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중순이던가아니면 7 하순더운 여름의 어느 토요일남편은 강박사 결혼식에 참석할 계획이라 했다가까운 친구들 몇몇만 초대하는 자리라 가족도 같이 오라는 초청에 아롱이도 따라 나섰다식이 끝난 인사 나누는 자리에서 강박사가 제자   명을 jtbc기자라고 소개했더란다화면으로만 보던 방송국, 그것도 자주 시청하는 jtbc 기자라는 말에 아롱이는 호기심이 발동해 근처에 앉은 사람에게 전해준 명함을 보고는 건너 건너 굳이 “저도 하나 주세요!” 말을 전해서는 명함을   받아왔다처음 보는 이름이었고당연히 화면에서도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명함에는 ‘박민규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이  사람이다. 









서초동의 집회가 대규모로 폭발한  9 28 7 촛불집회 때이다나는   현장에 있었는데 화면은 집으로 돌아와 jtbc 다시보기를 하면서 보았던 장면이다올해의 포토제닉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동영상을 보면 더 스펙터클한데, "진실보도!" "진실보도!"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에 기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진실보도! 시민의 목소리가 생중계되었다. 




아직도 탄핵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믿는 일부 사람들에게 손석희는 천하의 대역 죄인이겠지만 개인으로서는 ‘최순실=대통령 수식을 밝혀낸 손석희에게 ‘평생까방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이번 조국 사태를 겪으며 서운한 마음이 없다 하면 거짓말이겠지만들리는 바에 의하면 보수적인 중앙일보파 세력들과 패기 넘치는 젊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니 손석희로서도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닌  싶다생중계로 방송된 위의 포토제닉 화면을 보고 많이 침울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는 하는데손석희 개인기로 여기까지 일어선 jtbc 과연 앞으로도 중립적이고 엄정한 언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있을지 그건  모르겠다. 


MBC 과거의 아픔을 딛고서 새로 탄생하려 하는가. 9 28 현장에도 당직 기자   덜렁 보낸 어떤 언론사와 달리 이미 주중에 ‘드론 촬영 신청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9 28 현장을 보고도 ‘서초동도로 사이에 두고 조국 찬반 집회라고 기사를 뽑았던 정신 외출한 언론이 있는가 하면,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라고 말한 MBC 있다전설의 마봉춘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고 있는 중인가기대가 크다 



이번 <조국 사태> 겪으며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정확히는 야당과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다나는 누구든 조국을 싫어할  있다고 생각한다내가 조국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만큼 그럴  있다고 생각한다평생을 민주당을 지지하시던 가까운 혈족께서 ‘조국이 싫다’ 하시어 ‘ 싫으냐 물어보았다. ‘시끄러워서’ 싫다고 하셨다야당검찰언론의 합작이 거둔 놀라운 성과이다싫어할 수도 있겠다보통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는 의견과 감정이 동시에 작동한다조국이 ‘부정한 방법으로 딸의 ‘진학 도왔다는 점이 싫다고 하면 그건 의견이다보기만 해도 싫다면얼굴조차 꼴보기 싫다면 그건 감정이고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설명이 불가하다감정의 경우라면 ‘그냥 싫어라고 말하면 되지만싫어하는 이유 혹은 조국이 장관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주장하려면 ‘근거 존재해야 한다이러이러해서 싫다그래야 듣는 입장에서도 수긍할  있는 법이다. 


조국 장관이 후보자로 예정되고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고 여야 합의불발로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검찰은 대규모 특수부 검사를 동원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이를 국정농단 때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던데일개 장관의 임명이 국정농단 수사만큼의 무게를 갖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건지 거꾸로 묻고 싶다. 



요는 조국 장관에 대한 혐의를 갖고 있는 검찰과 이를 검증해야  언론이  몸이 되어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피의 사실을 슬쩍 흘리고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거대한 담합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있다언론의 주장은 무조건 옳은가검찰은 절대선인가최근 진보와 보수가 각각 10년과 9년씩 정권을 쟁탈해왔지만 검찰은 정권에 상관없이 영원히  자리를 지키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이다중립을 자처하는 언론은 스스로의 힘으로 서지 못하고검찰의 하수가 되어 사실 확인과 취재를 등한시하고초등학교 1학년도 아니면서 ‘받아쓰기에만 급급하다이러한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 


최고의 엘리트들  십명이이렇게 오랜 기간이정도 압수수색에이정도 관련자 소환에이정도 피의사실 유포를 해왔다면이제는 내놓아야  것이다검찰개혁이 싫어서조국이 미워서 그랬던  아니라면 수사 결과로서 말하면  일이다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말고별건 수사 하지 말고조국이 직접 관련된 증거를 내놓으면  일이다언론은  모르겠다떼로 몰려다니는 무식하다고 폄하하는 대중의 시청료와 구독료가 우스운 언론이스스로 자정   있을까그건  모르겠다. 




