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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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전 세계 모든 디자인 업체와 디자이너가 수많은 색표가 정리된 팬톤의 컬러북을 한 권 이상 소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생활은 물론 언어, 과학, 산업, 디자인까지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끼치는 색!

"최고의 전략은 색이다!"라고 외치는 저자의 재미있는 색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 밥 햄블리는 1990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앤드울리(Hambly & Woolley)를 창업했다.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뉴욕타임스〉, 〈타임〉, 〈선데이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다. 또한 북미 전역에서 수많은 수강생에게 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초빙 대상 1순위의 실력 있는 강사로 인정받았다.

현재 ‘컬러 스터디’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진, 미술, 저술 등의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색은 그의 모든 활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색, 이야기의 시작


매년 12월이 되면, 색채 연구 기업인 팬톤에서 다음 해의 색을 선정해 "올해의 색"을 발표한다.

2000년부터 발표해 온 올해의 색은 패션계, 인테리어 업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PMS (The Pantone Matching System)는 팬톤에서 개발한 색상 표준 체계이며 디자이너가 색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관리한다.

그렇다면 올해의 색은 과연 누가 선정하는 것일까?

올해의 색을 선정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먼저 올해의 색 선정위원회 컨설턴트가 런던과 파리, 밀라노 등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에서 열린 패션쇼를 관람하면서 색상 동향을 파악해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술, 과학, 기술 산업까지도 면밀히 조사한다.

여기에 수많은 사진과 인터뷰까지 참고하며 분석한 뒤 수많은 관문을 넘어 올해의 색을 발표한다.


색은 우리에게 '자극'을 준다.

식食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예컨대,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 기피하는 색상이 있다. 바로 파랑색이다.

파랑색은 실제 식욕을 떨어뜨리기도 해 한때 다이어터들에게 파랑색으로 뒤덮힌 음식 사진들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나아가 색은 우리를 위험한 어떤 것으로부터 미연에 보호해주기도 한다.

공사장이나 도로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 생각해보라. 형광색이 단번에 떠오르지 않는가?

물론 경찰관들도 마찬가지다.

항구에 수출입하는 컨테이너박스도 대부분 색이 통일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컨테이너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컨테이너 색깔에 따라 내부 공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화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온, 습도가 변하게 되면 크게 영향을 받게 되니 어두운 색은 태양열을 흡수해 컨테이너 내부 온도와 습도를 높여주고 흰색, 회색, 노란색 등 밝은 계열은 햇빛을 굴절시켜 컨테이너 내부를 어느 정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품에 따라 컨테이너 색깔을 고려해야 하기에 화물 선적의 표준화된 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이렇듯 색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빨강 | 색을 향한 열정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 함대와 싸우기 위해 씨독이라는 함대를 만들었었다.

씨독은 스페인 함대를 무력화시키고 값나가는 화물을 빼앗아 오는 미션을 받았으니 말만 함대지 여왕이 임명한 공식적인 해적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해군에 입대한 대원들 중에서도 특수부대의 차출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먹을 것도 걱정없을 뿐더러 포상금까지 넉넉했다.

무엇보다 잔뜩 죽어있는 연지벌레를 적군의 배에서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럭키 그 자체였다.

연지벌레는 인체에 무해한 작은 곤충으로, 연지벌레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붉은 색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연지벌레는 금괴나 다름없었다.

스페인 함선 3척에 연지벌레 27톤이 있던 소식을 듣고 씨독이 난포한 사건이 있었다.

스페인인들이 300년 넘게 이 염료의 비밀을 숨겨왔지만 결국 이렇게 들통나버리게 된다.

그러자 유럽 전체에서 연지벌레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찾는 데 혈안이 된다.

18세기 후반, 염료 생산이 활발했을 때 연간 투입된 연지벌레만 해도 천억 마리에 달한다고 하니 상상이 가질 않는다.


빨강색은 특히나 수많은 제국을 빛내준 색이었기에 역사적으로도 돋보일 수밖에 없는 색이다.

사랑, 열정, 성공은 물론 분노, 승리까지 수많은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과거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이 염료를 살 수 있어 왕족이나 귀족이 주로 입었지만 연지벌레로부터 추출한 코치닐 색소가 구해지기 쉬워지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합성염료가 개발되자 코치닐 색소는 그렇게 점점 묻혀갔다.

오늘날 '카민 카민산, 식용색소 적색 제40호'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이는 코치닐 색소가 함유되었다는 의미이다.




노랑 | 10년을 정의하다


책상에 앉아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테이블 위를 보니 노란색이 한눈에 보인다.

유리병 위에 꽂혀진 노란색 튤립, 노란색 별 모양의 무드등 그리고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있는 벨 피규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책장을 살펴보니 노란색이 한눈에 보인다.

노란색 얇은 혹은 두꺼운 책들 그리고 전공책.

생각보다 내 방에 노란색이 많음을 느꼈다.


1960년대에서는 알록달록, 밝은 계열의 색상이 주를 이루었다. 그 흐름을 타고 노랑의 시대가 찾아왔던 것이었다.

처음 노란색은 파스텔 계열로 포함되어 꽃무늬 천이나 주방 벽에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대표할 수 있는 색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마릴린 먼로 초상>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한 장면을 확대해 그린 작품에 노란색을 사용했다.

노란색하면 곧장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 바로 스마일 버튼이다.

1963년 출시되자마자 행복의 상징이 되었으며 미소, 흐뭇함 그리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산업이 발달하며 60년대부터 색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늘어났었는데 이 때의 세대들이 색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제하거나 조용히 지냈던 전 세대와는 달리 자신들의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드러내길 원했던 세대인지라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인 노란색은 60년대를 규정하는 색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빛을 발한 색이었다.




보라색 | 숭고한 대의


110여 년 전, 런던에서 에멀라인 팽크허스트와 동료들이 여성 참정권 운동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다.

투료권을 쟁취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조직 내 불화와 결집력 부족으로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08년, 주간지 편집자 에멀라인 페틱 로렌스는 이 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보라색은 왕실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라색은 모든 참정권 운동가들 속에 흐르는 고귀한 피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유와 존엄을 향한 본능을 나타냅니다. 흰색은 사생활에서든 사회에서든 결백한 삶을 살겠다는 의미이며, 봄의 상징인 초록색은 희망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3만 명 이상의 여성이 하이드 파크에 집결해 보라색, 초록색, 흰색으로 물들이게 되었고 이 3가지 색은 공식적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라색은 권력자가 독점한 색상으로 야망, 품위, 독립을 뜻했었다.

미국에서는 용감한 군인에게 퍼플 하트 훈장을 수여하며 중국에서는 보라색이 불멸을 상징한다.

즉, 여성 운동가들이 보라색을 사용한 것은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보라색이 여성의 권익 운동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시위 현장의 역할 또한 컸다.

어떤 로고나 휘장도 사용하지 않고 구호조차 외치지 않았다. 단지 색깔 하나로 위대한 과업을 이뤄냈던 것이었다.


보라색은 때로 풍자을 나타내기도 한다.

purple pros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장되고 그럴듯한 표현을 써서 독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관심을 끌려는 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고대, 보랏빛 염료는 지중해에 서식하는 고둥의 분비물에서 얻었었는데, 약 28g의 염료를 얻으려면 25만 마리에 달하는 고둥을 채집해야 했다.

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었다.

생산 과정도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만들 수도 없었다.

레바논 남부 해양 도시인 티레가 염료의 주생산지여서, 티레의 이름을 따 티리언 퍼플이라고도 불렀다.

