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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호주 - 시드니ㆍ브리즈번ㆍ멜버른ㆍ퍼스, 2024~2025년 최신판 follow 팔로우 시리즈
제이민 지음, 원동권 사진 / 트래블라이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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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만 되면 어디론가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꿈틀거리는데 달려야 하는 시기에 당장 갈 순 없으니 여행책이라도 잔뜩 구매해 위안받고 있다.
폭신폭신한 쿠션에 기대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내려 여행책 보고 있으니 이것 또한 소소한 행복이구만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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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낭만과 사색으로의 산책
고일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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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베네치아에선 골목길 어디에선가 행여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해도 막막한 두려움에 몸 떨 걱정일랑은 할 필요 없다. 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 길을 잃는 것은, 귓불을 간질이는 물의 속삭임에 잠시 가슴을 내어주는 일상의 한 순간일 뿐이다.


사유가 묻어나는 글이 어느새 흠뻑 빠지게 만든다.

지금 당장 베네치아에 가지 못하더라도, 언젠간 베네치아에 가봐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아쉬운 마음에 동해라도 갔다와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베네치아의 한 조각, 한 조각을 건네주는 그런 책이다.


저자, 고일석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에서 수학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및 샌디에이고대학에서 MBA와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수료하였다.

20여 년간 동국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동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각종 단체의 이사 및 의장직을 역임하였고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20여 권의 전문 도서 및 수십 종의 국가 및 기업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현재는 뉴욕의 연구기관에서 예술과 문화, 사회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베네치아 가면과 카니발의 연구」와 「베네치아 카니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 등과 같은 각종 논문과 저서를 집필 및 발간하고 있다.

지식과 문화 연구소의 의장과 예술과 과학 교류협회의 부의장직을 맡아 각종 강연회와 학술 행사를 주관하고 참가하면서 학술적이고 인문학적인 전문지식을 세계 각국의 학자, 전문가들과 연구 교류하고 있는 기술 및 인문학자이자 사회문화 분야의 학자이다.





그 곳, 베네치아


곤돌라, 가늘게 흐르는 물길, 좁은 골목길, 오래된 성전, 마을 광장,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펼쳐놓은 가게, 수많은 여행자들과 그 가슴마다의 사연, 베네치아는 이 모든 것을 빼곡하게 잘 늘어놓은 아름답고 거대한 야외 갤러리이기에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그 물빛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하얀 종이 위, 아드리아바다가 코발트블루 잉크로 순식간에 그려진다.

사진없이 오롯이 글을 읽는 것뿐인데 머릿 속에서는 이미 베네치아의 풍경이 그려지며 나도 모르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수필 같은 여행길



밤새 뿌려진 짙은 안개가

세상 군상들을

잿빛 실루엣에 가둔 새벽,

잠자리 뒤척인 지난 꿈의

방황에서 깨어난다


따뜻하게 내린 찻물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첫 경험 부끄러운

오렌지빛 새벽이

가만가만 창을 넘어선다


켜켜이 쌓였던 꿈의 잔상을

말간 첫 빛으로 씻어내고

붓쟁이의 그림과

글쟁이의 글과

노래쟁이의 노래를 따라

수필 같은 여행길에 오를 시간이다


베네치아, 이곳은 포강을 흘러온 이탈리아의 물줄기가 아드리아바다와 만난 연안의 모래톱과 갯벌에 나무말뚝을 박고 또 박고 그 위에 잘 다듬은 돌을 쌓고 또 쌓아서, 사람과 사람이 마을과 마을을 일구어 바람이 흐르는 물길마다 배를 띄우고, 다리와 다리로 서로를 이어서 살아가고 있는 물과 나무와 돌과 바람의 마법에 걸린 바다 위에 지어 올린 성(城)이다.


곤돌라의 검은 반짝임에 몸을 맡긴 달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며 달빛 찰랑이는 밤 물살에 오른 검은 곤돌라에서는 또 어떤 낭만이 진하게 배어날까. 어쩌면 팽팽하게 물오른 여행자의 낭만이 곤돌라가 흘러가는 수로 위로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톡톡 터져서 뽀얀 밤안개로 슬며시 번져나지나 않을까.


베네치아하면, 역시나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곤돌라'이다.

