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
에이미 블룸 지음, 신혜빈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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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저자 에이미 블룸

문학동네

2023-07-10

에세이 > 외국에세이






■ 책 소개


사랑을 어떻게 발견하고 나누는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회복과 용기를 주는지를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에세이입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는 순간들을 사랑의 언어로 바꾸고 아주 작은 선택들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삶을 중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지금 우리가 디그니타스를 찾아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머지않아 그의 생이 다하는 날 슬픔과 안도를 동시에 느낄 테지만, 이 방식을 택하면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사랑 넘치고 재밌고 엉뚱하며 사탕을 잘 나눠주는 만만한 '하부지'로 기억하는 것이 브라이언과 내게는 몹시 중요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충분히 컸을 때 원한다면 이 책을, 그리고 할아버지가 각자에게 남긴 애정 담긴 작은 편지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같이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더 머물다 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아이들이 십대가 되면 우리의 거짓말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어. 무릎 꿇고 살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기적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관해 좀처럼 얘기하지 않지만 죽음 없이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 책 속 메시지


사랑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 실천하는 연습입니다.

작은 말 한마디, 작은 친절 한 번이 결국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지요.

책을 읽고 나면 진짜 사랑의 본질은 나를 위한 사랑이 아닌 누군가의 곁에 따뜻하게 남는 마음의 자국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외로움과 분리가 만연하는 시대에 사랑을 건네는 것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사랑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지난 날의 지나간 인연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작은 행동들이 행복의 실마리가 된다는 깨달음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에게도요.

사랑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충분하다는 위안과 자유가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존엄사는 인간의 생명권이 달려있기에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치료 개선이 불가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이들은 죽기 전까지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뿐 아니라 죽음의 방식 또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고통을 가진 분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앞서 말했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질병, 극심한 고통 속에서 환자가 더 이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자율적인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존엄사의 핵심입니다.

사실 말기 환자나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고통도 일반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하다고 합니다.

즉, 존엄사는 통증을 최소화하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품위 있는 죽음을 가능하게 하죠.

연명치료가 오히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죄책감은 물론 경제적 고통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존엄사는 가족이 마지막까지 함께 준비하고 작별할 수 있는 과정을 열어주기에 죽음 앞에서의 진짜 이별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저 모두가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도 책장 정리중에 손에 잡혀 다시 읽어본 책입니다.

다시 읽어도 뭉클하고 눈물나는 감정은 언젠가 저 또한 이별을 겪어봐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막상 제 감상을 덧대고보니 지난번 리뷰와 비슷해 지난 포스팅을 첨부합니다.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사랑을 담아』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203191850



■ 건넴의 대상


외로움이나 상실감 속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분

사랑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잊은 채 바쁘게만 살아가던 분

관계 속에서 작은 차이에 상처받고 돌아선 경험이 있는 분

진심 어린 말 한마디로 하루를 다정하게 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공감(♥)과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작은 위로의 도서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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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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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저자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이덴슬리벨

2025-06-16

원제 :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2008년)

소설 > 영미소설






■ 책 소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해협의 작은 섬 건지에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런던의 여성 작가 줄리엣 애슈턴은 그 편지를 계기로 건지 섬의 사람들과 서신을 주고받기 시작하고 그렇게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독서 모임이 탄생합니다.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서 시작된 그들의 문학과 우정, 회복의 기록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전합니다.

독일군 점령의 상흔, 가족을 잃은 상실감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되찾는 인간다운 감정들이 하나하나 편지 속에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간체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총 168통의 편지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어느새 수신자이자 동반자가 되어 그들의 감정 곁에 앉아 있게 됩니다.

문장은 짧지만, 마음의 울림은 길고 깊습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편지는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말을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마음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오래된 감정을 깨우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잃어버린 사람을 되살리는 일일지도 몰라요."



그 순간, 저는 마음속 벽이 살포시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책으로 시작된 대화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읽는 순간 저는 말과 문장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작고 확신 어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편지는 단지 정보가 아니라 상실된 일상을 복원하고 인간을 사람답게 꿰는 경험이었습니다.





■ 책 속 메시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도 책과 편지가 어떻게 삶을 회복시키는 매개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라는 엉뚱한 이름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독서 모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상징이 됩니다.

책을 함께 읽고, 느낀 마음을 편지로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조용한 저항이자 깊은 연대였습니다.

전쟁은 집과 일상을 앗아갔지만 말과 문장은 마음의 집을 지어주었고 편지는 단절된 관계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문학과 대화는 상처 입은 인간을 다시 지탱하게 하는 힘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합니다.

삶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고.



■ 하나의 감상


책장을 넘기며 가장 오래 남았던 것은 말과 문장의 온기였습니다.

줄리엣과 북클럽 사람들의 편지엔 삶의 절망과 유머, 고통과 회복, 따뜻함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흔은 단지 무너진 집이나 수치로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상실된 일상과 무뎌진 마음이라는 더 조용하고도 깊은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편지라는 형식은 그 어떤 서사보다도 사람의 결을 섬세하게 전달합니다.