이렇다보니 왕족과 부자만이 티리언 퍼를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 있었고 보라색을 걸치기만 해도 신분, 명예, 권위를 드러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로 과시용 글이나 화려한 글귀를 purple prose, purple patch, purple passage라고 일컫는 것이다.




녹색 | 불편한 진실


"19세기 중반까지 중산층 거실에는 수조, 양치식물 수집함, 나비 박제 보관함, 해조류 모음집, 조개 수집함 등 박물학과 관련된 흔적이 가득했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자연에 매우 심취해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당시 사람들이 자기 소장품을 늘리기 위해 시골과 해안가를 뒤지고 다닐 정도였다.

의자나 테이블에 자연 문양을 새겨넣거나 꽃잎과 초목이 어우러진 가구와 카펫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벽지에도 온갖 종류의 꽃무늬 패턴을 집어넣었다.

벽지에는 자연의 느낌을 생생하게 주기 위해 초록색 계통이 주를 이루었다.

제조업자들은 자연의 색상을 구현해내기 위해 매혹적인 초록색을 계속해서 만들어냈고 그렇게 만들어낸 초록색이 바로 셸레 그린이었다.

그런데 셸레 그린의 인기가 정점을 찍을 무렵, 부유층에서 희한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원인은 바로 벽지에 있었다. 특히 초록색 솜털무늬벽지는 벨벳 질감을 내기 위해 폐기된 모직물로 만든 분말을 붙였었는데 여기에 비소 함량이 엄청났던 것이었다.

벨벳 벽지의 독성으로 인해 특히 피해본 것은 어린 아이나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알면서도 쉬쉬했고 결국 사망하는 이들까지 나오자 결국은 시인하게 되었다.

벽지 외에도 녹색 유리잔, 녹색 페인트, 녹색 드레스에서도 비소가 발견되었고, 이렇게 비소의 위험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색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할까 한다.

미 백악관이 왜 White House인지 아는가?

1792년 대통령 관저를 짓기 시작했었는데 당시 외벽 자재로 사암을 이용했었다고 한다.

외관에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석회로 된 백색 도료를 표면에 바른 것인데 날씨에 영향을 받으면 변색될 것을 대비해 코팅 작업까지 했다고 한다.

주변의 빨간 벽돌 건물들과 다르게 백악관만은 새하얀 색이라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White House라고 별명처럼 부르게 된 것이다.

(참고로 착공 8년 후 존 애덤스 대통령이 첫 입주자가 되었다.)

1814년 영국군의 방화사건이 있었던 그 후, 수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납 성분의 흰색 페인트를 칠해 복구공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백년 후,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통령 서한에 워싱턴 백악관 WHITE HOUSE-WASHINGTON이라는 문구를 새기라고 지시하면서부터 백악관은 단순 별칭이 아닌 정식 명칭이 된 것이다.


우리집은 BLACK HOUSE인지라 WHITE HOUSE로 꼭 바꾸고 싶었었는데, 작년에 드디어 회색 한방울 들어간 하양색으로 외관을 싹 페인트칠하고 마당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블랙으로 포인트를 줬다.

마음같아선 집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이트 톤을 유지하되 내 방은 핑크+베이지 톤으로, 나머지 방들은 베이지 톤으로 집을 꾸미고 싶은데 단독주택을 당장 리모델링할 순 없기에 러그, 커텐 그리고 작은 소품들로 방의 색감을 잡았다.

집에 있어도 항상 바쁘다. 사부작사부작거리는 게 좋아 책도 읽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하고 악기도 만져야 하고 식물도 돌봐야 하고 그리고 집정리도 해야 하기에 파워집순이인 나에게는 집이란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

오래 머물고 싶은 안락하고 따뜻하면서도 밝고 환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색'이다.


우리의 세상은 무수히 많은 색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심리적인 영향은 물론 특정 색채를 통해 세대를 나타내기도 하고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즉, 단순히 보여지는 것외에 각 색마다 특성과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참 신기하지 않는가?

합성염료가 개발되기 전에는 빨강색을 작은 벌레에서 추출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작은 벌레가 불러일으킨 파장이.

일상생활은 물론 언어, 과학, 디자인까지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끼치기에 알아둘수록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최고 전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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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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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존 2020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2020년 최고의 도서 TOP 10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오프라 윈프리 2020년 북클럽 선정 도서


타이틀만 봐도 한껏 기대감을 올려주는 책으로 내용은 더 실망시키지 않는다.

한 총격사건이 불러 일으킨 거대한 바람은 우리에게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줄 것이다.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이며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루클린의 빈민가 레드훅 지역과 퀸스의 세인트 올번스에서 열두 명의 형제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 공립학교를 졸업한 뒤 오하이오 주의 오벌린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또한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보스턴글로브], [피플매거진],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한편, 재즈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지미 스콧의 반주자로 참여하는 등 색소폰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또한 뮤지컬 음악 감독 겸 작곡가로도 명성을 날리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총격


탕!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1969년 9월의 어느 오후, 브루클린 남부의 커즈웨이 빈민 주택단지 광장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해자는 열아홉 살의 딤즈 클레멘스로 마약 중개업자이며 가해자는 스포츠코트라는 별명을 가진 침례교회 집사인 쿠피 램킨이다.

칠십 일평생 적을 만들지 않았고 주민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에서 코치로도 십여 년 넘게 이끌어왔던 사람이였기에 모두의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

왜 악랄한 마약 딜러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스포츠코트는 류머티즘 때문에 열이 났던 거야."

"스포츠코트는 말이야… 사악한 마법에 걸려 있어. 불길한 마력이 작용한 거라니까."

총격 다음 날, 은퇴한 도시 근로자부터 부랑자, 주부, 전과자 등이 공원 근처에 있는 벤치에 모여 총을 쏜 이유에 대해 온갖 추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커즈하우스의 관리인인 핫소시지는 스포츠코트와 단짝 친구였는데, 그는 2년 전에 커즈하우스 야구팀과 워치하우스팀 간의 경기가 취소된 일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했다.

스포츠코트와 같은 동에 사는 아이티인 요리사 도미니크 르플루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스포츠코트가 평생에 한 번쯤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어."

그렇다. 다들 추측에 불과할 뿐 스포츠코트가 딤즈를 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도미니크 르풀루어가 한 말에는 모두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스포츠코트


9동 주민 반 이상이 독감에 걸렸을 때, 스포츠코트 또한 심한 독감에 걸렸었다.

그 중 마이티핸드복음교회 집사가 세상을 떠나자 범범 자매는 스포츠코트 또한 요단강을 건널 것이라 말했지만 무사히 넘어갔었다.

몇 년 후, 스포츠코트가 세 번째 심장발작을 일으켰을 때 19동 주민인 지니 로드리게스가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또 무사히 넘어갔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스포츠코트는 죽은 목숨으로 정해진 것 마냥 주민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일흔한 살인 스포츠코트는 아픈 곳이 매우 많았다. 통풍, 치질은 물론 류머티즘성 관절염 때문에 등이 심하게 굽어져 있었다.

왼쪽 팔에는 종양이 있고 사타구니에는 탈장으로 인해 장기가 삐져나와 있었다.

그렇게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불운했지만 운이 좋았다.

즉, 걸어 다니는 재주꾼이자 불운의 대명사이자 살아 있는 재앙이었으며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기적의 화신이었다.



헤티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의 이름은 헤티.