작은 배 곤돌라는 이탈리아로 '흔들리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뱃머리와 끝부분이 하늘을 향해 휘어져 올라가 있는데 그 모양새가 고대 서쪽 문명 어디에선가 볼 법한 모양이다.

에게해와 지중해를 낀 고대 서양의 문명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약 10미터 길이를 자랑하며 성인 대여섯명은 탈 수 있다고 하는데, 곤돌라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뱃사공이다.

(이탈리아어로, 곤돌리엘레(Gondolielle)라고 한다.)

CF 혹은 영화를 통해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근사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뱃사공의 모습을.

젊고 잘생긴 이탈리안 뱃사공이 뱃전에 서서 긴 노를 휙휙 저어 좁은 수로를 나아가는 모습을.



몇 번 눈을 깜빡이는 사이 돌 틈 저기에서 동화 속 주인공 누군가가 통 통 튀어나왔다가 훌쩍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베네치아에선 골목길을 돌아서 들어선 잔바람에 스르륵 두 눈이 감길 때 골목 어귀의 카페에 앉아 속 하얀 에스프레소잔을 딸그락거리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베네치아에서 여행자는 속이 빈 대본을 받아든 배우가 된다.


바닷길을 지나가는 나지막한 다리, 빼곡하게 들어선 집과 집 사이를 흐르는 미로 같은 골목길, 금방이라도 기도소리가 공명할 것만 같은 오래된 성전은 중세의 어느 한때를 배경 삼은 고전영화의 잘 꾸며진 세트장 같다.


글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베네치아!

꼭 한 번은 가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은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여행서를 읽을 때, 사진만 잔뜩 있는 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여행서 외에 어떤 분야의 책이건 사진보다는 글의 비중이 더 많은 책을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여행과 관련된 책은 거의 '여행에세이' 위주로 보게 된다.

특히나 책에서는 글 말미에 시가 계속 등장하는데, 시에서도 베네치아의 모습이 연상될만큼 베네치아가 잘 녹여져 있다.



사색하게 되는, 베네치아


"그래 봐야 인간의 피조물일 뿐인데, 분명 부족한 것들일랑은 어딘가 그늘진 구석에 숨겨두었을 거야."

너무 아름다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괜한 의심이 막아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며칠을 지내다 보면 베네치아에 대한 이런 식의 의심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한낱 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눈에 콩깍지가 덮인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베네치아에서는 어느 작은 것 하나에서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이 빚어낸 아름다움도 이리 완벽할 수 있구나."


그렇다. 여행은 휴식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색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그 당시에는 몰랐어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색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나가는 들꽃 또한 그대로 지나치지 못했었는데, 여행갈 때면 특히 더 그랬다.



숨겨진 색, 부라노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그냥 떠나가는 것일 뿐이야. 오는 것과 가는 것은 흐르는 물살의 방향만이 바뀌는 것일 뿐, 다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이야."


"살아가다 보면 분명 어느 한 때, 흐려진 눈이 삶의 길을 잃어버릴 날이 오겠지. 그날엔 이 물길을 더듬어 너를 다시 찾아야겠어."


이곳에선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녀도, 시신경과 피부돌기에 걸려드는 것이라곤 오직 '색과 색'뿐이어서 여행자가 일으키는 낯선 소음조차도 색의 짧고 긴 파장이 삼켜버리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창틀, 문짝, 지붕, 담벼락, 그 모든 것이 팔레트에 짜놓은 물감들의 수다마냥 색과 색에 매료된다고 하니 눈이 호강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저자가 그랬다. 눈에만 의존하려는 인지 속성을 벗어나야만 부라노의 색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일 치솟는 확진자 수는 정말이지 눈을 의심케 한다.

그래서인지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더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몸이 좋질 않아 백신도 못 맞은 상태인지라 더더욱 병원 외에는 외출도 하지 않는 편이다.

1월 둘째 주에 갑작스런 몸의 이상으로 명절도 간소하게, 조용히 보냈었다.

지난 해에는 가족들끼리 드라이브라도 갔었는데 올해는 도저히 갈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뭐, 이렇다보니 상반기에는 선택지없이 무조건 집콕만 해야 한다.

이럴 땐, 역시 콧바람 쐴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여행책'이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유럽만큼은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뿐인데, 베네치아 또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속삭였다.


