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단발머리 > 어떻게 애정 있는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공유하기,를 하려면 좀 부끄럽고 난처해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늘 처음으로 해본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여자-공부하는 여자 


















책은빨래하는 페미니즘』 보여준여성주의 고전 다시 읽기 포맷을 가지고 있다. ‘앎으로써 삶을 바꾸는 나의 페미니즘 수업 부제인데, 제일 부러운 부분은삶을 바꾸는실천 있다. 저자는 스테퍼니 스탈처럼 대학원에 진학해 여성주의 강의를 들으며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  


페미니즘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좋은 책들을새로발견했다. 이를 테면, 제목만 알고 있던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제목도 표지도 가벼운 느낌이라쉬운(?)’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쉽게 책이 아니었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저자 하루카 요코는 5 문헌을 한꺼번에 읽고, 남들이 읽을 시간에 번을 읽고, 3 동안 자정부터 새벽 여섯 시까지 쉬지 않고 책을 읽어가며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25).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체력에 박수를 보내며 같이 읽기를 시작한다. 




여성주의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보다 책을 먼저 읽는게 도움이 거라 생각한다. 페미니즘 개념이나 관련되어 있는 사실에 대한 설명, 그에 대한 비판들이 비교적 쉬운 언어로 명료하게 서술되어 있어, 저자의 바람처럼 페미니즘 공부를 위한 최적의 지도가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페미니즘 공부를 하게 계기 혹은 여성주의를 공부할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려간 문장이 특히 좋았다. 




무언가 이상했던 , 내가 경험한 것과 그것을 설명하는 와중에 이상하게 불편했던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의 아귀가 맞아나가듯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의 상처가 만들어지게 사회문화적 조건을 이해하면서 비로소 상처로만 생각하던 기억을 마주할 있게 되었다. 나의 불편함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침묵시키려 하는 시스템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넘어설 있게 것이다. (67) 






2.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2 



















출생의 비밀이 이런 방식으로 연결되는 뻔한 아닌가, 너무 쉽게 가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출생의 비밀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을 것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양보한다. 반납하면서 캡처해 문단은 여기. 




용인되는 전공은 오로지 의학이나 법학뿐이었다. 다만 정말로 머리가 나쁜 경우라면 회계학 정도를 전공하고 말았다. 학교는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가족에게 수치를 주는 일이었으니까. 후에는 전공한 일을 해야 했다. 그것도 최장 3년이었다. 그러고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또는 의대를 졸업했으면 스물여덟에 괜찮은 가문의 남자와 결혼해야 했다. 정도 나이가 되면 아이를 갖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 이쪽 배경의 여자들에게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상의 자녀를 가지라고 권장했으며 최소 이상은 남자아이여야 했다. 후의 삶은 갈라 파티, 컨트리클럽, 성경 공부 모임, 가벼운 봉사 활동, 브리지 카드 게임이나 마작 등에 참여하고 여행을 다니며 (희망컨대 줄줄이 이어지는) 손자 손녀들과 시간을 보내다 조용히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싱가포르 엘리트계층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삶은 이렇게 고정화되어 있다. 부모가 정해준 학교에서, 정해진 전공을 공부하고,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이상 낳아야 하고 아들을 이상 낳아야 한다. 화려한 내면 뒤의 삶은 가지로 귀결된다. 여자로서의 , 여자라는 종으로서의 . 





3. 시몬 보부아르 
















2 읽기독려 차원에서 읽었다. 도움이 거라 기대했는데, 읽고 나서야 <2 > 쪽수는 <2 > 읽어야 더해진다는 깨달았다. 왕따라고는 없으나 외톨이라 만한 보부아르에게 친구 자자(엘리자베트 라쿠앵의 애칭) 존재는 구세주와 같았다. 아주 작은 숨구멍이었지만 그래도 숨구멍으로 숨쉴 있었다. 정해진 안에 가두어 두고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시몬의 엄마처럼 자자의 엄마도 딸이 자신이 계획해준대로 살아가길 원했다. 자자는 시몬처럼 반항하지 했고 갈등과 번뇌 속에 결국은 병에 걸려 죽고 만다



시몬은 자자의 죽음으로 자신이 자유를 얻게 거라 생각했다. 친구의 죽음으로 얻게 자유. 시몬 보부아르가 사람 이상의 삶을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시몬은 자자의 삶까지 살았다. 구하라, 예쁜 아이 구하라의 말이 생각나 한없이 슬퍼진다. 