그녀는 1967년 폭설 내리던 날 세상을 떠났었다.

그 날 저녁, 헤티와 게 요리를 먹고 항구를 바라보다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한밤중에 헤티가 스포츠코트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보니 방 안에서 빛 하나가 빙빙 떠도는 것이 아니겠는가.

헤티는 이를 보며 이 빛은 하나님의 빛이니 부두에 가서 달맞이꽃을 꺾어 온다며 잠시 나가게 된다.

부두에는 엘레판테가 있었기에 굳이 스포츠코트는 따라나가지 않았다.

엘레판테는 엘리펀트, 즉 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진 이탈리아 출신으로 건설 및 트럭 운송업을 하고 있었는데 몸집도 크고 매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사악한 딤즈 패거리조차도 절대 엮이지 않으려고 한 인물이었다.

그렇게 밤새 아내를 기다리다 아침이 되자마자 아내의 발자국을 따라 부두로 따라나갔다.

그러나 물가에서 끊어진 발자국으로 인해 아내를 어디에서도 찾을 순 없었다.

그렇게 며칠 후, 엘레판테의 부하들이 부둣가 근처에서 물 위에 떠 있는 헤티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엘레판테의 부하들은 헤티의 시신을 건져내 모직 담요에 싼 뒤, 깨끗한 눈밭에 눕혀 스포츠코트를 데려와 말없이 스카치위스키 한 병을 건네주고 경찰을 불러준 뒤 사라졌다.

자기네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헤티가 교회에서 회계를 담당했었다.

성탄절에 선물을 사기 위한 성탄 기금은 물론 회계를 담당하면서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딤즈


딤즈 클레멘스는 젊고 영리한 커즈하우스의 아들이었으며 마약을 팔면서 주민들이 만져보지 못할 정도의 돈을 벌고 있었다.

단순히 돈만 잘 버는 게 아니었다. 상류층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을 뿐더러 괜스레 쓸데없이 딤즈의 이야기를 꺼냈다간 심하게 다치거나 이름 모를 뒷골목에 묻히기도 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은 지금부터다.

앞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서술했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쓰지 않았었다.

즉, 피해자는 죽지 않았고 다치기만 했다.

또한 모두가 추론했을 뿐이라고 서술했지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사실 광장에서 가해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피해자에게 총구를 겨눴는데 그 때 열댓 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열여섯 명의 목격자였다.

여호와의 증인, 아기를 안고 있던 세 명의 엄마들, 푸에르토리코독립협회의 이지, 위장 임무 수행중이던 경찰, 딤즈에게 마약을 사러 왔던 일곱 명의 고객들 그리고 파이브엔즈 교회에 다니는 세 명의 신도들이었다.

이들 중 누구도 총격에 대해 경찰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세 명의 신도들, 그 날은 스포츠코트가 난생처음 설교하기로 예정되었던 날이었기에 신도들이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는 그렇다쳐도 경찰은 정말 못 본 것일까?

위장 임무 수행중이던 경찰, 스물두 살의 이드로 제트 하드만은 커즈하우스에서 처음 배출한 흑인 수사관으로 제76관할구 소속이었다.

그는 딤즈 클레멘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었는데, 클레멘스는 단지 하수인에 불과하였으며 그 끝에는 브루클린에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범죄조직의 핵심인 조 펙이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 날, 주택국 소속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제트는 빗자루를 들고 광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국기 게양대에서 딤즈가 앉아 있었고 그의 패거리와 고객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코트가 보였다. 항상 미소지으며 중얼거리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 때, 스포츠코트가 야구 타자의 자세를 취하고는 공을 날리는 시늉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선 킬킬거리다 돌아서려는 순간, 왼쪽 주머니에서 녹슨 권총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것을 순간 보게 된 것이었다.

문제상황이었다.

그렇게 10미터, 5미터… 중얼거림이 멈추자 제트는 훈련받았던 동작이 저도 모르게 나왔지만 신분이 발각되면 안 되기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속으로 주민들이 얼른 광장을 떠나길 바랐다.

그렇게 몇몇 주민들이 자리에 일어났고 핫소시지는 물론 범범 자매까지 떠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지 자매가 떠났고 이제 이지만 떠나면 되었는데… 떠나질 않았다.

제트는 그저 겁에 질린 채 총성이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딤즈?"

"스포츠코트 아저씨! 오, 나의 아저씨."

"너 왜 요즘 야구를 안 하는 거냐?"

"야구?"

"그래, 야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요."

"야구보다 중요한 건 없어, 딤즈. 이유를 좀 알아야겠다. 이 커즈하우스에서 야구에 관한 문제라면 내 관할이니까 말이야."

"그 말은 맞아요, 스포츠코트. 야구 하면 당신이죠."

"나는 이 단지 역사상 최고의 심판이야. … 그리고 치즈를 가져오는 건 나야. 베드로도 아니고, 바오로도 아니고, 예수도 아니야. 바로 나란 말이다. 난 너에게 야구를 그만하라고 한 적 없어, 딤즈 클레멘스, 알아? 왜냐하면 네가 제일 잘하는 건 야구니까. 그런데 왜 야구를 하지 않는 거냐?"

"그만 가요, 스포츠코트."

"너 아직 대답 안 했어. 나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너를 가르쳤어. 주일학교에서도 가르쳤고, 야구도 가르쳤어."

"꺼지라고, 스포츠코트."

조금 떨어져 있던 제트는 그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 외쳤다.

순간, 딤즈는 고개를 돌렸고 스포츠코트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이마를 겨냥하던 총알은 결국 빗나가 귀를 스쳤다.

이후 경찰관이 도착했지만 광장은 어느 순간 빈 광장이 되었고 옛 동료를 알아본 제트는 자신을 자연스레 연행해달라고 부탁했다.


모두가 스포츠코트를 걱정했다.

그만큼 신뢰했던 것이었다.

헤티의 죽음 이후, 교회 기금이 어디로 갔는지 모두 궁금해했다.

스포츠코트와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이니 그는 알고 있지 않을까 했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캐묻지 않았었다.

핫소시지는 자네가 딤즈를 쐈으니 달아나라고 했지만 스포츠코트는 정작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자, 30달러. 내가 가진 전부야, 스포츠코트. 이걸로 버스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

"난 아무 데도 안 가."

"좋아. 그럼 이 돈은 내가 교도소로 자네 면회 갈 때 버스표 사는 데 쓸게. 그때까지 자네 목숨이 붙어 있다면 말이지."


총격 사건 이후, 조직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어 그야말로 난리가 난리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린다.




아마존 2020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 · 뉴욕타임스 2020년 최고의 도서 TOP 10 ·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

왜 이런 타이틀은 가지고 있었는지 짐짓 이해가 되었다.

선진국이란 타이틀이 있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순 없다.

지금도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기에 이를 소설에서 여실히 보여줬기에 사람들이 더 주목하며 읽은 게 아닐까 싶다.

미드 수사물을 보면 시즌 초기에 이러한 배경을 다룬 에피소드가 꽤 많다.

소설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으로 사건을 다루었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매우 잘 풀어내어 당시 미국 배경이 상상될 정도였다.


이 책은 특히나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면 훨씬 더 몰입감 높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꽤 분량있는 책이기에 결말을 말하면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아 함구하겠지만 Bad Ending은 아니다.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 읽던 도중에 멈추고 이어읽기를 반복하다 지난 주말에 자리잡고 앉아 제대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요새 자기계발서, 인문/철학서, 경영/경제서 위주로만 읽었었는데 제대로 소설 하나 읽었다는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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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 전략 - 경영을 예술하라
김효근 외 지음 / 가디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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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발전해 나가야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인 지금, 미래를 제대로 그리며 일하고 싶다면, 미학경영에 주목하라.