나는  게으름뱅이라 무슨 일을 하든  느리고미루고몰아서 하는 편인데어제부터는 급부지런쟁이다가을  옷을 다림질해 놓았고건조기  빨래를 정리해 두었고, 빨래    돌렸다재활용 쓰레기 버릴 때마다 이사오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오늘은 그것도 단숨에 처리해 놓았다저번주에 사용했던 초가 괜찮은지 확인하고저번주에는 엉덩이가 아팠으니 작은 돗자리를저번주에는 추웠으니 두터운 후드티를 꺼내놓는다내일의 출정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영적인 힘이라거나 혹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어떤 좋은 에너지가 존재한다내일 촛불집회를 쾌활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에너지의 일부를, 홍콩 경찰의 곤봉과 최루탄에 맞서고 있는 홍콩 시민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마스크를 쓰고 손에 손을 맞잡은 10 소녀와 소년에게도나의 지지와 응원그리고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

홍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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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찰 다음으로는 언론 개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근래 들어 집회 주최 측을 두고
벌이는 다툼이 썩 좋게만 보이지는
않네요.

단발머리 2019-10-11 16:11   좋아요 1 | URL
검찰이든 언론이든 개혁 능력이나 개혁의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권력이든 가진 것을 스스로 내놓지는 않겠죠.

psyche 2019-10-13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 다녀오셨나요? 계속되는 뉴스들을 보면 언론개혁은 멀고도 먼 일인 것 같아요.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는 듯. 멀리서 같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님도 매번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9-10-13 18:41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다녀왔어요. 언론개혁은 개혁 주체가 개혁대상인줄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psyche님 말씀이 딱 맞아요.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아요.

먼 곳에서 보내주신 응원의 마음이 서초동 사거리, 참고로 전 예술의 전당 쪽이었는데요. 거기까지 잘 전달되었습니다^^
또 한 시기를, 한 시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옆의, 앞의, 뒤의 시민들을 보면서요.
뭐랄까요. 전 제가.... 좀 극성인 면이 없지않다, 생각하거든요. 특히 이 정부에 대해서라면 제 애정이 좀 극성이기는 합니다.
근데 저랑 똑같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끝까지 도로 바닥에서 촛불 밝히시는 분들 보면서, 이 분들은 누구실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울산, 서산, 태안, 정읍, 고창.... 깃발 앞세우고 떼로 등장하시는 분들도 그렇구요.
저는 수고랄것도 없었어요. 울산, 서산, 태안, 정읍, 고창의 버스에 비하면요.
그래도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 )
 



















열다 페미니즘 총서의 네번째 , 『젠더는 해롭다』 읽고 있다. 페미니즘의 눈으로 트랜스젠더 정치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저자 쉴라 제프리스는래디컬 패미니즘』, 『코르셋 : 아름다움과 여성혐오』 저자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할 , 사회 전반의이성애선호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나같은 경우라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기 보다는성적 환상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인간이 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부인한다는 아니라, 인간 남녀의 성적 동요와 감흥, 충동과 대상에 대한 갈망이 인생에 있어 그렇게 부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랬다. 마리 루티의 말을 빌려온다. 







사랑이 부여하는 힘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 삶을 완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충족감 때문에 연애를 하는 사람도 많다. 지루하고 짜증 나던 인생이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쉽게 포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들뜬 상태는 빠르게 희미해진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창의적인 활동에서 얻는 만족에 비해서 말이다. (123) 






저자는 동성애와 트랜스 젠더리즘이 구성된 과정상의 유사성을 지적한다. ‘그들의 행동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었다 시각과양쪽 생물학적 결정론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다 것이다. 저자는트랜스젠더라는 인간 분류가 남성 권력의 영향으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75) 