4. 2  

















꼴등이 싫어 어깨에 매었던 배신자의 멍에를 내려놓고 사뿐히 다시 267쪽으로 돌아왔다. 정약용 선생님과 조선천주교회사에 대한 2권을 빼고는, 다른 책도 읽고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리 진도가 나가는지 모르겠다. 하긴, 400쪽이나 600쪽이나 900쪽이나 상관 없다. 목표는 오직 932. 932쪽이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혼자 피식 웃는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사실 그대로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 서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지기 아쉬워 붙잡던 손을 간신히 놓고 계단으로 내려서는 찰나, 지하철 셔터를 내리는 역무원을 봤다. 역대 최강의 길치인지라 떨리는 가슴을 토닥이며 괜찮을거야, 일단 나가보자 속으로 말하며 사람들을 따라나선 길에서는 의외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처럼 막차를 놓친 지구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지구인들이 많았다. 유쾌한 밤이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9-11-2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발머리님도 다시 읽는다!!! (두근두근... 전 요즘 독서 자체를 쉬었는 데 말입니다...ㅋㅋ)

단발머리 2019-11-28 23:1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다시 읽는다가 아니고 계속 읽고 있어요^^아직도 거기에서 거기지만요. 공쟝쟝님도 얼른 계속 읽기 하셔야지요~~~

다락방 2019-11-29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비연님이 1권을 다 읽으셨답니다?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저는 이제 막 페이퍼로 확인하고 온 참이지요. 이제 12월이에요. 한 달 남았습니다. 화이팅!! ㅋㅋㅋㅋㅋ

저도 그 날 차 끊겼는데 사람 많은 거 보고 아아, 이 늦은 밤에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했어요. 이 길에 나 혼자가 아니야... 그래도 다음부턴 막차 끊기기 전에는 돌아갑시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을 저도 단발머리님과 똑같이 생각했어요. 읽을까 하다가 어느틈에 ‘이제 가벼운 페미니즘 에세이는 읽기싫다‘ 하고 치워둔 책이죠. 그런데 오, 그렇다니,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지금 [페이드 포] 읽고 있는데 너무,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우리 열심히 읽고 씁시다.

다시한번, 제2의성 화이팅!!

단발머리 2019-11-29 09:22   좋아요 1 | URL
앗? 그래요? 모르는 소식입니다. ㅠㅠ
전 엄청 열심히 읽고 있는데 현재 508이에요. 가지고 있는게 한 권짜리라 2권 짜리 쪽수 확인해봤더니 2권 시작이 533이네요. 고로 전 아직 1권....부지런히 비연님 따라가서 반드시 000을 사수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제2의 성]만 읽고나면 이 세상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마음이 딱 그래요.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이랑 [페이드 포]도 물론 기다리고 있구요.

제 2의 성 화이팅, 감사해요! 제겐 화이팅이 필요하거든요. (먼산보기)

비연 2019-11-29 10:2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 어제 다 읽었습니다! 1권을! 으하하하. 그리고 2권을 펼쳐서 읽다가 쓰러져 잤죠.
12월까지... 다 읽어서 ... 사수합시다! 근데 우리가 다 읽으면 누가 낸다고 했죠? 그랬죠? (믿음!)

<제2의성>을 읽는 시간은 정말 좋습니다. 뭔가 리프레쉬되는 느낌. 지적 욕구가 충족되는 느낌.
그러나 다 이해할 수는 없어 우겨넣느라 졸리기는 합니다 ㅎㅎㅎ 시몬 드 보부아르 만세!

그날 저는 룰루 하고 전철 탔다가 금호역에서 내리세요. 하는 바람에 내려서 택시를 탔답니다~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차도 끊겼었지만, 그래도 참 상쾌한 기분이었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자자, 12월이 지나 누군가의 5만원이 나온다면 거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해서 만나 보아요^^
아울러 전 오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샀답니다. (나만 지금 산 건 아니겠죠? 흠?)

단발머리 2019-11-29 11:08   좋아요 1 | URL
비연님의 으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귓가에 쟁쟁합니다. 무척 부러운 시츄에이션이구요. 우리가 못 읽으면 000을 사수할 수 없죠. 그 밖에 일은 전 잘 모른다고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올해 읽은 책 중에 [제2의 성]이 제일 묵직하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읽은것도 아주 잘 한 것 같구요. 완독하고 나면... 으흠... 전 상권을 두 번 읽어서 그런지 하며 거드름을 피워볼까... 이런 야무진 계획도 세우구요.

