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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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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저자 전주홍

지상의책(갈매나무)

2025-08-30

과학 > 의학

과학 > 생명과학





■ 책 소개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역사를 비추는 거울로서 질병을 바라보고 전염병이 사회를 어떻게 흔들고 재편했는지를 살펴봅니다.

흑사병이 중세 유럽의 질서를 뒤흔들었고 천연두가 아메리카 대륙의 운명을 갈라놓았으며 최근의 코로나19가 전 지구적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요.

저자는 이런 역사적 순간들을 통해 의학이 단순한 치료 기술을 넘어 정치, 경제, 문화 전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조직을 잘 유지하려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규율과 신념을 공유해야 합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중요하겠지요. 인류는 뇌가 발달했고 음성 언어를 사용했기에 머릿속 상상이나 추상적인 주제도 어렵지 않게 개념화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갖추었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도 있었지요. 언어와 스토리텔링이라는 도구가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아주 큰 기여를 한 것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개인이 과학적 세계관을 내면화하기란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과학 지식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질병의 의미를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체화하려면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수입니다. 더욱이 과학적 설명은 객관적 사실만 제공할 뿐, 개인의 주관적 고통이나 불안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적 혹은 종교적 질병관은 과학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합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접근 못지않게 환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질병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sease’에 체액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질병으로 본 관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disease’는 균형의 뜻을 담은 ‘ease’와 부정 접두어 ‘dis’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편안함을 느끼고 유지할 수 있다는 관점이 엿보이지요. 히포크라테스 의학 체계에서는 체액의 흐름이 곧 생명이고, 체액은 신체의 각 부위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체와 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에 체액의 질서와 균형을 갖추는 일이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17세기에 접어들면서 해부학은 인체 기능 연구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1628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는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하여》에서 1,500년 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던 갈레노스의 이론을 반박했습니다. 갈레노스는 마치 대지가 빗물을 받아들여 생명을 싹틔우고 유지하듯, 혈액은 순환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을 따라 말초조직으로 이동한 뒤 소모된다고 여겼습니다. 하비는 혈관 구조에 관한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혈액량을 수학적으로 추산하고 여러 실험을 동원하여 인체의 혈액이 말초 부위로 이동해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측정은 의학에 두 가지 중요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첫째, 수량적 방법의 도입으로 숫자가 진단 기준을 설정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둘째, 측정의 범위가 분자 수준까지 확장되면서 질병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로 정착했습니다. 이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치료하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해악인지를 계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 약물의 효과 역시 정교하게 분석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전자를 암호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은 유전자가 생명과 질병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학에서 은유가 단순히 이해를 돕는 수단을 넘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개념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느껴지지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암호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 의학인 생명과학이 아닌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유전 정보의 개인별 차이와 질병 발생의 위험성 사이의 관계를 토대로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구현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HGP로 인해 개인의 유전 정보, 즉 DNA 염기서열을 싸고 빠르게 분석하게 되자 질병을 정보 관리나 처리, 제어의 결함이나 오류로 인식하는 틀이 자리 잡았고, 이러한 정보적 관점은 질병을 예측·치료·예방하는 데 이론적 틀을 제공했습니다. 나아가 질병 발생 위험에 대한 개인별 차이를 분석할 기술적 토대도 마련되었습니다.





■ 책 속 메시지


이 책은 인류가 질병 앞에서 늘 같은 질문을 던져왔음을 알려줍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어떻게 더 오래 살 것인가?

역사는 이 질문에 과학적 답을 찾아온 과정이자 정치, 사회적 해석의 산물이었습니다.

저자는 질병과 의학을 역사와 나란히 읽어야 인간 사회의 선택과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의학은 단순한 과학이 아닌 인간의 삶과 공동체 전체를 비추는 렌즈가 됩니다.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의학의 역사를 다섯 가지 관점으로 대전환시켜 바라봅니다.

과거 인류는 전염병이 돌면 마을 하나가 초토화되었을 정도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수혈은 물론이고 마취도 몰라 환자의 팔, 다리를 꽉 묶어놓고 외과적인 수술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즉, 이런 상황이었는데 관점의 전환을 통해 의학이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책은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으로 크게 나누어 바라봅니다.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만 잠깐 살펴볼까요?


