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신문에는 ‘새 고전 26선’이라는 부록이 있었다. (날짜는 ‘2014년 5월 15일 목요일‘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한겨레와 책읽는사회가 꼽은 이 시대 ‘한국인이 읽어야 할 고전 26선’이 소개되어 있고, 뒷면에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안내가 있었다. 전면에 도정일 문학평론가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한국인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엄중하다,고 시작하는 이 글에서 도정일 교수는 수백의 인명을 실은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그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희생자들에 대해서 도대체 누구인가? 국가는 또 무엇인가? 국민의 인명 하나 구해내지 못한 국가가 어떻게 국가이고 나라인가? 하고 묻는다.

“얘들아, 이 사회를, 우리를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아직도 팽목항을 맴도는, 안산의 합동분향소와 전국을 노랗게 물들인 리본들이 외치는 절규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준엄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하여, ‘고전 선정’과 ‘고전 읽기’는 실패를 성찰하고, 실패의 재연을 막아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다시 말해 현재의 실패에 대한 성찰과 모색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도는 절대로 한가한 것이 아니다. 기본은 번쩍거리지 않고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기본을 내팽개치는 순간 사회는 실패를 예약한다. .... 생각이 없고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는 거기서부터 이미 재난을 내장한 위험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고 어른들은 병들고 사회적 삶의 고통은 늘어난다. 생각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할 때 거기 요구되는 중요한 시민적 프로그램의 하나가 고전 선정과 고전 읽기다.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절망. 무심하게 이루어지는 일상에 대한 환멸. 그리고 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봄볕.

이 모든 것들이 무력함을 더하고, 더 무겁게 하지만, 그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고개 숙이고 있을 수 없다.

먹어야 하고, 힘을 내야 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써야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커다란 실패가 다시는 이 땅에서 재연되지 않을 것이고,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집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모든 희생자 가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일일 테다.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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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단발머리님.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쓰기로 해요. 그럽시다.

단발머리 2014-05-14 11:40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그런 일들을 말이예요.
그런 일들을, 아침마다 신문에서 보는 일들은 너무 화가 나구요.
다 말하려고 하면 정말, 입이 아플 정도지만....

그래도,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쓸게요.
다락방님~~~ 고마워요. *^^*

순오기 2014-05-1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용서를 빌 자격도 없어요.ㅠ
기억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상을 바꿔나가는 노력이라도 해야 용서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길테니까...

단발머리 2014-05-16 17:56   좋아요 0 | URL
네... 많은 유가족들이 '잊혀지는 게' 제일 두렵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국민적 관심이 있을 때 그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있어야할텐데요.
우리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기에도 미안해요.....

2014-05-17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7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는 자기의 자전거를 끌고, 작은 아이는 자동차를 품에 안았다. 나는 왼손에는 자동차 리모콘을 들고, 오른쪽 어깨에는 배드민턴 케이스를 매고 있었다. 1층 출입문을 나서니 맞은편 아파트 앞, 저 멀리에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보였다. 아이의 손에는 장미꽃으로 보이는 빨간 꽃 두 송이가, 한 송이씩 각각 포장되어 있었다.

‘여자 친구 주려고 그러는구나.’

교복을 입은 채로 스스럼없이 눈앞에서 보여지는, 볼 수 밖에 없는 중딩, 고딩들의 애정 표현에 익숙한 나는, 그 꽃은 남자애 뒤에 서 있을 여자애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였다.

남자애는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빡빡 누르더니, 아파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남자애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그 전전날, 그리고 전날 각각 양가 부모님들과 ‘어버이 은혜 매우 감사’ 식사 모임을 하고, 그 날 아침에도 선물 받으신 옷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백화점에 가신다는 엄마와 통화까지 했는데, 큰 아이 자전거를 꺼내면서, 자동차 배터리를 확인하면서, 배드민턴 채를 챙기면서, 나는 그 날이 어버이 날이라는 걸 까먹었던 거다.

장미꽃인지, 빨간 카네이션인지, 엄마 아빠에게 드릴 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복 입은 남자애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뭉클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또, 슬퍼졌다.

너무나 예쁘고, 기특하고, 그리고 자랑스러운 모습인데, 그 소소한 기쁨, 그 작은 웃음, 그 행복한 미소를 잃어버린,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읽었던 정혜윤의 말이 옳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의 무의식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오늘은 5월 12일이다.

세월호 침몰 후 27일째고, 이번주 금요일이면 한달째다.

실종자는 사흘째 29명.

