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종일 삭이고 또 삭인다. 입으로 넣은 음식물을 삭여야 하고, 상대로 인해 마음 속에 일어난 화를 삭여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을 대한다면 삭이는 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대하는 것들이 마냥 좋은 것일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삭이고 또 삭여야만 한다. 힘을 들여 시간을 들여 삭여야만 한다.

 

잘 삭일 수 있다면 잘 사귈수도 있다. 아니, 반대로 잘 사귈수만 있다면 잘 삭일 수 있다. 꼭 몸에 좋은 것만을, 좋은 사람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피톤치드처럼 자연이 갖는 독 성분이 내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듯, 독이 독이 되지 않도록 잘 사귀기만 한다면 오히려 잘 삭아 몸에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남탓할 일이 아니라 삭이는 내 몸을 잘 지켜보아야 할 이이다. 특히 시간을 들일 일이다. 공을 들일 일이다. 삭이는 것은 뚝딱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거름으로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턴트는 사귀기는 쉬워도 삭이기는 힘들다. 잘 삭이려면 쉬운 것만을 찾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별로 없지 않던가. 몸도 마음도 잘 삭여지기를 기원해본다. 그래야 우리 삶이 세상과 잘 사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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