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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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로봇과 자동화는 21세기의 핵심 단어이다.

수제로 작업했던 직종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그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앞부분에서 찰리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화'로 인한 직업의 변화에 대한 개념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찰리의 아빠는 쥐꼬리같은 월급에 일은 고되지만 치약 공장에서 치약 뚜껑을 끼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황금티켓대란으로 초콜릿때문에 충치 환자가 늘면서 치약 공장은 큰 돈을 벌게 되었고 공장에서는 빠른 일처리를 위해 자동화 기계가 들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찰리 아빠는 실직자가 되고 만다.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멀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지금부터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저자, 제이슨 솅커는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와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의 회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43가지 평가 기준을 통해 블룸버그가 선정한 최고의 예측가이다.

이 중 유로화, 영국 파운드, 러시아 루브르, 중국 위안화, 원유 가격, 천연가스 가격, 금 가격, 산업 철강 가격, 농산품 가격, 미국의 일자리 등 총 25가지 평가 기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행사에 참석하며 민간 기업, 공기업, 산업 단체 등 다양한 행사장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일의 미래, 블록체인, 비트코인, 암호화폐, 양자컴퓨터, 데이터 분석, 예측, 가짜 뉴스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나토 및 미 정부에서 자문 역할을 했다.




로보칼립스 혹은 로보토피아


저자는 가장 유력한 미래는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사이 그 어딘가라며 준비 정도와 훈련 및 교육, 채용 기회에 대한 접근성 등은 향후 개인과 사회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잠시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의 개념을 언급하자면 로보칼립스 Robocalypse는 로봇 Robot과 종말을 뜻하는 라틴어 아포칼립스 Apocalypse의 합성어로, 로봇으로 인한 종말을 뜻하는 말이며 로보토피아 Robotopia는 로봇 Robot과 이상향을 뜻하는 Utopia의 합성어이다.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로봇은 여러 장, 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이 더 클지, 단점이 더 클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아이 로봇」, 「터미네이터」 등과 같은 SF영화에서 다뤄지는 로봇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극단적인 장면으로 인해 로봇의 단점만 부각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급변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는 자동화, 인공지능이 가져올 잠재적 위기와 긍정적 기회를 꼭 살펴봐야 한다.

다가올 로봇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분명 우리 직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로보칼립스, 일자리의 부정적 미래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해보기 위해선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의 논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보칼립스는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앞서 나간다면 세계가 비참한 종말을 맞을 것이라 강조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이 네 가지다.

① 사람들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② 모든 직업이 사라진다.

③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상실한다.

④ 로봇이 인류를 집어삼킬 것이다.


산업혁명 때보다는 변화의 규모가 작겠지만 변화의 속도는 유례없을 정도로 빠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시대를 거쳐오며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일어날 실제적 변화에 대해 잘 대비하고 있지만, 기술 및 교육 수준 그리고 소득이 낮은 직업들은 로봇이 이 일들을 대체하고자 몰려올 것이 분명하기에 항상 로보칼립스의 위협 앞에 있다는 점을 염두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보토피아, 일자리의 긍정적 미래


로보토피아의 완전한 형태의 환경은, 로봇이 다 하고 사람은 무한히 쉬는 세상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와' 하고 감탄하는 것은 1초밖에 되질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이다.

로봇으로 인한 완벽한 세상은 아니지만, 로봇을 '잘' 이용한 세상은 분명 많은 이로운 점들도 있다.

크게 보자면, 일터에서의 자유 시간, 집에서의 자유 시간,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시간 확보 등이 있다.

영화 「아이 로봇」을 보면 각 개인마다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나아가 사람을 구하는 일까지 말이다.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로보토피아는 시간을 자유롭게 하고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선택을 증가시키는 요소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한다.




앞으로, 우리 일자리의 미래


로봇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과의 진정한 접촉을 경험하는 일이다.


(책에서 낸 통계는 미국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그 흐름은 비슷하니 이를 염두해두고 읽기를 바란다.)

알다시피 산업화로 넘어가면서 무역과 기술로 인해 농업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는데 제조업도 그 뒤를 이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이다.

생산성은 노동자로부터 얼마나 많이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인데 즉, 생산성 수준이 높을수록 노동자별 결과물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고용인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는 '자본과 기술'이 있다.


IT, 로봇공학의 출연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경제학자들이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들을 논의할 때 로버트 솔로의 성장모델을 이용한다.

솔로의 성장모델은 경제 성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로, Y = f ( K, L, A ) 으로 표현된다.

