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신문에는 ‘새 고전 26선’이라는 부록이 있었다. (날짜는 ‘2014년 5월 15일 목요일‘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한겨레와 책읽는사회가 꼽은 이 시대 ‘한국인이 읽어야 할 고전 26선’이 소개되어 있고, 뒷면에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안내가 있었다. 전면에 도정일 문학평론가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한국인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엄중하다,고 시작하는 이 글에서 도정일 교수는 수백의 인명을 실은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그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희생자들에 대해서 도대체 누구인가? 국가는 또 무엇인가? 국민의 인명 하나 구해내지 못한 국가가 어떻게 국가이고 나라인가? 하고 묻는다.

“얘들아, 이 사회를, 우리를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아직도 팽목항을 맴도는, 안산의 합동분향소와 전국을 노랗게 물들인 리본들이 외치는 절규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준엄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하여, ‘고전 선정’과 ‘고전 읽기’는 실패를 성찰하고, 실패의 재연을 막아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다시 말해 현재의 실패에 대한 성찰과 모색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도는 절대로 한가한 것이 아니다. 기본은 번쩍거리지 않고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기본을 내팽개치는 순간 사회는 실패를 예약한다. .... 생각이 없고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회는 거기서부터 이미 재난을 내장한 위험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고 어른들은 병들고 사회적 삶의 고통은 늘어난다. 생각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할 때 거기 요구되는 중요한 시민적 프로그램의 하나가 고전 선정과 고전 읽기다.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절망. 무심하게 이루어지는 일상에 대한 환멸. 그리고 너무나도 맑고 화창한 봄볕.

이 모든 것들이 무력함을 더하고, 더 무겁게 하지만, 그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고개 숙이고 있을 수 없다.

먹어야 하고, 힘을 내야 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써야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커다란 실패가 다시는 이 땅에서 재연되지 않을 것이고,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집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모든 희생자 가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일일 테다.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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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단발머리님.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쓰기로 해요. 그럽시다.

단발머리 2014-05-14 11:40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그런 일들을 말이예요.
그런 일들을, 아침마다 신문에서 보는 일들은 너무 화가 나구요.
다 말하려고 하면 정말, 입이 아플 정도지만....

그래도, 말하고, 기억하고, 읽고 쓸게요.
다락방님~~~ 고마워요. *^^*

순오기 2014-05-1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용서를 빌 자격도 없어요.ㅠ
기억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세상을 바꿔나가는 노력이라도 해야 용서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길테니까...

단발머리 2014-05-16 17:56   좋아요 0 | URL
네... 많은 유가족들이 '잊혀지는 게' 제일 두렵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국민적 관심이 있을 때 그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있어야할텐데요.
우리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기에도 미안해요.....

2014-05-17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7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