부지런히 따라갈께요. 제 뒤에는 쟝쟝님이 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오소서! 쟝쟝님!

다락방 2019-11-29 11:18   좋아요 1 | URL
여러분 두 분이 완독하면 쟝쟝님이 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이 완독하면 쇼님이 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왜 이렇게~는 1월 도서이므로, 저는 아직 안샀습니다만? 우후훗

단발머리 2019-11-29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하군요!!! 가장 좋은 시나히오는 저랑 비연님, 쟝쟝님이 완독하는 거군요. 그렇게 되면 최대치가 적립되는 것이구요.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린 앞으로 못 읽을 책이 없을 것 같아요.
쇼님한테 더 어려운 책도 추천해달라고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1-29 12:22   좋아요 0 | URL
정말 이런 구조면 저흰 천하무적 완독러들이 될 듯... 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님, 얼른 오세요. 저도 이제 2권 시작이라.. .막 초조해집니다만. 홋.

단발머리 2019-11-29 12:24   좋아요 0 | URL
저....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서 비연님을 추월하는 봄날 같은 꿈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꾸어볼까 합니다
 
파란 2 - 정민의 다산독본 파란 2
정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조가 승하하기 보름 전인 1800 6 12. 정조는 갑작스레 다산의 집으로 서리를 보내 내각에서 간행한한서전』  다섯 부에 제목을 쓰라고 명한다. 





당시 정조가 내린 말은 이랬다. 


오래 서로 보았구나. 책을 엮을 일이 있을 게다. 즉시 들어오게 해야 하겠지만 주자소가 벽을 새로 발라 지저분한 상태다. 월말쯤 들어오거든 경연에 나오너라.” (319) 




정조가 분에 넘치게 다산을 아꼈는가, 다산이 사랑받을 만했는가를 굳이 밝혀보자 한다면, 다산이 사랑받을 만했다,  표를 던지고 싶다. 임금 마음대로만 정치할 없는 시대에, 평생 계속되었던 다산에 대한 탄원과 상소에도 불구하고 정조는 한결같이 다산을 아꼈다. 특별히 아끼고 사랑해 모든 사람들이 정도였다. 공인된 애정에 부응하듯 다산은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을 모두 기대 이상으로 처리했다. 다산의 보고를 받을 때마다 정조는 크게 기뻐했다. 



필생의 염원인 수원 화성을 준비하면서 정조가 내려준기기도설』 참고해 기중기를 설계하고, 공사에 필요한 유형거 등의 제작 도면을 제작 단가까지 적어 보고서를 올렸다(102).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레 부위의 목재를 어떤 나무로 것인지 조차 조사했고, 합리적 인건비 지급 방법까지 보고서에 세세하게 적었다. 정조의 뜻을 알고 금정찰방 시절에 지도자급 천주교인을 여러 검거했고, 봉곡사에서는 학술 세미나를 열어 성호 이익의 저술을 정리해 유학자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다. 공개적으로 전향을 선언했고, 좌천되어 발령받은 황해도 곡산에서도 확실한 일처리로 곡산 근방 백성들의 인심을 크게 얻었다. 하지만 정조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다산의 세상은 그대로 암흑 천지가 되고 말았다. 




1822, 회갑을 맞은 다산은 광중본 <자찬묘지명> 끝에 다음과 같은 명을 실었다. 










하주지총, 임금에게 입은 은총과 하천지총, 하늘에서 받은 사랑. 저자는 이것이 다산의 하늘이었던 정조와 은총과 천주의 사랑이라 보았다. 




23세의 나이로 처음 이벽에게 천주교의 교리를 듣고, 이듬해인 1785 명례방에서 천주교 집회를 갖던 추조에 적발되었을 , 다산은 자리에 있었다. 이벽과는 사돈 간이고, 조선 영세자인 이승훈은 친누이의 남편이었다. 1787 정미반회사건은 다산이 직접 당사자였고, 가성직제도하에서는 10인의 신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1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789 북경에 보낸 이승훈의 편지도 이승훈은 다산이 것이라 주장했다.(374) 1801 책롱 사건을 일으킨 정약종이 친형이고, 황사영 백서 사건의 황사영은 다산의 조카사위였다. 조선을 휩쓴 피바람 속에 다산과 그의 정약전만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배교로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여러 그것이 다산의 진심이었을까 의심한다. 책을 마친 지금은 나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산만 아는 일이겠지만, 그래서 더욱 다산의 배교가 진심이었는지  없는 일이다. 