오늘은 5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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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어떻게 하냐고, 괜찮냐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나라 전체가 패닉상태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전화가 왔다. 어떡하면 좋냐고 했다. 그 쪽에서도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했다.

태국에 사는 선교사님이 밴드에 글을 올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눈물난다고 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밴드에 글을 남겼다. 거기서도 들었다고. 우크라이나 뉴스보다 먼저 나온다고. 어쩌면 좋냐고 했다.

이 나이 먹도록, 여기 이 나라에 살면서, 이 나라 떠나야겠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난 이 나라가 좋다고 했다.

살기에는 말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살인적인 교육제도, 계속 올라가는 물가, 더 많이 올라가는 전세값, 그리고 최근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오는 초미세먼지.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좋다고, 서울이 좋다고 했다.

이젠, 그런 말.

못 한다.

다시는.

2.

이 나라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

백화점, 안전하지 않다. 다리, 두말하면 잔소리다, 안전하지 않다. 지하철, 툭하면 고장이다, 안전하지 않다. 이 나라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곳이 없다.

딸롱이는 5학년, 아롱이는 2학년이다. 올해 초등 고학년 수련회가 전면적으로 취소되어 울상을 하고 다니는 딸롱이는, 내년에는 수련회를 갈 수 있을 거다. 도대체 몇 번의 수련회가, 수학여행이, O.T.가 남았나. 거기에다가 곱하기 2라니. 가슴 졸일 날들이 얼마나 많이 남았나. 얼마나 많은 날들인가.

3.

가장 힘든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다.

같이 울고, 슬프고, 억울하고, 원통해하지만. 하지만, 그 후에 달라진 건 없다. 이 나라 수련회 장소 전부를 찾아다니며, 소방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소화기는 제대로 비치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인가. 아이들이 타는 여객선이 정해진 화물만을 적재하는지 확인할 것인가. 아이들이 머무는 숙소가 건축 검사를 제대로 받고 있는, 제대로 된 가건물인지 확인할 것인가. 아이들의 수련회 조교들이 수영이나 제대로 할 줄 아는 안전 교육 수료자들인지 확인할 것인가.

그럴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할 수는 없다.

4.

이렇게 울고, 아파하고. 아, 그리고는 잊혀지겠지. 세월호, 그런 사건이 있었지. 모두 잊어 버리겠지. 월드컵, 결정적인 한 골을 기대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클락션을 울리고, 빨간 옷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오겠지. 그런데, 울고 있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 유가족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그들은 아이를 잃었다. 똑똑한 아이, 다정한 아이, 심성이 착한 아이, 그런 아이들을 잃었다. 온 세상을 다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이들을, 잃었다.

마음이 약해 보지 않으려 했지만, 손석희님의 ‘편집본이다’라는 말에, 한 아이가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았다. 화면은 스틸컷이었고, 음성만 변조된 상태였다.

“야, 배가 왜 이렇게 기우냐?”

“선장은 뭐하냐?”

“우리 수학여행, 큰일났~~~~~~~~~어!”

앳된 목소리, 장난기 어린 “큰일났어!”에서 가슴이 이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아이들이다.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 아직은 어린, 아이들.

5.

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 모두 엄숙한 모드로 오른손을 가슴팍에 올릴 때, 나는 차렷 자세로 서서 ‘국가를 위한 기도’를 한다. “하나님, 이 나라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을 마쳐 충성을 다할 수는“, 없다.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요즘에는 그 얼마 안 되는 얄팍한 나라 사랑마저 실종 상태다. 실종자는.... 끝내 구조자로 바뀌지 않았다. 얄팍한 나의 나라 사랑은, 실종되었다.

6.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를 위해 가장 많이 애썼다고, 아니 ‘가장’이 아니라면, 그래도 그의 삶을 다 바쳐 애써왔노라고 자신있게 소개할 만한 어떤 대통령님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민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그리고 2006년 4월 3일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서 “.....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충심을 다해 사과했다.

하지만, 국가 전체가 실의에 빠졌을 때, 화사한 하늘색 정장으로 검은색 정장의 오바마를 맞이했던 어떤 분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이 아닌, “국무위원 앞에서” 이전 정부를 질타하는 문장을 좔좔 읽어가며 마침내 “사과”의 말을 했다.

7.

어제는 구역예배에서 집사님이 준비해주신 케이준 치킨 샐러드, 치킨 완자 단호박찜, 호박씨 피자를 먹었다. 먹고 웃고 기도했다. 혼자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치킨 샐러드가 목에 걸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이렇게 맛있는 거 먹어도 되나. 이렇게 웃어도 되나.

