옮겨 심어 전시하고 있는데 대개 7-9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무엇보다 피어 있는 기간이 단 이틀 뿐이라 타이탄 아룸의 꽃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타이탄 아룸의 개화 소식이 들리면 모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단지 7-9년에 한 번, 그것도 이틀만 꽃을 피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이목을 한 번에 받는 것일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타이탄 아룸은 길이 3m, 너비 1.5m까지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꽃이란 꽃 한 송이가 아닌 꽃대에 달린 꽃 전체를 일컫고 있으니 정확하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차례'라 할 수 있겠다.

바깥쪽은 녹색의 잎, 안쪽은 마치 거대한 나팔 모양의 꽃잎이 피어나듯 검붉은 색을 띄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타이탄 아룸의 꽃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꽃차레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타이탄 아룸의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을 불염포라고 하는데, 이는 잎이 변형된 것으로 꽃차례 전체를 감싸안아 꽃차례를 보호하며 꽃가루를 옮기는 동물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카라와 안스리움의 꽃도 각각 흰색과 빨간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불염포로 싸여 있는 꽃차례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게 '진짜' 꽃은 어디에 있을까?

'진짜' 꽃은 불염포 안쪽으로 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연두색 기둥 아래쪽에 달려있다.

불염포가 감싸고 있어 자세히 볼 순 없지만 연두색 기둥 아래에 밑씨를 가진 작은 암꽃이 빼곡, 그 위로는 꽃가루를 가진 수꽃이 빼곡하게 달려 있다.

덧붙여 불염포가 감싸고 있어서 자세히 볼 수 없기도 하지만 방독면 없이는 관찰이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꽃이 풍기는 지독한 냄새 때문이다.

앞서 시체꽃이라고도 불린다고 언급했었는데, 그 냄새가 마치 썩어가는 고기와도 같아 얼마나 독한지 가까이 보려고 했던 사람들 중에 기절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틀이란 짦은 개화 시간 동안 성공적인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꽃차례에 거대한 크기, 강렬한 색깔, 지독한 냄새, 높은 온도 등 촘촘한 설계로 완벽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는 타이탄 아룸!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꽃이 아닌 나무로 넘어가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무엇일까?

열네 살쯤 가족들과 양평으로 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용문사에도 들러 은행나무 앞에서 막냇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쭉 뻗어있는 은행나무를 다 담아주려던 엄마의 열정이 빛을 발해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워 큰 액자로 뽑아 장식장 한편에 두었는데, 그때 찍었던 은행나무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은행나무이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의 키는 42m로 나이는 11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100년, 그렇다면 삼국시대에 싹을 틔워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쳤으니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은행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 식물로, 먹는 은행은 암나무에서 열리는 씨앗이다.

덧붙여, 황금빛의 절경을 보고싶다면 꼭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용문사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키가 큰 나무를 봤으니 작은 나무도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

제주도에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추운 곳이 있으니 바로 한라산 꼭대기이다.

땅에서부터 100m씩 올라갈수록 기온이 0.6℃씩 떨어지는데, 백록담의 기온은 한라산 아래보다 약 11℃ 더 낮다고 한다.

바로 백록담 바위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인 암매가 붙어 살고 있다.

암매는 돌에 피는 매화라는 뜻으로, 난쟁이버들과 막상막하를 이루며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에 속한다.

아무리 자라도 10m가 넘지 않아 서로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난쟁이버들과도 같다.

마치 전체적인 모습이 방석과도 같은데 암매는 백록담 바위에서 빈틈없이 빽빽하게 줄기를 얽혀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을 이겨낸다.

암매의 잎은 난쟁이버들의 잎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가죽처럼 반들반들하고 도톰해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살며 수명이 다해 죽더라도 줄기에 남아 태양열을 흡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암매는 어쩌다 백록담 바위에 붙어 살게 된 것일까?

사실 암매는 북쪽의 극지방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빙하기 때 점점 강해지는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렇게 정착한 곳이 제주도였다.

그런데 빙하기가 끝나고 날이 따뜻해지자 암매는 더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어 다시 올라가려 하는데, 한반도와 제주도가 바다를 두고 분리되니 갈 곳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땅을 피해 고도가 높은 곳으로 오르고 오르다보니 도착한 곳이 백록담이었던 것이다.

생명과학의 세계란 참으로 신기하다.

안타까운 것은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전체적인 기온이 올라가면서 암매는 백록담 꼭대기에서 올라갈 수도,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우리나라 멸정위기 1급 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Ⅱ 강하거나 독하거나 교묘하거나


식물이 독을 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식물에게 천적이라 하면 그 대상은 동물이 될 수도, 균이 될 수도 있다.

독이 강한 식물은 그렇지 못한 식물보다 잘 살아남을 뿐더러 자손을 많이 퍼뜨려 더더욱 강한 독을 강한 식물로 진화하게 된다.

식물의 독은 전체적으로 퍼져있기도 하고 잎, 열매, 씨앗 등에 집중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씨앗에 독을 품는 식물들이 많다.

씨앗이 자손을 남기는 직접적인 매개체이기에,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하려고 씨앗에 독을 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물의 씨앗이 가장 강한 독을 가지고 있을까?

바로 피마자의 씨앗이다.

피마자는 아주까리라고도 부르며 열대지방 전체에 널리 퍼져 있어 많은 사람이 심어 기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독한 식물로 기록되어 있는 피마자의 씨앗에는 소량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이 들어있다.

피마자의 씨앗에 들어있는 독의 실체는 리신으로, 리신은 생물무기금지협약 규제 목록에 올라와 있을 정도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리신을 무기화하기 위해 많은 실험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암살되었었다.