생산성 변화(Y)가 K(자본), L(노동), A(기술)의 함수(f)임을 의미하며, A는 기술을 뜻하지만 앞으로 점차 자동화로 표현될 것이고 수많은 작업에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논리가 필요 없는 역할에 불과했던 로봇은 앞으로 구조화된 상황에서 논리력과 적응력을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즉, 앞으로 로봇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우리는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로봇과 자동화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함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도 있다. 예컨데, 텔레마케터, 회계사, 소매판매원, 타이피스트, 기계공 등이 있다.

살짝 덧붙이자면, 물론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점차 늘 순 있겠지만 로봇은 인간과의 진정한 접촉을 경험할 순 없기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영역은 크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흔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등장하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3G, 4G, 5G와 같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누구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세상이 아니었기에 한 블록마다 있던 것이 바로 공중전화박스였다.

(가끔은 90년대생이기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이 모든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첫 휴대폰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전자기기들을 메모리 박스에 잘 보관하고 있는데 아마 지금 학생들은 CDP나 MP3도 모를 것이다.

SONY에서 나온 CDP에 이어 아이리버 MP3까지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유물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성장속도가 빠른 것인가!


자동화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은 분명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 전문성을 쌓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과의 진정한 접촉을 경험하는 일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의료, 예술, 기술, 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앞으로 본인에게 큰 이점이 될 것이다.

로봇으로 인해 일부 노동자들은 분명 변화하는 노동력의 요구에 맞추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야만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수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에 맞춰 사회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롱펠로우가 이런 말을 했다.

과거를 뒤돌아보지 마라. 현재를 믿으라. 그리고 씩씩하게 미래를 맞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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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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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여자.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409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하게 된다.여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린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남편이 시어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버렸다. 그리고 둘의 다툼이 시작된다.

어느 날, 야요이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학생 시절, 홈스테이를 하던 집의 딸이 일본에 놀러온다는 소식에 유급휴가를 받았다.

두 살이던 아이가 벌써 열아홉 살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는 야요이였다.

남편도 있는 야요이였기에 불편한 감정도 있었지만, 홈스테이하고 있을 당시에 2년이나 머물게 해주었으니 거절할 순 없었다.

남편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테고, 그 기색을 그대로 드러낸다.

야요이는 때로 남편을 무서워한다. 그럴 때면 되뇌이는 말이 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겠지 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잖아.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기고.



생쥐 마누라


백화점을 좋아하는 미요코는 혼자 쇼핑할 때면 남편과 아들 것만 산다.

효율은 말할 것 없이 늘 일정한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예를 들면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는다거나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지 않거나 등등.

이렇게 보면 아이러니하지만 허튼 행동은 일체 삼가하면서 쇼핑을 즐긴다.

남편인 다다유키는 그런 그녀를 '생쥐 마누라'라고 부른다.

말그대로 바지런하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아들과 딸도 아빠 흉내를 내며 '생쥐 엄마'라 부르기도 하는데 미요코는 일종의 명예라 생각하며 별명에 퍽 만족한다.


「생쥐 마누라」를 읽고나면 과연 미요코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의문점이 들 것이다.

그녀는 불평, 불만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요코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차이겠지만 어떤 독자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총 열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단편의 주소재는 바로 '사랑'이다. 여기에 부제를 넣자면 '소통'일 수도 있겠다.

결국, 여자 입장에서 느끼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역자한 김 난주 또한 이 책을 작업한 뒤 이렇게 표현한다.

그 여자들에게 사랑과 결혼은 이미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도 자신의 전 존재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울타리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기에 끊임없이 희구해야 하는 꿈이며 또 영원히 사로잡을 수 없기에 허허로운 절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불꽃이 제 몸을 불살라 언젠가는 싸늘한 재로 변하듯, 타오르는 사랑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일 뿐, 사랑의 끝에는 언제든 고독한 자기 자신만이 남는다는 비극적 진실에 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작으로 저자의 작품을 거의 읽어본 듯하다.

이 책 또한 사실은 재독한 책인지라, 이전 리뷰와 크게 다를 게 없어 중복된 내용들은 일부 생략했다.

저자의 작품을 읽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아, 이 주제를 굉장히 냉철하게 표현했구나!