블랜차드, 베일리와 같은 학자들은 동성애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 트랜스섹슈얼리즘, 자기여성화도착증을 성적 취향이자 일종의 이상 성욕이라고 본다. 이는 자기 머릿속에서 여성성과 관련 있는 모든 것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남자가 단순히 크로스드레싱에서 만족하지 않고 물리적 수단을 통해 몸에 여자됨을 새겨넣는 과정을 이해하게 해준다. 마취술의 발달과 호르몬제의 개발을 통해여자가 되고 싶은 이들의 욕구마땅히충족되어야 중요한과제로 설정되었으며, 의료계는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젠더 차이 철폐를 목표로 내세웠던 페미니스트들이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부분집합으로 개발된 퀴어이론의 등장으로 이론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겼고, 트랜스젠더 행위가 퀴어 정치를 대표하는 관습으로 자리잡는데 오히려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여자 존재하지 않으면 페미니즘도 존재할 없다. 페미니즘은 여자라는 특정 피지배 집단을 해방하기 위한 정치 운동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자를 지우면 페미니즘도 의미를 잃는다. ‘여자 퀴어 이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118) 





이에 대해선 앞에 번역가인 유혜담의 빛나는 문장이 있다. 




나는 주변 여자들이 그렇듯굳이 따지자면페미니스트였다. 페미니즘은 시시한 상식이었고 나에게 해줄 없어 보였다. 페미니즘은 같은 보통 여자를 위해 이룰 이뤄버려서 이제 다른 소수자를 돌보는 운동에 가까웠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는 당연히 그런 소수자 하나였다.) 페미니즘이 생태주의부터 자본주의까지 온갖 불의에 맞서 싸울 나는 여자로서 응원이나 해주면 되는 거였다. (4, <나는 터프 되었는가>) 





이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듣는 모든 이야기. 이성애자가 페미니스트가 있느냐. 기혼인 네가 페미니스트가 있느냐. 페미니스트라면서 너는 장애인 인권에는 관심을 갖지 않느냐. 페미니스트인 네가 육식을 한다는 말이 되느냐. 너는 페미니스트라면서 환경 운동에는 동참하지 않느냐. 모든 페미니스트 앞에는진정한혹은완벽한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만이 페미니스트이며 기준에 도달하지 않는다면/못한다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세상의 모든 아우성에 더해서, 이제는 호르몬 처방을 거부하고 수술도 하지 않은 평생 남자로 살아오다가여자라는 느낌이 들어서여자가 트랜스젠더한 사람들에게혐오 일삼는 집단이라고 비판 받는 집단. 남자에 더해, 남자가 트랜스젠더에게 억압받는 사람들. 이제 여자 화장실, 여자 교도소, 여성 쉼터에서조차 맘편히 쉬지 하는 사람들. 백래시 정도가 아니라 앞뒤 좌우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 





김영란 대법관의 신간판결과 정의』 문장. 마음이 콩콩. 



가부장제는 어느 시기 어느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인류 발전단계의 형태였던 농경 사회 이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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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0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에세이 [남자도 월경을 한다면]의 이 구절이 떠오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주위의 편견 때문에 자기 몸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또 다른 성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감수한 고통이 오히려 그런 편견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여성운동의 핵심은 여성도 농구를 할 수 있고, 남성이라고 해서 꼭 듬직할 필요는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분노를 안으로 향하게 해서 우리 몸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향하게 해서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소수의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언론의 수다에 놀랄 필요도 없다. 전통적인 성역할을 고수하려는 자들은 새로운 소재가 나타나기만 하면 자기들 입맛에 맞추려고만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신발이 맞지 않으면 발을 바꿔야 할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한 발 빠르시네요, 단발머리님. 저도 [젠더는 해롭다]준비해두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책들처럼..

단발머리 2019-10-08 15:31   좋아요 0 | URL
글로리아 스타이넘 에세이는 전 안 읽어봤는데, 이 문단은 무척 익숙하네요. 다락방님 방에서 읽었나봐요.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협박 이야기 읽어가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사방이 지뢰밭이에요.

이 책 반정도 남았는데, [판결과 정의]로 갈아타고 싶은 맘이 50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다락방 2019-10-08 15:33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읽고 싶은데 말이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9-10-08 15: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에게 매일 4:00-4:50 오후 독서 타임을 허하라!!!