한 문장, 한 단어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와 그 위를 덮는 연대의 온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이 앗아간 것은 단지 삶의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신뢰였기에, 책과 편지는 그 신뢰를 조심스럽게 다시 잇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속 인물들은 모두 제각각의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과 편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조용히 회복해 나갑니다.

그들의 유쾌한 태도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사람을 믿게 하고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줍니다.


저 역시 어릴 적부터 편지를 참 많이 썼습니다.

가족, 친구,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책상 서랍에 오래도록 쌓여 있고 편지에 진심이다 보니 예쁜 편지지와 엽서, 실링왁스와 스티커들을 아직도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제 자신이 있고 누군가를 향한 아직 닿지 못한 진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오래된 서랍 속 편지를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요즘 저는 하루에 최소 두 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벌써 380여 권을 넘겼습니다.

이 속도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책이 제게 가장 유일한 쉼이자 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런 저에게 말합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도, 책은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책을 통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따뜻한 기적이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말과 문장이 마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 분

책과 편지를 통해 사람 사이의 연결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과 회복의 가능성을 찾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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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나태주 지음 / 니들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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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저자 나태주

니들북

2025-04-28

에세이 > 한국에세이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





■ 책 소개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풀꽃처럼 조용하고 낮게 그리고 단단하게 피어난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살아온 시간들 속의 배움, 실수, 사랑, 후회 그리고 기다림의 이야기들이 에세이와 시를 넘나들며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책은 소리 없이 다가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힘을 보여줍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너 오늘로써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괜찮으니,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마라.


우리는 때로 너무 잘하려고만 해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노력, 의지, 목표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가짐도 살면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완전히 번아웃이 되어 더는 힘을 내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려 애쓰지 마세요.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우리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때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면 조금 나아져요. 우리는 지금 누구나 다 힘들고, 어렵고, 괴롭고, 불안하고, 조금은 우울합니다.

나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이 있다면,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찌그러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드러내 아름답게 빛낼 수 있도록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 바로 이곳에 있는 것》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까운 곳, 지근거리, 바로 우리 집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찾지 아니하고, 자꾸만 먼 곳에 있다, 남에게 있다, 안 보이는 곳에 있다,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난하고, 불행하고,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한 것이지요. 이에 대해 카를 부세라는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 너머 저쪽」 - 카를 부세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 밑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도 친구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

산 너머 언덕 너머 더욱더 멀리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이 있다고 말을 한다네.





■ 책 속 메시지


이 책은 단순히 인생을 잘 사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품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하고, 어떻게 놀아줄 것인지를 풀꽃 한 송이 바라보듯 차분히 알려줍니다.

나태주 시인은 스스로를 삶에 지지 않으려는 사람이라 표현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 속엔 넘어져 본 자의 품위와 울어본 자의 너그러움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쁜 하루를 살다보니 살아가면서 잊기 쉬운 것들이 점차 많아집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 출근길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 천천히 걷는 마음 그리고 나 자신을 토닥이는 법을요.

이 책은 그 모든 것들을 조용히 상기시켜줍니다.



■ 하나의 감상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풀꽃처럼 살고 싶다!"


가끔은 바람에 흔들리고, 가끔은 제자리를 잃더라도 그래도 조용히, 자신의 방식대로 피어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런 마음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지만 이 책은 그걸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나태주 시인의 문장은 어딘가 그리운 마음처럼 조용히 다가와 앉습니다.

누군가의 충고보다 더 깊은 울림은, "그저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그 한마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늘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사실은, 견디고 있는 하루 자체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는 당신도, 이미 잘 살아내고 있는 거예요."

오늘은 그 말 하나로, 마음이 조금 덜 무거웠습니다.



■ 건넴의 대상


나태주의 문장을 좋아하는 분

인생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싶은 분

가르침보다 다정함이 필요한 시점에 있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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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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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저자 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01-02

원제 : Stoner (1965년)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미국문학





■ 책 소개


『스토너』는 미국 중서부의 한 대학에서 문학 교수로서 평생을 보낸 한 남자의 삶을 그려내었으며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출간 당시 주목받지 못했다가 나중에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농장에서 태어나 대학을 통해 문학을 만나게 됩니다.