아, 이 주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또한, 내용이 부드럽게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고나면 글과 관련된 소재에 관해 굉장히 냉철하게 다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작품을 거의 봐온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작품은 아마 30대 후반은 되어야 더 와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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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5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알라딘 우주점 가면 구경하는 ˝에쿠니 가오리˝ 책들. 이건 제목만 봤었는데 읽고 싶네요. 저도 처음 읽은 책이 <냉정과 열정사이> 인데, 제일 좋아하는 책은 <도쿄타워> ㅎㅎ

하나의책장 2021-06-14 08:46   좋아요 1 | URL
저도 [도쿄타워] 재미있게 읽었었어요😊 에쿠니 가오리 책들은 작가님의 특유한 감성이 글에 실려 있어서 글만 읽어도 아,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구나를 짐작케 해주는 것 같아요ㅎ 새파랑님,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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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입니다."

글쓰기는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쓰기를 끝내고 나면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저자는 말한다.


저자, 이상원은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강의 교수로 일하며 15년째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가 인생이 주는 선물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특히 인생 중반의 글쓰기는 인생 단계의 '옮겨감'을 도와줄 것이라 제언한다.




내 일상을 보살피다


자신을 잘 먹이고 잘 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일이 쌓여도 일정 시간에 잠자려 노력하고 매 끼니마다 제대로 먹으려 애쓰는 저자는 자신을 제대로 먹이고 재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집에서 7개월 동안 투병하신 어머니를 보며 저자는 무언가 만들어 먹으려고 하면 죄책감이 앞섰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가 떠나시고 이제는 그 누구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본인 스스로 보살펴야 했다.

'그동안 보살핌 받은 것을 헛되이 하면 엄마한테 미안하지. 배운 대로 열심히 해야겠다.'

나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 내 삶이, 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군가를 돌보느라, 쌓인 일을 처리하느라 나 자신을 보살피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결국 스스로를 방치하고 만다.

맞다. 내가 딱 이런 케이스에 속했으니깐.



Q. 가장 최근에 아팠던 것은 언제인가?


바로 지금이다.

온갖 잔병치레중이다.


나는, 지금 아프다.

마음이 아파도, 몸이 아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바빴으니깐, 정말로 바빴으니깐.

그래도 챙겼어야 했다. 바빠도 챙겼어야 했다.

부모님이 챙겨주신다한들, 일차원적으로 내가 나를 챙기고 보살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왜 아프게 되었는지 그리고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지금은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나를 치유해주는 음식은 무엇인가?


바로바로, 밀크쉐이크!

물 외에 탄산수,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떼, 홍차가 전부인 나에게, 이상하게 아플 때면 한 번씩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밀크쉐이크'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선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입원하자마자 수술을 할 수도 있어 금식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입원하기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바로 '밀크쉐이크'였다.

그 때 이후로 크게 앓을 때면 밀크쉐이크가 먼저 떠오른다.



"꼭 글을 써야 하는 걸까? 너무 힘들어!"


글쓰기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글쓰기에 앞서 생각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를 정리해야 한다.

글을 쓰는 순간순간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글쓰기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허나, 저자는 강조한다.

글을 통해 나에게 말을 거는 작업은 지금까지 몰랐던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줄 것이라고!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이다.

짤막한 이야기와 함께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해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쓰는 데 취미가 없다면 분명히 관심도 없겠지만, 확실한 건 이런 책들은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데 정말 좋다는 것이다.


(지금껏 다독해온) 나의 경험을 빌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꼭 '읽는' 책만 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쓰는' 책도 구입한다.

'쓰는' 책이란, 책에 직접 쓸 수 있는 필사책 그리고 본문 내용을 필사할 수 있도록 따로 노트를 준비하여야 하는 책을 말한다.

요즘은 왼편에 시를 담고 오른편에는 그 시를 그대로 필사할 수 있는 책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나는 가끔씩 좋은 시들이 담겨있는 필사책을 구입해 쓰곤 한다.

내게는 글쓰기 노트가 있다. 나의 영감부터 온갖 지식 그리고 책의 글귀 등이 가득 담겨 있다.

앞서 본문 내용을 필사할 수 있도록 따로 노트를 준비하여야 하는 책을 말했는데, 분야로 특정짓자면 대부분 자기계발서 혹은 인문서이다.

읽고선 그대로 글쓰기 노트에 필사하기도 하고 문장 속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쓰기도 한다.

오랫동안 이런 루틴을 가지고 생활하다보니 분명하게 느낀 것은 '생각 정리가 잘 된다'는 것이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나는 문제해결 능력이 좋은 편에 속한다. 절대 타고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머릿 속에서 생각 정리를 한다고 한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그 생각에 또다른 생각을 연결짓거나 또다른 생각을 퍼붓기 때문에 생각 정리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그럴 땐, 써야 한다. 쓰고 나면 달라진다.