생존 전략인 마스터피스 전략에 대해 꼭 알고가자.


저자, 김효근은 작곡하는 경영학자로 현재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한국 아트팝 가곡 작곡가이다.

세상에 없던 연구-강의-산학-경영-행정과, 작곡-작사-음반-공연을 늘 새롭게 창신하며 비즈니스 아티스트(경영예술가)이자 삶의 예술가로서 무에서 유로의 창조적 도전에 힘써오고 있다. ‘디지털 정보화’와 ‘지식경제’ 불모지였던 1990년대, ‘정보전략계획’과 디지털비즈니스전략 방법론을 창안해 산업계에 보급하고 ‘지식경영’과 ‘신지식인’ 연구를 창안하였다.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예술연구센터의 석박사 연구원들과 마스터피스 전략과 미학경영의 새로운 방법론 연구에 집중하면서, 세상에 없던 AI-맞춤형 아트라이프 플랫폼이자 예술가-애호가 동시 거주형 예술종합 플랫폼인 아트링커의 연구개발 책임자이자 운영 스타트업인 (주)아츠링커의 C.E.O.로서 전 국민 예술향유 확대와 예술생태계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Ⅰ 마스터피스전략


마스터피스는 창작물의 결과가 너무나 훌륭하여 인간 내면의 의식을 고양하거나 확장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비즈니스에서 마스터피스를 예술의 걸작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은 바로 그 비즈니스 행위의 목표가 인간의 감동, 소비자의 현존감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오늘도 CEO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에 있어서 최고의 창작품인 마스터피스를 꿈꾼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자 메타 사피엔스 시대인 지금, 본질적인 인간의 현존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감동시키며 기업의 생명력이 지속가능하게끔 이를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비즈니스를 통해서 나의 인생작품을 창조한다. 나만의 명작을 만든다. 나만의 회사를 창립하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일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을 뿐.

저자는 경영예술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몇 년 동안 이화여대 경영예술연구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혁신성장의 뉴노멀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고 한다.

또한 지난 30여 년간 신지식인, 지식경영, 정보화전략, 창의경영, 경영예술이라는 경영 접근방법론을 기업 현장에 실제 적용해보고 성과 및 발전된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한다.

이제 저자는 경영예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스터피스 전략을 제시한다.

마스터피스는 창작물의 퀄리티가 너무 우수해 인간 내면의 의식을 고양하거나 확장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비즈니스에서 마스터피스를 예술의 걸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비즈니스 행위의 목표가 인간의 감동, 소비자의 현존감이라는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주목해야 할 것은 장인정신을 뛰어넘는 마스터피스를 창조하는 일이다.


마스터피스 전략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소비행위의 주체가 아닌 아트슈머로 칭한다.

(아트슈머란, 생산과 재생산의 또 다른 주체자다.)

소비자는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표현되고 마스터피스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창조행위가 이루어진다.

소비자가 '예술성과 창작에 대해 잠재된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소비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현존감을 느끼는 존재자이자 자기창작의 현존감을 느끼는 창조자로 보는 것이다.

마스터피스 전략에서 조직구성원은 예술창작활동을 하는 아트듀서로 칭한다.

스스로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며 자신의 업무에 몰입해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내는 핵심 존재로 조직구성원들을 바라보게 된다.


마스터피스 전략에서 소비자는 완제품을 구매하고 소비만 하는 수동적인 소비 주체가 아니다. 생산과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트슈머이며, 제품에 자신의 정체성을 접목시키는 인풋의 생산자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정체성이 반영된 제품을 사용하면서 현존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마스터피스 전략의 핵심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에 유일한 생존 전략인 마스터피스 전략은 전사적 감지체계를 고도화하고 기업운영 방식과 조직구성원의 업무 방식을 점진적으로 바꾸어 기술적 혁신을 완성시키며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한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감동을 선사하는 '생산자-소비자의 공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마스터피스 전략은 한계점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기어들이 방향 전환을 하도록 요구하며 모방형 성장보다 창조형 성장을 지향하도록 촉구한다.

마스터피스 전략으로 탄생한 제품,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는 이에 감동하여 스스로 팬이 되니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없이도 구매율은 올라간다.

즉, 소비자의 자발적 지인추천으로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술중심 예술화사회에서의 마스터피스 전략 방법론을 T.A.M. (Tech-Aesthetic Management)으로 명명하며 두 가지 방법론이 있다.

첫째, 기업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조하는 혁신 방법론 T.A.M. Creative Innovation Model 이다.

기존의 사고 틀을 깨고, 본질을 꿰뚫어 현상 너머에 숨겨진 소비자의 욕망을 발견한다. 새로운 사고법을 통해 마스터피스를 창조하는 것이다.

둘째, 조직혁신 방법론 T.A.M. Organizational Innovation Model 이다.

조직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지 준비도를 점검하고 체질 진단을 한다. 기업 정체성을 중심으로 체질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다. 조직문화, 구성원의 인식변화를 분석한다. 수준별 혁신안을 도출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제도, 프로세스, 조직문화, 도구적 측면에서의 이니셔티브를 설계한다. 이러한 조직 및 전략적 차원에서의 설계 과정을 통해 자원 예산을 배정하고 필요자원을 보충한다. 이와 같이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실행하고 모니터링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완성된 마스터피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게 된다. 마스터피스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은 '미학적 스토리텔러 기업'이 되는 것이다.




Ⅱ 미학경영


삼성페이때문에 갤럭시에서 못 벗어나듯이, 대부분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에 열광한다.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최초의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순식간에 아이폰에 매혹되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은 물론 기능도 휼륭했고 귀엽고 앙증맞으니 모두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어떤 것에 기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였고 이는 곧 사람들의 환호를 끌어올 수 있었다.

당시 잡스는 애플의 제품은 무조건 아름답고 예쁘고 아주 심플해야하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반면에 삼성전자 초기 갤럭시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정신이 없었으니 초반에는 미적 감각을 더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어오지 못했었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기능적으로 구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었다.

애플에는 있고 삼성에는 없는 비밀코드, 저자는 이를 미학적 아우라라고 칭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에 미학경영은 생존의 열쇠인 셈이다.


이제 기업에서 ESG는 필요조건이다.

이것만으로 생존과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학경영은 진정한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기능성(첨단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가능성), 관능성(미적 숭고함과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관능성), 정체성(기업가의 고유한 철학과 가치가 담긴 제품/서비스의 정체성), 이 삼위일체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현존감을 극대화하게 해야 한다.

미학경영의 작동원리이자 본질이며, 즉, 이것이 마스터피스 전략이다.


조직생태학은 조직군의 생성과 성장, 사멸의 원인과 과정에 초점을 둔 이론으로 생명체의 원리나 보편적인 특징을 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궁극적 지향점을 기업이 살아 있는 인간처럼 작동하는 것으로 삼았는데, 이는 IT를 활용하여 기업의 모든 거래 처리가 자동화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로 변형하면서 목표달성에 가까워지는 경영정보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조직생태학의 이론적 기반은 자연과학적 개념인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명 메커니즘'이다. 즉, 생명체가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감지하고 타 생명체와의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보하고 환경에서의 생존확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업의 조직활동은 생명조직화 과정이나 다름없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도 사회적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2020년대 들어와서야 국내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ESG는 지구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대변해주고 있다.