단순히 여행서라고 하기에는 곳곳을 다니며 느꼈던 저자의 견해와 더불어 그의 사색까지 엿볼 수 있으니 오롯하게 읽을 준비가 된 사람이 책을 펼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고우해커스】라는 사이트가 있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 다녀오게 되면서 알게 된 사이트인데 지구촌특파원이라는 코너 덕분에 애용한 사이트 중 하나이다.

그 때, 미국에서 유학을 한 특파원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다른 특파원과 달리 사진은 한 두장만 첨부하곤 전부 글뿐이었다.

그리고 그 글 속에는 그 특파원의 생각, 나아가 사색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가끔씩 생각날 정도로 그녀의 글을 꽤 좋아했었다.

책을 읽자마자 그 특파원이 연상되는 건, 사색이 담긴 글이라는 공통점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근래 진이 빠져서인지 특히나 바람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가디건 속으로 훌훌 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걷는 내내 함께 해주었었다.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손으로 그려내었던 새파란 물감을 한 통 들이부었던 것 같은 푸르른 바다는 어느새 내게 미소를 지어주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던 진한 원두향의 끌림에 들어갔었던 카페에서 마셨던 부드러운 라떼는 잊지 못할 맛이었다.

지금 당장 해외로 갈 순 없으니 내게 이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강릉이라도 가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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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서 봄 스위스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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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을 펴는 순간, '여행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여행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관광 목적외에 힐링, 행복, 즐거움, 더 나아가 삶의 원동력과 세상의 견문을 넓혀준다.

스위스는 말그대로 '푸르름' 그 자체였다.

책 한 장, 한 장 펼칠수록 스위스의 푸르름에 푹 빠져, 어느새 마음 한 켠에는 '스위스 여행'이 각인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수정은 말한다. "한 번쯤 이런 일이 있어도 좋다. 불현듯 떠나고 조용히 돌아오는 나를 보는 일. 떠나고 돌아오는 것이 날숨과 들숨처럼 손에 잡히던 어떤 날에 유럽으로 향했다. 조용하고 강력하게 응원하는 나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날아간다. 서서히 친해지는 친구처럼 더 머물기 권하는 그곳에 서 본다."라고.

이전 저서로는 『유럽에 서 봄』이 있다.




언덕길을 오르는 발걸음 하나에도 의미를 꾹꾹 눌러 가며 걸었던 골목이 보고 싶었다.

만년설을 이고 서 있는 차가운 냉정과 사람들의 반짝이는 열정 가운데로 걸어가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스위스에 다시 가기로 했다.




Ⅰ Hiking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 MATTERHORN GLACIER PARADISE


케이블카를 이용해 해발 3,000미터 이상의 전망대로 오르면 무슨 기분이 들까?

희석되어 버린 단어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넓게 펼쳐진 설산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자연 앞에서 우리는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생명체에 불과하다.

어떤 마음이 들 지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춥지만 전망대 카페에서 따뜻한 초콜렛 한 잔 마시면 온 몸이 달콤하고 따뜻한 기운에 녹아들 것만 같다.

설산에서 내려오면 그림같이 펼쳐진 마을이 존재하는데 청량한 풍경에 감싸진 마을은 그저 고요한데 그 숲길을 들어선 순간 알프스의 여유가 온 몸을 감싼다고 한다.



뮈렌 MURREN


처음 이곳을 지날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안개가 마을을 덮고 앞을 가렸지만 싱싱한 공기 속을 걸어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는 늦은 오전에 도착하여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뮈렌의 마을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잘 기억하고 싶다.


작은 창을 장식해 놓은 꽃과 공예품들,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길가의 식수대, 레스토랑의 인형들.

다른 말이 필요없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지를 가면 많이 걷는 편이다.

여행지의 곳곳을 눈을 통해 담고 여행지의 향을 코를 통해 기억하고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는 온몸을 통해 기억한다.


딱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한 곳이 있으니, 예전에 미국에서 갔던 Park City가 그랬다.

마침 크리스마스가 끝났던지라 크리스마스 특유의 분위기는 물론 눈으로 뒤덮인 산과 거리는 굉장히 조화로워 완벽했었다.

하이얀 패딩을 입고 걸었던 그 곳은 매우 따뜻했다.

그리곤 Rocky Mountain Chocolate Factory로 향해 따뜻한 초콜렛 한 잔을 마시며 달콤한 초콜렛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었다.