오늘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대표분이 말했다.

“.... 자식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자식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부모라니.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분들에게 미안하다.

8.

책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못 했다.

밥을 하고, 아이를 먹이고, 소풍 간식을 사고, 유부초밥을 싸고, 버스 앞에서 손을 흔들어야 했지만, 책은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며칠은 차가운 바닷 속 아이들 때문에, 그 후에는 차가운 바다 속 자신의 아이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 생각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나만 혼자 즐거워할 수는 없었다.

그 분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불편한 밤이 계속됐다.

9.

지난 주말에 신랑이 ‘알라딘 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발견(!)했다. 나는 사두려고 찜해두었던 책 세 권과 신랑이 고른 책 두 권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했다. 근 열흘 만에, 내게 일어났던 일 중에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

 

 

 

 

 

 

 

 

 

 

 

책 다섯권과 “오늘, 수고했어요.” 알라딘 무선 노트를 오늘, 받았다.

식탁 위에 책을 쌓아두고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4월,

잔인한 4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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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4-04-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어느 정도 잠잠해진 듯하여, 저는 그게 더 슬프고 아프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빨리 그들 곁에서 위로해주고 싶은데...

단발머리 2014-05-07 09:47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네요.
미안하고, 그리고 너무 슬퍼서, 이제는 화가 나요.

무력한 어른들의 모습, 닮지 마세요.... 하나도 닮지 마세요.

순오기 2014-05-0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잔인한 사월이었어요.ㅠ
스러져 간 꽃다운 아이들에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을 유가족들께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애통하고 비분강개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되는...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지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단발머리 2014-05-07 09:48   좋아요 0 | URL
요즘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 예쁜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떤 일일까, 하고요.

그런데... 떠오르지가 않아요. ....

saint236 2014-05-0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미안하고, 답답하고...그렇습니다.

단발머리 2014-05-07 09:49   좋아요 0 | URL
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2014-05-0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7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5-0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아니, 살아 있는 날까지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이제 그만 유신의 무덤으로 돌아가라고..,,,

단발머리 2014-05-09 08:31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아이들을 찾지 못한 부모님들 마음이 어떨까요?
어제 저녁에는 KBS 밤샘 항의방문에 지친 모습을 신문에서 봤어요.
계속해서 우울한 하루하루예요.
 

철모르는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이 세상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겠지만,

이렇게 키운 아이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닦이고. 이렇게 키운 아이들이다.

천금 같은 아이들. 아직도 꿈꿀 날이 많은 아이들이다.

 

어른인 내가,

다리 뻗고 잠자고 먹고 마시는게 너무 미안하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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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04-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 현장학습이 전면 중지 되었는데 아이는 비가 와서 그런 줄 알고 다음엔 비가 안오면 좋겠다고 합니다. 얼버무릴까하다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어요...지하철 옆옆 자리에 정신없이 떠드는 치마짧은 여중생들도 그저 애틋하기만 하더라구요..

단발머리 2014-04-21 08:36   좋아요 0 | URL
아.... 저희 아들은 이번주 수요일 소풍인데, 안 갔으면 좋겠어요. 안전도 걱정되지만, 노래부르면서 김밥 준비할 기분이 아니지요. 학교로 총총총 걸어가는 키 작은 아이들이 저기 보이네요.

단원고 아이들이 생각나 정말 슬픈 아침입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랄뿐이예요.
 

1. 3월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다.

아이들은 개학하고, 신랑은 출근하고, 나는 룰루랄라. 우아하고, 여유로운 오전을 기대했건만, 올해 3월은 너무 바빴다.

학부모총회를 가야했고, 노란 조끼를 입고 녹색 어머니 활동을 해야 했다. 아롱이 작년 같은반 엄마들을 만나 브러치를 함께 했고, 딸롱이 덕분에 임원 엄마들과 만나 상견례를 해야 했다. 아이들 간식을 사러 이마트에 가야했고, 간식을 넣어주러 왔다 갔다 했다. 교회에서도 고정으로 맡은 일이 하나 더 생겨,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 어제는 아이들 참관수업이 있어 학교에 갔다 왔고, 다음 주에는 상담이다.

2. 3월부터는 책도 많이 읽고, 페이퍼도...

나는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정말, 한 번도 없다. 나는 모르는 사람, 아니 처음 본 사람하고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 나누는 사람이다. 원래부터 말하기를 심히, 매우,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불문 나이불문 장르불문이다.