리신은 책을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CSI와 같은 범죄물 미드에서 일찍이 접해 사람에게 얼마나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이렇듯 리신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것은 바로 많은 사건의 중심에 올라왔었기 때문이다.

1978년 영국 런던의 한 버스정류장, 불가리아 정부를 반대하던 조지 마르코프가 불가리아의 비밀경호국 요원에게 살해당한다.

우산 끝에 다리를 찔렸다는데, 사실 우산은 우산을 가장한 무기였으며 끝에 리신을 넣은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1.7mm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사람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그렇게 리신이 들어있는 우산에 허벅지 뒤쪽을 찔린 마르코프는 처음에 벌레 물린 통증을 느끼다 그날 밤 열이 나기 시작했고 시름시름 앓다 4일 만에 사망하게 된다.

2013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게 리신이 들어있는 편지가 배달되어 테러 경계령이 내려졌었는데 용의자는 상원의원과 판사에게도 같은 편지를 보내 생물학적 무기 사용 시도 혐의로 25년 형을 받게 되었다.

가루로 만든 리신이라도 기침, 발열, 설사, 출혈 등이 나타나다가 결국은 사망에 이르고 만다.

리신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단 몸 속으로 들어오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세포에서 만들어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번식력이 좋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왜 피마자를 심어 기르는 것일까?

기원전 4000년경 이집트 무덤에서도 나온 것을 보면 유용하게 사용했던 식물임에는 틀림없다.

추정하건데, 피마자 씨앗에서 얻는 기름인 피마자유를 램프의 연료나 화장품, 의약품으로 쓴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다른 식물의 씨앗보다 월등히 많은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

지금도 피마자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여지고 있다.

금속이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윤활제, 상처 치유 연고, 램프 연료 등 여러 화학 분야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치명적인 독성에 반해, 사람들은 왜 기피하지 않는 것일까?

씨앗에만 독성이 있고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할 때 단백질인 리신이 기름에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80℃ 이상만 열을 가해도 파괴되기 때문에 독성은 쉽게 사라진다.




Ⅲ 지나치거나 열악하거나


전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곳, 아타카마 사막.

비가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리니 진정한 사막이라 할 수 있겠다.

오죽하면 화성 탐사 장비 테스트하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을까.

아타카마 사막은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여 생성된 지형으로, 소금 덩어리가 돌아다닐 정도로 염분이 많다.

해발 2000m가 넘는 고도이다 보니 낮은 여름처럼 더워도 밤은 겨울처럼 추워 계절에 상관없이 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곤 한다.

이렇게만 보면 극한의 공간이나 다름없으니 그 어떤 식물도 못 견딜 것 같다고 예상하겠지만, 살아가고 있는 식물이 있다.

너비 6m에 달하는 거대한 반구형의 모습을 한 식물, 그 주인공은 바로 야레타다.

야레타는 바위 근처에 붙어살며 극도의 건조함과 온도 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초대형 브로콜리처럼 생겼다고 한다.

야레타를 본 대부분은 신기하게 생긴 녹색 바위라고 생각하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 못 한다고 한다.

야레타는 물이 많은 곳에 살면서 포자로 번식하는 이끼가 아니라 극도의 건조함 속에서도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속씨식물이다.

1년에 겨우 1.4mm에서 4mm까지 자란다고 하니 녹색 바위처럼 생겼다고 본 야레타는 수백 년 동안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야레타의 생존 전략은 바위와 돌에 있다.

물이 없는 환경이 유리하기에 큰 돌이나 바위 근처에 붙어사는 야레타는 돌 위에 고여지는 물을 빠르게 흡수한다고 한다.

아타카마 사막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맞다. 다만 안갯속 수분이 높은 해발에 있는 돌 위에 닿으면 식어서 물방울로 변하게 되어 소량의 물이 고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낮에 강렬한 햇빛으로 데워진 돌이 밤의 추위 속에서 야레타를 따뜻하게 보호해준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건조하고 척박해지니 과학자들은 오늘도 아타카마 사막의 식물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극한의 조건에서도 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는 야레타는 정말이지 대단한 존재이다.

야레타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만들어낸다면 훗날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치원 때, 식물원에 다녀온 기억이 선명하다.

그 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식물이 바로 파리지옥이었다.

식물이 파리를 먹는다고?

설마! 했었지만, 살포시 앉은 파리를 꿀꺽 삼키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작은 식물은 무엇이고 가장 빠르고 느리게 자라는 식물은 무엇이고 극한의 땅에서도 자라는 식물인지, 총 30개의 식물을 통해 뜻깊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생명체는 결국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식물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생명과학의 세계가 이렇게나 신비로웠던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미생물에 이어 식물까지 책을 통해 접해보니 순간 그런 생각도 했었다.

'이과를 선택해서 과학을 배웠으면 참 좋았을텐데…'

생각해보니 서울대공원 내에 있는 식물원 들렸던 게 20살 때이니 식물원 안 가본지도 참 오래된 것 같다.

생각난 김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어제의 미생물에 이어 오늘의 식물이라니!

마치 짜여진 것 마냥 순서를 완벽하게 잡은 것 같아 뿌듯할 정도였다.