어떤 맛을 골라야 할 지 모르겠던 나는 그 순간 참 행복했었다.

차에서 먹을 미니미니한 초콜렛은 물론 아삭아삭한 사과에 초콜릿을 풍덩 빠뜨린 APPLE 또한 여러 종류로 담았었다.

뮈렌의 곳곳을 읽어본 순간 딱 떠오른 곳이 Park City였는데 스위스의 뮈렌만큼은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Ⅱ Travel


체르마트 ZERMATT


오르막을 오르고 빙하수가 흐르는 도도한 물길을 따라간다. 날은 저물어 어두웠고 짐을 끌고 걸어가는 거리에 비는 멈추지 않지만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에 더없이 뜨거운 감격에 젖어 들고 있다.


사람마저 맑아지는 공기는 혼란스럽고 탁한 마음마저 정화시켜주는 느낌일 것이다. 바로 체르마트가 그런 곳이지 않을까.

저자에게 숙소란 다른 행성에 온 집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카사바네사 CASA VANESSA 는 체르마트라는 행성에 있는 저자의 집이라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마을의 입구서부터 시작된 맑고 군더더기 없는 물소리가 무척이나 반갑고 행복해 숙소까지 향하는 길이 얼마나 즐거운 순간이었을지 짐작케한다.

작지 않은 거실과 침실,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마을의 지붕들.

아침이면 구름을 이고 선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바람을 보내고 밤이면 마을의 불빛들이 속삭이니 숙소에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했을까!



책에서는 크게 Hiking과 Travel로 나누어 스위스 곳곳을 소개해 주는데 여행 타입에 따라 고르면 될 것 같다.

나같은 경우라면, Hiking에서 두세 군데를 정한 뒤, Travel 위주로 볼 것 같다.

저자의 전작 또한 이미 재미있게 읽었었던지라 이번에 출간된 책을 빠르게 펼쳐보고 싶었다.

이전에 쓰던 서평을 살펴보니, 어머나! 벌써 2년 전이다.

(하아, 새삼 빠르게 흘러간 시간을 또 느끼게 된다.)


유럽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유럽에 서 봄』 ▶ https://blog.naver.com/shn2213/221569530087


그 때도 스위스의 체르마트, 뮈렌, 루체른, 취리히에 발자취를 남겼었는데 두 번이나 방문할 정도라면 스위스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음이 틀림없다.

책을 읽기도 전에, 스위스는 이미 【꽃보다 할배】를 통해 먼저 봤던지라 이미 찜해놓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제주도 한 달 살이가 취소되면서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더 간절해져 요새는 책장에 꽂혀져 있는 여행에세이를 많이 보고 있다.

서평을 다 올리지 못해도 여행과 관련된 책만 책장에서 3켠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것은 여행러버 lover 인가, 여행책러버 lover 인가! (특히, 유럽과 관련된 책들이 많다.)


'아, 스위스는 힐링하는 곳이 틀림없다!'라는 사실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다.

이런 곳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맑고 푸르른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 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힐링 겸 요양차 떠나려고 했던 여행지를 제주도로 택한 이유도 맑고 푸르름에 결정한 것이었다.

빼곡히 집만 있는 동네다보니 말그대로 아파트, 빌라 그리고 시멘트 나아가 삭막함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외할머니집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과는 달리 편의점도 하나 들어섰을 정도로 휴가철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시골 특유의 정겨운 집들은 그대로 있으며 앞으로 걸어가면 강물이 흐르고 뒤로 걸어가면 산이 떡하니 지키고 있다.

뮈렌을 보며 이전에 했던 미국 여행의 추억도 되새겨보고, 참 좋았다.

여행 스타일도 성격과 맞물리는 건지, 이제껏 나의 여행들을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 자체를 추억으로 만들었고 고요하고 잔잔했으며 참 예뻤고 행복했다.

삐그덕거리는 것 하나없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웃음 한 번 잃지 않았던 추억이자 힐링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백신을 맞고 이미 여행을 시작한 이들도 꽤 있어서 조금 고민이긴 하다.

그렇다고 백신만 믿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는게,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집단감염이 일어났던데 뉴스를 보니 2차까지 맞았는데도 돌파 감염으로 인해 코로나에 걸린 경우였다.