비연 2019-10-08 22:18   좋아요 0 | URL
출장을 오면 저녁마다 쓰러져 책 읽을 엄두를 못냅니다. 가져온 책들을 보며 눈이 감기는데 속에선 울음이 나오구요. 책 읽고 싶다 ㅜㅜ 집에 얼른 가고 싶네요 흑 ㅜㅜ

단발머리 2019-10-08 22:26   좋아요 0 | URL
주말에는 좀 한가하실까요?
내일은 빨간 글씨 공식 휴일인데, 내일은 비연님께도 책 읽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아직도 회사이신 거예요? ㅠㅠ

비연 2019-10-09 00:28   좋아요 0 | URL
여긴 한글날도 출근요 ㅠㅠ 휴일이 아니라서 ㅜㅜ 방금 퇴근해서 침대 위에 누워버렸네요 ㅠㅠ 으헝 ㅜ

단발머리 2019-10-08 22:41   좋아요 1 | URL
으앙 ㅠㅠㅜㅜㅜㅜㅜㅜㅜ
책은 읽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슬픈 시츄에이션... 너무 안타깝습니다.

2019-10-1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대일, 십대십으로 보면 우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팬지와 비슷하다. 심각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개체수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초과할 때부터다. 숫자가 1~2 명이 되면, 차이는 청나게 벌어진다. 만일 수천 마리의 침팬지를 텐안먼 광장이나 월스트리트, 바티칸, 국회의상당에 몰아넣으려 한다면 결과는 아수라장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장소에 정기적으로 수천 명씩 모인다. 인간은 교역망이나 대중적 축하행사, 정치제도 등의 질서 있는 패턴을 함께 창조한다. 혼자서는 결코 만들 없었던 것들을 말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접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로 만들었다. (67) 





유발 하라리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의 크기가 작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열세였던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한 지배자가 있었던 이유로 사피엔스간의협력 꼽는다. 또한 보이지 않는 실재에 대한 인간 정신의 공유를 말한다. 자유, 평등, 인권의 개념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종교의 발명이 가능했던 이유다. 상상의 세계를 현재로 만들 있는 능력,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갈구가 사피엔스의 능력을 최대치로 만들었다. 



서초동 사거리의 사피엔스들도 그랬다. 나는 무엇이 그들을 거리로 이끌었는지 그게 궁금했다. 무엇이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들을 도로 바닥에 앉게 했을까. 앞에 앉은 젊은 여성. 내가 원했던 바로 플랜카드를 두르고 바닥에 두툼한 담요를 깔고는 약속 장소가 바로 여기라는 자연스레 털썩 앉는 여성. 무엇이 젊은 그들을 자리로 이끌었을까. 









광화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과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의 의견이 정반대인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무튼 광화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다. 일당에 대한 말들이 오고가지만 대규모 집회, 정치적 집회에서동원 없음 불가능할 수도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순수한 분들, 나라 걱정을 제일 많이 하시는 분들이 휘발유를 붓고 각목을 휘둘렀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전해야 하기에. 말로는 되기에. 말로만으로는 되는 일이기에. 


광화문도 서초동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인 사람들이 커다란 물결을 이루었다. 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범법자가 분명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해서. 편으로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검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관이 안쓰러워서. 광장으로 도로로 나왔다. 


생각이 다른 집단이 마음으로 원하는 , 자신들의 정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와 검찰개혁, 조국 파면과 조국 수호는 그러한 마음이 간결하게 표출된 것이다. 세를 논하기에 앞서 마음 되어 부르짖는 진영의 고함 소리는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시위꾼은 아니지만, 나도 집회에 나가본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규탄 집회 때도 많이 나갔고, 국정 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 때는 여행을 갔을 때를 제외하곤 매주 집회에 나갔다. 광화문이 너무 가까워서 나갔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촛불시민들에게 미안해 버스 타고 40 거리에 사는 나는, 잠깐이라도 광화문에 나갔다. 여러 나갔는데, 어제 집회 때의 뭉클한 감정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화면을 사람이라면 거의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도 점심시간 돈까스집에서 얼빠진 얼굴로 중계화면을 쳐다보던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던 신입사원의 얼굴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탄핵무효, 국회OUT 외쳤다. 국정농단의 경우, 이해가 너무 되는 경우다. 박근혜는 대통령인데 최순실의 지시를 받았다. 대통령 연설문 최종본이 최순실의 태블릿 PC에서 나왔다. 청와대 비서관과의 통화를 통해 최순실이 지시를 내리면 다음 그것은 대통령의 지시 사항으로 변했다. 이해가 너무 쉬웠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최순실이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해 겨울 주말마다. 




이번 경우는 사안이 복잡하다. 일단 조국의 혐의에 대해 찬반이 존재한다. 범법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법의 위반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혼까지 탈탈 턴 2개월가량의 수사 과정을 통해 오히려 그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국을 옹호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금수저를 편들다니. 흙수저가, 흙수저인 네가 금수저인 조국을 편들고 있는 거니

, 그렇습니다.  


