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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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저자 조창인

산지

2019-05-10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떠난 엄마 가시고기를 대신하여 새끼들을 돌보고 결국 자신의 몸까지 내어줍니다.

자신의 몸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부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 바로 『가시고기』입니다.



씩씩하고 밝은 다움이는 많이 아픕니다.

곧 3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지만 2년 전부터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움이는 학교에 여섯 달도 못 가봤지요.

똑똑한 다움이는 알려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빠가 다움이에게 무슨 병명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백혈병 환자들만 가득한 병실을 보고 스스로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고 원무과에서 아빠를 부르는 일이 잦아진 것을 보고선 병원비가 밀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에게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 또한 어린 시절 참 지독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외발이 되어 목발을 짚은 채 나타난 그의 아버지는 근처 여인숙에서 자장면을 먹이고선 소화제라며 알약을 건넸는데, 그 약은 다름아닌 쥐약이었죠.

쥐들이 그 약을 먹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봤던 그는 아버지에게 먹지 않겠다고 기겁하며 저항하였고 아버지는 이내 지폐 몇 장을 찔러놓고선 역전 파출소 앞까지 그를 데려갑니다.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구나. 어떡하든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그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움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기만 합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끝없는 투병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일지도 모르니깐요. 그 옛날 그의 아버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다움이의 병세는 심각해졌고 결국 골수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습니다.

다움이에겐 병실 친구 성호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성호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가지고 있으니깐요.

그러던 어느 날 거품을 물고 중환자실로 내려간 성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꼭 퇴원해서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말이죠.

며칠 후 성호 엄마는 다움이가 엄마라는 존재 다음으로 부러워했던 성호의 장난감인 해적선 레고를 꺼내며 성호가 갑자기 퇴원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레고를 건네줍니다.

하지만 다움이는 알고 있습니다. 성호가 먼 길을 떠났다는 것을.

다움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가 크게 다툰 후 서로 헤어졌다는 사실을 다움이는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 엄마가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여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그녀를 찾아가게 됩니다.

다움이 엄마는 초라한 행색의 남편을 보며 쏘아댔고 한 사내를 남편이라 소개하죠.

퇴원 후, 아이와 함께 차를 끌고 여행을 다니던 도중 다움이 부자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 또한 아픈 사연을 안고 있었는데, 아빠는 다움이를 위해 잠시 노인의 집에 머무르며 노인을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요?

다움이는 지독한 병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동화책 『가시고기』를 읽고선 참 많이 울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눈물 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 눈에 가득 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다움이를 씩씩하게 보내려는 아빠의 마음은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참 절절합니다.


예전에 어린이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간호사가 어른들은 음주, 흡연 혹은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후천척으로 병을 얻는다지만 아이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었던 게 선명합니다.

또 다른 간호사의 인터뷰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투병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백혈병을 큰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기라 생각하며 무조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맞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기있고 씩씩합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아픈 아이들이 하루 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다움이 아빠가 다움이의 침대 머리맡 벽에 볼펜으로 썼던 구절과 다움이 아빠가 후배인 진희에게 발병 사실을 알아차린 그 날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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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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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저자 나태주

알에이치코리아(RHK)

2023-01-25

시 > 한국시






별처럼 꽃처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 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





까닭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은방울꽃



누군가 혼자서 기다리다

돌아간 자리

은방울꽃 숨어서

남모래 지네


밤마다 밤마다

달빛에 머리 감고

찬란한 아침이면

햇빛에 몸을 씻고


누군가 혼자서

울다가 떠나간 자리

어여뻐라 산골 아씨

또다시 왔네.




또 다른 행복



그 애를 마음의 꽃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되었고

조바심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낮이면 스스로 들판에 나아가

벌 받는 나무가 되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꽃이 되었다


그렇다 한들 어떠랴!

그 애가 주는 불행은

또 다른 행복

숨 쉬는 사람으로

살아 있는 순간순간만 그저

기쁘고 고마울 뿐이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같은 시로 응원하는 나태주 시인은 진정 시의 마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의 영감이 될 수 있지요.

그의 사랑시 365편은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입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시집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중 한 권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풀꽃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나태주 시인은 작은 풀꽃 하나에서도 큰 세상을 발견하곤 하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문체가 간결해 읽다 보면 구절 하나하나 곱씹고 싶게 만들지요.

