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부분 이런 계통의 이야기들은 죽은 자들, 즉 영혼이나 귀신 등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또는 우리가 땅 딛고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 마법의 공간을 다루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특한 세계관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직접 시리즈를 보게 되니, 개인적으론 풍수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진다. 


2. 풍수를 빼버린채 이야기만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본다면 그 재미가 뚝 떨어질듯하다. 사건의 발생과 갈등, 해결의 과정이 모두 풍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풍수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기운의 존재를 전제로 해야 한다. 풍수란 땅의 기운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3.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등장하는 젤리들도 기운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운이 어떻게 연결되어지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젤리로 나타낸 것이다. 한문선생 홍인표의 방어벽 또한 선한 기운일 뿐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플라스틱 검과 비비탄으로 나쁜 기운을 없앤다. 


4. 안은영이 보건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특히나 홍인표 선생이 학교 지하실에 있는 압지석을 건드리면서 안좋은 일이 거듭된다. 학교 지하실의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일광소독은 1년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학교에 안은영처럼 젤리를 볼 수 있는 메켄지라는 선생이 새로 부임한다. 메켄지 선생은 젤리를 포획해서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인간의 억압된 욕망을 부추기면서 말이다. 


5. [보건교사 안은영]은 결국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두 세력이 천하의 명당(?) 자리를 얻고자 싸우는 이야기다. 안은영은 이 두 세력 사이에서 의도하지 않은 묘한 균형추 역할을 하게된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결말은 조금 허무하다. 세계관을 잘 구축해놓고서는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몰라 '에라~ 그냥 몽땅 없애버리자' 하는 듯이 보인다. 


6. 그럼에도 [보건교사 안은영]은 소수자들을 위한 응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동성애자, 장애인, 가난한 이들을 향한 세상의 편견과 폭력을 거부한다. 이들은 모두 헛된 욕망의 젤리인 것이다. 안은영의 플라스틱 칼날에 하트로 산산히 부서질 한낱 젤리말이다. 

또한 재수에 붙는 '옴'을 먹는 옴잡이에게 시공간의 제약(20세까지밖에 살지 못하고, 반경 5,38키로미터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 운명을 거부하는 모습 속에서 '삶에 대한 선한 의지'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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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춘기 소녀의 사랑고백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 앞에서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어느날 고양이 가면을 얻고, 고양이로 변신해 그에게 다가간다. 소녀의 사랑은 소년에게 전달이 될까? 아이와 함께 보면 참 좋을 재패니메이션. 


2. 무한 게이지 수수께끼 주인공. 하지만 소녀는 소녀를 떠나버린 엄마에게 상처를 받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는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에게 축제가 열린 어느날, 가면장수 고양이가 나타나 고양이 가면을 건네다. 그 가면을 쓰면 고양이로 변할 수 있다. 소녀는 우울할 때면 고양이로 변해서 좋아하는 소년의 집으로 향한다. 고양이로 있으면 감출 것 없이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 차라리 인간이 아닌 고양이로 살아볼까. 그런데 진짜로 위기에 처한다. 마음 속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통이 남아있다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과연 소녀는 인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까.


3. 고양이로의 변신이라는 깜찍함과 귀여움, 인간으로 돌아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는 불안감,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아슬아슬한 모험이 어우러져 재미를 준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고양이 세상과, 원래는 인간이었지만 고양이로 변한 사람들의 모습 등 환상적인 요소도 즐길거리.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형적 일본풍의 만화영화다. 


4. 청춘로맨스로뿐만이 아니라 가면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가면을 써야하는 수많은 순간을 만난다. 아프지 않은 척, 외롭지 않은 척, 행복한 척 얼굴에 웃음을 머금는 가면을 쓰는가 하면, 반대로 슬픈척 하거나 화난 척하기도 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드러내면 그것이 약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울고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처럼 삶이란 그렇게 가면쓰기의 연속일까. 주인공이 결국 고양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람으로 돌아가듯, 우리는 가면이라는 얼굴을 쓰지 않은채 살아갈 순 없는 것일까. 혹시 우리 손에 고양이 가면이 들려져 있다면 잠시 그것을 놓아버린채 살 순 없는지 고민해보자. 민낯으로의 삶을 꿈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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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렌트하우스에서 벌어진 몰카범죄. 몰카를 발견한 커플이 경찰에 신고하면 사건은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건 카메라에 찍혔을 불륜의 장면. 그 와중에 몰카범인이라 생각했던 관리인마저 폭력에 의해 죽고 말았다. 이 사건을 은폐할 수도 밝힐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두 커플의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지만, 공감과 몰입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2. 공유

최대한의 소비가 이루어져야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 그 대안으로서 공유경제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 공유경제를 악용하는 범죄가 늘어가면서 공유경제의 확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렌탈은 공유경제의 한 요소. 에어비앤비처럼 집도 렌탈의 대상이 됐다. 공유는 공공성과 개인성의 경계에 서 있는듯하다. 몰카범죄는 대부분 사적 공간보다는 공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몰카가 렌탈된 집에 설치되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우리는 공적공간의 사적 사용에 있어서 얼마만큼 자유로울/안심할 수 있을까.


3. 신독

아무도 보지 않는 사적인 공간과 시간에서조차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 신독이다. 즉 언제 어디서나 한치의 벗어남도 없는 정도의 길을 걷는 것. 소위 유교에서 군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덕목이다. 