도대체 검찰개혁이 무엇인가.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수사과정에서의 인권 의식 강화가, 지금으로서는 삶과 얼마나 관련되는지 모르겠다. 지금 마음으로서는 평생 짓지 않고, 적어도 검찰의 조사나 소환을 받는 정도의 죄는 짓지 않고 살아가리라 믿고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 그래서 2 일기장과 짜장면은 중요하다. 



현직 법무부 장관도 혐의가 있을 거라는 추측과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압수수색한 상황에서 2번이나 영장을 다시 청구해 중학교 시절 사용하던 딸아이의 폴더폰을 압수해 가는 상황. 아쉽게도 2 일기장은 가져가지 했다고 한다. 사이 먹었던 식사가 짜장면이 아니라 한식이었다고, 돈은 각자 냈다고 말하는 검찰. 자신들에게 덧입혀진 그림, 신문지 펼쳐놓고 짜장면 비벼 먹는 검찰이라는 이미지 하나도 굳이 설명하겠다는 그런 검찰. 검찰의 옹색함과 비겁함을 보았다. 사람들은 2일기장과 짜장면에서 폭발했다고 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없고 없고 주위에 검사 친척 하나 없는 일개 시민인 나는, 언제든 내게 의심되는 혐의만으로도 죄인이 있다는 . 검찰은 모든 일을 무난히 해낼 있다는 .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  



국면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있기를 바라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의 정리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선택을 옳았던가.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을 이뤄갈 만한 사람인가. 기레기 언론의 역할은 정당했던가. 깡패검찰은 스스로를 개혁할 능력이 되는가. 마침표가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그냥 일을 뿐이다. 오늘은 일상으로. 그리고 토요일에는 다시 서초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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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0-06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광화문 집회에도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제 주변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것이 서로 상대가 가짜뉴스에 선동되었다는 주장만 내세우게 되니 의견수렴에도 어려움이 있네요. 검찰개혁과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9-10-07 11:11   좋아요 1 | URL
의견이 다를수는 있는데,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대화가 어렵다는데 진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가짜 뉴스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중간에서 확인 작업을 해야할 언론이 한 방향으로 같이 날뛰다보니 이런 사단이 난것 아닐까 싶고요.

2019-10-0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9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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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과거의 기억이 아우슈비츠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되었을 ,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있을 없는 일이었고, 있어서는 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믿을 없었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타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피해자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없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의 정점은 민족 전체를 전멸시키기 위한 계획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잔인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데 있다. 유대인들을 향한 감정적 증오는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했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유대인이라면 명도 남김 없이 모두 죽어야 했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가장 철저한 방식으로. 





유대인을 화로 속에 넣어야 했던 것도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위 종족인 유대인, 인간 이하인 유대인들이 모든 굴욕에 굴복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일에서조차. 반면, 모든 SS 일상적인 임무로 기꺼이 학살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는 점도 입증된다. … 사실 특수부대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배 민족인 우리는 너희들의 파괴자이지만, 너희들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없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원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너희의 육신 뿐만 아니라 영혼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파괴한 것처럼.” (61) 





인간이 인간에게 모욕을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독일인들은 포로들에게 시험했다. 되는 대로 혹은 아무렇게나, 아니라, 최대한의 모욕을 주기 위해, 죽되 고통 속에서 죽어가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다했다. 수용소에 처음 도착한 포로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급격하게 바뀐 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했다. 반항하는 사람들이 먼저 죽었다. 인간이 아닌 동물로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 사람들만이, 내일을 위해 빵을 숨겨둘 계략을 가진 자만이 지옥 같은 생활을 감당할 있었다. 



책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대우하는 처참한 방법들과 인종주의에 근거한 잔인함, 독일 민족 특유의 완벽성에 대해 보여주지만, 프레모 레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상이다. 생존자로서, 프레모 레비는 자신이 어떻게살아남았는지 돌아본다. 