토템은 고대 사회에서 사회적 결속을 다지는 가장 좋은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 천재지변의 원인 그리고 몸이 왜 아픈 것인지 상상력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현상이나 질병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초자연적 존재를 창조해냅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신화나 종교에 모든 것을 기대게 됩니다.

물론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관점이라 해도 사회 구성원들이 윤리적 규범을 따르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선한 기능이 있었으며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아폴론은 의학의 신이기도 하지만 질병의 신이기도 합니다. 즉, 양면적이죠.



■ 하나의 감상


책을 덮고 나니 질병이 단순히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질병은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가장 민감한 징후입니다.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고 불평등을 확대하기도 하며 때로는 역사적 변화를 가속화합니다.

의학은 늘 인간을 구하기 위해 존재했지만 동시에 권력과 이익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떠올렸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온 지금, 우리는 질병을 단지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질병을 단순한 위기나 사건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을 통해 한 사회가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었는지, 어떤 균열을 안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로 보여줍니다.

개인의 경험으로도 겹쳐서 생각해보세요.

병원에 드나들며 느끼는 불안과 막막함이 결코 나 자신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인류 전체가 오래도록 마주해온 공통의 문제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게 하지만 동시에 오늘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같은 책입니다.

역사적 사건과 의학적 사례가 교차하며 마치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참고로 역사와 과학의 만남을 다룬 이 책이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출간 알림까지 신청해놓은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186427810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592518977

『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770334352



■ 건넴의 대상


역사를 의학의 눈으로 새롭게 읽고 싶은 분

질병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사유하고 싶은 분



KEYWORD ▶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리뷰 | 전주홍 책 독후감 | 질병과 사회 | 의학 역사 인문학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질병이 단순한 의학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를 비추는 렌즈임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역사와 의학의 교차점에서 인간과 공동체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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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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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18-10-20

원제 : The Selfish Gene (1976년)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책 소개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과학 고전입니다.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인간의 본성과 이타성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자는 유전자를 이기적 존재로 정의하면서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행동조차도 사실은 유전자 복제를 위한 전략이라는 통찰을 전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유전자의 운반자이며 보호자다."


이 문장은 도킨스가 바라본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개체가 아닌 유전자가 진화의 단위이며 우리는 그들의 전략적 도구일 뿐이라는 통찰은 진화론을 넘어 철학적인 물음으로 확장됩니다.



■ 책 속 메시지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바라봅니다.

진화의 주체가 개체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는 것이죠.

특히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생명체의 행동도 사실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협력, 양육, 희생까지도 모두 유전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생명의 본성, 인간의 도덕성, 사회적 관계까지 새로운 프레임으로 조명하게 만듭니다.



■ 하나의 감상


생명과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궁금증은 늘 제게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도서들을 꾸준히 읽어왔고 그중에서도 『이기적 유전자』는 단연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유전자를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로 보고, 생명체란 결국 유전자를 운반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라는 과감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이 오히려 협력, 이타성, 도덕성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처음엔 다소 역설적이지만 읽을수록 설득력을 갖추고 다가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에이드리언 레인의 『폭력의 해부』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범죄를 단순한 사회적 일탈로 보지 않고 유전자와 뇌구조 같은 생물학적 기반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필연적인 과학적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범죄자는 타고나는가?'라는 도발적 물음이 인간의 자유의지, 도덕 판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지요.


「폭력의 해부」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0478181606


『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단순히 과학 이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유전자에 의해 조율되는 기계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가진 감정, 선택, 도덕성은 그 정교한 진화의 산물임을 일깨워줍니다.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작동 중인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 질문은 곧 제 삶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하나의 철학으로도 다가왔습니다.

참 신기하죠? 제가 그간 리뷰했던 과학책들 일부는 이렇게 철학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는 그 자체로 이기적이지만 우리는 그 유전자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지능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즉, 유전자의 논리를 아는 인간은 결국 그 이기적 설계마저 넘어서려는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지 생물학서가 아니라 인간과 진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통로였습니다.

