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려한 액션은 없다. 결말의 반전은 예상가능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2. 10년만에 출소한 주인공 에디. 그의 과거는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출소 후, 떠나버린 딸과 손주와 함께 하는 평온한 일상을 꿈꾸고, 자신의 술집을 잘 경영하고 싶은 청사진을 그린다. 과거의 폭력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결코 악한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자기 대신 가게를 운영했던 동생의 실수로 빚더미를 지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선 가게를 팔아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다. 또한 딸은 언제 떠날지 모를 아버지를 믿지 않는다. 그의 소박한(?)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3. 동생의 빚은 아무래도 동네 양아치(폭력조직)들의 함정같아 보인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양아치들은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빚을 갚든가, 가게를 내놓든가. 그 과정에 그는 모욕과 린치를 당한다. 이제 해결책은 손에 총을 드는 일일뿐이다.

 

아내와 함께 자신의 곁을 떠났던 딸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손주를 보고싶고, 딸 또한 잘 살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위라는 작자가 딸에게 손찌검을 했다. 믿을건 오직 주먹뿐. 사위에게 겁을 주고, 딸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에디가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찾은 해결책은 모두 폭력적이다. 그에겐 그것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은 폭력의 연쇄고리를 만들뿐이다. 폭력의 연쇄고리에 갇힌 삶 속에는 결코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4. 되로 주고 말로받든 그냥 되로 받든 결국 주고 받는다. 어떤 사건은 결국 어떤 행위의 결과다. 폭력은 이 되로주고 말로받는 사례의 정형이다. 영화[빌런]이 뜻하는 악당은 누구일까. 에디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빌런이었을까. 아니면 에디 본인이 빌런이었을까. 폭력의 연쇄고리에서는 곳곳에 악당이 있고, 삶은 악당으로부터 위협받는다. 위협받는 삶의 위태로움이 영화 속에서 잘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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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 프랑스, 세네갈 합작 영화. 사회 부조리와 억압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아프리카 흑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터 장르가 바뀌는듯한 전개로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2. 부자 오마르와의 결혼을 열흘 앞두고 있는 세네갈(?)의 아다. 그녀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건설노동자 술레이만이다. 그는 몇개월째 체불된 임금 때문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아다는 술레이만으로부터 어떤 이별통보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몇일 후 밀입국을 시도했던 배는 풍랑에 조난을 당하고, 배에 탔던 젊은 노동자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슬픔에 쌓인 아다는 예정대로 결혼식을 치르는데, 결혼식 당일 신혼집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그런데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 술레이만이라는 목격자들이 나타나는데...


3. 가부장적인 부모, 인권을 무시하는 공권력, 자본가들의 횡포, 돈과 결탁한 경찰... 흑인 여성 아다를 둘러싸고 있는 부조리와 억압들이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도국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억압된 사회에 순응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회에 저항하는 운동 차원이 아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아다의 발걸음이 잘 그려져 있다. 


4. 영화[애틀란틱스]의 제목은 대서양을 뜻한다. 영화에서도 자주 바다의 파도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바다는 휴양지에서 보는 에머랄드빛의 고요한 바다가 아니다. 세네갈의 젊은 노동자를 집어삼킨 바다다. 또한 유럽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품은 바다이기도 하다. 지켜보고 그 자리에서 즐기는 바다가 아니라, 건너가야만 하는 바다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는 고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고난을 넘어서면 희망이 있으리라. 아다가 품고자 하는 그 희망. 


5. *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중반부에 마을의 젊은 여인들이 한밤중 체불 사업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검은 눈동자가 없는 좀비같은 모습으로 사업자에게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한다. 바다에서 죽은 노동자들의 망령이 스며든 것이다. 이 망령의 힘으로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을 돌려받고, 아다는 못다한 사랑을 이룬다. 망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결국 저항없이는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망령의 등장이 황당무계한 전개로 보이지만, 영화에서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극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망령이 돌아다니지 않는 세상을 위해선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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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JTBC에서 방영된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라비던스 팀에서는 소리꾼 고영열이 포함되어 있다. 이 팀은 결승 1라운드에서 남도민요 <흥타령>을 편곡해 불러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았다. 우리의 전통 소리 창법과 노래를 현대인의 귀에 쏙쏙 들어오게 변화를 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비결로 보인다. 옛것 그대로가 아닌 재해석과 변화, 조절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물론 그 바탕은 고영열이라는 소리꾼의 소리가 있었다. 


2. 우리나라 최초의 100만 관객 영화 [서편제]에서는 소리꾼이 되는 과정과 소리꾼의 애환이 잘 담겨져 있었다. 소위 '한' 이라고 부르는 정서를 그려낸 것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소리꾼]은 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즉흥성과 관객과의 호흡 등이 판소리의 중요한 특성임을 심청전을 통해 말하고 있다. 


3. 영화 [소리꾼]은 솔직히 영화적 재미는 떨어진다. 서사나 인물이 고정관념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소리꾼의 운명, 암행어사의 등장, 탐관오리의 횡포 등등이 너무나 오랫동안 봐왔던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정형화된 판소리가 초창기 얼마나 즉흥적 변화를 거치며 만들어졌을지를 유추해보는 재미는 있다. 


