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는 자기의 자전거를 끌고, 작은 아이는 자동차를 품에 안았다. 나는 왼손에는 자동차 리모콘을 들고, 오른쪽 어깨에는 배드민턴 케이스를 매고 있었다. 1층 출입문을 나서니 맞은편 아파트 앞, 저 멀리에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보였다. 아이의 손에는 장미꽃으로 보이는 빨간 꽃 두 송이가, 한 송이씩 각각 포장되어 있었다.

‘여자 친구 주려고 그러는구나.’

교복을 입은 채로 스스럼없이 눈앞에서 보여지는, 볼 수 밖에 없는 중딩, 고딩들의 애정 표현에 익숙한 나는, 그 꽃은 남자애 뒤에 서 있을 여자애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였다.

남자애는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빡빡 누르더니, 아파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남자애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그 전전날, 그리고 전날 각각 양가 부모님들과 ‘어버이 은혜 매우 감사’ 식사 모임을 하고, 그 날 아침에도 선물 받으신 옷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백화점에 가신다는 엄마와 통화까지 했는데, 큰 아이 자전거를 꺼내면서, 자동차 배터리를 확인하면서, 배드민턴 채를 챙기면서, 나는 그 날이 어버이 날이라는 걸 까먹었던 거다.

장미꽃인지, 빨간 카네이션인지, 엄마 아빠에게 드릴 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복 입은 남자애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뭉클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또, 슬퍼졌다.

너무나 예쁘고, 기특하고, 그리고 자랑스러운 모습인데, 그 소소한 기쁨, 그 작은 웃음, 그 행복한 미소를 잃어버린,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읽었던 정혜윤의 말이 옳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의 무의식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오늘은 5월 12일이다.

세월호 침몰 후 27일째고, 이번주 금요일이면 한달째다.

실종자는 사흘째 29명.

오늘은 5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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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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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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