기독교인이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를 산다. 예수님께도 죄송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기독교와 가장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제일 멀리 있는 천주교의 일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땅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나라에서 들려온 희한한 이야기에 어떻게 마음이 동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며, 어떤 용기로 자신의 삶을 모두 던지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계 교회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없는 서적을 통한 회심, 자생적인 신앙 운동에 크게 감동했다. 



파란. 순탄하지 아니하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려움이나 시련. 다산의 삶과 한국 교회. 이름을 지었다. 파란이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자 정민이 보는 다산의 하늘은 정조와 천주이다. 같았던 다산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숨겨져 왔던 그의 천주교 신앙을 기록을 통해 추적하고, 그럼에도 그를 무한신뢰했던 정조와의 일화를 소개한다. 



지금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국가가 개인 안에 녹아 들어가는 상황을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짐이 국가다,라는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 태극기를 앞세워 국가 사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치열한 문재인 저주를 목격할 더욱 그러하다. 국가와 국가 지도자는 합치되지 않는다. 내가 상상하는 이루어지는 가장 비슷한 모습은사제간이다. 학문 군주로서 정조의 모습이 드러나는 일화 때문일 수도 있겠다. 정조는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훌륭한 교수이고, 다산은 대학시절 이미 두각을 나타내 스승이 대학원 진학을 종용하는 총명한 학생이다. 이런 추리는 <정조의 문답식 학습법>이라는 단락에서 확인 가능하다. 

 




30 나던 1791 겨울에는시경』 관해 한꺼번에 무려 800 조목의 질문이 내려왔다. 임금은 40일의 시간을 테니 답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핑계는 활쏘기에서 과녁을 제대로 맞춘 벌이었다. 질문을 보고 놀란 다산이 20일을 요청해 겨우 달의 말미를 얻었다. … 문답 순서대로 정리한 책자가 올라가자, 임금은 어필을 들어 다음과 같은 평을 내렸다. 



널리 백가를 인증하여 나오는 것이 끝이 없다. 진실로 평소에 쌓아둔 것이 깊고 넓지 않다면 어찌 능히 이와 같으랴. 내가 돌아보아 물어본 뜻을 저버리지 않았으니, 깊이 가상하게 여긴다. (132) 





다산은 어쩜 이리 총명했을까. 저자는 이유를 다산의 공부법에서 찾는다. 









다산이 읽었던 책에는 곳곳에 그의 메모가 남아 있다. 읽다가 퍼뜩 떠오른 생각이나 기억해야 내용을 그는 여백에 습관적으로 썼다. 조금 호흡이 생각은 별도의 공책에다 주제별로 정리했다. (127) 





다산은 정조의 기대에 부응했고, 정조는 다산을 아꼈다. 다산의 첫번째 하늘은 정조이다. 다산의 두번째 하늘은 천주이다. 





확실히 조선의 천주교회는 출범부터 유례가 없을 만큼 기이했다. 가톨릭 역사에서 선교사가 파송되기 전에 자신들끼리 교리책을 공부해 세례를 주고 신부를 임명해 미사까지 봉헌한 예는 번도 없었다. (216) 





이승훈이 중국에서 1783 그라몽 신부에게 세례를 받아 조선인 최초의 영세자가 , 불과 5-6년만에 조선에는 신자 1,000명이 모였다. 외부 선교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교리책을 공부하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가성직제도 통해 자체적으로 사제단을 구성하고, 미사와 성사를 거행했다. 저자는 조선천주교회의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 다산이 있었다고 본다. 천주학과 유학의 가운데에 다산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산의 신앙과 배교가 사실인 것처럼, 만년의 참회도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148) 다산과 천주교의 연결점을 확인할 있는 문헌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다산의 철저한 자기검열과 삭제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조선 천주교회사에 관심이 생긴다. 무엇이 많은 사람들을 나라의 해괴한 이야기로 이끌었을까. 새로운 신앙이 주는 어떤 해답이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죽음을 불사하는 믿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정약용, 정약전 형제는 이벽에게서 천주교 신앙을 전해 들었다.  