저자는 1990년대 한국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식경영'을 통한 인식론적 성찰을 제시하였었다.

현재는 ESG에 대해 합목적성의 관점에서 도덕과 합일된 숭고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경영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미학경영은 결국 진정한 마스터피스를 창출한 근원이 된다.


도덕적, 윤리적 기반은 생명조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수요소다. 즉, 일정한 규칙하에서 타 조직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도덕적, 윤리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조건이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필요조건 충족을 넘어서 타 주체에 대한 미학적 가치 제공 여부다. 즉,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미학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최고의 직장 조건은 "멋진 동료와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다시피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자유와 책임이며 이에 모든 경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책은 진즉 읽었지만 마무리가 덜 되어 업로드를 아직 못했는데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규칙 없음 No Rules Rules』이란 책이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굿즈 소개하면서 넷플릭스 머그도 함께 첨부했었는데, 당시 책과 함께 온 사은품이었다.)

글쓰기 노트에 적힌 말을 잠시 옮겨보자면,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넷플릭스는 능력 있는 직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밀도를 높이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도록 독려해 솔직한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No Rules Rules! 규칙 없음이 규칙이라는 넷플릭스의 경영 방식은 자유를 주어야 책임을 지며 그래야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이 된다는 데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 신뢰의 문화인 것이다.


회사는 직원을, 직원은 회사를 믿는다는 전제하에서 창의하고 소통하며 업무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구성원의 행복으로 귀결된다.


생산자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제품을 만든다.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직원, 협력업체, 사회 구성원들이 환경적,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미덕을 실천한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 미학경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다.




Ⅲ 마스터피스 전략 방법론


미학경영 방법론의 본질은 '미학적 요소를 기업현장에서 어떠한 논리적 기반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자는 기술중심 예술화사회 미학경영 방법론을 T.A.M. Tech-Aesthetic Management 라고 명명했다.

탐내다,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하다의 의미를 표현하는 동시에 기업경영이 추구하는 탐미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T.A.M. 조직혁신 모델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마스터피스의 핵심 성공요소를 찾는다.

2단계: To-Be 설계를 한다.

3단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작성한다.


그동안 조직들은 과학적 경영 방식 안에서 새로운 혁신 방법론만 학습해 목표설정과 변화관리를 해왔다.

미학경영의 변화괸리의 원리는 근본적인 세계관을 바꾸는 일이다.

사유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하기에 예술적 안목 또한 키워야 해서 최고경영층의 학습과 준비가 필요하다.




예술은 끊임없이 창조해내야 한다. 따라하는 것 자체가 금물이다.

지난 50년을 돌이켜보면, 선진국들의 예시를 따라 하는 사례들이 많았으니 한국은 모방경제였음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 모방형 성장보다 창조형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경영 패러다임이라는 게 있다.

아폴론은 합리성과 이성을 중시하지만 디오니소스는 예술적인 힘을 숭배했다. 이들의 경영 패러다임은 평행선을 그리지만 마냥 대립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폴론적 과학경영의 한계를 인정하고 디오니소스적 미학경영을 더할 때 종래의 규범과 가치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경영 패러다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K-POP의 인기를 차곡차곡 쌓아가긴 했지만 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국위선양한 그룹은 역시 BTS이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동양인 그룹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끈 것은 이례적이었다.

기존의 공식을 깨는 틀을 보여주긴 했으나 디오니소스의 측면만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BTS의 성공 뒤에는 그간 오랫동안 쌓아온 K-POP 기획사의 시스템이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획부터 소셜미디어 활용, 멤버별 맞춤 트레이닝 등 합리적이고 질서 있는 아폴론적 요소가 크나큰 역할을 했던 것이었다.


나에게는 꽤 오래된 피아노가 있었다.

투박하고 묵직하지만 소리는 좋았던 피아노였는데 수명이 다하면서 다른 피아노를 찾아보게 되었었다.

당시 디지털 피아노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가 이것저것 보게 되었었다.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시대는 지났다. 기능은 충실하되 외관이 심플하고 세련된 게 정말 많아 행복한 고민을 했었을 정도였다.

이렇듯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쁘면 자연스레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능이 뒤쳐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이기에 성능만큼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는 시대이다.


마스터피스 전략을 이해하고자 정의부터 이에 대한 배경과 목적까지 파고드는 꽤 깊이 있는 여행이었다.

전공책으로 공부한 게 전부였는데 경영과 예술을 한데 모아 읽다보니 꽤 색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근래 전공 공부를 더 해야 하나 싶은 고민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마음에 불을 지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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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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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동양고전, 대표적으로 논어를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대부분 논어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한자 자체도 어렵게 느껴지고 숨은 속뜻을 파악하는 것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응용되어진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는 공자에 대한 가르침을 알기 쉽게 분리하여 풀이한 책으로 핵심적인 내용만 얻어갈 수 있다.

내용에 앞서 목차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 판덩은 ‘판덩 독서’ 창시자이다. 시안교통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베이징 사범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1999년 국제 대학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 중국 중앙 텔레비전에서 〈12스튜디오〉, 〈싼씽 지식 급행열차〉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베이징 교통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3년 베이징 교통대학을 사직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판덩 독서회’를 창립했다. 판덩 독서회는 지식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오디오북, 동영상, 이미지 등을 활용해 책을 설명해 준다. 2018년 판덩 독서회는 브랜드 전략을 완성해 정식으로 ‘판덩 독서’로 명칭을 바꾸었고 지금까지 4천만 명이 넘는 회원에게 영향을 주었다.




Ⅰ 학이 學而 배움에 대한 ‘마인드셋’이 천하를 다스린다


학이시습지 學而時習之


공자가 말하길 "배우고 제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니한가?"


사람이 평생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배움이다.

공자는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배우고 제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첫 문장에 배치하였다.

공부란 누구에게나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공자 또한 그것을 알기에 '배우고 제때 익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저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으면 삶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조하고 있다.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이해하는 것이고 '익힌다'는 것은 배운 지식을 응용하고 시도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예기」에 따르면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분별하며, 성실히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배움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아예 배우려 하지 않는 경우이며 두 번째는 배우기만 하고 응용과 실천을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경우이다.

그래서 공자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결과에 연연해 하지 말고, 단숨에 목표를 이루려 하지 말고, '배우고 제때 익히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가 말하는 문제 해결방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즐거움'이다. 공자가 말하는 즐거움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비웃는 냉소나 남을 얕잡아보는 자극적인 블랙 유머식의 즐거움도 아니다.

… 공자의 즐거움의 핵심은 '구하지 않음'에 있다. 즐거움은 외부를 향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힘을 쓰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거나 싸우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에서 '즐겁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긴 즐거움을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을 만나거나, 방법은 알지만 할 수 없을 때는 '배워서 제때 익히고'라는 구절을 떠올리자. 외부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에 담긴 뜻을 생각하자. 마지막으로 일을 완벽하게 해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니한가'라는 <학이>의 문장을 마음속으로 암송해보자.


"우고 제때 익힌다."

"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

"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니 군자답지 아니한가."

공자의 세 가지 말은,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깨우침이기에 잘 새겨야 한다.

그래야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풀어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자무본 君子務本


유자가 말하길 "그 사람됨이 효도할 줄 알고, 공경할 줄 알면서 윗사람을 거역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윗사람을 거역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을 일으키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군자가 근본에 힘을 쓰는 것은 근본이 세워져야 도가 생기기 때문이며, 효도하고 공경할 줄 안다는 것은 바로 어짊의 근본이다!"