생명과학이 이렇게나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나, 정말로 과학 좋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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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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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 하늘의 별만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역시 또 다른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지구를 오늘날과 같은 행성으로 만든 것도 미생물이에요. 행성으로서의 지구는 우리 천문학자의 담당 영역이지요. 소행성, 혜성, 달, 다른 행성도 그렇고요. 우리는 멀리 어느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는지 아직 알지 못해요. 하지만 외계 생명체를 부지런히 찾고 있지요. 이런 수색에도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헬무트 융비르트 "미생물이 온갖 것에 연관되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에요. 한 사람의 신체 안에 있는 세균 수만 해도 100조 개에 이르거든요. 자그마치 우리 은하에 있는 별 개수의 500배에 해당하는 수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균의 총 개수는 관측 가능한 온 우주의 별보다 더 많고요. 미생물은 작지만, 온 세상에 존재해요! 그러므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면, 이 작은 생물체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천문학자인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의 대화를 듣고 나니 가슴 한 켠에서 궁금증과 동시에 설레임이 폭발했다.

내가 과학을 이렇게나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나 신비롭고도 무궁무진한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는데 책을 안 펼쳐볼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들을 통해 바라본 우리와 우주의 세계, 지금 미생물 사전을 통해 바로 확인해보자.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소행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행성 중 하나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기도 했다. 2008년에 그가 개설한 천문학 블로그 ‘Astrodicticum Simplex’는 현재 최다 방문객을 자랑하는 독일어권 인기 과학 블로그다.

저자, 헬무트 융비르트는 오스트리아의 칼 프란젠스 그라츠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아포토시스(세포자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같은 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및 인재 육성 센터에 근무했고, 2016년 10월 오스트리아 최초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 정교수로 임명되었다. 튀빙겐과 빈 대학에서 연구했고, ‘그라츠 참여실험실Mitmachlabore Graz’을 공동 설립했으며, ‘미각실험실Geschmacklabor’의 학술 분과장이자 사회·지식·커뮤니케이션 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의 모태에서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지는 경이로운 형상, 미생물


Schizomycete 분열균류는 의미가 전이되어 세포 분열로 증식하는 미생물을 뜻하게 되었다.

사실 이 말은 구체적인 생물을 칭하는 말로 이는 fungus 진균과는 무관했다.

지구상의 생물을 분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분열균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Brock의 미생물학》에 따르면, 미생물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미생물은 아주 미세한 단세포생물이다. 미세하게 작지만 세포는 없는 바이러스도 미생물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육안으로 볼 수 없으며, 단세포이며 무엇보다 미생물은 생물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생물 분류를 명확하게 하고자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을 '완벽'의 정도로 분류하여 인간을 자연의 사닥다리 최상단에 위치시키는 주관적 오류를 범하였는데, 물론 지금은 생물을 과학적으로 분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8세기, 자연과학자 칼 폰 린네는 식물과 동물이라는 두 '계'로 나누고 그 밑으로 강, 목, 과, 속, 종 같은 하위 그룹을 위치시켰다.

호모 사피엔스 종인 인간은 동물계 중에서 포유류 강에 속했고 포유류 강 안에서도 호미니드과에 속하였고 그 과에서 또 호모 속으로 세분화했다.

이렇게 생명체를 단순하게 동식물로 나누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미생물에 속하는 생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새로운 분류체계의 필요성을 대두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동물, 식물을 추가적으로 더해 대부분 단세포생물로 이루어진 원생생물이 또 하나의 계로 추가된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서, 균류를 식물계로부터 분리하고 원생생물을 진핵생물과 원핵생물로 나누었다.

그러다 1970년대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금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미생물학자 칼 워즈가 박테리아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필연적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보여도 유전적 분석으로는 전혀 달랐기에, 원핵생물을 세균과 고세균으로 분류하고 생물 분류 단계에서 계보다 높은 최상위 단계인 역을 두었다.

즉,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진핵생물과 세균 그리고-새로운-고세륜, 이렇게 세 가지 역으로 분류하였다.

지금도 새로운 제안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생물 분류 문제는 아직도 최종적으로 결론나지는 않았다.


올해는 특히 인명피해가 심각할 정도로 장마가 심했는데, 지금도 전세계에서는 홍수, 가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인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전세계가 작은 노력부터 천천히 실천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미생물 이야기에 앞서,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편에 나왔던 퀴즈 하나를 내볼까 한다.

문제! 소가 트림을 하면서 내뿜는 가스,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가스는?

정답은 메탄이다.

파아란 하늘 아래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들, 이러한 목가적인 풍경이 사실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소나 초원에게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 책임은 소와 풀을 서식 공간으로 삼는 미생물에 있다.

고세균인 메타노브레비박터 루미난티움은 메탄을 생성하는 단세포 미생물로, 현재 메탄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진 유일한 생물이다.

대기 중의 나머지 메탄은 지질활동으로부터 배출되는데, 고세균들은 산소가 없는 환경을 선호하므로 소의 위나 장이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서식 공간이다.

소의 내장에서 메탄이 만들어 내면 자연스레 메탄은 소의 위장 안에 남아있게 되니 소의 트림이나 방귀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메탄가스는 무색무취로, 기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메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퍼센트 정도이며 그중 동물사육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니,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35퍼센트 이상이 축산업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의 내장에서 고세균을 억제하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효과적이지 못하니, 동물성 식품의 대량생산을 줄여 소의 수를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일까?

2013년 연구자들은 고세균이 특히 사탕무에 주로 들어있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메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사탕무는 동물사료에 종종 사용되는 식품이다.)

사료 제조과정에서 유채씨유를 소량 섞으면 유채씨유가 소의 위장에서 수소가 방출되는 과정을 방해하여 고세균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소들이 식량으로부터 충분한 영양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런 방법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과연 소에게 이로운 것인지는 확신할 순 없다.