우리 형제는 이벽과 함께 배를 타고 내려오다가 안에서 천지조화의 시작과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의 이치에 대해 들었다. 멍하니 놀라고 의심스럽기가 마치 은하수가 끝없는 것만 같았다. (155) 





조선 최초의 세례자는 이승훈이지만, 실제 조선 천주교회 설립에 가장 역할을 했던 사람은 이벽이다. 이벽은 다산의 큰형 정약현의 처남이다. 집안에 중국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학과 관련된 서적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독학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였으며 조선최고의 천주교 이론가였다. 천주학의 모순을 비판하는 남인계 서학의 1인자 이가환과의 사흘 논쟁에서 승리했고, 원로 이기양과의 토론에서도 상대를 침묵케 했다. 논리적으로 완파 했을 뿐만 아니라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어서, 그들의 토론을 지켜본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성호학파의 중심 녹암계의 수장이었던 권철신 형제를 찾아가 10 일간 감호에 머물며 설득을 거듭해(171) 전도에 성공했다. 이벽이 전한 말은 무엇이었나. 그가 전한 말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155) 





동서고금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질문에 카를로 로벨리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내면에 새겨진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이며(123), 모든 세포의 총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세스이다(125). 우리는 자연에서 통합된 부분이자헤아릴  없이 다양한 자연의 표현 방식 중한 가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127)이다 











이벽은 이런 답변에 만족했을까. 1783, 1784, 1785 그리고 1801. 자연의 법칙을 따르며 자연의 일부로 살던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환한 낯빛에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하늘이 열렸다. 번째 하늘. 파란 하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9-11-23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산도 대단하지만, 그런 다산의 글을 평한 정조 역시 비범한 군주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 반면, 조선의 기독교 신앙 수용이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발적임에도 불구하고 제사에 대한 로마교황청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많은 순교자가 났음은 아쉬운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단발머리 2019-11-23 16:33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천재를 알아보는 건 천재의 안목이겠죠.
아쉽다고 하시는 부분에도 공감되고요. 제가 글에서 자세히 풀지 못했는데, 겨울호랑이님 댓글을 읽다보니 더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만약 1789년 윤유일이 중국에서 만난 사제가 다른 교파, 다른 교단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요.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의미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한 조선 천주 교회의 어려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 ㅠ
 
















가부장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뿌리 깊고 지속적으로 고착된 위계질서이기도 하다가부장 질서를 일반적인 계층화의 문제로 보지 않고 남녀 사이의 계층화 문제로만 치환해서 생각하여양성평등을 실현하면 가부장제 문제를 해소할  있다고 여기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다가부장 질서를 논하면서  사회의 위계질서 형성이라는 틀을 함께 논하지 않는다면 가부장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20) 





『판결과 정의』 첫번째 챕터가 <01. 가부장제 변화의 현재>이다아직도 페미니즘을 /녀로 문제로화난 여자들의 화풀이로꼴페미의 대합창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에서농경생활이 시작되었을 때를 기점으로 여성은 한결같이 2 계급으로 존재해 왔음을 말하는  어쩌면 부지 없는 일이. 


다시 말해 무엇하랴입만 아프다. 

















이원론에 토대를  위계질서의 형성에 대해서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김영란 대법관의 책을 좀 더 읽어보리라 살포시 책을 골라본다. 



















 『2 성』 읽지 못하고 있다시간이 없어서어쩔  없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9-11-0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제2의 성을 읽지 못하고 있다면서 책을 링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네요. ㅋㅋㅋㅋㅋ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혹시 지난번에 이 부분 읽으셨을지 모르지만, 제2의성 하권의 시작은 결혼... 에 관한 부분이네요. 톨스토이와 소피아 얘기가 많이 나오고요. 아주 재미납니다.

단발머리 2019-11-07 07:49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링크란 뭐랄까요. 항상 마음 속에 있는 책이라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제게 그런 책입니다.

제2의 성은 상권이든 하권이든 재미있기 어려울 것 같은데, 재미있다고 하시니, 흐음...
취향이 독특하십니다. 보부아르 취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1-07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일등이 적성에 맞고 보부아르가 취향인 다람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1-07 09:29   좋아요 0 | URL
그 산은 어디에요? 그런 고급 취향의 다람쥐라니... 저희 동네 북한산 다람쥐들은 순 도토리에만 신경쓰던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