다른 사람 대신에, 다른 사람을 희생하여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것일 수도, 그러니까 사실상 죽인 것일 수도 있다.’ 라거의구조된 자들 최고의 사람들, 선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메시지의 전달자들이 아니었다. 내가 , 내가 겪은 것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증명해 주었다. 오히려 최악의 사람들, 이기주의자들, 폭력자들, 무감각한 자들, ‘회색지대 협력자들, 스파이들이 살아남았다. (97) 





그는 진정한 증언을 있는 사람들은 죽었다고 말한다. 살아야 사람이 죽었고, 죽어야 사람이 남았다고. 나은 사람이 죽었고, 못한 사람이 남겨졌다고. 이로 인한 철저한 죄책감과 슬픔이 그를 사로잡고 있음을, 수용소에서 해방된 40여년이 지난 시간에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그의 당부는 개인적인 증오의 범위를 넘어선다. 해방 재판에 넘겨진 범죄자들의 변명, 어쩔 없었다는 그들의 변명은 온당한 것인가. 독일은, 독일 민족은 어쩌면 그토록 방향으로 미친 폭주를 계속할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마찬가지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독일 국민들 대다수는 정신적 나태함 때문에, 근시안적 타산 때문에, 어리석음 때문에, 국민적 자부심 때문에 애초에 히틀러 대장의아름다운 말들 받아들였다. 히틀러에게 행운이 따른 동안에 그를 추종했고 아무런 가책도 없이 그를 지지했다. 그러다 히틀러의 파멸이 그들을 휩쓸어버렸고, 그들은 죽음과 비참함, 회환으로 괴로워하다가 부도덕한 정치놀음의 결과로 재활했다. 바로 그런 독일 국민들 대다수의 책임도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두어야 것이다. (252) 





나는 주로 식탁에서 읽고 쓴다. 커피를 타서 옆에 놓고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 책장을 넘겨 이제 책을 읽었다. , 괜찮네. 좋은 지적 자극이 됐어, 라고 말하며 잊어버리기엔 책은 너무나도 무거운 질문을 남겨준다. 어떤 사람이 죽고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가.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긍정할 있는가. 살아남은 자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어간 자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할 있는가. 역사의 실수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있는가.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라 확신할 있는가. 우리는,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내가 속한 거대한 집단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 전체가 미쳐 돌아갈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나는, 도대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는 누구든지 감히 심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추론적 실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수개월을, 수년을 게토에서 만성적 배고픔과 피로, 혼잡한 난리통과 굴욕감에 시달렸다고 상상해보라. 자신의 주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소식을 받거나 보내지도 못한 채 세상에서 잘려져 나갔다고 상상해보라. 결국에는 화물열차의 객차마다 80명, 100명씩 실려 무턱대고 미지의 곳으로 며칠 밤낮을 잠도 못자고 여행한다고 상상해보라. (68쪽)

나치는 그 방면에서 대가였다. 이런 것들은 즉각적인 파기력을 가지며, 파괴시키기 전에 먼저 마비시킨다. 격리, 굴욕, 학대, 강제이주를 당하고, 가족 관계가 찢겨지고 세상과의 접촉이 단절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바로 이것이 게토나 임시집결수용소라는 지옥의 전 단계를 거쳐 아우슈비츠에 상륙한 포로들 대부분이 처한 상황이었다. (90쪽)

국가사회주의의 밑그림이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일의 오랜 꿈인) 동방 진출, 노동운동의 탄압, 유럽 대륙에 대한 패권 장악, 히틀러가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여 동일시한 볼셰비즘과 유대교의 전멸, 영국, 미국과의 세계 권력 분할, 정신병자와 쓸데없는 군입들을 ‘스타르타식‘으로 제거함으로써 게르만족을 이상적으로 만드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은 서로 병존할 수 있었고, 이미 <나의 투쟁>Mein Kampf에 부인할 수 없이 명료하게 드러난 명제들, 즉 오만함과 급진주의, 교만과 철두철미, 광기가 아닌 거만한 논리 등과 같은 몇몇 소수의 명제들에 의해 추론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128쪽)

맨발에 벌거벗은 인간은 온몸의 신경과 힘줄이 잘려나가는 기분을 느낀다. 그는 속수무책인 먹잇감이다. 비록 배급받는 게 더러운 옷이라 해도, 밑창이 나무로 된 형편없는 신발이라 해도, 의복이란 보잘것없지만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방어다. 의복이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차라리 스스로를 땅바닥에 기어다니는 지렁이처럼 벌거벗고 느리고 비천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언제라도 짓이겨질 수 있다고 느낀다. (137쪽)

문신 작업은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1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문신의 상징적 의미는 모두에게 너무나 분명했다. 즉, 이것은 지워지지 않는 표식이다, 이곳에서 너희들은 결코 나갈 수 없다, 이것은 도살된 운명인 짐승들과 노예들에게 찍히는 낙인이다, 너희들은 바로 그런 것이 되었다, 너희들은 더 이상 이름이 없다, 이것이 바로 너희의 이름이다. 문신의 폭력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 폭력 그 자체가 목적인 폭력이었고 순전한 모욕이었다.(144쪽)