질문들이 단순하면서도 다양해, 질문 하나하나씩 써내려가다보면 정말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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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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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장 한 켠을 그에게 내주었다.

『오베라는 남자』가 출간되고서부터 그의 작품을 안 읽은 것이 없다.

에디션별로 전부 소장하고 있을 뿐더러, 그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으니 내 책장의 한 켠은 배크만에게 내주었을 정도이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의 한 블로거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초대형 작가가 되었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오베라는 남자』가 탄생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2012년 이 소설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를 기록하며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지켰고,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자리에 올랐다. 44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2016년에 영화화되어 스웨덴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의 상을 휩쓸고, 유럽영화상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으며, 톰 행크스 주연으로 할리우드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뒤이어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초대형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의 작품 『베어타운』으로 돌아온 배크만은 이 소설로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었다” “이 시대의 디킨스다”라는 언론의 열광적인 찬사와 함께 아마존 올해의 책 Top 3, 굿리즈 올해의 소설 Top 2에 오르며 또 한번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냈다.

그 뒤를 잇는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역시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에 오르며 매번 자신의 정점을 찍는 작가의 성장세를 증명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과 『일생일대의 거래』는 사랑하는 가족과 나누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그린,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두 따뜻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인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독자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최신작 『불안한 사람들』은 배크만이 『우리와 당신들』 이후 3년 만에 집필한 장편소설로, 그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부응하듯 2020년 아마존, 굿리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특히 총 25만 개가 넘는 평점과 웃음과 눈물이 황금비율로 녹아든 필력은 배크만 소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인질극, 은행 강도 그리고 하우스 트릭스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만 있으면 됐다.


무장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돈을 요구했지만, 하필 현금이 없는 은행을 급습했기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에 허둥지둥 당황하던 강도는 무작정 도망치다 한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곳은 오픈하우스였고 오픈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던 고객들을 인질로 잡게 된다.


사실 은행 강도가 항복했을 때 모든 인질-부동산 중개업자와 잠재 고객 전원-이 동시에 풀려났다.

그렇다. 앞서 인질로 잡혀 있던 고객들을 구출하려 진입했을 때, 이미 인질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인질 중 한 명이 은행 강도의 도주를 도왔다던가 혹은 은행 강도가 아예 도주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목격자 진술서


야크: …… 은행 강도의 첫인상이 어떻던가요?

런던: 좋아요. '은행 강도'가 완전 덜떨어진 인간 같아 보였다는 게 내가 느낀 '첫인상'이에요.


야크: …… 어떤 근거로 은행 강도가 덜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으셨나요?

런던: "6천5백 크로나 내놔!"라고 쓴 쪽지를 주더라고요. 6천5백을 훔치려고 은행을 털다니 도대체 뭐예요? 천만, 뭐 이 정도는 노리고 은행을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원하는 금액이 정확히 6천5백이라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사라: 이러다 날밤 새우겠네.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내가 그냥 간단하게 요약해줄게요. 총을 든 정신병자가 나랑 나보다 못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반나절 동안 붙잡아놓는 동안 경관님과 그 동료들은 건물을 에워쌌고, 모든 상황이 텔레비전으로 중개됐는데도 경관님은 은행 강도를 놓쳤어요. 지금 나가서 앞서 언급한 그 은행 강도부터 먼저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자음이 세 개 이상 들어가는 성을 본 적이 없어서 여기 이렇게 앉아 진땀을 흘리고 계시네요. 내가 경관님의 상사한테 성냥을 쥐여준다 한들 내 세금을 이보다 더 빨리 날려 버리지는 못할 거예요.


야크: 율리아하고 로요?

안나레나: 네!

야크: 그 두 사람은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안나레나: 그럼요. 그런 사람들은 거기서 살기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집을 보러 와요. 거기서 살기만 하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숨을 쉬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가슴속에 얹힌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덜 싸울 거라고. 맨 처음 결혼했을 때, 그러지 않고는 못 배겼던 그때처럼 서로 손을 자주 만지작거릴 거라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야크: …… 범인이 아직 아파트 안에 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어서요.

……

로게르: 여기요. 두드려보면 알 수 있어요. 빈 공간을.

야크: 그 사이가 왜 비어 있을까요?