그런 내가, 사실은 집에 혼자 있는 걸 즐긴다는 건, 나도 좀 놀라는 부분이다. 일주일 내내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혼자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애니팡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아이들이 개학하는 3월을 그렇게도 고대했건만, 4월에도 학교 행사가 많고, 엄마들을 만나 의논 아닌 의논해야 할 일이 많고, 그래서 외출할 일이 많다.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 ‘이것도 한 때겠지.’하는 생각에 즐겁게 지내려한다. 그런데, 읽다 만 내 책들은 어쩔까나. 내 손길을 기다리는 저 간절한 눈빛들.

3. 간절한 눈빛의 책들

 

이렇게 매력적인 제목에, 놀랍도록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이 아름다운 책이, 이렇게 무심한 투로 쓰여졌다면, 미리 말을 해 주던가. 반 정도 읽기는 했는데, 현재는 내 책상에서 아웃당한 상태다. 

 

 

 

 

 

엄청 재미나게, 엄청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기는 했는데, 아직도 3분의 1 정도 남았다. 책은 재미있으나, 두꺼워서 아직 끝내지 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진작에 시작했는데, 아직도 반 정도에서 정체 상태다.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금방 읽을텐데,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나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이라, 전에 들고 다니면서 읽었던 [풀베개]가 책 모서리가 구겨져 겉장이 낡아진걸 보고 너무 슬퍼서, 이 책은 집에 고이 모셔 놓고 있다. 모셔만 놓고...

 

 

 

 

 

 

 

 

도서관에서 5권을 빌려 읽다가 책을 집어 던졌는데, 1권은 의외로 쉽고 재미있다. 내 영어실력이 늘어서는 확실히 아니고, 최근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본 게 크게 도움이 되었나보다. 아쉬운 건 2권도 구매해놓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 나왔다는 거다. 1, 2권을 구매할 때 미리 알았더라면 개정판으로 구매했을텐데, 조금 아쉽다. 누구를 원망하랴.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시집은 영원한 로망이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닌다. 언제라도 꺼내서 읽을 수 있게.

 

 

책이 워낙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짬짬히 읽고 있는데, 강신주 말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 내 수준에.

 

 

 

 

[빨간책방]에서 한참 인기몰이를 할 때, 알라딘에서도 50% 할인을 해서 고민고민했지만, 웬지 내용이 무서울것 같아 구매를 안 했다. 실제로 책을 보니, 아... 너무 두껍고, 너무 무겁고, 그리고 여백이 없고, 글씨가 많다. (책 읽기 싫어하는 초딩들이, 골라주는 책을 마다할 때 하는 얘기랑 어쩐지 비슷하다)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내가 왜 그렇게 이 책을 밀었지? 내 책보다 위에 있네.“ 하는 말이 실감나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김중혁 작가 책이 더 좋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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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1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는 다락방님이 읽고 페이퍼 써주기를 이러저러하게 압력을 넣어 봤으나...
꿈쩍 않으시던데.. ㅠ..ㅠ
단발머리님의 페이퍼(리뷰)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14-04-10 14:25   좋아요 0 | URL
아핫! 아무개님~~
다락방님이 꿈쩍을 안하셨군요~~ㅎㅎㅎㅎ
워낙 재미있는 책이라 저도 재미있게는 읽고 있는데, 다락방님처럼 재미있게는 못 쓸거 같아요.(*3)
림보 단계 낮추듯이 단계를 후욱~~ 낮춰주시면, 그 범위안에서 제가 한 번, 맛깔나게 리뷰 한 번 써볼께요.
언제일지 장담은 못 하지만요 ^^

icaru 2014-04-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또 엄청 공감하고 가네요~
ㅎㅎㅎ 단발머리 님 페이퍼 읽다보면,, 입가에 뭘 흘리게 되요.. 다행히도 음식물이나 체액(?) 종류가 아니라, 메롱을 부르는 미소네요. ㅋㅋ

저도 비슷하고도 다른 이유로 4월이 훅훅 가고 있어요...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공룡 비슷한 알 키우고 먹이고, 변종 만들어내는 핸드폰 게임질이어요... ㅠ,ㅠ)
한심하면서도, 제가 질리게질리게 하다가, 손을 놔야,,, 비로소 헤어나는 스타일이라... 어디 해보는데 까지 해보자 하는데,,
이거 끝이라는 게 없는 참 무한한 세계인듯요.

참,, 속죄는 저도 읽었는데 전, 김중혁보다 이언 메큐언의 속죄가 더 재밌어요. 아직은;;;

비로그인 2015-05-3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린책을 집어던진걸 참 자랑이라고 떠벌려놨네 ㅉㅉ 이 나라 김치년들 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