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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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만년 전의 일이다. 국어를 전공하신 젊은 여자 선생님이 한문을 가르쳐 주셨는데, 한문 진도를 마치고 나면 수업보다 재미난세상 사는 이야기 들려주시곤 했다. 칠판 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종종 칠판 전체를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졌다. 어느 세상 사는 이야기인류 초기의 수렵채집사회는 평등한 사회였다 명제로 시작됐다. 잉여생산물의 발생과 사유재산제도의 시작 그리고 자신의 후손에게 축적된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일부일처제로의 변화를 설명하셨는데, 선생님이  43쪽의 엥겔스의 주장을 읊어주셨다는 , 나는 이제야 안다. 





목축에서 발생한 잉여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고 사유재산이 되었다. 이렇게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있었다. 엥겔스는 재산의 공동소유에 근거한 과거 혈연관계의 붕괴와 경제단위로서의 개별가족의 등장이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43) 




선생님의 입장이 엥겔스에 가까웠는지 아니면여성교환 여성 종속의 시작이었다고 해석한 레비-스트로스에 가까웠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일처제이되 일부다처제로 운영되고 있는 여러 문화 사회 제도하에서 여성이 받게 피해와 여성에 대한 각종 억압에 대한 설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선생님의 메시지보다 메신저, 선생님에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이 예쁘지 않다는 말을 무색하게 정도의 외모. 여드름 대장 곱슬머리의 햇병아리 중학생이었던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선생님은 마리의 우아한 백조 같았다. 하얀 얼굴에 , , 입이 모두 예뻤던 선생님은 어깨를 지나 허리에 가까울만큼 웨이브머리를, 너무나 예쁜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리에게페미니즘 수업 주셨건만, 인생 흑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던 우리는, 정확히는 나는, 너무나도 예쁜 선생님 얼굴만 바라보기 일쑤였다. 선생님은, 어쩜, 선생님은 저렇게 예쁠까. 저렇게 똑똑하실까. 우리도 선생님이 되면, 선생님 나이가 되면 저렇게 예쁠까, 예뻐질까. 이런 헛된 생각은 나만의 것이었으리라. 예쁜 친구들에게 길을 허한다. 



햇병아리 중학생들이 초짜 선생님을 앞에 두고 진도를 빼먹으면서 인생 공부를 있는얘기해 주세요찬스는 1 365 가능하지만, 특히 학기 , 오는 , 스승의 전후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날도 우리는얘기해 주세요!’ 찬스를 쓰기로 했는데, 날의 주제는프로포즈였다. 바로 얼마 전에 앳된 외모의 선생님이 이미 결혼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우리는 선생님에게프로포즈 받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떼를 썼다. 선생님, 프로포즈 받은 이야기 해주세요~ 네에? 마지못해 시작한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결혼하신 분이 학교 선배라는 데서 시작했다. 



중딩들 : 그래서, ( 분이) 어떻게 프로포즈 하셨어요? 

선생님 : 프로포즈? 내가 했는데? 프로포즈. 

중딩들 : (일동 멘탈 탈출) ? (일동 침묵) 

선생님 : 내가 프로포즈 했어. 선배, 우리 결혼하자. 

중딩들 : (일동 침묵) ( 침묵) 

용기 있는 중딩 1: 그래서요? 그러니까 ( 분이) 뭐라고 하셨어요?  

선생님 : . 울면서 고마워!! 그러더라구. 



인류 역사 초기 수렵채집사회에서 잉여물 발생 , 사유재산의 축적으로 인한 계급의 탄생과 그로 인한 일부일처제의 도입. 그런 얘기보다 , 중딩이었던 내게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야기였다. 여자가 프로포즈 있다니.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있다니. 남자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짐작하고는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결혼하자고 말할 있다니. 



중학생이었던 내게, 문화와 교육의 영향 아래, 매스미디어와 언론의 시선과 생각으로 똘똘 뭉친 중학생이었던 내게, 선생님의 프로포즈 이야기는 충격 자체였다. 여자는 다소곳 해야하고, 여자는 성에 소극적이어야 하며, ‘ 여자는 남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던 모든 사회적 통념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쟁취한 예쁘고 앳된 선생님은 가차없이 넘어서고 있다. 내가 하자고 했어, 결혼. 




