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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사냥의 시간]과 비슷하게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액션물 [익스트랙션]. 몰입감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냥의 시간]이 보여주는 개성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지만, [익스트랙션]은 한마디로 현장감 있는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촬영과 편집기법의 발전이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영화 [1917]의 '원 컨티뉴어스 숏' 처럼 [익스트랙션] 중반쯤 펼쳐지는 차량추격신과 이어 벌어지는 총격신은 그야말로 입을 다물수 없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 옆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현장감이 가득하다. [1917]은 걷고 뛰는 병사들의 속도에 맞추어 움직이기에 연속된 촬영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익스트랙션]은 차량 추격에서 곧바로 거리에서 펼쳐지는 총격신으로 이어져 어떻게 촬영됐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속도가 다른 장면을 주인공 바로 옆 시점으로 한 컷으로 이어서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2.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된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은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이 피를 본다. 인도의 마약왕과 방글라데시의 마약왕간의 싸움에 아이가 죽을 고비를 맞는다. 인도 마약왕이 감옥에 갇힌 사이 방글라데시 마약왕이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납치한다. 인도 마약왕은 어떻게든 아이를 데려오라고 하고 마약왕의 부하는 용병을 부른다. 하지만 용병을 이용할 돈이 부족하면서 꼼수(?)를 쓰는데 이것이 일을 꼬이게 만든다. 마약왕의 아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3. 목숨을 건 대결에서 자비란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비록 그 대상이 아이일지라도 말이다.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글과 같은 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행위가 얼마나 무자비한지를 알 수 있다. 방글라데시 자카의 마약거리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쓰고 총을 쏘고 분노를 써야 한다. 자신에게 베풀어진 자비가 자비인줄을 모르고 아이라 업신여겨졌다 생각하는 치졸함이 분노를 키워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다. 뒷골목은 그렇게 아이들을 키워낸다.   

 

4. [본]시리즈와 같은 추격과 1995년작 영화 [히트]와 같은 도심총격전을 좋아하는 액션영화 애호가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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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헌트]는 풍자와 액션이 환상적으로 조합되었다. 공포영화의 옷을 액션영화에 잘 입혀놓았다. 잔혹한 장면이 많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보기 힘들듯. 블룸하우스 제작사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된듯하다. 큰 예산없이, 화려한 볼거리 없이도 이야기와 편집 자체만의 힘으로 꽤 볼만한 영화를 만든다. 

 

2.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인간사냥감이 되어있다. 어디에 있는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살아야 한다. 다행히 총과 칼 같은 무기는 주어졌다. 아무래도 사냥꾼이 무방비 상태의 사람을 사냥한다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자, 사냥의 재미를 더욱 만끽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누가 사냥꾼인지는 알 수가 없다. 

 

3. 영화 속에서 주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느닷없이 죽음을 당한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뒤를 돌아보거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임을 당하듯. 한명 한명 주인공처럼 느껴지던 인물이 죽어나가고,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난다. [헌트]는 공포영화 장르의 특성을 액션영화로 가져와 놀라움과 긴박감을 높여준다. 

 

4. [헌트]는 미국의 양당,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세력과 각 주의 특성을 비틀어 조롱하고 있다. 미국 정치를 잘 몰라도 된다. 인종차별, 난민, 성차별, 기후변화, 빈부격차, 음모론 등등 편견과 선입견, 차별과 혐오, 무지에 대한 풍자가 넘쳐난다. 액션과 풍자가 버무러져 맛있는 비빔밥이 됐다. 후반부 액션 장면은 영화 [킬빌]을 연상시킨다. 

 

5. 모든 사건의 시작은 농담이었다. 그리고 농담은 음모론을 통해 사실이 된다. 댓글은 칼과 총보다 강한 무기가 되고, 또한 부메랑이 된다. 게다가 앗차차, 사건의 과정엔 실수가 끼어들고, 이것이 모든 것을 망치는 또는 해결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 세상이 얼마나 어이없게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는지 통감하게 된다. 

 

6. 영화 [헌트]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소설 속  이상주의자 스노우볼은 영화 [헌트]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의 닉네임이다.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돼지의 이름은 오웰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이야기는 잔혹동화로 그 결말을 새롭게 바꾸어놨다. 결국 이기는 놈이 언제나 이긴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과의 사냥, 그 속에 가차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존경쟁의 현장에는 과연 가차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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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여곡절 끝에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됐다. 큰 스크린과 스피커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 영화이지만, 음향만 조금 손을 대고 그대로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영화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지, 하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는 [사냥의 시간]에 대한 관객들의 평에 달려있을 듯하다. 

 

2. 영화 [사냥의 시간]을 총평하자면 한마디로 지루하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네 젊은이들이 도박장을 털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기까지, 후반부는 이 네 젊은이들을 쫓는 사냥꾼과의 대결이 큰 줄기를 이룬다. 문제는 도박장을 털 때의 긴장감, 사냥꾼과의 대결에서의 긴박함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문제의 핵심은 리듬이다. 좀도둑 수준이던 그들이 한마디로 간덩어리가 부어서 도박장을 털기로 하고 무장강도가 된다. 이들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표현해내기 위해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의 떨림이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 등을 담아내지만, 이 모습 이외의 장면들과 잘 버무려지지 못한다. 

특히 사냥꾼과의 대결은 프로로 총을 쓰는 사냥꾼과 아마추어 사냥감의 대비된 모습을 통해 긴박함이 드러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여유롭게 걸어서 찾아오는 추격 장면, 적이 다가올 것이라는 극도의 흥분 대신 맥을 끊어버리는 사냥감들의 당황한 모습은 영화 전체를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듯 박자감을 갖추고 리듬을 맞추어 사냥의 순간을 포착해야 하지만, 편집은 나사풀린 태엽마냥 늘어진다. 