우리가 받는 질문들 중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오히려 그 질문은 해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점점 더 집요하게, 비난의 어조를 점점 덜 감춘 채 표현되었다. 그것은 단일한 질문이라기보다는 질문들의 집합이다. 당신들은 왜 도망가지 않았나? 왜 저항하지 않았나? 왜 ‘사전에‘ 체포를 피하지 못했나? 이런 질문들은 빠지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한다. 어쩌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질문들이 더 주목할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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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단발머리님 열심히 읽네요. 저는 이 책을 샀는지 안샀는지 모르겠지만 프리모 레비 책 집에 몇 권 있거든요. 네, 다른 책들처럼... 그냥 ..... 있어요...... 매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지만 또.....

[주기율표] 그것만 읽었네요, 프리모 레비는...


오전에 제가 리뷰 쓴 [돌이킬 수 있는]은 거대한 싱크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거기에서 살아난 생존자들의 이야기거든요. 최근에 시몬 베유를 읽은 탓인지, 유대인 학살과 세월호.. 그 모두가 생각났어요.

단발머리 2019-10-04 11:35   좋아요 0 | URL
저는, <프리모 레비의 말>이랑 이 책, 이렇게 두 권 읽었는데요. <죽음의 수용소에서>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살아 온 것이 자랑스럽고, 피해자이며 동시에 영웅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남의 것을 도둑질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충분히 돕지 않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부분에서,
이런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제게는 무척 다르게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쥐>를 읽고 나서 바로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머리 속에 끔찍한 광경들이 가끔은 그림으로 그려지기도 했구요 ㅠㅠ

[돌이킬 수 있는]는 장르가 환상소설로 되어 있더라구요. 다락방님 리뷰 읽고 나니까 막 서둘러 읽고 싶어요.
기대가 크다고 합니다, 제가^^

다락방 2019-10-04 11:37   좋아요 1 | URL
와 진짜 빠른 단발님.
저는 ‘내가 프리모 레비 읽었는데, 뭐였지?‘ 궁금해서 프리모 레비 넣고 검색했다가 제가 읽은 게 주기율표 라는 걸 알았고, 그러면서 오오, 이런 책이 있었군, 하면서 프리모 레비의 말을 장바구니에 넣었거든요. 제가 오늘 장바구니에 넣은 책을 단발머리님은 이미 읽으셨네요. 아, 진짜 겁나 멋져... 요즘 세상 최고 멋진 분이 단발머리님 이란거, 아세요? 그거 알고 사셔야 해요.

단발머리 2019-10-04 11:42   좋아요 1 | URL
에궁궁.... 아닙니다요~~ 프리모 레비 책 [주기율표], 정말 아름다운 책이잖아요.
프리모 책 중에서 가장 문학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그 훌륭한 책을 다락방님은 진작에 읽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프리모 레비의 책을 좋아하지만, [프리모 레비의 말]이라는 인터뷰집은 으흠.... 제겐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사이를 고려해 도서관에서 먼저 대여해보시기를 권해드리고요.

요즘 세상 최고 멋진 분은 다락방님이시고, 그 다음으로는.... 저 할까 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 방이라고 이거 정말, 너무 나대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04 11:45   좋아요 0 | URL
공동1위 어때요?

단발머리 2019-10-04 11: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손해인데, 나는 개이득이니까요.
그냥 나 몰라라 해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읽고 있다. 『, 시몬 베유』에서 시작해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 찍고쥐』 읽은 후에 만나는 프레모 레비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에서 시몬 베유는 여러번 홀로코스트의 역사성, 유일성에 대해 강조한다. 프레모 레비 역시 나치 수용소의 체계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임을, 홀로코스트 범죄의 특이성에 대해 말한다. 