저자의 신작인 『불멸의 유전자』와 문화적 진화와 독립성을 다룬 『위어드』도 함께 읽어보세요.

과학과 철학, 인간 본성에 대한 통합적 성찰을 이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책입니다.


『불멸의 유전자』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09368727

『위어드』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934595790



■ 건넴의 대상


사회적 행동을 진화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분

진화론을 넘어서 삶의 구조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인간 본성과 도덕성에 대한 과학적 질문을 품고 있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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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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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저자 원정현

지상의책(갈매나무)

2023-01-13

과학 > 화학 > 일반화학

사회과학 > 생태문제 > 환경문제






■ 책 소개


이 책은 화학이라는 렌즈로 지구를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일회용품, 미세먼지, 기후변화, 플라스틱 쓰레기, 바이오 연료까지, 익숙하지만 때로는 모호하게 여겨졌던 환경 이슈들의 본질을 화학의 언어로 정확하고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화학은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이자 동시에 세상의 문제를 바꾸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복잡한 공식이나 실험실 이야기 대신, 일상 속 사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과학이 어떻게 지구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화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충분히 곁에 둘 수 있는 과학 에세이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우리는 문제를 만들었고 이제 그 해결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단위체 또는 모노머는 중합반응이 일어나면 폴리머(polymer)로 바뀌게 됩니다. ‘모노’는 하나라는 뜻이고 ‘폴리’는 많다는 뜻이죠? 그러니 중합반응을 통해 에틸렌은 폴리에틸렌이라는 폴리머가 되고,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폴리머가 되는 거죠. 단위체들을 많이 이어 붙였으니까 중합반응으로 얻은 물질은 분자량도 엄청나게 커질 거에요. 한마디로 플라스틱은 단위체가 수천, 수만 개 반복되어 만들어진 고분자 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이 잘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분자량이 매우 큰 고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증가량의 나머지 3분의 1은 토양 속에 저장되었던 토양유기탄소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토양유기탄소의 감소는 토양 속에 머물던 토양유기탄소가 이산화탄소로 전환된 후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 원인은 삼림 벌채나 농경지 확대 등에서 찾을 수 있어요.



생태계의 순환고리, 즉 원을 닫아서 지구 시스템을 평셩 상태로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물론 우리가 매일 하는 플라스틱 수거와 재활용도 순환고리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속도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속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므로, 재활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워요. 이산화탄소가 고정되는 속도보다 배출되는 속도가 더 빠르면 탄소는 순환하기 어렵습니다.


목표를 지구 시스템의 물질 순환 회복으로 설정하면, 그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은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면서도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는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꾸고, 화학물질을 생산·소비·폐기하는 과정을 지구 시스템과 생태계 순환의 원칙에 맞게 재조정하면 되니까요. 기술을 개발하는 첫 단계부터 친환경 목표에 부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거죠.



■ 책 속 메시지


"우리는 문제를 만들었고, 이제 그 해결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화학으로 시작되었고 결국 그 해답 역시 화학의 ‘변화 가능성’ 안에 담겨 있다고.

그는 기술의 진보가 환경을 파괴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화학은 그 과정에서 반성과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화학은 단지 성분을 나누는 학문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언어라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삶이 과연 어떤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곧 우리의 소비, 선택, 습관,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읽는 내내 과학이 이렇게 시적일 수 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복잡하고 낯선 공식으로만 여겨졌던 화학은 이 책을 통해 마치 살아 있는 감각과 사유의 도구처럼 느껴졌습니다.

화학은 단지 실험실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 입는 옷, 켜는 전기까지,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스며든 언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불안이나 죄책감을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실천을 이끌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용기를 고를 때, 비닐을 버릴 때, 전기를 켤 때조차 매번 아주 작은 선택 하나로 지구의 미래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분명한 화학적 맥락과 인식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었죠.


녹색지구는 어떤 거대한 기술의 성취나 막연한 환경 담론이 아닙니다.