또한 좋은 시 다음에 좋은 시가 연이어 등장하니 자연스레 필사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제게 무지개같은 존재였습니다.

힘듦과 절망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따스하게 안아주시고선 매번 손수 적은 시를 건네주셨지요.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시 하나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무지개같은 존재였다면 고등학교 때 문학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햇살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귀 기울여 성심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하게 미소지어주시는 어른은 선생님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명절과 생일 선물을 꼭 챙겨드리고 있는데 선물과 함께 꼭 넣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손편지를 첫 장에 끼워 담은 시집입니다.

두분 모두 문학에 대해 남다른 분이시기에 책 또한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데 시집만큼은 절대 실패가 없지요.

『별빛 너머의 별』 또한 선생님들께 선물로 보내드렸었는데 명절은 지났지만 명절 선물 한가득 받은 기분이라 좋으셨다는 선생님들의 연락을 받고 나니 이번 선물들도 성공적이었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참 빠르지요.

벌써 2024년의 반이 지났다는 게.

이렇다할 말도 없이 7월이 되었다는게.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행복은 우리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는 일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꽃, 아무도 모르는 꽃, 아직은 이름도 없는 꽃이지만 꼭 이뤄내고 싶은 꽃이 더 활짝 피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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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일을 하는 편이다. 잠에서 깨어나 꾼 꿈을 돌이켜 보면 잠들기 직전까지 고민하던 일을 꿈속에서마저 이어받는 밤이 많다. 그렇게 꿈자리가 치열하다보니 다른 이들에게는 고역이라는 아침 기상 알람 소리가 오히려 내게는 평온을 가져다주는 신호와도 같다.

예술경영이라는 단어의 깔끔함과는 달리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공연뿐 아니라 영업, 미팅, 부서 회의, 제안서 및 기획서 등 수많은 일을 함께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란 음악을 하고 싶어서도,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계기는 다름아닌 버스 차창에 비친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성악도의 길에 뛰어들어 우리 가족을 좌절시킨 그 교수에게 "당신이 틀렸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성공‘이란 내게 있어 아직 스스로 정의내리지 못한 수많은 어려운 단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여정이 남들과 조금 달라보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예술인들에 비해 조금 더 넓게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다듬는 일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충분한 시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심과 함께 품었던 목적지를 끝까지 가져가려는 용기다. 과정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평탄하게 흘러간다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

쇳덩이가 너무 단단하면 부서진다고. 상황에 따라 단단하기도, 휘어지기도 하는 유연한 쇳덩이로 거듭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은 자연스레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새삼스럽지만 예술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극복하고 희열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까지가 예술이 지닌 본질 전체라고 생각한다. 예술 활동을 통해 고통만을 느낀다면 다음 예술은 탄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희와 극한의 지복이 주어지기에, 우리 예술인들은 창작과 제련 단계에서 겪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한 도전에 다시 한번 뛰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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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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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저자 김소월

문예출판사

2023-05-10

시 > 한국시





풀따기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지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눈 오는 저녁



바람 자는 이 저녁

흰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今年)은…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날런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눈 타고 오시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첫 치마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 치마를

눈물로 함빡이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봄밤



실버드나무의 거무스레한 머릿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 나래의 감색 치마에

술집의 창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은가.


소리도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지어라.

아무런 줄도 없이 섦고 그리운 새카만 봄밤

보드라운 습기는 떠돌며 땅을 덮어라.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꽃과 여인, 슬픔과 정한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대표 시인 김소월과 한국의 대표 화가 천경자가 『진달래꽃』에서 만났습니다.

책 속에는 시 150편과 그림 34점이 들어 있으며, 소개에 따르면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일부 현대 표준어 규정에 따랐지만 시어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소화하였고 김소월의 첫 시집인 『진달래꽃』과 『소월시초』의 수록 시 전편 외에도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가려 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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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6-20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있어서 더 좋은 김소월 시집이네요. 이전에 초판본도 그렇고 기획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나의책장님,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4-07-14 22:23   좋아요 1 | URL
천경자 화가의 그림이 더해져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어요. 요새 날씨 너무 덥고 습하죠ㅠ 서니데이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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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저자 김미옥

파람북

2024-05-10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나를 지켜준 것은 읽기였고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쓰기였다."

서평가이자 문예평론가인 저자는 알아주는 책덕후라 합니다.