지구온난화가 유발하는 것은 결코 소의 잘못이 아니다.

소의 배설물이 기후문제를 유발하긴 하지만 자연 속에서 메탄은 배출될 뿐 아니라 자연스레 흡수되어 없어지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렇다고 목장을 숲으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숲으로 무성해지면 나무는 더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할 테고 건조화는 더 가속될 것이다.

즉, 지구에는 숲도 필요하고 초지도 필요하며 적절한 곳에 적절한 미생물도 있어야 한다.

지구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닌 지구는 후손에게서 빌려온 것이니, 소나 고세균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 없이 우리가 기후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생물의 세계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그중 고세균이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고세균은 박테리아, 즉, 세균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불과 몇 십 년 전에 고세균이 독립적인 생명 형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로서, 고래와 상어는 생김새와 행태가 비슷하더라도 고래는 포유류이고 상어는 어류다.

이처럼 박테리아와 고세균도 마찬가지지만, 이 차이가 매우 크다.

처음 고세균은 극한의 환경에서 발견되었다.

펄펄 끓는 뜨거운 온천, 칠흑같이 깜깜한 심해, 말라버린 염호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속에도 존재한다.

미생물의 종류를 막론하고 코로나나 독감같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그리고 균류와 조류는 끊임없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데 참 희한한 것은 고세균만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메타노브레비박터 오랄리스는 구강 속에서 살며 치주염을 앓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견된다.

고세균의 신진 대사가 입안의 무해한 세균의 균형을 깨뜨려서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을 더 증식하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추정일 뿐이다.


고세균도 병을 유발하는데, 그 메커니즘을 우리가 알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병을 일으키는 고세균은 정말로 없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생물들 간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감안하면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생물계에서 우리에게 늘 친절한 영역 하나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까.




언젠가 우리가 다른 행성에 거주하게 된다면 그 때에도 함께 할, 미생물


흥미롭게 봤었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면, 우주는 참 불친절한 공간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얼마나 작고 클지 가늠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방사선을 얕잡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별은 빛과 열 뿐만 아니라 태양 대기의 외부층으로부터 고에너지 입자 흐름을 계속 방출하지만 지구에는 자기장과 대기가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우주에는 이러한 보호막이 없기에 우주에 머문다는 것은 생명체로서 굉장히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다.

화성을 생각해보자. 화성을 비행하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릴테고 화성에 도착해서도 자기장과 대기가 없기 때문에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우주방사선에 노출되어야 한다.

(열 번은 족히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자기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영화 「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여러 방법론들이 제안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는 지하에 거주지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두꺼운 암성측이 충분히 방사선을 막아준다는 것이었다. 가능할 순 있으나 그렇다해도 썩 유쾌한 방법은 아니다.

또 다른 제안은 이렇다. 곰팡이를 방사선 차폐 재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곰팡이가 달갑지 않은 존재일 수 있으나 우주와 화성에는 곰팡이가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누출된 방사선으로 인해 수백 종의 균류가 발생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클라도스포리움이었다.

클라도스포리움은 방사선 친화성을 보이는 균류로, 멜라닌 색소를 사용해 방사선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하지만 원자로에서 누출된 방사선과 우주방사선은 차원이 다르기에 이 제안 또한 썩 유쾌하지는 않다.

가까운 우주정거장을 잠시나마 안전하게 방문하는 정도로 만족할 순 있겠지만 우주로 여행을 떠나고 정착하는 것은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찌되었든, 언젠가 우리가 다른 행성에 거주하게 된다면 분명 미생물과 함께 할 것임은 틀림없다.


2000년, 박테리아로 장전한 총이 등장하였다.

생물학전 무기일까?

아니다. 애리조나대학 연구자들이 지구상의 생명이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고서 만든 것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포자들이 바람에 실려 지구 대기의 최상층까지 이르렀고 그곳으로부터 우주 공간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우주는 생명에 적대적인 조건이 지배적인 곳이어도 이러한 환경에서 무리없이 적응해 살아가는 생물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지만, 생물 가운데 특히 강인한 생물은 바로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이다.

1950년대 통조림에 방사능을 조사해 최대한 무균 상태로 만들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발견되었는데, 모든 것을 다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방사선량을 식품에 노출시켰는데도 얼마 안 있어 깡통 속의 고기가 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는 인간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수준보다 1000배 이상 높은 방사능을 쏘여도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 정도의 강인함이라면 우주여행을 하는 데 있어 최적의 무장을 하고 있는 셈 아니겠는가.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는 방사선 뿐만 아니라 우주의 다른 조건에도 끄덕없는 존재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따르면, 1년 내내 우주에 노출시켰는데도 끄덕없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를 코난 박테리아라고 별명 지어주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의 저항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최대 500군데의 손상된 부위를 동시에 복구할 수 있을 정도로 DNA를 복구하는데 매우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 가능한 로켓들과 달리 코난 박테리아에게는 적절한 추진 수단이 없으니 학자들은 이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다른 천체에서 확연한 미생물을 찾지 못하면 지구상의 생명이 우주에서 우리에게로 온 것인지 규명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을 먼 우주에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긴 세월 동안 지구도 많은 암석 파편을 우주로 날려보냈으니깐.




미생물 사전을 이렇게나 쉽게 접할 수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들을 통해 바라본 우리와 우주의 세계는 실로 신비로웠다.

균이라고 하면 fungus가 전부였는데, 100개의 미생물에 대해 알아본 것은 생애 처음이다.


35억여 년 전, 지구상의 생명이 탄생했다.