이후 교수가 된 후 결혼하고 자식도 가지며,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고독을 겪은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하고 단순한 인생이지만, 그렇기에 더 깊은 여운이 남게되는 작품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오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엄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그는 대학 공부도 농장 일을 도울 때처럼 즐거움도 괴로움도 없이 철저하게, 양심적으로 했다. 1학년 말에 그의 평균성적은 B학점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그는 점수가 더 낮지 않은 것을 기뻐했을 뿐, 점수가 더 높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것을 배웠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점수가 그에게 의미하는 것은 2학년 때에도 1학년 때처럼 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내 생각에 자네는 교육자가 되기에 적함한 사람이 아닐세. 재능과 학식보다 편견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절대 안 되지. 내게 그럴 힘이 있다면 십중팔구 자네를 해고했을 걸세. 하지만 우리 둘 다 알다시피 내게는 그럴 힘이 없지. 우리는…… 자네는 종신교수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네. 나도 그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내가 위선을 떨 필요는 없네. 난 이제 무슨 일에서든 자네와 얽히는 건 사양일세. 절대로, 그렇지 않은 척 가식을 떨지도 않을 거야."

스토너는 한동안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알겠네, 홀리.” 그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는 삶을 사랑했다, 그리고 삶이 그를 사랑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인생이 반드시 드라마틱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말없이 견뎌내어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 결국 내 삶에 최선을 다한 것이니깐요.

우리의 하루하루는 어쩌면 기승전결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하루들이 모여 하나의 삶이 되는 것처럼 사소하고 평범한 존재의 존엄함 또한 꼭 깨우쳐야 합니다.





■ 책 속 메시지


책에서는 성공이나 명예가 삶의 본질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주인공 스토너는 문학을 사랑했고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했지만 무심한 결혼 생활을 보내야 했고 결국 사랑은 멀어졌으며 동료와는 갈등도 빚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문학과 학생 그리고 진실에 대한 충실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죠.

즉, 이 책은 성공이 아닌 진실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토너』는 우리에게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 하나의 감상


책을 읽고나면 문득 이런 물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스토너가 실패한 인물인가?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패배가 아닌 그에 대한 존경심이었습니다.


대학에서도, 집에서도 불안하기만 했던 그의 위치는 꼭 우리네 삶과 닮아있었습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니지만, 세상은 쉽게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으로 나눕니다.

스토너는 자신이 선택한 일을 사랑했고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하고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은 그 누구보다 치열했으니깐요.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었지!

이렇게 읊조린 스토너의 고백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진짜 모습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조용하지만 단단한 인생을 살고 싶은 이에게

문학의 위로를 믿는 모든 독자에게

인생의 의미를 고민 중인 30-40대에게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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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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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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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창비

2014-05-19

소설 > 한국소설

해외 문학상 > 노벨문학상





■ 책 소개


1980년 5월 광주.

한 소년의 죽음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소설입니다.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폭력 이후의 생과 죄책, 기억과 애도의 문제를 파고드는 이 소설은 고통을 바라보는 윤리적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동호’는 계엄군의 폭력으로 숨진 친구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도청으로 들어갑니다.

이후 그의 죽음은 주변 인물들의 삶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각각의 시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우리 앞에 놓습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처럼.



마이크를 쥔 젊은 여자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분수대 앞 스피커에서 울려온다. 네가 걸터앉은 상무관 출입계단에서는 분수대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나마 추도식을 보려면 건물 오른편으로 돌아나가야 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너는 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여러분, 적십자병원에 안치되었던, 사랑하는 우리 시민들이 지금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 피를 그냥 덮으란 말입니까. 먼저 가신 혼들이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네가 죽은 뒤, 나는 살아가는 게 두려웠다. 살아 있다는 게 죄스럽고, 숨 쉬는 일조차 너에게 미안했다.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오래 괴로워하는 이 문장은, 부채처럼 가슴에 남은 죄의식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애도하지 못한 슬픔과 마주하지 못한 진실 그리고 남겨진 자의 시간이 때로는 삶보다 더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속삭입니다.





■ 책 속 메시지


『소년이 온다』는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묻는 작품입니다.

폭력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 폭력을 외면하거나 잊으려 했던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의 일부임을 상기시킵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고통을 바라볼 것인지 또한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습니다.



■ 하나의 감상


문장 하나하나가 비탄으로 젖어 있지만 그것이 감정에 함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절제된 언어는 더욱 큰 울림이 되어 제 가슴 깊은 곳을 조용히 두드렸습니다.


광주사태를 실제 겪었던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저희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랬기에 지난 윤석열 계엄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칼을 들고 휘두르려 했지만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해서 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어떤 논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참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날 광주에서 스러져간 이름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숨이 막히고 문장을 넘기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지만, 그 고통을 함께 견디는 일이 곧 기억의 윤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끝내 말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현 시대의 양심에 던지는 물음입니다.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건넴의 대상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문학으로 느끼고 싶은 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싶은 청년 세대

한강의 문장을 통해 진실과 마주하고 싶은 사람


고통과 애도, 기억의 윤리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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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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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이 온다, 를 읽었는데 작별하지 않는다, 를 또 어떻게 읽나 하고 있어요.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 힘든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하나의책장 2025-05-03 18:47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도 한 권 읽을 때마다 후유증이 너무 커서 연달아 읽지는 못했었어요ㅠ
재독할 때도 큰마음 먹고 읽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