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십대십으로 보면 우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팬지와 비슷하다. 심각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개체수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초과할 때부터다. 숫자가 1~2 명이 되면, 차이는 청나게 벌어진다. 만일 수천 마리의 침팬지를 텐안먼 광장이나 월스트리트, 바티칸, 국회의상당에 몰아넣으려 한다면 결과는 아수라장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장소에 정기적으로 수천 명씩 모인다. 인간은 교역망이나 대중적 축하행사, 정치제도 등의 질서 있는 패턴을 함께 창조한다. 혼자서는 결코 만들 없었던 것들을 말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접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로 만들었다. (67) 





유발 하라리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의 크기가 작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열세였던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일한 지배자가 있었던 이유로 사피엔스간의협력 꼽는다. 또한 보이지 않는 실재에 대한 인간 정신의 공유를 말한다. 자유, 평등, 인권의 개념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종교의 발명이 가능했던 이유다. 상상의 세계를 현재로 만들 있는 능력,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갈구가 사피엔스의 능력을 최대치로 만들었다. 



서초동 사거리의 사피엔스들도 그랬다. 나는 무엇이 그들을 거리로 이끌었는지 그게 궁금했다. 무엇이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들을 도로 바닥에 앉게 했을까. 앞에 앉은 젊은 여성. 내가 원했던 바로 플랜카드를 두르고 바닥에 두툼한 담요를 깔고는 약속 장소가 바로 여기라는 자연스레 털썩 앉는 여성. 무엇이 젊은 그들을 자리로 이끌었을까. 









광화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과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의 의견이 정반대인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무튼 광화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이다. 일당에 대한 말들이 오고가지만 대규모 집회, 정치적 집회에서동원 없음 불가능할 수도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순수한 분들, 나라 걱정을 제일 많이 하시는 분들이 휘발유를 붓고 각목을 휘둘렀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전해야 하기에. 말로는 되기에. 말로만으로는 되는 일이기에. 


광화문도 서초동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인 사람들이 커다란 물결을 이루었다. 대통령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범법자가 분명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해서. 편으로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검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관이 안쓰러워서. 광장으로 도로로 나왔다. 


생각이 다른 집단이 마음으로 원하는 , 자신들의 정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와 검찰개혁, 조국 파면과 조국 수호는 그러한 마음이 간결하게 표출된 것이다. 세를 논하기에 앞서 마음 되어 부르짖는 진영의 고함 소리는 자체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시위꾼은 아니지만, 나도 집회에 나가본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규탄 집회 때도 많이 나갔고, 국정 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 때는 여행을 갔을 때를 제외하곤 매주 집회에 나갔다. 광화문이 너무 가까워서 나갔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촛불시민들에게 미안해 버스 타고 40 거리에 사는 나는, 잠깐이라도 광화문에 나갔다. 여러 나갔는데, 어제 집회 때의 뭉클한 감정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화면을 사람이라면 거의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도 점심시간 돈까스집에서 얼빠진 얼굴로 중계화면을 쳐다보던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던 신입사원의 얼굴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탄핵무효, 국회OUT 외쳤다. 국정농단의 경우, 이해가 너무 되는 경우다. 박근혜는 대통령인데 최순실의 지시를 받았다. 대통령 연설문 최종본이 최순실의 태블릿 PC에서 나왔다. 청와대 비서관과의 통화를 통해 최순실이 지시를 내리면 다음 그것은 대통령의 지시 사항으로 변했다. 이해가 너무 쉬웠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최순실이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해 겨울 주말마다. 




이번 경우는 사안이 복잡하다. 일단 조국의 혐의에 대해 찬반이 존재한다. 범법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법의 위반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영혼까지 탈탈 턴 2개월가량의 수사 과정을 통해 오히려 그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국을 옹호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금수저를 편들다니. 흙수저가, 흙수저인 네가 금수저인 조국을 편들고 있는 거니

, 그렇습니다.  


도대체 검찰개혁이 무엇인가.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수사과정에서의 인권 의식 강화가, 지금으로서는 삶과 얼마나 관련되는지 모르겠다. 지금 마음으로서는 평생 짓지 않고, 적어도 검찰의 조사나 소환을 받는 정도의 죄는 짓지 않고 살아가리라 믿고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 그래서 2 일기장과 짜장면은 중요하다. 



현직 법무부 장관도 혐의가 있을 거라는 추측과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압수수색한 상황에서 2번이나 영장을 다시 청구해 중학교 시절 사용하던 딸아이의 폴더폰을 압수해 가는 상황. 아쉽게도 2 일기장은 가져가지 했다고 한다. 사이 먹었던 식사가 짜장면이 아니라 한식이었다고, 돈은 각자 냈다고 말하는 검찰. 자신들에게 덧입혀진 그림, 신문지 펼쳐놓고 짜장면 비벼 먹는 검찰이라는 이미지 하나도 굳이 설명하겠다는 그런 검찰. 검찰의 옹색함과 비겁함을 보았다. 사람들은 2일기장과 짜장면에서 폭발했다고 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없고 없고 주위에 검사 친척 하나 없는 일개 시민인 나는, 언제든 내게 의심되는 혐의만으로도 죄인이 있다는 . 검찰은 모든 일을 무난히 해낼 있다는 .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  



국면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있기를 바라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의 정리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선택을 옳았던가.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을 이뤄갈 만한 사람인가. 기레기 언론의 역할은 정당했던가. 깡패검찰은 스스로를 개혁할 능력이 되는가. 마침표가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그냥 일을 뿐이다. 오늘은 일상으로. 그리고 토요일에는 다시 서초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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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0-06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광화문 집회에도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제 주변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것이 서로 상대가 가짜뉴스에 선동되었다는 주장만 내세우게 되니 의견수렴에도 어려움이 있네요. 검찰개혁과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도 조속히 마련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19-10-07 11:11   좋아요 1 | URL
의견이 다를수는 있는데,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대화가 어렵다는데 진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가짜 뉴스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중간에서 확인 작업을 해야할 언론이 한 방향으로 같이 날뛰다보니 이런 사단이 난것 아닐까 싶고요.

2019-10-0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9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