10억 년 정도가 지나면 태양의 지표면 온도가 섭씨 100도를 웃돌 것이고 5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은 부풀어 오를 것이다.

결국 지구는 생명이 살기 힘든 땅이 될 지도 모른다.

우주의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우리 행성의 생명은 매우 짧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쩌면 미생물은 끝까지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 하늘의 별만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 역시 또 다른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지구를 오늘날과 같은 행성으로 만든 것도 미생물이에요. 행성으로서의 지구는 우리 천문학자의 담당 영역이지요. 소행성, 혜성, 달, 다른 행성도 그렇고요. 우리는 멀리 어느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는지 아직 알지 못해요. 하지만 외계 생명체를 부지런히 찾고 있지요. 이런 수색에도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헬무트 융비르트 "미생물이 온갖 것에 연관되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에요. 한 사람의 신체 안에 있는 세균 수만 해도 100조 개에 이르거든요. 자그마치 우리 은하에 있는 별 개수의 500배에 해당하는 수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균의 총 개수는 관측 가능한 온 우주의 별보다 더 많고요. 미생물은 작지만, 온 세상에 존재해요! 그러므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면, 이 작은 생물체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천문학자인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의 대화를 듣고 나니 가슴 한 켠에서 궁금증과 동시에 설레임이 폭발했었다.

내가 과학을 이렇게나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책을 다 읽고선 마지막 장을 딱 덮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과학 좋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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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9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상 추카 합니다
어제 개기월식 보셨나요!^^
11월 건강하게 ^^

하나의책장 2022-12-16 20: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개기월식, 완벽하게 보진 못했었어요ㅠ
그래서 다른 분들 사진보면서 제대로 감상했었죠ㅎㅎ

서니데이 2022-11-09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12-16 20:2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과학을 좋아하셨다는 고백이 저까지 기분좋게 하네요*^^* 궁금증이 인다는 건 설레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죠!ㅎㅎㅎ

하나의책장 2022-12-16 20:27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님 댓글에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ㅎㅎ
정말요! 궁금증이 생긴다는 것은 설레일 준비가 되었다는 거죠♥

이하라 2022-11-0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2-12-16 20:27   좋아요 0 | URL
하라님! 항상 감사해요♥

thkang1001 2022-11-09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하나의책장 2022-12-16 20:27   좋아요 0 | URL
항상 감사합니다^^
춥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 : 실전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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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정작 내뱉은 말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는가?

원활하고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스로 인지하는 것을 끝으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방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알맹이 있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는 두 파트로 나누어 각각 일곱 가지의 실전방법이 서술되어 있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다.


저자, 장신웨는 베이징 사범대학 교육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의학교육연맹(WME)으로부터 국제 최면술사 및 IPA 소통 코치 인증을 받았다. 경영 컨설턴트 겸 전문 트레이너이자 심리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또 방송 게스트 겸 베이징 직공협회 교육전문가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유기업과 상장기업에서 인력 교육 및 관리직을 역임했으며 2009년 관리 컨설팅 분야에 진출한 뒤 바이두, 화룬(華潤)그룹, 다칭(大?) 유전, 레노버 등 대기업을 포함해 300개 이상 기업에서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 및 인사 관리 컨설팅을 진행했다.

현재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사원 심리 솔루션 탐구, 서양 심리학 기술과 동양 조직문화와의 융합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Ⅰ 나를 알고 적을 알라


지금은 교과목으로 도덕을 배우지도, 예절실에서 예의를 배우지도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예의, 예절에 관한 교육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받았던지라 자연스레 예의를 중시하게 되었다.

겉핥기 식으로 큰 형식적인 틀을 학교에서 배운다한들 실질적으로 말과 행동에 적용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름 예의있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책이다.

어렸을 때, 엄마께서 애니메이션 동화책, 과학책 전집은 물론 고전책 전집까지 허리띠를 졸라매 사주셨었는데 사실 내가 실질적인 예의를 배웠던 것은 고전책 전집에 있었다.

즉, 책을 통해 예의바른 말과 행동에 대해 스스로 깨우쳤기에 예의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경청'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청과 공감은 건강한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대개 정보를 수용할 때 자신만의 필터로 내용을 걸러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언어를 들을 때, 감각기관과 연결된 감정 촉발기에서 다양한 연상과 정서적 반응을 표출하게 된다.

즉, 상대가 말한 의미 그대로 자신에게 입력되고 전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반응하는 감각이 제각각이다.

앞서 말한 감정 촉발기는 대뇌의 감정을 자극해 특정 화제에 반감을 보이도록 유도하는데 때로는 과한 몰입으로 흥분시키기도 해 반감과 과몰입 상태에 놓여진다면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하게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문화를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로 나누어 문화적 배경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저맥락 문화에서 소통하는 사람은 최대한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내용은 방대하지만 설명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임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 의식이 있었다.

고맥락 문화는 언어를 전달하는 정보보다 대화의 배경과 대화를 나누는 감각에 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정작 내용은 매우 간결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방식의 소통을 선호하기에, 듣는 사람이 오히려 숨은 뜻을 찾고 알아내야만 했다. 그만큼 상대에 대한 이해와 지적 혜안이 필요하다.

이렇듯 둘의 소통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맥락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이 어떠한 근거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고맥락 문화의 사람은 공격당한다고 생각해 상대가 매우 교만하고 자신을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마찬가지로 고맥락 문화의 사람이 자기 의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저맥락 문화의 사람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경청의 5+3+3 법칙

5개의 마음, 3개의 느낌 그리고 3개의 행동방안을 뜻한다.