『가부장제의 창조』라는 책을 통해서 저자 거다 러너는사회에서의 종속적 위치에 대한 여성의 각성이 오랫동안(3500 이상)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가(19)”라고 묻고 있다. 무엇이 여성들을 자신을 종속시킨 가부장적 체계를 유지하고, 그들을 종속시킨 체계를 후세에 전하고, 체계를 양성의 자손들에게 세대를 이어 전하는 여성이 가담하도록 했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녀의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으로 나는 77-78쪽을 꼽고 싶다.




재생산능력의 차이, 특히 여성이 아기를 젖먹여 키우는 능력의 차이로 인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 생겨났으며(77), 이러한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은 편리하였으며(functional),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다같이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이다. (78) 




당시의 척박한 환경을 고려할 월경, 출산 아니라 모유수유로만 이루어졌던 양육은 오직 여성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있었다. 유아의 생존 아니라 일정 정도의 인구를 유지해야 하는 공동체 전체로서도 이러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남성이 동물 사냥을 하고 아이들과 여성들이 작은 동물 사냥과 식량채집을 했던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은 당시로서는 적합하고 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러한 초기의 성별노동분업이 지속되면서 그것이 이데올로기화되고, 자궁이 있는 사람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논리로 자궁이 없는 자의 부엌 출입을 막는 형태로 발전했다는 있다. 월경과 출산에 대해서는 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모유수유에 대해서만 간단히 의견을 밝히자면, 분유를 타서 아이를 먹이고, 트림을 시켜주고, 잠깐 아이를 세워 안아주며, 젖병을 소독하는 일은 성별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모두 알고 있는 일이며, 다만 모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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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8 14: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좋으네요.
이 페이퍼 자체가 너무 좋고 페이퍼안에 실린 이야기도 너무 좋고요.
그러고보면 나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던가, 돌이켜보게 되는데.. 딱히 기억나는 선생님이 없어요.

한심한 남자 선생님들은 생각나에요. 수학 남자 선생님은 ‘이대 나온 여자는 안돼‘ 라고 하면서 당시 우리의 무용선생님을 험담했어요. (이대 나온 분이셨거든요). 또 우리 학기중에 선생님이 결혼했는데, 와이프가 지하철안에서 성추행 당했던 얘길 하면서, 그 때 와이프가 나한테 ‘왜 그 자리에서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냐‘ 화를 내서 ‘그럴 땐 괜히 끼어들면 안된다‘ 고 자기가 말해서 아내가 속상해 했단 얘기... 그 얘기 들으면서도 물음표 백개 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쓰레기였어요.

아아.. 단발머리님. 페미니스트 선생님 만난 건 진짜 운이 좋으셨어요. 저는 저런 개같은 ...

대학시절 전공 교수도 생각나네요. 저희 과 애 하나가 긴 원피스 입고왔는데, ‘너 보험아줌마 같다‘ 이러신.... 아, 저 그 때 같이 웃었네요. 흑역사 ㅠㅠ

단발머리 2019-03-18 14:59   좋아요 3 | URL
저는 그 때 천사처럼 예뻤던 우리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페미니즘 수업‘인 줄 몰랐어요. 그냥 그냥 듣고 있던...
이제야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요. 생각해보니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어주셨던 도덕 선생님도 생각나네요.
아... 선생님, 고마운 선생님들.

생각해 보면 일상의 그런 이야기들, 이대 나온 여자 안 돼!, 성추행 모른 척 하는 남편 선생님 이야기가 자꾸 재생산 될 수 있는 건,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었기 떄문인것 같아요. 선생님 말이니까, 어른 말이니까. 듣는 학생, 듣는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바로 대꾸를 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그 때 아무말도 못 했고, 또 어쩔 때는 같이 웃기도 했구요.
흑역사가 우리 잘못은 아닌데, 그래도 후회되기는 해요. 저게도 그런 순간이... ㅠㅠ


2019-03-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9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3-2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을 만나셨었네요.^^
저는 겨우 읽어가고 있는데 정리를 잘해놓으셔서 다시 읽을 힘이 생겻어요!!