그 시작은 오늘 내가 선택한 화학적 물질 한 조각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는 그 조용한 시작이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과학의 언어로,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 손에 잡혀 재독하였는데 이전 리뷰도 알차게 작성하였으니 참고해 주세요.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994323027



■ 건넴의 대상


과학을 더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환경 문제에 더 깊이 다가가고 싶은 독자

나 하나쯤이 아닌 나부터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 또는 비전공자에게도 좋은 입문서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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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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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 밀러

곰출판

2021-12-17

원제 : Why Fish Don't Exist

에세이 > 자연에세이

과학 > 기초과학

과학 > 생명과학 > 생물학






■ 책 소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제목 속에 깊은 자기 탐색의 서사를 품고 있는 비범한 에세이입니다.

저널리스트인 룰루 밀러는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무력감, 상실, 존재에 대한 혼란을 19세기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며 풀어냅니다.

표면적으로는 분류학과 과학사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혼돈을 분류하려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균열을 받아들이는 한 여성의 치열한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물고기라는 분류가 해체될 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더 깨닫습니다.

이름 붙이는 것이 늘 진실을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이름 바깥에서 우리는 더 넓은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그는 물고기의 뼈와 내부기관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을 낳았는지에 관한 실마리, 생명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한 실마리, 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에 관한 실마리,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을 개선하기 위한 비결에 관한 실마리를.



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인간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이러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히 오래된 것이다. 이는 때로 "민들레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철학적 개념이다. 민들레는 어떤 상황에서는 추려내야 할 잡초로 여겨지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경작해야 하는 가치 있는 약초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 책 속 메시지


저자는 혼란스러운 세계를 견디는 방식으 과학과 이해를 선택했던 조던을 따라가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신념의 위험이었습니다.

정리되고 명명되는 세계는 편안하지만 그 안에서 놓쳐버리는 다양성과 경계 너머의 존재들이 있었죠.

그것이 결국 삶을 얼마나 협소하게 만들었는가를 이 책은 조용히 드러냅니다.

저자는 그 깨달음을 통해 자신 역시 더는 정리된 삶을 욕망하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얘기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읽는 내내 무언가가 허물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류하고 정의하는 일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과학의 이름으로 감정과 세계를 정리하려던 자신의 오랜 습관을 멈추고 혼돈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연습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성장의 기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에서는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름의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정의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나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관계와 믿음.

책장을 덮으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채로 괜찮습니다."



■ 건넴의 대상


정답보다 질문이 필요한 분

혼돈과 회복의 사이에 서 있는 분

과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서사를 찾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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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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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저자 로베르트 융크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2023-09-06

원제 : Heller als tausend Sonnen (1956년)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과학/기술사





■ 책 소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논쟁적인 무기인 핵폭탄의 탄생과 그 이면을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나치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시도부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내면적 갈등 그리고 히로시마에 떨어진 첫 핵무기까지!

이 책은 단지 과학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윤리와 인간 존재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묻습니다.

참고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라는 제목은 바가바드 기타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핵실험의 섬광을 묘사한 동시에 인간이 만든 절대적 힘의 아이러니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제1차 세계 대전 마지막 해에 원자 연구로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영국에서 열린 전문가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적 작수함에 대처하는 새 방어 체계에 관해 조언을 하는 자리였다. 개성 강한 뉴질랜드 출신의 이 과학자는 이 일로 비난을 받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반박했다.

"좀 부드럽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전 인공적인 원자 분해 가능성을 시사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가능하다면, 이것은 전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전쟁은 러더퍼드의 작업실에도 난폭하게 침입했다. 러더퍼드는 자신을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조수들과 학생들을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거의 다 군에 징집되었다. 동료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헨리 모즐리는 1915년에 다르다넬스해협에서 벌어진 전투 도중 전사했다. 러더퍼드가 원자실험에 사용한 라듐의 공급원(라듐은 우라늄이 주성분인 피치블렌드 광물에 극소량 포함돼 있다-옮긴이)은 모두 압수되고 말았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그게 '적국의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원자 세계가 제기한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에는 편지만으로는 만족스럽게 답할 수 없는 게 많았다. 바야흐로 학회와 회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보어는 자신의 연구 결과에 관해 괴팅겐에서 일주일 동안 강연하겠다고 발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모든 물리학자들이 강연을 들으려고 온갖 불편을 감수해가며 그곳까지 왔다. 심지어 전쟁 전에는 물리학 연구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실험만 하던 나라에서도 흐임로운 실험 소식과 결과가 날아왔다. 인도와 미국,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도 과학정보 교환을 위해 노력했다. 이 기간에 서구 과학자들과 가장 열성적으로 접촉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마이트너와 프리슈가 한의 발견과 그것이 물리학에서 지니는 중대한 의미에 관한 소식을 터뜨렸을 때, 처음에 원자물리학자들은 대체로 당혹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프리슈가 스웨덴에서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한의 연구와 자신이 이모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하자, 보어는 자기 이마를 쳤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었단 말인가!"라고 외쳤다.