어디를 돌아다니려고 하면 백신은 맞아야겠지만 (아직 교수님도 맞지말라 하셨고) 백신 맞을 컨디션은 되지 못해 못 맞고 있는데 또 아빠의 지인분의 형이 백신맞고 돌아가셔서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급할 것 없으니, 허한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 늦은 밤에 차 한 잔 마시며 여행에세이 보는 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친한 지인에게 생일 선물과 함께 이 책을 따로 구입해 선물했는데, 책을 다 읽고서는 나처럼 스위스 여행♪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럽에 서 봄 스위스』 덕분에 추억도 꺼내보고 무엇보다 마음 한 켠에 푸르름을 채울 수 있어 지금 보기에 딱이니 무조건 추천하고픈 마음이다.


사실 이 책은 서평쓴 지는꽤 되었었다.

스위스의 푸름이 담긴 표지를 보니 우리나라의 푸름 또한 담고 싶어서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며 이 책과 함께 하려 했지만 결국 여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사진 욕심은 버리게 되었다.

문득 임시저장글 정리하다 기껏 작성한 서평이 묻힐 뻔 한 것을 구해냈다 +.+

(현재, 임시저장글에 묵혀있는 서평이 23개나 된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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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안건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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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어떻게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을까?


실현하진 못했지만 유학을 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상황이 따라주지는 않았지만 더 넓은 시야로 많은 것을 보고 습득하고 싶었다.

학창시절, 두 달 정도 미국에서 머무르며 공부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두 달 정도 미국에 머물렀을 때, 지역 내 학교를 다니고 싶었으나 이미 수강할 수 있는 기간이 끝나서 아쉽게도 마음을 접었었다.

그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아카데미에 등록하여 한 달 정도 교육받게 되었는데 내게는 말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할 때는 눈 딱 감고 하지만, 막상 마음 속 '소심한 나'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하는 것이 바로 '발표'였다.

(그렇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겉으로 외향적인 척할 뿐이지 나는 참 내향적인 인간이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 보니 미국에서는 토론 위주의 수업이 많았다.

앞서 고백했듯이, 온갖 내적갈등을 겪으며 하는 것이 발표인데 토론을 해야한다니! 게다가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일 뿐이지 잘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어찌저찌해서 수업은 하루하루 진행되었다.

어떻게냐고? 참 신기한 건 그런 분위기가 원래 익숙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빨리 대답하거라.'의 눈치를 전혀 주지 않는다. 그저 선생님도, 친구들도 차분히 기다려준다.

또한 다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인데 그 중 하나가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얼마나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겠는가. (다들 한국을 엄청 생소하게 여기던데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들로 약간의 시간이 걸려도 더듬더듬 말을 이어갈 때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온갖 칭찬을 해주니 점점 용기가 붙은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문득 말문이 트이려고 할 때 한국으로 귀국해 정말 아쉬웠었다.

그 때, 문득 든 생각이 영어 말문 트이려면 미국에 최소 3달만 지내면 되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수업은 정형화되어 있다보니 내신을 위해, 수능을 위해 그저 앉아서 선생님 말만 경청하면서 필기하고 시험공부만 열심히 하여 시험만 잘 보면 끝이다.

뭔가, 재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시험 위주로 단기간에 바짝 공부하다보니 훗날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야기가 또 장황해졌는데) 책에서 저자가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부터 그 준비과정, 핀란드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그리고 저자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쭉 읽다보니 당시 외국에서 공부했던 수업 방식 등이 번뜩 생각났다.

그 기억을 끄집어내 준 책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핀란드'라는 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해 준 책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이다.


저자, 안 건, 교육은 행복해지려고 받아야 하는 것인데 학교 때문에 행복해 보이지 않는 대다수의 친구들을 보며 한국의 교육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는 재료공학, 뇌과학을 전공하였으나 교육에 관심을 끌 수 없어 서울대학교 교육학 수업도 찾아 듣고 교육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고 핀란드로 교육학을 배우러 떠나게 된다.

짧지만 긴, 14개월 동안 핀란드에서 많은 것을 배운 그는 공학도이면서 교육학에 관심이 있기에 그만의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깊게 알진 못했지만 내게 있어서 몇 가지의 수식어로 기억되고 있었다.

또 핀란드는 내게 덴마크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고나니,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심층 있게 배운 느낌이 절로 든다.