5개의 마음은 호기심, 책임감, 이타심, 인내심, 평등심을 뜻한다.

찰언관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상대의 말과 안색으로 의중을 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3개의 느낌이란, 상대방과 소통할 때 상대의 느낌이나 감정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첫째, 눈과 귀로 느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둘째, 상대와 같은 주파수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3개의 행동방안에는 상대의 말 따라하기, 지지섞인 질문, 확인성 피드백이 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잘 듣는 것보다 질문을 잘하는 게 낫다. 좋은 질문이야말로 정답을 끌어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낫고, 듣는 것보다 묻는 게 낫다는 말을 아는가?

간혹 대화 과정에서 질문의 요지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는 결국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 뿐더러 심하면 곤경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똑바로 물어보지 않으면 답을 모르기에, 어떤 상황에서든 질문의 요지는 항상 명확해야 한다.


질문도 말하기에 있어서 '기술'이다.

질문을 아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즉, 좋은 질문은 기회는 물론 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마 모두가 자신의 소통이 매우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표면적으로 인정하거나 동의한다면 더욱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상황이 난감해졌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바로 타인의 생각, 입장, 동기를 대충 짐작하여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들을 준비가 안 된 상대에게 그 누구도 털어놓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Ⅱ 갈등을 해소하라


술은 지기를 만나 마시면 천 잔으로도 모자라고, 말은 마음이 맞지 않으면 반 마디도 많은 법이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소통할 때 '정서'를 에너지로 삼는다.

감정이나 정서는 개인이 품은 자원인데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는 기관이다.

대뇌의 편도체를 제거한 환자를 연구해보니 분석과 사고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했다.

즉, 편도체가 의사 결정과 무관할 것 같지만 개인의 감정과 정서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적인 사람은 의사 결정할 때 감정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적절하게 처리하고 조절한다.

감정에 의해 자신의 의견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통제하려는 것이다.

대뇌의 검증 시스템인 정서는 사람의 생각과 활동을 조율하는데, 긍정적인 정서가 가동되면 사고가 열려 사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수용하게 돕는다.

즐거운 사람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부정적인 정서는 사람을 비관적으로 만들어 사물의 수용도를 떨어뜨려 더 까다롭고 공격적으로 변하게 된다.


정서와 에너지에는 상관관계가 있어 정서가 소통과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들이 정리한 좌표가 책에 있으니 꼭 참고하여 상대방의 정서 상태에 따라 소통 전략을 취하도록 하자.

정서의 버튼만 잘 찾아내도 소통은 꼭 성공한다.


가치관을 바꾼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경험과 기억, 체험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것만이 가장 좋은 선택인가?


가치관은 사물을 판단하는 내면의 기준으로, 태도와 행위 뿐만 아니라 대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무의식에 숨어있는 행위 준칙이나 인생의 좌표이기에, 성장하면서 축적되고 융합되다 보니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요새는 어린 세대들에게 무슨 단어라도 잘못 꺼내면 '꼰대'라는 말이 절로 듣는다고 한다.

대화를 나눌 때 가치관이 달라 동일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이것 또한 가치관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가치관이 있기에 살므이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각자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우리보다 한 세대, 두 세대 앞서 살았던 분들이 말하는 것이 틀에 박힌 과거의 정립된 고정관념인 것일까?

그들에게 배울 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서로 한 발짝 물러서 이해하고 들으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상대를 설득하려고 애쓴다. 어떻게든 상대에게 '내가 옳으며' '또 내가 옳았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고수이다. 그러나 본인이 '옳은' 위치에 서는 순간, 상대를 '틀린' 위치로 밀어버린다는 생각은 못 한다.

그래서 시각을 전환시켜 흑백논리를 깨뜨려 버리는 등 제3의 길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정작 내뱉은 말에 대해 후회한 적이 있는가?

원활하고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스로 인지하는 것을 끝으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방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알맹이 있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는 두 파트로 나누어 각각 일곱 가지의 실전방법이 서술되어 있어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다.


소통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 돌아보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이 아닌 본인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항상 염두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좋을 순 없다.

즉, 말하기 스킬은 결국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대화를 할 때, 감정적이거나 고정관념이 강하거나 의사소통 원활하지 않는 상대방일지라도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에 따라 대화의 흐름을 원만하게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전문가인 막스 베이저만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우리가 듣기에 대한 욕심히 없다면 말하고 싶은 욕심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가볍게 말할 줄 아는 것 자체가 자신의 말하기 능력과 다른 사람의 듣기에 대한 욕심을 강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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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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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 인생, 외로움 그리고 진심에 대한 속삭임을 풀어낸 에세이다.

3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의 2만 개의 찬사를 받은 화제작으로 마음 편하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저자, 후이는 1983년생 물병자리로 중국방송대학(University of China) 졸업 후 출판, 광고, 미디어,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현재 공푸전옌 영화사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글과 가사를 쓴다. 3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2014년, 2015년 연속 베스트셀러 대상을 받아 ‘인터넷 시대 신여성 대변인’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며 꿈꾸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산다. 예민한 편이고, 여름과 여행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일은 듣고 또 듣기. 과거에 침잠된 일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이야기 속에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손에 든 펜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단지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




Ⅰ 사랑에 대한 속삭임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진짜 인연을 만난다.

그러니 떠나간 옛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그 사람을 위해 지금의 나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하길, 품위 있는 사람과의 결혼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가 대학 시절에 겪던 일이었다.

호감을 느낀 남자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와 둘이서 과 모임을 기획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저자는 동기들에게 연락하는 일을 맡았고 선배는 음식점을 예약하게 된다.