유명한 과학자들 중에도 나치스에 의해 투옥되거나 추방된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랑스 물리학자 조르주 브뤼아(Georges Bruhat)를 들 수 있다. 제자 클로드 루셀(Claude Roussel) 이 격추당한 비행기에서 탈출한 미국인 파일럿들을 고등사범학교 부근에 숨겨준 일이 있었다. 게슈타포가 루셀을 의심하자, 브뤼아는 제자를 배신하길 거부하고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는 처벌을 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천문학을 계속 강의하다가 결국 기아로 숨지고 말았다.

프랑스군을 위해 작동 속도가 특별히 빠른 기관총을 발명한 알자스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페르낭 홀벡(Fernand Holweck) 은 훨씬 가혹한 운명을 맞이했다. 그는 발명의 비밀을 실토하라고 강요하던 게슈타포의 고문을 받다가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스크루드라이버가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반구는 너무 가까이 접근해 우라늄은 임계 상태에 이르렀다. 방 전체가 순간적으로 눈부시게 파르스름한 섬광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에 슬로틴은 몸을 피해 자신을 구하는 대신에 양 손으로 두 반구를 잡아떼 연쇄 반응을 멈췄다. 이 행동으로 그는 그 방에 있던 나머지 7명의 목숨을 구했다. 자신은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된 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즉각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자제력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그 재난이 일어난 순간에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 서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칠판에 그들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그렸는데, 이들 각자가 방사선에 노출된 정도를 의사들이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1947년부터 서방 과학자들이 살아간 환경은 점점 더 억압적으로 변해갔다. 서방 세계 정치 권력의 중심지인 워싱턴이 사용한 새로운 방법들은 런던과 파리의 정신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평이 좋지 않은 과학자들은 충성 위원회들의 조사를 받았고, 여권을 빼앗기고 일터에서 쫓겨났다. 과학계 사람들 사이의 우정은 불신과 두려움의 중압감에 못 이겨 무너져내렸다.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과학자들 사이의 서신 왕래도 끝났다. 서방 세계의 연구소들에서조차 이전에전체주의 국가에서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국가의 도청을 경계하여 불안에 떨며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 책 속 메시지


로베르트 융크는 과학을 신화처럼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기술과 과학의 그림자를 추적하였습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핵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사실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그들의 손을 떠나 있었습니다.

융크는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절, 무력함, 윤리적 부채감을 기록하였습니다.

인간들은 자기 자신보다 큰 것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괴물이 된 창조물 앞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느꼈을 감정처럼 말이죠.



■ 하나의 감상


이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깊고 오래 가라앉는 묵직한 슬픔이었습니다.

천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완성해낸 그 눈부신 기술이 결국 수많은 생명을 지우는 데 쓰였다는 사실 앞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만들어도 되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보다 큰 것을 만든다."

하지만 그 위대한 창조의 끝에는 정작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작은 인간이 서 있었습니다.

과학은 진보했지만 윤리는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우리,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그런 진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기술의 찬란함 뒤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 빛보다 먼저 불타버린 삶들을 조용히 되짚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닙니다.

지식보다 윤리를, 성과보다 책임을 먼저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두 번 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질문을 멈추지 않게 하는 책입니다.



■ 건넴의 대상


과학의 윤리와 한계를 성찰하고 싶은 분

원자폭탄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한 분

인간이라는 존재의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단단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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