다른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그토록 예기치 못한, 그토록 복잡다단한 현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기술적 정교함과 광신, 잔인함이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명석하게 조합되어 그렇게 수많은 인명이 절멸된 적은 없었다. 누구도 16세기 내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 정복자들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 무죄라고 말하길 원치 않는다. 그들은 적어도 6,000 명의 인디오들을 죽음에 이르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 정복자들은 본국 정부의 지시 없이 또는 정부의 지시에 반하여 독자적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그들의 악행은(사실은 그다지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100 이상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저지른 것이었으며, 뜻하지 않게 옮긴 전염병의 도움도 받았다. 결국, 그렇게 우리는 인디오들에게 행한 학살을 ˝다른 시대의 ˝이라고 치부해버림으로써 마음 홀가분해지려고 하지 않았던가? (21)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세월호 침몰 사고 때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책이다. 제목으로 내용을 추측했다. 사고 또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에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가 존재한다는 , 죽게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이 있다는 .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프레모 레비의 설명은 예상과 다르다.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관대하고, 섬세하고, 현명하고, 쓸모 있고,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는 세월호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배와 운명을 같이 해야하는 선장, 선원들이 살아 남았음에도 학생들과 일반인들은 구조받지 못하고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그대로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는 선원들의 반복된 방송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무사히 구조된 후에도 그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지시대로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과 승객들에 대해, 그들의 상황에 대해 해경에게 말하지 않았다. 같이 구조 받아야 했지만 아니, 먼저 구조 받아야 할 사람들이 가라앉았다. 구조되어야 할 사람들이 가라앉았다. 



프레모 레비는 유서와 같은 책을 마친 이후 1 만에 토리노 자택에서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부채의식, 지워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기억, 현재를 옥죄는 과거의 망령. 프레모 레비의 슬픔과 절망이 곳곳에 남겨져 있는 당연한 일이다. 

















『The Testaments』 읽고 있다. 책을 읽게 된다면 스포일러를 해볼까 그러지 말까를 잠깐 생각해 보았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화자가 3명인데다가 과거와 현재가 겹쳐져, 따라가기 벅차다. 그래도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 소개하자면 여기다. 




Not that she would know anything about it, since the Aunts were not married; they were not allowed to be. That was why they could have writing and books. (10) 






거드 러너의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생각나는 대목이다.  
















여성 학자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말할 있는 다른 명제는 그들이 대체로 독신이었고, 수도원 생활을 했거나 사회에서 은둔했고, 과부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51) 





상상 속의 사회 <길리아드> 모습이 우리의 과거, 우리의 현재와 얼마나 닮아 있는지 확인할 때마다 놀라게 된다. 나는 아직도 깜짝 놀란다. 


















친구와 함께 있어!’아직 늦지 않았어!’ 외치며 새로 시작한 책은 『Crazy Rich Asians』이다. 표지가 익숙해서 구입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책소개를 읽어보니 싱가포르를 무대로 아시아 갑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틴 코미디 소설이라 한다. 평생 가도 이런 부자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뻔한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도 있기에 열심히 읽어보려 한다. 문제는 글자 크기. 글자가 너무 작다. 게다가 빽빽하다. 나는 늙었고 글자는 작다. 


















10, 11월의 <여성주의 같이읽기> 대상도서인2 성』 꺼내 놓는다. 이렇게 저렇게 책을 완독하리라는 독서 계획에 알라딘 친구들의 선축하를 받았던 기억나는데, 계획만 세워놓고 읽지는 않아서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의 발견, 오늘의 영상이다. 








, 이분들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나는 진짜, 우리나라 국민들을 사랑하게 된다. ‘수호!’사랑해!’ 외치는 촛불시민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국!’문재인!’ 외치는 태극기 좋아하시는 분들도 사랑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모습 속에 스스로의 나약함을 발견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장함이 아니라, 이런 재치와 해학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 있고, 그런 경우 외부 요소는 필수적이다. 박자는 연습한 듯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바람도 시원해 행진하기 좋다. 윤짜장은 대통령 입장 발표날 수사팀에 수고했다며 떡을 돌렸다던데

그래, 너희들 떡검 맞구나. 계속 그래봐라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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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3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빠른 단발님. 저도 시몬 베유 읽다가 프리모 레비도 읽어야지 했는데 지금은 그냥 소설책 집어들었어요. 소설이 너무 읽고 싶어서요. 흑 ㅜㅜ

크래이지 리치 아시안은 영화로 봤는데(원작이 있는 줄 지금 알았네요) 결말이 구렸던 (왜 해피엔딩은 늘 그런식인가..)기억이 납니다. ㅎㅎ 아니, 원서라니!! 정말 멋져요 단발머리님. 저도 원서도 읽고 싶은데.. 전 늘 제자리네요 ㅜㅜ

그래도 단발머리님, 화이팅!!

단발머리 2019-10-04 09: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늘 글 읽었는데 넘 좋네요. 문목하~~ 라는 이름 나도 기억해두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한국 소설 읽는 맛이란!! 기대가 큽니다.

아참, 화이팅 챙겨갑니다.
다락방님이 건네준 화이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