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다.
아이들은 개학하고, 신랑은 출근하고, 나는 룰루랄라. 우아하고, 여유로운 오전을 기대했건만, 올해 3월은 너무 바빴다.
학부모총회를 가야했고, 노란 조끼를 입고 녹색 어머니 활동을 해야 했다. 아롱이 작년 같은반 엄마들을 만나 브러치를 함께 했고, 딸롱이 덕분에 임원 엄마들과 만나 상견례를 해야 했다. 아이들 간식을 사러 이마트에 가야했고, 간식을 넣어주러 왔다 갔다 했다. 교회에서도 고정으로 맡은 일이 하나 더 생겨,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 어제는 아이들 참관수업이 있어 학교에 갔다 왔고, 다음 주에는 상담이다.
2. 3월부터는 책도 많이 읽고, 페이퍼도...
나는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정말, 한 번도 없다. 나는 모르는 사람, 아니 처음 본 사람하고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 나누는 사람이다. 원래부터 말하기를 심히, 매우,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불문 나이불문 장르불문이다.
그런 내가, 사실은 집에 혼자 있는 걸 즐긴다는 건, 나도 좀 놀라는 부분이다. 일주일 내내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혼자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애니팡 게임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아이들이 개학하는 3월을 그렇게도 고대했건만, 4월에도 학교 행사가 많고, 엄마들을 만나 의논 아닌 의논해야 할 일이 많고, 그래서 외출할 일이 많다.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 ‘이것도 한 때겠지.’하는 생각에 즐겁게 지내려한다. 그런데, 읽다 만 내 책들은 어쩔까나. 내 손길을 기다리는 저 간절한 눈빛들.
3. 간절한 눈빛의 책들
이렇게 매력적인 제목에, 놀랍도록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이 아름다운 책이, 이렇게 무심한 투로 쓰여졌다면, 미리 말을 해 주던가. 반 정도 읽기는 했는데, 현재는 내 책상에서 아웃당한 상태다.
엄청 재미나게, 엄청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기는 했는데, 아직도 3분의 1 정도 남았다. 책은 재미있으나, 두꺼워서 아직 끝내지 못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진작에 시작했는데, 아직도 반 정도에서 정체 상태다.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금방 읽을텐데,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나도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이라, 전에 들고 다니면서 읽었던 [풀베개]가 책 모서리가 구겨져 겉장이 낡아진걸 보고 너무 슬퍼서, 이 책은 집에 고이 모셔 놓고 있다. 모셔만 놓고...
도서관에서 5권을 빌려 읽다가 책을 집어 던졌는데, 1권은 의외로 쉽고 재미있다. 내 영어실력이 늘어서는 확실히 아니고, 최근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본 게 크게 도움이 되었나보다. 아쉬운 건 2권도 구매해놓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 나왔다는 거다. 1, 2권을 구매할 때 미리 알았더라면 개정판으로 구매했을텐데, 조금 아쉽다. 누구를 원망하랴.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시집은 영원한 로망이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닌다. 언제라도 꺼내서 읽을 수 있게.
책이 워낙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짬짬히 읽고 있는데, 강신주 말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 내 수준에.
[빨간책방]에서 한참 인기몰이를 할 때, 알라딘에서도 50% 할인을 해서 고민고민했지만, 웬지 내용이 무서울것 같아 구매를 안 했다. 실제로 책을 보니, 아... 너무 두껍고, 너무 무겁고, 그리고 여백이 없고, 글씨가 많다. (책 읽기 싫어하는 초딩들이, 골라주는 책을 마다할 때 하는 얘기랑 어쩐지 비슷하다)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건 사실이다. [빨간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내가 왜 그렇게 이 책을 밀었지? 내 책보다 위에 있네.“ 하는 말이 실감나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김중혁 작가 책이 더 좋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