동기들에게 전화를 거는 도중 선배가 여러 번 전화를 거는 것 같아 저자는 단체 예약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아냐, 전부 예약했어. 그냥 여러 곳 잡아 둔 거야. 예약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뭐 어때. 애들 모이면 어디로 갈지 물어보고 그리로 가자."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생존의 법칙을 가지고 산다. 매일이 생존싸움이다.

그런데 단체 예약을 해놓고선 당일 혹은 바로 전날에 취소전화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약금 한 푼 받지 않고 그럼에도 예약을 받아주는 곳은 암묵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했으니 바로 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면서 양심의 가책 하나 느끼지 않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 걸까?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라는 말이 있다. 타인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친구도, 애인도, 동료도, 심지어 가족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 한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친구의 주선으로 저자는 소개팅을 하게 된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등장했고 소개팅을 순조롭기만 했다.

모든 이야기에 호응을 해 신이 났던건지 남자는 갑자기 전자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르바이트생이 실내는 금연구역이니 나가서 피워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니코틴 없는, 피해 안 주는 전자 담배라며 버럭하는 남자를 보며 저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곧이어 주문한 케이크와 커피가 나왔는데 남자는 또 한번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게 된다.

케이크에 벌레가 붙어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로 케이크에 날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곧 새 케이크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남자는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입맛이 떨어졌는데 새 케이크가 다 무슨 소용이야? 필요없으니까 이 케이크, 네가 먹어 치워."

저자는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크게 당황했고 안 되겠다 싶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게 된다.

"괜찮아요, 무슨 바퀴벌레가 나온 것도 아니고, 접시에 날파리 붙은 걸 못 봤을 수도 있죠. 그냥 바꿔 주세요."

그러자 남자는 더더욱 아르바이트생에게 손가락질하며 자신이 돈이 없는 줄 아냐며 공짜 디저트는 필요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보다 못한 저자는 자신의 찻값을 남자에게 던져 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주선한 친구에게 앞으로는 그 사람 이름조차 꺼내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힘없는 아르바이트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건 그 남자한테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기분이 우선인 사람이었으니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절로 품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해도 지식이 풍부해도 심지어 가정교육을 잘 받았어도 반드시 품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한 사람에게 강하게, 강한 사람에게 약하게 보이는 사람은 거르는 것이 좋다.

평생을 작은 마을에 살았어도 점잖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공공장소에서 금연할 줄 모르고 침 뱉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품위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다,.

품위 있는 사람은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적절하게 행동하고, 늘 여유 있고 넉넉하며, 마음은 선의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조언한다, 결혼은 꼭 품위 있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사랑은 포기해도 품위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결심을 하려면 단순히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상대에 대해 확신하는 것 이상으로 나 역시 결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증명해 보이고 확신과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어우러지는 것이다.

미처 겪어 보지도, 해 보지도 않아서 낯설고 어색한 그 사랑들이 이 세상에 있다.

그것도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Ⅱ 있는 그대로에 대한 속삭임


실패해도 괜찮고, 참패해도 괜찮고, 연달아 패배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


한때 저자는 북쪽 지방의 작은 마을에 머물며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친구가 된 적이 있었다.

남편과 아들을 일찍이 잃고 홀로 손녀를 키우시는 일흔의 할머니였다.

며느리가 일찍 재혼하고 연락이 끊기에 되면서 갓난쟁이였던 손녀의 기저귀를 갈며 애지중지 키웠다고 한다.

그런 손녀가 유명한 사범대에 합격했다고 하니 경사 중의 경사였다.

할머니가 말하길, 특히 옆집 아주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먹을 거리가 있으면 종종 나눠주었다고 하니 마을이 십시일반 조금씩 도와줬기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손녀가 졸업하고 취직하면 할머니도 지내기 수월해지겠다면 자신의 생각을 할머니께 전하자 할머니는 저자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도와준 건 맞지, 하지만 나 역시 평생 도움받은 걸 기억하고 감사하며 보답할 거여. 그리고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도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여, 바로 나 자신이여."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건 정분이고, 내가 나를 돕는 건 본분이여."

할머니는 손녀에게 인터넷 방송하는 법을 배워 농작물 등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차곡차곡 모아 손녀에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내가 나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법이여.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니께 힘도 합치고 도와줄 생각도 하지. 만약 내가 싹수 노란 게으름뱅이라면 누가 신경이나 쓰겄어?"

"늙었다고 죽을 대까지 얌전히 앉아있으라는 법 있는가? 지금까지는 손녀를 위해 살았으니,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아야지."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생활에서 승패를 겪는다.

옷, 가방 등 물질적인 것부터 자세, 태도, 언행을 포함하여 성적, 재산 등 남이 나보다 나으면 자신도 모르게 '졌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부러우면 부러운 것이지, 이로 인해 속상해하거나 좌절에 빠지면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이런 고수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싱글벙글해야 한다.

즉, 패배의 가치와 묘미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주제에서 보면 승패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실패와 패배로 인해 완벽해 보이던 나의 작은 세계가 깨어질 때, 우리는 껍질 밖의 더 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다.

그러니 졌다고 비탄에 빠지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라.


잊지 말자.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또 그 사랑만큼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저자가 성인이 되고 나서 버팀목 같았던 아버지가 쓰러지게 된다.

시기를 놓치지 않아 건강은 회복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계속 써야 하는 신세가 된다.

이번 겨울, 저자는 본가에 다녀오게 되는데 집 앞 골목 빙판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나이 먹고 넘어진 게 괜스레 쑥쓰러운 마음에 볼멘 소리를 내니 저자의 아버지께서는 허허 하고 웃으시며 연고를 가지러 가셨다고 한다.