영화 [더 렌탈]에서는 몰카범죄의 현장을 발견하고도 신고할 수 없었다. 몰카 속에 찍힌 모습 속엔 부끄러운 행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떳떳했다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이후 이어지는 끔찍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몰카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용납되어질 수 없는 범죄임에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영화[더 렌탈]은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탈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4. 선입견

렌탈하우스에 처음 렌탈을 예약했던 미나는 예약이 거부됐지만, 한 시간 후 찰리의 예약은 성공했다. 미나는 자신의 이름때문에 벌어진 인종차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관리인과 마주쳤을 때 이를 항의한다. 그리고 이후 관리인을 대하는 태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시선으로 모든 행동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조쉬는 폭력전과가 있다. 자신의 애인인 미나가 관리인과 다툼을 벌이자 다짜고짜 관리인에게 주먹을 날린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조쉬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찬성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전과가 정당방위 조건을 인정하지 못하도록 만들까 걱정되서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영화 [더 렌탈]에서는 사건을 더욱 꼬이고 확장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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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킬링타임용 코믹액션. 큰 폭소는 아니지만 자잘한 웃음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액션은 크게 기대하지 말고...


2. 영화 [오케이 마담]의 장점은 비행기의 디테일. 정말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벌어질 수 있는-물론 납치 사건은 말고 ^^; - 다양한 일들을 소재로 했다. 또한 승객은 모르는 승무원들의 공간과 조종석, 화물칸, 내부시설 등등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석은 구경도 못해본 소시민으로서 눈요기도 했다.^^  


3. 북한의 공작원과 국정원 요원이라는 신분을 숨긴채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결혼 후 첫 가족해외여행에서 비행기가 납치된다. 이 납치극을 해결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영화는 지극히 정석적으로 코믹액션을 풀어나간다.영화 [오케이 마담] 속 주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정체를 감추려 하는데 이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과 정체가 드러난 후의 모습 간의 차이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사회적 풍자나 블랙코미디는? 없다. 국회의원은 그저 '내가 누군줄 알고'만 외치다 된통 당하는 등 깊은 웃음 보다는 가볍게 웃어넘기는데 이걸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저 깔깔 웃으며 보기에 적당한 영화니까.

반전도 준비되어 있다. 충격을 줄 만큼의 반전은 아니더라도 코믹맥션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4.아쉬운 것은 액션이다. 자잘한 웃음과 함께 통쾌한 액션이 곁들였으면 좋았을텐데, 액션이 통쾌한 맛까지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폭망 수준은 아니고. 기본은 한다. 이것저것 잴 필요없이 그냥 한바탕 가볍게 웃어넘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킬링타임용으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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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885'라는 숫자를 기억하는지? 추격이라는 소재로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2008년 영화 [추격자]의 대사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범인을 쫓는 전직 형사가 추격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단서를 찾아가다 범인을 확정하게 만드는 휴대폰 번호 뒷자리였다. 영화 [추격자]는 빨리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지켜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인남(황정민)은 자신의 딸을 납치해 죽였다고 여긴 범인을 쫓는다. 레이(이정재)는 자신의 형을 죽인 인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뒤를 쫓는다. [추격자]와 달리 쫓는자와 쫓기는자가 명확하다. 이들이 언제 만나게될지, 그리고 그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맺을지의 궁금증과 함께 두 배우의 액션이 볼거리의 전면에 나선다. 


즉 [추격자]는 심리극에 가까운 반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극이라 할 수 있다.


2.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액션장면은 배우의 움직임 보다는 시간의 움직임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슬로우모션을 집어넣을 수 있다. 화면의 빠르고 느린 장면은 평상시 우리가 접하는 시간의 흐름과 다르기에 흥미와 함께 집중도도 높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배우간의 직접적 타격에서는 아주 빠른 화면으로, 사람이나 물건이 공중에 뜨거나 튀어오르는 장면에선 느린 화면으로 편집되어져 있다. 빠른 화면은 타격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느린 화면은 세밀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적시적소에 쓰인 이런 시간의 재편집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액션을 차별화 시켜준다.



3. 영화 [악에서 구하소서]의 재미는 황정민과 이정재라는 두 배우의 대결이 큰 축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살리는 것은 두 배우의 액션에 더해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등장이다. 정말 말 그대로 '네가 거기서 왜 나와?"다. 

뜻밖의 등장에다 캐릭터마저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마 영화 홍보를 하면서 박정민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터이다. 아무튼 박정민의 능청스런 연기는 무겁게만 느껴지는 영화의 전개에 가벼운 발걸음을 선물한다. 


4. 인남은 정부요원이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흔적을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됐다. 대한민국을 떠나 외국에 거주하면서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고 지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쿠자를 죽이고 은퇴해 파나마로 건너가 여생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살인이 하필이면 백정이라 불리우는 레이의 형이었다. 은퇴를 향해 걸어가지만 뒤에는 추격자가 쫓아오고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가 어떤 메타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은퇴를 꿈꾸는 것은 커녕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을 떠올려본다. 쫓기듯 살아가는 삶. 인남의 마지막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악'이란 내가 무엇인가를 쫓기에 오히려 쫓길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은 아닐련지. 다만 악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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