맞아요.모두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할뿐이죠..

단발머리 2019-03-22 12:28   좋아요 2 | URL
네, 제가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더랬습니다. 학교는 엄했지만... 다음에는 혹독했던 학교 분위기를 좀 써볼까봐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속들이 일어났던... 그런 학교 이야기....

열심히 읽으시고 또 잘 정리된 리뷰 올리실 줄 알고(믿고) 기다릴께요.
신나는 금요일이네요. 블랙겟타님~~ 메리 불금^^

블랙겟타 2019-03-22 13:38   좋아요 0 | URL
네. 단발머리님도 메리 불금~ ♪ ٩( ´ω` )و ♪

엔리케 2019-10-2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9-10-22 13:52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란 이 글을 나에게 이렇게 데려다 주었다.... 응... 그 선생님 너무... 좋고.. 멋지고... 그리고 중학생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 어머어머!!
 
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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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화씨 451』 함께 레이 브래드러리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99 1월부터 2026 10월까지 인간이 화성을 정복하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그려내었다. 원래는 장편소설로 집필된 것이 아니었고, 1940년대 후반에 여러 잡지에 발표된 화성 관련 단편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이른바픽스업장편으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결성을 갖는다. (‘옮긴이의 ’, 402) 



지구인과 화성인의 만남을 그린 <2002 8, 한밤의 조우> 화성으로 이주하려는 흑인들과 이를 막는 백인들의 갈등을 그려낸 <2003 6, 하늘 한가운데 길로>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작품은 <2005 9, 화성인>이라는 에피소드다. 




라파즈 부부는 오래전에 죽은 아들 톰을 잊기 위해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한다. 내리는 , 라파즈는 어둠 속에 있는 작은 사람의 형체를 발견하고, 아이가 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 라파즈의 아내는 사람 형체의 존재를 쫓아내려 하지만, 라파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 네가 맞다면, 만에 하나 네가 진짜 톰이라면 말이다, 내가 빗장을 지르지 않을 테니까, 추워서 몸을 녹이고 싶거든 이따 들어와서 난로 옆에서 자도록 해라. 거기에는 털가죽 깔개도 있어.” (269) 




아침에 세수할 물을 길으러 운하에 가려고 밖으로 나가려던 라파즈는 물통 가득 물을 길어오는 톰을 만난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톰이 돌아왔다. 톰이, 죽었던 아들, 죽었던 아들 톰이 돌아왔다. 라파즈의 아내 역시 놀라지도 않고 돌아온 톰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톰이 들어왔다. 



며칠이 지나고, 라파즈 부인은 시내에 나가보고 싶다고 한다. 톰은 시내가 무섭다고, 사람들이 무서워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도, 라파즈 부인의 고집에 어쩔 없이 같이 시내에 가기로 한다. 라파즈는 보트에서 잠든 아들을 쳐다본다. 




대체 아이는 누구이고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처럼 사랑에 굶주린 아이는 누구일까? 고독을 참지 못해 외계인 캠프로 들어와 우리 기억 속에 있는 목소리와 얼굴로 변장을 하고 아내와 사이에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비로소 행복해진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아이일까? 어느 산에서, 어느 동굴에서 왔을까? 지구에서 로켓이 왔을 세계에 남아 있던,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작은 종족에서 것일까? (277) 




시내에 들어섰을 술에 취한 남자 셋과 부딪혀 피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 라파즈는 톰이 사라진 알게 된다. 라파즈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톰을 찾아 헤매다가 스폴딩의 딸아이 러비니아가 그날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 행방불명되었다가 바다 밑바닥에서 몹시 부패한 시체 상태로 발견되었던 아이, 아이 러비니아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라파즈는 스폴딩의 집으로 찾아가 러비니아를 만나 그녀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엄마 생각을 해봐. 엄마가 받을 충격을.” 

사람들의 의지가 너무 강력해요. 그래서 마치 감옥에 갇힌 느낌이에요. 마음대로 예전 모습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 

너는 톰이야. 톰이었고. 그렇지 않니? 노인을 놀리면 . 너는 진짜 러비니아 스폴딩이 아니잖아?”