(여행 에세이이긴 한데, 굳이 따져보자면 인문학 느낌도 솔솔 난다.)

교육에 대해, 핀란드에 대해 깊이있게 다룬 책이라 묵직한 면이 없지 않다.



그의 결심, 핀란드 교환학생


#2016년 3월 14일

훈련소에 입대한다.


#2016년 3월 19일

다시금 생각하다 보니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나는 공부를 좋아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교육엔 뭔가 문제가 많아 보였다. 친구들은 참 많이 힘들어했다.


#3월 21일

그래도 다시 생각을 한다. 교육을 고치고 싶다.

잘은 모르겠지만 부명히 교육은 행복해지려고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대단히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그것 하나는 알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면 그건 뭐가 이상한 것이다.


#2016년 3월 22일

"핀란드 교환학생"

언젠가 봤던 핀란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기억한 것이다. 그곳의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핀란드, 그리고 대한민국


한때 뉴스에서도 떠들썩하게 다루었던 것이 바로 '지하철의 무임승차' 문제였다.

한 두명이 모여, 여럿이 되고, 그 여럿이 무임승차를 하니 이는 곧 적자로 이어져 당시 '적자 철도'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은 결국 비양심적인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핀란드의 헬싱키 지하철에는 개찰구가 없다고 한다.

개찰구가 없으면 요금을 안 낸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현지인들은 앱을 통해 한 달 정액권을 끟어 자발적으로 결제해 사용하거나 매번 지하철을 탈 때 '양심적으로' 티켓을 끊어 사용한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일회용 티켓을 구매해 사용한다.)

어떻게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 운영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믿음, 신뢰이다.

사람들이 무임승차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기에, 금액을 지불할 것이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 저자가 생활하는 동안 현지 친구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티켓을 구매했다고 하니 핀란드에는 '고신뢰'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라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만 봐도 그렇다. 비양심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이 묻어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

특히, 범주를 크게 잡아 얘기하자면 일부 공직자들과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그저 자신의 앞에 놓인 돈과 권력에만 미쳐있을 뿐 민생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비양심적이니, 우리 사회 또한 양심적인 사회로 흘러갈 수가 없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선출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그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지만 언제나 기대 이하였고 있는 것마저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인데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로 시시비비가리며 열심히 싸움판 벌이는 한심한 모습을 보고있자면 세금 내는 국민들만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핀란드 사회의 높은 신뢰도가 곧 핀란드 국민의 행복한 생활과 직결된 셈이니 이 점은 꼭 배워야 한다.



물론, 저마다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있겠지만 책에서 본 핀란드는 전반적으로 '국민'이 살기에 편안한 나라인 것 같았다.

신뢰는 물론이고 양심과 관용이 존재하는 나라였으며 무엇보다 행복과 자유를 우선시하였다.

나 또한 다큐를 통해 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든 생각은 이거였다. _"아, 공부하러 가고 싶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한국의 교육은 핀란드와 달리 교육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한민국은 인재가 굉장히 많은 나라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굉장히 똑똑하다. 허나 그 똑똑함이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묻히는 경향이 많아 그 중에서 날개를 펴고 싶은 이들은 결국 한국이 아닌 곳을 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유별난 것이 다르게 보면 창의적일 수도 있는 것인데 틀에 맞지 않는 것은 무조건 무시하고 묵인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인지도 되짚어봐야 한다.



무엇이든 시행착오를 겪으며 종착지로 향하듯, 대한민국 또한 밝은 미래, 그 종착지로 향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시행착오가 너무 극단적이지도, 너무 호되지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핀란드의 좋은 면을 다 닮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여도 신뢰가 곧 행복임을 보여준 핀란드를 보며 대한민국 또한 이를 거울 삼아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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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 함께여서 행복했던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조혜연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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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가끔은, 저 먼 타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다.

이 순간 발을 내딛고 있는 이곳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었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웠던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에 큰 흥미를 느껴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 잠깐이나마 영어 학습지를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깨달았던 것 같다.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영단어책을 놓지 않았고 TV에서 나오는 CSI 시리즈나 외국영화에 푹 빠져 자연스레 TV는 케이블 채널로 돌리기 일쑤였다.

가끔은, 저 먼 타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다.

이 순간 발을 내딛고 있는 이곳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었다.