로게르: 예전에, 이 동네 사람들이 돈이 많고 아파트는 더 저렴했던 시절에는 이 집과 옆집이 한 집이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요즘은 부동산 시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내지 못해 안달이 났죠. 그건 부동산 업체들의 잘못이에요. 그리고 은행.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온 사람들. 가격을 올려놓고 온갖 짓을 서슴지 않아요. 왜 그렇게 눈을 굴려요?

야크: 죄송합니다. …… 하지만 선생님과 부인께서도 최근 몇 년 새 투기의 일환으로 아파트 몇 채를 사고팔지 않으셨나요? 그것도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텐데요.


로게르: 바보들이었으니까요.

야크: 그러고는 그 사이에 공간을 남겼다?

로게르: 그렇죠.

야크: 그러니까 범인이 벽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는 겁니까? 사이즈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율스: 우리는 소파에 앉아서 피자를 먹었어요. 그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에요.

야크: 감사합니다! 그때 아파트 안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율스: 저희 둘. 에스텔. 사라. 레나르트. 안나레나와 로게르. 은행 강도.

야크: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도 있었고요?

율스: 당연하죠.


야크: 인질극을 벌인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폭죽을 요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레나르트: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애초에 인질극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야크: 그럴지도 모르지만 폭죽이라니 좀 특이하지 않은가요?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요구한 게 그거라니.

레나르트: 글쎄요. 새해잖아요. 그리고 폭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요, 아닌가요?



진실은 무엇일까?


봄이 온다. 봄은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오고야 만다. 바람이 겨울을 쫓아내고 나무는 바스락거리며 새들은 조잘대기 시작하고 몇 달 동안 눈이 모든 메아리를 삼켜버렸던 곳을 대자연이 귀청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같이 쓸고 지나간다.


날이 밝으면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듯이, 결국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배크만의 애독자들이 많은 탓인지, 『불안한 사람들』의 리뷰가 많아 줄거리는 생략하고 중요한 부분만 흔적을 살짝 남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 말미에 나와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었다.

『불안한 사람들』에서 등장한 인물들을 보며 자연스레 여럿이 떠올랐다.

현실에서의 야크와 짐, 사라, 안나레나, 로와 율리아, 로게르, 레나르트, 에스텔, 나디아,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은행 강도.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등장인물란이 먼저 소개되는데 꼭 등장인물란을 자세히 살펴보고 책 속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각 인물들의 특성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잘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나가야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왜 제목이 「불안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 몇 개가 떠올랐는데, 왜 떠올랐는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권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물론 잘못되었다. 이 과정에서 애먼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왜 인질로 붙잡혀있던 사람들이 은행 강도를 옹호 아닌 옹호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은행강도 시점에서) 그 누구도 손 잡아주지 않으려 했고 그나마 있는 것마저 빼앗길 판이었다.

사람이 극한에 내몰리게 되면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은행강도가 이에 속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그가 출간한 책 중 안 읽어본 책이 없다.

그의 작품의 애정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방향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간간히 읽고 또 읽는 게 그의 작품인데, 그렇게 읽을 때면 언제쯤 나도 배크만처럼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연'이 되어 연결 지어지는데, 내 주변에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라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연관되는 건 웃어야 하는 건지, 씁쓸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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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가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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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그렇게 한 계절이 찾아오면 그 시기에 맞는 시들이 절로 떠오른다.

봄과 여름에 이어, 마지막으로 '가을'을 읽었다.


『당시 사계 봄을 노래하다』 ▶ https://blog.naver.com/shn2213/222313764404

『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 https://blog.naver.com/shn2213/222319675671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궁정의 가을 저녁 秋夕 _두목 杜牧


은촛대에 서린 가을빛 차갑게 병풍을 비추는데

수놓은 비단부채로 날아드는 반딧불이 공연히 내쫓네.

밤새 궁궐 계단 물처럼 싸늘한데

하릴없이 누워 견우직녀성 바라보네.


銀燭秋光冷畵屛, 輕羅小扇扑流螢.

天階夜色凉如水, 臥看牽牛織女星.



실의에 빠진 궁녀의 쓸쓸함과 처량함이 시에 잘 묻어나있다.

대개 한자의 뜻을 새겨보며 내용을 파악하곤 하는데 책에도 나와있듯이 워낙 시가 함축적인지라 의미 파악이 쉽지는 않았다.

이 시를 잘 이해하고 싶다면 '반딧불이'와 '부채'를 염두해두고 읽으면 된다.