4. 판소리는 죽어있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판소리의 즉흥성은 현대의 랩이 대신하고 있는듯하다. 어찌보면 판소리와 랩은 닮은 구석이 많다. 전통이 꼭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당위성은 없다. 하지만 힙합과 같은 인기를 구가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 고유의 소리를 내는 방식이 현대의 노래 속에도 살아 있다면, 다양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 아닐까. 남성 4중창 라비던스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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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SF 스릴러이자 멜로영화.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의 피부를 이식해 인간에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갈망 또는 배우기 위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는 내용. 논리나 과학적 상식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점을 애교로 봐준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자본주의화되어가는 중국이 사랑과 돈,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든다. 


2. 사람에 가까운 인공지능로봇을 만들어 자신의 만족을 채우려는 미친(?) 과학자. 인간의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피부만은 인간처럼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로봇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간의 피부를 박피해 붙이면 동화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넘어가보자. 이후엔 과학자가 인간의 피부와 똑같이 만들어주는 기계까지 만들어낸다.  


3. 과학자는 이 로봇에게 모든 미인의 특성을 심어주려한다. 순전히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다. 하지만 로봇은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에 대해 배우면서(딥 러닝?) 오직 하나 사랑만은 알지 못한다. 로봇은 과학자에게 줄기차게 질문한다.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하지만 과학자에겐 사랑같은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로봇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사랑을 배워보고자 한다. 현재 열애중인 남자의 연인을 납치하고, 자신이 그 연인으로 변장해 사랑을 체험하려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소매치기가 등장하는 것 또한 그냥 넘겨보자. 


4. 과학자는 로봇에게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의 3원칙을 심어주었다. 제1원칙은 절대 인간을 해치지 말라. 제2원칙은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말에 복종하라. 제3원칙은 1,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지켜라. 그런데 [기계화피] 속 로봇은 제1원칙을 쉽게 무너뜨린다. 어찌보면 절대적 원칙임에도 말이다. 이것도 넘어가보자.


5. 그래서 로봇은 사랑을 알게됐을까.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기계화피] 속에서는 사랑=습관 인것처럼 말하는듯하다. 상대방의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로봇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남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준다. 하지만 어쩌지. 과연 이런 만족이 사랑을 키워주고 지속시켜줄 수 있는 것일까. 


6. 영화 [기계화피]는 요즘 중국의 결혼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혼을 위해서는 번듯한 집도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야만 한다는 남자주인공의 생각을 반성하게 만든다. 오직 사랑만으로 결혼은 충분하다고 말이다. 요즘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도 이런 말이 통할 수 있을까.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7.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또하나의 특성은 무엇일까. 영화 [기계화피]는 거짓말을 든다. 기계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그러고보니 거짓말이라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동물들도 속임수를 쓰기는 한다. 하지만 거짓말과 속임수는 차이가 있다. 거짓말은 속이려는 의도 이외에도 들킬 것을 알면서도 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거짓말임을 밝히듯 하는 거짓말도 있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할까. 흥미를 끄는 질문이다. 


8. 영화 [기계화피]는 몇 가지 논리적이지 못한 설정을 웃어 넘겨줄 수 있다면, 또 영화 후반부 CG의 어색함을 눈감아 줄 수 있다면,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백인백색의 정의를 갖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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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 코로나19로 극장에서 개봉을 못하고 결국 스트리밍서비스로 직행. 하지만 영화 제작비가 5,000만불을 넘는 대작. 온라인 OTT 선두주자 넷플릭스와 경쟁이 될까? [그레이하운드]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2. 톰 행크스 주연. 역시 믿고보는 배우. 2차 세계대전 당시 1942년 대서양에서 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맞서 수송함을 호위하는 미국의 구축함 그레이하운드 이야기. 미국의 영웅주의적 시각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 영화. 


3. 영화의 대부분은 U보트와 구축함 사이 전투다. 잠수함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선 으레 잠수함이 주인공이지만, [그레이하운드]는 구축함의 시선으로 전투를 바라본다. 이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구축함이 잠수함을 어떻게 상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진다. 마치 모바일게임 [월드어브워쉽 블리츠]를 보는듯하다. 


4. 눈길. 미 수송선을 호위하는 구축함 부대의 총 책임을 맡게 된 톰 행크스. 이번이 첫번째 총괄지휘자로서의 임무다. 수송선을 포함해 구축함의 모든 선원들의 목숨이 그의 지휘에 달렸다. 영화[그레이하운드] 속에서는 승무원들이 톰 행크스 선장의 명령 하나만을 기다리며 쳐다보는 시선들이 줄곧 나온다. 거의 침묵에 가까운 배경에 승무원들의 눈길만을 잡는 장면은 톰 행크스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막중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 같다. 그 시선들이 주는 압박감은 톰 행크스의 어깨를 짓누른다. 다른 이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어려움이 승무원들의 시선으로 잘 묘사됐다. 


5. 환호. 수십 시간의 혈투를 끝낸 톰 행크스에겐 오직 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들려오는 환호성. 수송선의 승무원들이 자신들을 지켜준 구축함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 환호가 톰 행크스의 지친 몸을 달래고, 영혼을 깨운다. 고마운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라. 그것이 얼마나 그들에게 힘이 되는지를 안다면, 최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악다구니 대신 조그마한 환호가 들려오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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