나는 누구도 아니에요. 나는 다만 나일 뿐이에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나는 어떤 존재예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당신을 어떻게 도울 없는 존재예요.” (284)  




결론은 너무 슬프다. 아무의 얼굴도 아니며 모든 이의 얼굴이었던 그녀/그는 사라진다.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이렇게 불행에 맞닥뜨려져 묻는다. 라파즈 부인은 톰을 억지로시내에 데리고 갔을까.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아들이 싫다는 일을 강요했을까. 죽었던 아들이 살아왔는데 시내 구경에 집착했을까. 톰의 정체를 불안해하던 라파즈는 아내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을까. 라파즈 부인의 고집은 죽었다가 돌아온 아들 톰을 바꿀만한 것이었을까. 지극히 작은 사소함이 부른 엄청난 비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변신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 소설이 주는 질문 중의 하나다. 화성을 침략한 지구인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지구인이고 화성에서조차 떠나온 지구를 실현한다. 하지만 침략 당한 화성인은 예전의 모습으로 없다. 화성인은 변신해야 하는데, 침략자인 지구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지구인이 원하는 목소리로, 지구인이 원하는 얼굴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존할 있다. 변신은 침략 당한 화성인들만의 몫이며, 변신을 요구하는 지구인들의 목소리가 끝없이 높아질 , 화성인은 파멸을 피할 없다. 침략 당한다. 그들의 행성 화성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누구도 아닌, 다만 나일 뿐이라는 화성인의 말이 무겁게 들린다. 어디에 있든지 나로서 존재하고 싶고 또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던 화성인은 결국 누구도 되지 , 그렇게 지구인들에게서 멀어져 간다. 소리치는 지구인들의 욕망에 그녀/그는 아무도 되지 한다.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린다. 



어젯밤에는 오랫동안 라파즈에 대해 생각했다. 돌아온 톰이 톰이 아니란 알아챘던 라파즈에게 톰의 정체가 밝혀진 현실은 어떨까. 남겨진 그가 사는 세상을 어떠할까. 톰이 톰이 아닌 알고 있지만, 톰을 톰으로서 믿고 사는 편이 나았을까. 아니면 톰은 톰이 아니니, 톰이 아니란 알게 현재가, 진실이 드러난 현실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나을까. 어느 편이 행복할까. 어느 편이 참을 만할까. 어느 편이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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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3-02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이예요. 읽었는데도,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단발머리 2019-03-02 08:04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서야 레이브래드버리를 알게 된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안 그래도 책 찾아보다가 보슬비님 리뷰도 보았구요.
이 리뷰 올렸더니, 알라딘이 <보슬비님도 ‘화성연대기‘를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남기셨다>고 알려주세요.
친절한 보슬비님, 친절한 북플^^

책읽는나무 2019-03-02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보슬비님 댓글의 일치된 조화!!
ㅋㅋㅋ
영광이겠습니다^^
저도 어떤 작가님이 추천한다는 말을 들은후,읽고 싶어요!에 기록한후,쭉쭉 밀려나버려 잊고 있었네요.
아쉽게도 저희 도서관엔 없더라는...ㅜㅜ
희망도서 신청이라도 해야겠어요.

단발머리 2019-03-02 08:0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오늘 아침에는 북플과 보슬비님이 모두 레이브래드버리를 응원해 주시네요.

희망도서 신청하신다는 생각에는 엄청 찬성합니다만,
아쉽게도 이 책이 절판이라서요 ㅠㅠ
저도 책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으로 읽었지만, 그래도 이게 웬떡이냐! 하면서 감지덕지 읽었습니다.
근처 다른 도서관에서라도 책나무님도 이 책을 만나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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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유럽의 마녀사냥이부유한 여성재산 강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마녀사냥 피해자가 대부분여성이었다는 점은 맞지만부유한 틀렸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은 국가 부조와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살아갈 있는가난한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들을 고문하고 처형한다해도 경제적으로 얻을 있는 이득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많은 수의 여성들이마녀 몰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중세사회에서 교회가 여성이 남성에 종속됨을 설파하고 교회법이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을 때릴 있도록 인가했음에도(52), 여성의 가사 노동은 평가절하되지 않았다. 세탁, 바느질, 추수, 공유지에서 가축 돌보기 여성 농노의 대부분은 다른 여성들과의협동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끈끈한 사회관계와 연대의 토대가 되었다. 따라서 공동체적 토지 소유가 지주와 부농의 토지 확보를 위해 공동 경작제를 폐지할 , 이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던 사람들 역시 바로 여성들이었다. 