'집안에서 부모에게 효도할 줄 알고, 형제들을 공경하며, 우의를 지키는 사람이 윗사람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어진 문장도 같은 의미이다. 즉, 가족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직장에서도 상사를 존경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할 덕목을 갖추고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내며 배신과 배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기에, 모든 일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즉,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은 성격과 인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으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도 사람의 태도에 근간이 되는 것을 습관이라 말하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을 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훗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됨됨이를 갖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개인적으로 이 말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을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부모같지 않은, 자식같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 방임하는 것은 물론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부모부터 재산 문제 등으로 부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자식까지.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환경 탓할 필요없이 습관만 잘 만들어 나가면 된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마거릿 대처가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반복되는 작은 습관을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분명히 바뀔 것이다.


현현역색 賢賢易色


자하가 말하길 "어짊을 어질게 하되 외면에 대한 관심과 바꾸고, 부모에게 효도함에 있어 힘을 다하며, 군주를 섬김에 있어 몸을 바치고, 친구를 사귐에 있어 말에 신뢰가 있다면, 비록 배우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운 사람이라 말하겠다!"


'어짊을 어질게 하되 외면에 대한 관심과 바꾸고-' -첫 구절만 살펴보려고 한다.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간 뒤에 거둔 어린 제자인 자하에게 한 말로, 지나치게 외면의 것에 치중하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초면인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이렇다보니 비슷한 맥락으로 오늘날 명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오픈런이라는 현상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으니 조금은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 대한 내면을 파악할 수 없으니 섣불리 사람 됨됨이에 대해 판단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겉모습이 일차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때 봐야 할 것은 깔끔함과 단정함이다.


옛사람들의 지혜는 뛰어났다. 그들은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인 조건에서 행동의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가의 기준은 어짊과 같은 인간의 내면과 본성이었다.




Ⅱ 위정 爲政 북극성처럼 빛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스물 네 가지 이야기


비여북신 譬如北晨


공자가 말하길 "덕으로 정치한다는 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뭇별들이 둘러싸는 것과 같다."


정치 이야기 꺼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잘 이끌어가기 위해 국민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데 자기 이익은 물론 권력까지 챙기려는 심보넘치는 국회의원들이 판을 치고 다니니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표심 하나라도 잡기 위해 너도 나도 선거판에 끌어들이니, 돈과 권력 맛에 취한 자들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부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나라에 빗대는 것은 제쳐두고 축소시켜서 말해보자면, 기업의 리더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순자가 말하길, "임금이 요점을 파악하는 걸 좋아하면 모든 일이 상세하게 처리되고, 임금이 자질구레한 것까지 파악하는 걸 좋아하면 모든 일이 황폐해진다."라고 했다.

한 회사에 중요한 업무가 있을 경우, 사장은 그것만 중점적으로 파악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업무에 책임자가 있으니 지도자가 책임자가 있는 분야까지 파고들어 참견하면 결국 일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경영자를 북극성에 비유한다고 가정한다면, 덕으로 정치한다는 것은 규칙으로 다스려야 할 뿐만 아니라 덕행으로도 다스려야 함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조직의 전체 방향을 계획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정해진 위치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덕으로 정치한다는 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뭇별들이 둘러싸는 것과 같다."는 공자의 말처럼 진중하고 굳건히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삼십이립 三十而立


공자가 말하길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했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고, 일흔 살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 구절은 대개 사람들이 본인의 인생단계와 비교할 때 읊곤 한다.


첫 구절만 살펴보면,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라고 표현되어 있다.

아이가 뒤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즘은 조기교육이 당연해졌다.

외국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어 유치원부터 다니게 하는 부모 또한 많아졌다.

저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을 두었다고 하는 공자를 보며 그 시기에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그 시기에 삶의 터닝포인트를 겪었다는 속뜻이 아니었을까 하며 추론하였다.

이전까지는 노는 것이 마냥 좋았지만, 학습으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노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던 게 아니었나 싶다.


공자는 도덕과 예법이 인류를 보호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은'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도덕, 예법, 규범 등이 자신이 원하는 바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구속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그들의 경지가 아직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인언수재 人焉廋哉


공자가 말하길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이유를 살피고, 편안함을 관찰한다면 자신을 어떻게 숨길 수 있겠느냐? 어떻게 숨길 수 있겠느냐?"


이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한 대답으로 공자의 통찰력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살피는데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눈은 악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밝고,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러니 그 말을 듣고 그 눈동자를 살피면 어떻게 숨길 수 있겠는가?"

맹자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크나큰 오류가 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싫은 내색없이 생활해야 하니 포커페이스에 능숙해져 눈에 빛이 없고 어둡다고 해서 선한 사람일지, 악한 사람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실제 맹자보다 공자가 사람을 판별하는 관점이 더 엄격했다고 전해진다.

공자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이유를 살피고, 편안함을 살피라고 하였다. 즉, 사명, 비전 그리고 가치관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지에 국한돼서 사람을 파악하려 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우리는 상대를 볼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어떤 동기를 품고 있는지, 어떨 때 가장 편안해하는지,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인품은 바로 이런 부분들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Ⅲ 팔일 八佾 마음이 불안할 때 되돌아보는 예법, 그리고 음악


시가인, 숙불가인 是可忍, 孰不可忍


공자가 계씨에 대해 말하길 "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하니 이것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


당시 춤에도 규범이 있어 열을 맞추어 춤을 춰야 했다고 한다.

선비들은 2열, 경부대는 4열, 제후는 6열, 군왕과 천자만이 8열로 춤을 추었다.

팔일무는 8명이 8줄로 총 64명이 춤을 춘다.

귀족인 계씨는 노나라 왕보다 지위가 낮았지만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삼환씨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벌이며 군왕과 천자만이 출 수 있는 팔일무를 추었는데, 이를 듣고 공자가 화를 냈다고 전해진다.

'그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양심의 가책이 없는 범죄자도 결국은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지른 것이고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에, 고로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성선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묘사된다. 나쁜 사람은 나쁜 일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결심한다. 무엇을 결심하는 것일까? 바로 마음이 선함으로 향하여 하는 것을 참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것을 참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려는 마음을 억누른다. 이렇게 선한 본성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 체면, 지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쟁취해야 할 것을 위해서 본성을 참을 때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작은 선행이라 해서 외면하거나 작은 악행이라 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은 결국 큰 악행이 되고 만다.

또한 지속하다 보면 결국 선한 본성을 억누르는 힘이 커지게 된다.

'이것을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는 결국 자기 내면의 선한 본성을 참는 사람은 더 큰 악행도 저지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내면의 선한 본성을 지켜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갈수록 더 무서워지는 것은 결국 인간이란 존재이다.

터무니없고 어이없기도 하고, 화나고 분노하기도 하고… 요즘 뉴스들 보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들만 가득하다.


왜 도덕 과목이 사라진 것일까?

사람 구실을 하려면 적어도 '기본'은 알아야 하는데, 점점 기본적인 덕목은 무시된 채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학교에서는 입시를 위한 가르침만 있을 뿐, 살아가면서 터득해야 할 지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스스로라도 습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알고 있다면 충분히 적용시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시대가 다르고 틀에 박혀 있다고는 하나, 그 가르침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동/서양 철학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면 이와 관련해 쉽게 풀이한 자기계발서나 인문서를 읽어도 좋다.