다음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아버지께서 안 계시지 않는가.

혹여나 산책하시다가 넘어진 게 아닐까 싶어 부리나케 달려나갔는데 느릿느릿 저 멀리 골목 어귀에서 집으로 오고 계셨다.

걷는 모양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살펴보고 있는데 언제 나오셨는지 옆집 아저씨가 나와 말을 꺼냈다.

"네 아빠, 오늘 새벽부터 저러고 있다. 사람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해도 듣질 않고 혼자 끙끙대면서 지팡이로 얼음판에 꾹꾹 구멍을 내놓더라. 아마 누가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돼서 그러는 모양이야."

저자는 두 손으로 눈두덩이를 꼭 누르다 아빠를 크게 부르자 그녀의 아버지는 코끝까지 빨개진 얼굴로 반갑게 미소지어주었다고 한다.


평생 잃고 싶지 않은 단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사랑을 고를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이 사랑을 고를 것이다.

늘 더 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그들이지만 사실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주고 싶다. 충분히, 아주 많이.

그리고 그들이 좀 더 오래도록 받아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Ⅲ 진심을 대하는 것에 대한 속삭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저마다 마음에 정한 합리적인 값이 있다.

그만큼 줄 수 있으면 주고 못 주겠다면 갈라서면 그만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이상을, 기쁜 마음으로 더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한때 휴양지에 머물며 글을 썼던 저자는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해 조금 멀긴 하지만 삼륜 택시를 이용해 그 카페에 출근하다시피 하게 된다.

정가제가 아닌 흥정으로 정해지는 탓에 기사마다 요금이 살짝 달랐다.

최하 1500원 정도로 갈 수 있지만 어떤 기사는 1600원, 1700원을 부르기도 했다.

기사가 바가지만 씌우지 않으면 저자는 웬만하면 부르는 대로 주긴 했지만 더 많이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날, 그 날도 역시나 삼륜택시를 이용했는데 목적지를 듣자마자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1,500원! 1,500원이면 충분히 갑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저자는 2,000원을 내밀며 잔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덧붙이니 기사는 기쁨과 놀라움이 섞인 미소를 띄웠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때로는 그보다 더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왜 그런 것일까?

그들을 인정해서?

응원하는 차원에서?

아니, 진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보여 준 진심에 진심으로 응답하고 싶은 것뿐이다.


일부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 필요 이상의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저열한 관음증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인생이 무료하기 때문일까?


저자는 먼 친척 오빠 내외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얼마 전, 첫 아이를 낳았는데 항문폐쇄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부모일테니 연락조차 부담스러울 것 같아 저자는 입을 닫았지만 일부 친척은 걱정을 빙자한 호기심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모이기만 하면 아픈 아기를 화제에 올렸다.

심지어 친척 아주머니가 찾아와 엄마와 함께 아픈 아기 이야기를 꺼내자 일부러 싫은 티를 내며 저자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친척 아주머니가 가고 나서 너무 실례한 거 아니냐고 엄마가 저자에게 따져 묻자 뒷말 쑥덕거리는 게 더 실례라고 하니 그녀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니.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다들 궁리하느라 그러는 거야."

그러자 저자는 답했다.

"지금처럼 힘들 땐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괜히 이것저것 묻고 들쑤시면서 더 심란하게 만들지 말고, 본인들이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게 훨씬 낫다고요."

이후 아기가 인공항문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제야 저자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은 후 아기를 보러 갔다고 한다.

가서도 수술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고 그저 아기의 건강과 축복을 바란다며 선물만 전달해주니 오빠 내외는 내내 편안해했다고 한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도와줄 수 없으면 그 자리를 떠나라.

남의 힘든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거나 더 번거롭게 만들지 마라.

다른 사람의 하늘이 무너질 때 받쳐 줄 수 없다면, 그저 눈 감고 못 본 척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생과 사는 하늘의 뜻에 달렸고, 나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때로는 관심을 끄는 것이 맞다.

나를 위해, 그리고 상대를 위해.




좋은 사람을 단번에 만나는 것도 행운이겠지만 모두에게 그 행운이 오는 것은 아니기에 많이 만나보고 헤어지는 것도 다 경험이 된다는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스토킹 범죄가 갈수록 악랄해지며 결별한 커플 혹은 부부간의 다툼이 살해로까지 이어지는 기사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무서워서 누구 만나겠나?'하는 말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다.

그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여러 사랑을 해봤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소개팅은 꺼려진다.

그래서인지 【품위와 결혼하다】는 유독 공감될 수밖에 없었다.


애서가로 살다보니, 간혹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읽는 거야?

사실, 답은 간단하다.

어떤 분야이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내용일수록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때로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하게 예상되는 책을 끊임없이 읽어줘야 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하는 순간에 놓여질 때, 어느 순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 또 실패했네. 당연한건가?

나 자신이 상대방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놓여질 때, 어느 순간 우리는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아, 또 그러네. 그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

이러한 모든 순간들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당연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법부터 타인과 어울리면서 필요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삶의 지혜를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중국인이다보니 에피소드가 조금 과하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크게 변함이 없다.)


발아래 진창 때문에 걷기 힘들어도,

그 덕에 늪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어둠이 잠시 눈앞을 가린다 해도,

그 덕에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음을,

낭떠러지 끝에서 손을 놓아 버린 사람이,

어디선가 밧줄을 찾아들고 나타나 나를 구해줄 것임을,

우리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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