저자는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하게 되면서 평생 소원이었던 책읽기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읽고 싶은 책을 몽당 주문해 읽는 것이지요. 특이하다면 그녀는 페이스북에만 독후감을 올린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저자가 책읽기에 빠진 사연과 함께 그간 올렸던 리뷰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독자들이 그녀의 글을 왜 좋아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간결한 문장 속, 핵심 정리도 확실한데다 다독으로 다져진 배경 지식까지 풍부하니 열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난하고 병치레가 많은데 이사까지 자주 다녀 친구가 없던 저자에게 책은 유일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이를 눈여겨본 담임선생님은 저자에게 책을 읽고 정리하는 일을 맡기게 됩니다.

학급문고를 만든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책 한 권씩을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어린이들이 읽을 법한 책들 사이에 한국단편문학전집은 양반이었습니다. 성인 소설을 보내는 부모도 있었으니깐요.

일본 소설 『태양의 계절』에서 남자가 생식기로 문풍지를 뚫는 장면을 읽은 어린 저자는 곧바로 책을 폐품수거함에 넣었다고 합니다.

그때를 계기로 여러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백일장에서 상도 곧잘 받았으니 작가가 될 것이라 모두가 생각했지만 여고 시절 읽었던 책을 계기로 작가가 아닌 독자가 되리라 결심하게 됩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책 속 주인공의 혹독했던 시대를 보며 저자 또한 별반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나름의 운이 저자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예반 지도 선생님은 문학과 관련된 계간지를 정기구독하고 있어 저자에게 권했고 저자가 가정교사로 전전할 때 가는 집마다 서재가 있어 과학계열의 책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사회인이 되고 고된 직장일에 과부하가 걸려 공황장애가 왔었는데, 그녀를 구제해준 건 다름아닌 읽고 쓰는 행위였다고 합니다.

해외 출장길, 공항 음식점에 약병울 두고 오는 바람에 기내에서 순간 숨을 쉴 수 없게되자 승무원은 저자에게 넓은 자리로 옮겨주게 됩니다.

저자는 턱 턱 막히는 숨을 내쉬며 쓰기에 집중했고 곧이어 작은 노트 한 권이 채워지니 호흡 또한 편해졌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책을 읽고 독후감 쓰는 일이 습관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건강문제로 인해 명퇴하고 활자중독의 일상을 보낼 수 있게끔 자기만의 방을 꾸미게 된 것이지요.





저도 나름 책덕후라 생각했는데 저자야말로 윗 레벨에 머물러있는 책덕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 첫 시작을 블로그로 했기 때문에 블로그가 가장 편하긴 하지만 사실 꾸준히 업로드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책을 사서 읽고 쓰는 루틴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전 글쓰기 노트에 먼저 서평을 작성합니다. 수기로요.

그러다보니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들과 인스타그램까지 하려니 너무 벅차서 [번아웃→잠수] 단계에 이르고 싶을 때가 가끔 있지만, 그래도 방치하고 싶진 않아 나름 열심히 꾸려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훗날 백과사전 두께만큼 두꺼워진 제 서평록도 잘 다듬어 책으로 내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숨 쉴 틈 없는 세상으로 변모하다 보니 누구나 한 번쯤은 정신과적 문제를 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경정신과 가는 것 자체가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괜스레 꺼려지는 게 사실이죠.

꽤 오래 전부터 공황장애를 앓아왔습니다.

참고 참다가 두번이나 기절하게 되자 오랫동안 절 봐준 의사선생님의 소개로 가게 되었고, 그렇게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사정을 안고 살고 있듯이 저 또한 무거운 짐을 안고 사는데, 그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준 것은 바로 피아노와 책이었습니다.

혼자 꾹 꾹 앓는 스타일이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 감내했는데 그때마다 피아노 뚜껑을 열었고 책을 펼쳤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가 공황장애를 극복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숨이 트인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독서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세가지 방법은 일단 읽고 당장 쓰고 마음에 담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들은 매우 많죠.

각 분야별로 수많은 책들이 존재하는데 새로운 책 또한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그 양은 이루 말하지 못합니다.

혹 책에 정이 붙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책중에서 분명 한 권쯤은 마음에 드는 책이 존재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삶의 일부인 책과 함께 하는 저자의 일상과 함께 그녀가 추천하는 책들까지 함께 본다면 이 중에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6월,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을 보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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