동, 서양 고전은 빠지지 않고 재독하다 보니 이와 관련하여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덕목과 가치관은 과거나 지금이나 적용한들 변함없다지만, 환경과 상황 자체는 많이 달라졌기에 현재를 반영하여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집해 읽고 글쓰기 노트에 빠짐없이 덧붙이고 덧붙이며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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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20만 부 기념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살아가면서 가장 크게 필요한 것이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이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따뜻한 세상이라 단언할 순 없을 것 같다.

경쟁

사회·이익사회로 변모되면서 자연스레 자기 이익 위주로만 생각하게 되었으니깐.

그렇게 우리는 이전보다 크고 작은 상처를 받게되는 일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깨움과 치유는 동질의 마음에서 나온다. 저자는 그런 우리에게 동감어린 시선으로 글을 통해 진심어린 마음을 전해보고자 한다.


저자, 정영욱은 주식회사 부크럼의 대표로 부크럼 출판사와 이외의 문화 사업을 운영 중이다.




Ⅰ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 현대에 우리의 삶은 진퇴양난일 상황도 배수지진일 상황도 많지 않습니다 굳이 삶 전체로 보지 않아도, 오늘만 하더라도 그랬습니다.

애초에 지금 피나는 노력이나, 혈투에 가까운 열정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면 오늘은 반만 치열하게, 내일도 반만 치열하게 해도 고작 하루 차이로 해결됩니다. 하루 늦는다고 내가 나락에 떨어지는 것도, 누가 날 죽일 듯 쫓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장기전이기에 쉬어갈 여유를 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사탐에서 유명한 이지영선생님이 세바시에 나와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주제였다.

그렇게 독하게 공부하라고 채찍질하던 선생님께서 왜 그런 주제로 강연을 하셨을까?


상에는 아직도 독함을 강요하고 성공의 중요한 키워드를 부단한 노력이라 강조하는 동기부여 강의가 많이 존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요.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큰 선물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그 어떤 성취도 그 다음 단계의 자기 혹사를 위한 변명이 될 뿐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도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 없잖아요.

자신을 아껴주세요.

자신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 주세요.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진짜 귀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시험이 있을 때면 한 달 전부터 꼬박 앓았었다.

처음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으나 여러 상황과 한계에 부딪히고 부담감이 생기면서부터, 밥 먹듯이 밤을 새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몸은 점점 아파져만 갔고 쇠약해졌었다.

(당시 입시뿐만 아니라 다른 사정들이 짓누르는 상황이었었다.)

그 때, 결정적으로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 문학선생님과의 상담이었다.

노력은 열심히 하는데 힘들어하는 나를 안타까워 하셨는지, 토요일 당직하시던 날에 학교에 잠시 오라고 연락해주셨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힘을 얻었으며 무엇보다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는 날이었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성과나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게 되면 결국은 내가 이끄는 삶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이 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물론 내 삶에서 나 자신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여 주셨다.

이 모든 말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나 자신이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기에 항상 마음속에서 되새김질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 나는 빠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없이 꾹꾹 참으며 감내했던 일들부터 여러 상황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었다.

당연한 건데도 당연하게 하지 못했던 일들이, 나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옥죄었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기 시작했고 나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을 제대로 새길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껴안고 나를 쓰다듬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이다. 곧 스스로를 껴안을 때, 채찍질할 때를 아는 것이다.

▣ 나를 알지 못하는, 곧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외려 나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본 없는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 나에 대한 실례는 곧, 내가 나를 믿어주지 못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곧, 나를 믿어주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근거 없이 자신감만을 가지라는 건 아니다. 어떤 때에는, 예외 없이 나를 믿어 행해 줘야 하는 일들이 있다.

▣ 주위를 살필 줄 알되 그 중심에는 내가 있는 것. 간혹 이를 잘못 이해해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 나를 인정하는 것, 즉 나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은 무엇을 이뤄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자. 대단한 걸 이루지 않은 나라도 충분히 자랑스러울 수 있다. 나 자신이 스스로의 자랑이 됨은,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윤활제가 될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해야 내가 하는 일들이 자랑스러워질 수 있다. 또 내가 자랑스러워져야 내 주변의 자랑도 기쁘게 받아줄 수가 있다.


상황에 따라 자존심은 버려도 자존감만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

잘 웃고 넘기는 것에 도가 텄으니 단단하고 강한 줄만 알았었다.

스스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만큼은 자신있다고 자부했는데 한 번 무너지고 나니 끝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작게, 작게 무너지다 크게, 크게 무너지고 나니 얼마나 스스로가 하찮아 보였는지 모른다.

스스로 인정해주는 것은 둘째치고 아껴주는 마음까지 희미해진다.


몸도 계속 아프다 보면 결국 마음도 아프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를 더 돌보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작은 성취라도 잊지 말고 인정해 줘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자. 듬뿍듬뿍 칭찬해주자.




Ⅱ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고 이겨낼 것이다


「흔들리는 나를 꽉 잡아 주는 주문」

▣ 내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곧 행도이 되며, 행동은 곧 내 하루이며, 하루가 모여 삶이 이루어진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에스키모인은 화가 나면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아무 말 없이 화가 풀릴 때까지 얼음 평원을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화가 다 풀리면,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 되돌아온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은 뉘우침과 이해와 용서의 길이다.

▣ 명심해야 할 것은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비난을 받았고, 잘난 사람일수록 시기하며 모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값없는 미움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그들에 대한 가장 현명한 복수가 될 것이다.

▣ 오늘 당장, 재미있게 살자. 꼭 오락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것 많이 쌓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하나쯤 이뤄 보고, 평생 안줏거리가 될 만한 미친 짓도 한 번씩 해 보고 살자.

▣ 다만, 기억하자. 단지 지금이니까 그런 거라고. 아픈 건 부정하지 않겠다만, 나중을 이야기하진 않겠다만, 그냥 지금이니까 그런 거다. 마음껏 아프고 슬퍼해 줘라. 나중엔 느끼고 싶어도, 멀어져서 희미한 감정들이 될 것이다. 지금이니까 그렇겠지, 좀 지나면 괜찮을 거야.


의지 하나가 있다. 몸무게를 감당할 만한 튼튼한 의자지만 간격이 어긋나거사 한쪽 다리가 짧아지면 쉽게 흔들리고 금세 무너진다.

저자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의, 식, 주 모두 앞서 말한 의자처럼 평행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즉,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균형에 달린 것이지 짓누르는 시련의 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다.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무게를 견디는 것은 균형에 달린 것이지 시련의 크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에 누군가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그 말로 인해 나약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은 삶을 살아가는 토대에 불과하니깐.


친구들과 종일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이 되었었다.

그렇게 샤워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거실에 모여 한밤의 수다를 또 시작하려는데 그 순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따라 부르며 눈만 땡그르를 굴리며 혹시 '내가 우리 얘들 생일을 놓친 건 아니고, 뭐, 축하할 일이 또 있었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초를 붙인 케이크를 내 쪽으로 가져오니 당연하게 나는 바로 내 옆에 있는 친구를 바라보았는데 그 친구 또한 나만 계속 보는 게 아니겠는가.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하나야."

한참이나 늦은 생일인데… 생일날 아팠던 내가 계속 마음에 걸려 미리 준비했던 것이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이미 눈물은 또르르 흘러내리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손도 바들바들 떨렸을 정도였다.

만나기 전부터 케이크를 골라 어떻게 숨길지, 어느 타이밍에 노래를 불러주며 깜짝 파티를 해줬을지 고민했던 N, J, A를 생각하니 마냥 귀여웠다.