공유지가 사라졌을 , 극빈농이 증가하고 사회 결속이 파괴되었으며, 많은 청년들이 마을을 떠나 부랑자와 이주노동자 패거리에 합류하여 시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특히 나이 여성들이 불리했는데, 이상 자식들의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되어 극빈자 명단에 오르거나 차용, 좀도둑질, 상환연기로 근근이 생존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마녀고발의 배경이 되는 원조요청에서 비롯된 분쟁, 가축의 무단침입, 미납지대에 관한 다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16-17세기마녀 대사냥 핵심주제, 마녀가 악마에게 아이들을 제물로 바친다는 고발 내용으로부터 인구감소와 관련된 근심을 읽을 있을 아니라 하층민 여성들이 하녀, 거지, 치료사로서 쉽게 고용주의 집에 들어가 해를 끼칠 있다는 유산계급의 두려움도 읽을 있다. (141) 





공유지의 감소로 인해 떠도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불안감은악마의 연회 참석해 배불리 먹고 마시는 마녀에 대한 환상을 부추겼고, 국가가 원하는 인구 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조치가 취해지면서 여성의 신체와 출산에 대한 자기 통제권이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마녀사냥은 여성이 악마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고 고발하여, 모든 형태의 피임 그리고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를 문자 그대로 악마화했다. (144) 




다양한 형태의 피임법이 가능했던 중세시대와 대조적으로 마녀사냥이 진행되면서 마녀행위 다음으로 영아살해가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의 사형 죄목이었다는 점은, 마녀사냥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쟁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산파는 남성의사에 의해 주변적 위치로 강등되었고, 분만 과정에서 여성들의 협동적인 작업은 모두 중단되었으며, 여성은 출산에 대한 제어권을 상실하게 된다. 



시초축적의 시대 서유럽 여성의 운명은 1807년에 노예무역이 막을 내리면서 새로운 노동자를 낳도록 주인에게 강요받은 아메리카 식민지 플랜테이션 여성 노예의 운명과 비슷했는데,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신체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노동인구를 확대시키는 기구로 변질되었으며, 여성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자연적출산기계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148)  




마녀사냥은 중요한 정치적 기획이었다.(246) 교회의 여성혐오적 공격이 바탕이 되었지만, 절정기에 대부분의 재판을 수행한 것은 세속법정이었다. 잉글랜드 지방의 경우, 마녀사냥 피해자 대부분은 주로 생활보호 대상인 노파들이거나 이집 저집에서 음식, 와인, 우유를 조금씩 걸식하며 연명하던 여성들이었고, 기혼자인 경우 남편들이 일용직 노동자였지만, 대체로 과부나 독신이 많았다. (253) 구걸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그녀들이 내뱉은 저주의 마녀행위로 인식되었는데, 그녀들의 마녀행위 때문에 밭의 배나무가 자라지 않고, 양조장이 말라붙고, 관리인이 미쳐버리고, 말이 죽어버렸다는 것이 고소의 주된 내용이었다.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보다 나은 부류의 사람들 미신, 공포심과 합해져마법적인 실체를 모두가확신하게 되었다. 