 

4.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려고 한다. [사냥의 시간] 속 젊은이들은 궁지에 몰린 쥐였을 뿐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곳,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늪, 오직 한 탕만이 전부인 인생이다. 하지만 한 탕에는 댓가가 따랐다. 언제 죽게 될 지 모르는 사냥감 신세가 된 것이다. 도망다닌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죽음뿐이다. 고양이를 상대로 하더라도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이 세상 젊은이들의 신세가 [사냥의 시간] 처럼 궁지에 몰린 쥐와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처럼 물어뜯고 대항할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먼저 고양이부터 찾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고양이를 찾게 되면, 한바탕 으르렁대기라도 해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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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만들어졌던 중국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나타지마동강세]와 [백사;연기]이다. 두 작품 모두 3D기법을 활용한 애니로 고전소설과 전설을 각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궁금했다. 지난해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이 갑자기 나타났을리는 없을테고, 어디에서부터 그 시작을 찾을 수 있을지 말이다. 일반적으론 고전을 가져오고 3D 기법을 동원한 2015년 [몽키킹-영웅의 귀환]을 신호탄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림체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일단 2019년 이전인 2018년 작품을 찾아봤다. 눈에 들어오는게 하나 있었다. 바로 [풍어주]다.

 

2. 중국 애니 [풍어주]는 2019년 작품처럼 고전을 원전으로 한 각색작품은 아닌듯하다.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악마와 이에 대적하는 오행을 대표하는 샤란, 그리고 샤란의 부족함을 채워 악마를 이기는 풍어주와 악마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지만 풍어주에 사랑에 빠지는 요마가 주축을 이룬다. 동양의 오행사상(목,화,토,금,수)을 바탕으로 바람이라는 요소를 새롭게 넣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3. 주인공 랑밍은 맹인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샤란의 운명을 쥐고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바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 샤란이 될 운명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양은 진짜 샤란들의 것과 다르다. 어렸을 적 어떻게 손바닥에 상처를 입어 샤란과 비슷한 문양을 가지게 됐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웅이란 운명지어진 존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자임을 말한다.

 

4. 랑밍은 영화 중반부 눈을 뜨게 된다. 맹인이었다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과 해프닝이 웃음을 자아내며 영화를 경쾌하게 만든다. 랑밍은 자신이 눈을 뜨게 된 것이 악마 중 하나인 타오테의 원신이 봉인된 팽이를 삼키게 된 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포일러 주의)

마치 최근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김태희가 죽었다 다시 살아난 이유가 신에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퍼부었기 때문에 심판을 받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김태희의 49일간 부활은 어머니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또한 부활은 김태희를 시험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는 모두가 착한 사람들인지라 지금 현재 처한 자리에서 탐욕을 부리지 않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마무리한다.

 

5. [풍어주]는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잘 배치한데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눈요기까지 제공한다. [나타지마동강세]와 [백사;연기]의 예고편으로 충분하다. 중국 애니의 놀라운 성장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먼저 [풍어주]로 시작해 [백사;연기], [나타지마동강세]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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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를 보고나서 중국 애니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무너졌다.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를 비롯한 이야기의 힘과 기술력이 합쳐지면서 수준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지난해 중국 애니를 대표하는 또다른 작품 [백사;연기]를 보았다. 이 작품은 중국 4대 민간 전설-<백사전> <양산백여축영대()> <맹강녀()> <우랑직녀()>모두 사랑에 빠진 남녀가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 하나인 백사전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2. 예로부터 내려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야기라면 재미와 감동은 보장됐다고 믿어도 될 것이다. 전설 [백사전]은 30여 년전 '절대최강의 미녀' 왕조현이 주연한 영화 [청사](1994년 개봉)를 비롯해 이연걸이 나왔던 [백사대전](2011년)의 원전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1980년대 말 홍콩액션(무협)영화의 두 흐름의 거두격인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중 천녀유혼의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한 전설로도 보여진다.

 

3. 중국 애니 [백사;연기]는 그림의 매력도 크다. 특히 인물의 배경이 되는 풍경들은 마치 채색수묵화를 보는듯한 동양적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다만 [나타지마동강세]도 그렇지만 [파이널 판타지](2001년)류의 입체적 모습의 주인공들 그림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을 담아내는데는 역부족인듯 보이기 때문이다.(밀랍인형같은 느낌이 든다)

 

4.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그 시대의 차별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춘향전의 경우 신분제가 그렇듯, 최근의 드라마에선 빈부의 격차가 사랑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격되는 것이다. 사람과 요괴의 사랑은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금기시된다. [백사;연기]는 전설 [백사전]과는 다르게 뱀을 원기로 삼아 불로장생을 꿈꾸는 국사와 뱀들간의 대결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만났을 때, 적대감은 언제든 친밀감으로 바뀔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듯.

 

5. 사랑은 겉모습에 있지 않다. 도덕적 교훈처럼 느껴지는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실제 살다보면 그런 깨우침을 얻게 된다. 사랑은 믿음과 배려, 희생 등등 다양한 감정을 양분으로 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남녀간의 사랑은 겉모습에 취하기 마련이다. 만약 소백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아선이 사랑에 빠졌을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소백이 뱀의 모습을 하더라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6. [백사;연기]의 또다른 매력포인트는 보청방이라는 여우가 운영하는 무기제작고다. 요괴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만들어주는 곳인데, 수백년을 산 여우가 주인이다. 보청방의 무기는 사람의 정기를 원료로 그 힘이 더 커진다. 사람의 정기를 얻기 위해서는 대신 그 욕망을 채워주어야 한다. 그러니 요괴의 무기는 사람의 욕망과 깊은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기한 보청방의 무기제조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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