친구들이 불러주는 노래가, 나를 아끼고 격려해주는 그 마음 자체가 오롯이 느껴져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나의 두 번째 생일이나 다름 없는 이 순간, 절대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 날, 친구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놨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균형에 달린 것이지 짓누르는 시련의 크기가 아닌 것 같다.

끊임없이 위기가 찾아오고 작든, 크든 흔들리는 삶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혹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을 순 있지만 휘둘릴 필요도 없고 나약해질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게 삶이니깐.

다만,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만큼은 굳건하게 지킬 필요는 있다.




Ⅲ 함께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일 것이다


사람보단 사이가 쉽게 변한다. 지나가는 세월에 따라 시시각각. 내가 냉정하게 변한 게 아니라, 우린 그냥 그렇게 거절하고 끝내는 게 편한 사이로 변했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세월에 못 이겨, 자연스럽게.


사람의 진가는 힘들 때보다 행복할 때 나온다.

꾀죄죄할 때보다 여유로울 때 나온다.

어려울 때의 겸손과 배려는 처지로부터 나오는 법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의 겸손과 배려는,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I think…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사이는 변할 수밖에 없다.

예외도 있지만 결국 영원한 관계도 없는 셈이다.

사실 나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 변한 것 없이, 똑같이 그 자리에 있지만 누군가는 내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상대방이 느끼는 관계의 변화일 뿐이지 변한 것은 전혀 없다.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관계에 덜 상처받기 위한 것들」

▣ 나 싫다는 사람은 신경 끄고, 나 좋다는 사람을 신경 쓰고 살아갈 것.

▣ 혹해서 나의 약점을 보여 주는 순간, 그 사람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내 치부를 보여 주는 건 정말 주위 손꼽을 몇 사람이면 충분하다.

▣ 마음에는 이자가 없다. … 줄 거면 그 이상 되돌려 받을 마음은 버리고 줄 것.

▣ 나를 대하는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했다면, 나에게 이득을 취하기 위해 변한 척하는 건 아닌지 주의를 기울일 것.

▣ 언제 개선될지도 모를 관계를 오래 붙잡고 끙끙 앓지 말고, 지금 내 앞의 소중한 관계를 붙잡아 둘 것.

▣ 사회에서의 관계는, 대가 없는 관계가 드물다는 것을 늘 기억할 것. 선의가 있다면, 그 선의만큼 후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 늘 기억하며 주고받을 것.

▣ 영원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특히나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선 어제의 적,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오늘의 친구.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

▣ 나를 지배하려는 사람 … 지극한 강약약강. 강약은 그러려니 해도, 약한 자에게 유독 강해지려는 인성은 피해야 한다.

▣ 술 마시면 심하게 추태인 사람. 흔히 개가 된다거나 하는 부류.

▣ 좀 불리한 건 다 모르는 사람 … 꼭 불리한 상황만 되면 모르쇠가 되더라. 꼭 거짓말을 해도 기억 안 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꼭 때리지는 않아도 과격하게 때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사람은 믿고 걸러야 한다.

▣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사람. 결정의 기준이 오롯이 자신을 향해 있는 사람.

▣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으려는 사람. … 대부분의 사람에게 앞에선 웃어 주고 뒤돌아서면 표정 싹 변하는 사람. 괜한 걸로 미움과 열등감이 꽉 찬 사람. 나 또한 그 희생양이 될 게 뻔하다.


「관계를 오래 지키는 사람들의 공통점」

▣ 표현을 예쁘게 한다 : 보통의 대화뿐 아니라 서로 간의 이해가 틀어져 서운함을 표현할 때에도 그 표현법이 선을 넘지 않는다.

▣ 경청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 사회생활에서 화법이 중요한 만큼, 관계에 있어서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것은 곧 대체할 수 없는 치유이며 응원인 셈이다.

▣ 의외로 약속에 얽매이지 않는다 : 물론 관계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지만, 자신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어김은 충분히 관용을 베푼다.또한 어느 정도 피해가 있는 약속 어김의 경우, 약속이라는 규율보다도 피해의 정도에 따라 서운함을 표시한다. … 사소한 약속은 어느정도 눈감아 주는 관계에서는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든다. 세상이 그만큼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

▣ 다름을 인정한다 :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 틀리고 다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상대가 아니고 상대도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다. … 또 물러선 이후엔 그의 대처에 상대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스트레스는 덜고, 인정받는 상황을 만드는 현명한 사람이다.

▣ 거절 의사 표현이 정확하다 : 부탁을 거절했을 때의 껄끄러움이 싫어 거절을 하지 않는다거나,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애매모호하게 미룬다거나 하는 경우가 적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껏 어떤 가치가 있는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곧,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나의 미래입니다.


I think…

부정적인 감정을 풍기는 사람은 당연히 멀리해야 하지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 주는 사람 또한 그 익숙함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에 가까이 할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관계가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사람이 곧 나의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며칠 전, 아빠와 동생의 생일이었다.

간단하게 차리자고 마음 먹었지만 엄마와 내가 손이 워낙 크다보니 상에 음식을 다 못 놓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렸었다.

그렇게 우리는 웃고 떠들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를 보냈다.


가족의 화목함과 단합을 위해 크고 작은 파티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 그 뒤에는 언제나 나의 숨은 노력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고등학교 때부터는 엄마의 생일상을 차리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기념일들을 만들어 챙기기 시작했다.

출근 전, 퇴근 후 짤막하게 나누었던 말이 전부였지만 이런 날만큼은 편안한 분위기와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푸짐하게 차려진 집밥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막상 하기 전에는 힘들다가도 맛있게 먹어줄 생각만 하면 음식 만드는 과정 또한 내겐 힐링이다. 가족들은 맛있는 음식 잔뜩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축하하는 기념일이 아닌 날은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케이크 초에 불을 붙여 박수를 치고 서로를 응원하는 말 한마디씩 건네며 불을 끈다.


다들 각자의 삶이 있으니 밥 한 번 같이 먹는 것도 매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런 기념일이라도 있어야 맛있는 것 먹으며 웃고 떠들 수 있으니 더더욱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우리에겐 참 소중한 존재들이다.

마음을 담아 한껏 챙겨주고는 있지만, 나를 생각하고 아껴주는 그 마음 잊지않고 더 챙겨주고 더 아껴줄 것이다.

물론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도 잊지 않고.



무언가 알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라, 나도 이랬었다고 미련했던 마음을 적어 본다. 단지 그뿐. 난 이렇지만 기필코 살아간다고.

그러니 당신도 꼭 살아내었음 한다고. _저자 정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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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7-17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조건 1주일에 한 번은 부모님과 식사를 합니다. 그게 여러모로 좋은 거 같습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거 같아요. 물론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한 건 아쉬움이 있지만 부모님과 같이 식사를 하는 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어쨌거나 가족이 같이 모여 밥을 먹는 건 점점 어려워지는 일이 되고 있으니까요..ㅎ

하나의책장 2022-11-30 08: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부분 개인 스케쥴이 있으니 빙 둘러앉아 밥 한 번 먹기 참 힘들죠.
저희 가족도 yamoo님처럼 일주일에 한두번은 서로의 시간 맞춰 저녁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제 친구는 부모님이 제주도에 살다보니 일이 너무 바쁘다보면 일년에 두어번 밖에 못 만난다고 하더라고요.
예전과는 달리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yamoo님 말처럼 식사 이상의 의미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