반딧불이가 스산하고 서늘한 곳에 산다는 전제하에 옛 사람들은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가 태어난다고 믿었다.

즉, 반딧불이에서 궁녀의 처량한 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계절적으로, 부채는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여름에는 쓸모있지만 가을이 되면 쓸모없어진다.

즉, 여기서 궁녀를 부채로 비유한 것으로 볼 때, 조만간 버려질 운명에 놓였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실의에 바진 궁녀에게 있어서 견우직녀성은 희망의 끈으로 엿볼 수 있다.


銀燭秋光冷畵屛 (은촉추광냉화병), 輕羅小扇扑流螢 (경라소선박류형).

天階夜色凉如水 (천계야색양여수), 臥看牽牛織女星 (좌간견우직녀성).


두번천이라고도 불린 두목은, 경전과 역사서에 두로 통하였으며 특히 왕조의 치란과 군사 연구에 전념했다.

7언절구로 유명한 그의 시는 역사사실을 통해 개인의 서정을 읊은 영사시가 주를 이룬다.

재기발랄하고 호방하며 만당의 쇠운을 만회하려는 마음을 시로 담아내어, 만당시기에 성취가 높은 시인 중의 한 명이다.



가을날 장안으로 가면서 동관역루에 짓다 秋日赴闕題潼關驛樓 _허혼 許渾


붉은 단풍잎 저녁에 쏴쏴 바람에 나부끼는데

장정에서 한 잔 술 마시네.

구름은 태화산으로 힘없이 돌아가고

저녁 비는 중조산을 잠시 지나가네.

나무들은 아득히 산을 따라 검푸르고

강물은 멀리 바다를 향해 고요해지네.

장안성 내일이면 도착하는데

여전히 어부와 초부의 꿈을 꾸네.


紅葉晚蕭蕭, 長亭酒一瓢. 殘雲歸太華, 疏雨過中條.

樹色隨山迥, 河聲入海遙. 帝鄕明日到, 猶自夢漁樵.


여행길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가을에 느끼는 정취가 잘 묻어나는 시이다.

1·2구의 경물에는 시인의 슬프고 처량한 감정이, 3·4구는 걷히는 구름 그리고 잠시 내리는 비가 동적인 느낌을 준다.

5·6구는 높은 곳에 서서 관산을 따라 붉은 산 빛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시각으로, 황하가 발해로 흘러가는 것을 청각으로 표현했다.

7·8구에서는 장안여행이 명리를 추구해서 가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것으로 시는 마무리된다.

'水'나 '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습하다千首濕는 평을 받긴 해도, 늦가을 가랑비에 젖은 붉은 낙엽은 가을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간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紅葉晚蕭蕭 (홍엽만소소), 長亭酒一瓢 (장정주일표). 殘雲歸太華 (잔운귀태화), 疏雨過中條 (소우과중조).

樹色隨山迥 (수색수산형), 河聲入海遙 (하성입해요). 帝鄕明日到(제향명일도), 猶自夢漁樵(유자몽어초).


허혼은 만당시기에 영향력이 가장 큰 시인 중 한 명으로, 평생 율시만 지었다고 전해진다.

(율시란, 8개의 구절과 4개의 운으로 된 근체시의 한 형식이다.)

옛 일을 회고하거나 전원을 제재로 한 시를 많이 지었는데 특히 높은 곳에 올라 옛일을 회고하는 시를 잘 지었다고 한다.

만년에는 한적한 노년을 보내며 【정묘집】을 지었다고 하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봄, 여름에 이어 드디어 가을까지 「당시 사계」 시리즈를 마무리하였다.

이전에 읽은 봄, 여름과는 달리 시에 함축된 의미가 많아 개인적으로 가을이 조금 어렵긴 했다.

그래도 당시만 다룬 시집을 계절별로 읽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꽤 큰 의미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옛사람들이 남긴 문학작품은 물론 유적지나 유산들을 볼 때 항상 느낀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똑똑했던 것인가!

환경도 지금보다 여의치 않았을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당시 사계」 시리즈는 순수하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부터 당시를 접해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시'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까지, 추천하고 싶다.


읽은 책이 많은 만큼 올리고 싶은 도서리뷰도 많은데, 책상 한 번 앉기가 힘들다.

어제처럼 하루를 다 버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오늘도 하루를 온전히 버릴 수는 없어 벌써 느즈막한 오후가 되었지만 채색하다 만 그림부터 빠르게 마무리하고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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