잠깐이었지만 미국에서 한 달 조금 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고 한 달 못 되게 한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더듬더듬거렸지만, 천천히 선생님과 대화하며 공부를 하였고 당시 한 달 딱 되려고하니 말문이 터지려고 했었다.

안타깝게도 개학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문득 들었던 생각이 미국에서 최소 두달만 지내면 자연스레 말문은 터지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런던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읽게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상상할 수조차 없어 아쉽지만) 엄마와 딸의 런던 생활기는 언젠가 타국에서 잠시라도 지내보고 싶은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평소 여행과 관련된 책을 즐겨읽는 편인데 특히 여행에세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책장에 꽂혀진 여행책들을 보면, 오롯이 여행지만 나온 책들이 1/5이라면 여행에세이가 그 나머지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얽혀있지만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일드를 보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어까지 천천히 배워가고 있으니 이는 친한 친구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 친구 덕에 일본의 문화에 대해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

그렇게 친구 덕에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평소 온라인 서점에서 오는 신간 메일을 보거나 앱에 들어가 신간들을 쭉 살펴보며 책을 주문하곤 하는데 우연히 【와세다 유치원…】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교 때, 와세다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꽤나 익숙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건 여행 에세이구나!)


규모가 큰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1-2년 정도 해외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일종의 관례인 셈인데 저자의 남편 또한 한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였다.

대부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저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자 남편의 선택은 바로 일본이었다.

그렇게 남편의 유학을 계기로 저자와 자녀들은 2년 못 되게 일본에서 머물게 된다.

1년 6개월 동안의 생활 속에 잊지 못할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자는 단번에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이라고 답하고 싶다고한다.

너무도 힘들었지만, 너무도 기억하고 싶은 추억, 그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의 기록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유치원이 구립과 시립으로 나뉜다.

저자는 구청에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원비도 저렴하기에 아이들을 구립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게 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두려움과 무서움이 따라와 자연스레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저자의 우려와는 달리 첫 날 아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유치원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1년 내내 언어 스트레스가 약간 있었을지 몰라도 유치원을 안 간다며 떼를 쓴 적은 없었다고 한다.

마성의 유치원이라고도 불리우는 와세다 유치원은 아담하지만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들이 일년 내내 가득했고 모든 프로그램들은 놀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년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에피소들이 가득한데 그 중 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둘째 아들이 집에서 놀던 장난감을 유치원에 들고 가게 되었고 선생님이 집에 갈 때 돌려주겠다며 장난감을 압수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둘째가 생전 부리지도 않은 떼를 부리고 너무 울어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아빠에게 한참 혼이 난 아이는 제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할 정도였다.

다음 날, 저자가 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아이가 심하게 떼를 쓰면 집에서도 엄하게 대할 때는 엄하게 대하니 단호하게 대해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답변은 매우 뜻밖이었다.

"어머님,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은우가 그런 행동을 보인 데에는 분명 은우만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너무나 들어보고 싶은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 그럴 수가 없어서 그게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할 뿐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뿐입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절대 무조건 엄하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아닌 '왜'에 초점을 맞춘 선생님의 답변에 저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를 학대하였다는 뉴스를 볼 때면, 그 포악한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상처받은 아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

가해자인 어린이집 교사들은 대부분 '말을 안 들어서.', '밥을 안 먹어서.', '잠을 안 자서.' 등의 이유를 내밀곤 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둘째는 이후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가끔씩 떼를 쓰곤 했지만 그 때마다 선생님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신뢰를 쌓아갔다.

점점 일본어 실력이 늘며 자신의 이야기를 선생님께 전달할 수 있게되자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의 둘째같은 경우는 모국어도 아닌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기에 더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성인과는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아 울고 떼를 쓸 때는 일단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생아를 생각해보라. 갓 태어난 아기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우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전달하지 않는가.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내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책(여행 에세이)은 끊임없이 보네.'

여행 에세이는 일반적인 에세이와는 다르게 더 넓고, 더 색다른 공간에서 느낀 경험을 기록한 것이기에 읽고나면 그 느끼는 바가 매우 깊다.

물론, 그 여행지의 이야기는 덤이긴 하지만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느꼈던 그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책을 통해 느껴보고 싶어 매달 여행 에세이는 꼭 읽는 것이다.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에서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만족스러운 여행이자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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