[일단] 이것은 가정이다. 분명한 것은 인구감소에 집착하는 정치계급이 마녀사냥을 촉발했고, 인구규모가 국부를 좌우한다는 확신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점이다. (270) 




마녀사냥의 피해자는 산파, 모성을 거부한 여성 혹은 이웃집에서 땔감이나 버터를 훔쳐서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들과 창녀, 간통한 여성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구속 밖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행사하는 문란한 여성들이었다.(273) 하지만 일탈적인 여성만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여성, 특히 낮은 계급의 여성들이 재판을 받았다.(274) 



지배계급은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에게 그들의 불행을마녀의 주술때문이라고 믿게 했으며, 교회의 여성혐오적 선동 때문에 여성에 대해 공포감을 품고 있던 남성들은 이에 호응했다. 마녀라고 지목된 여성들은 갖은 고문 끝에 악마와의 교미를 인정하고, 영아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주술을 통해 이웃에게 해를 입힌 일이 있다고 말했고, 모든 것이 악마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다. 그것만이 빨리 죽을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마녀의 딸은 엄마가 채로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는 경우 있었다. 마녀 엄마와 마녀의 . 엄마와 . 여성 그리고 여성.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275) 





마녀사냥을 통해 여성은 출산에 대한제어권 빼앗겼고, 섹슈얼리티의 통제권마저 빼앗겼다. 자본주의 확산에 대한 여성의 투쟁은 실패했고, 언제든 잡혀서 화형대에 불탈 있었기에 인간으로서 여성의 존재감은 소실되고 말았다. 마녀사냥은 본래의 목적을 이루었다.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목표를.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과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우리는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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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마녀의 후손들이다] 마녀 - 영아 살해 - 인구 조절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8-07 21:05 
    예전에 <캘리번과 마녀>를 읽고 정리해 둔 페이퍼를 읽고 다시 쓴다.(https://blog.aladin.co.kr/798187174/10699912 : 유럽의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명백하게 정치적 기획이었다. 끈끈한 사회관계와 연대의 근간이 되었던 토지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시초축적 과정에서 여성은 가장 극렬하게 반항하는 무리였다. 더욱이 중세 시대에 미덕으로 간주되던 ‘구빈’ 활동의 축소로 이들에 대한 구제가 상당수 제한되자, 그들의
 
 
유부만두 2019-02-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책만 사고 안 읽....

단발머리 2019-02-26 13:29   좋아요 1 | URL
책 구입하셨으니까요, 곧... 아니면 조만간 읽게되시지 않을까요... 헤헤^^

블랙겟타 2019-02-2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다읽어가는데요.
대략적인 고유명사로 알고 있었던 마녀사냥이 당시의 지배계층, 부르주아쪽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에게 신속하고 잔인하게 자행된 것이라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어요.

단발머리님의 글도 올라오셨네요..
저도 얼른..올리겠... ㅠㅠ

단발머리 2019-02-26 14:28   좋아요 1 | URL
마녀사냥이 끝나갈 때 지배계급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표현이 책에 나오잖아요. 여성을 무력화시킨 경험을 통해 식민지 지배에도 박차를 가하고요 식민지에서 백인 프롤레타리아트 여성들과 원주민 여성들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쓰고 싶었는데 너무 방대해서 마무리를 못 하겠더라구요.

블랙겟타님 글도 기다릴께요.
우리 전부 문장을 마치질 못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2-2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리뷰 잘 읽었어요.
같이 읽기 하면 이렇게 좋은 책이 자주 노출이 되어서 좋아요. 후훗.

저 역시도 마녀사냥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런만큼 더 화가 났구요. 대체 여자들을 어떻게 살라고 한건지... 하아-

3월달에는 또 얼마나 가부장제가 여자들 힘들게 했는지 더 잘 알게 되겠죠. 정말이지 넘어지지 말고 열심히 가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19-02-26 16:0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같이 읽으면서 같이 밑줄 그은것 보는것도 좋구요. 다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분노’라는 감정이 ‘공부’라는 작업에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새삼 깨달아가는 요즘이에요.
다락방님의 분노와 불끈이 페미니즘 불꽃의 불쏘시개예요. 우리 같이 힘내요!

막시무스 2019-02-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후기 잘 보았습니다!덕분에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봅니다!ㅎ

단발머리 2019-02-26 21:57   좋아요 1 | URL
전 이번에 재독인데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꽤 되더라구요.
되새김질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syo 2019-02-2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언제 따라가지...... 다들 말로는 어렵다 어렵다 그래놓고 휙휙 치고 나가시는 것좀 보라지...😣

단발머리 2019-02-27 21:48   좋아요 0 | URL
시초축적 정리해주기로 한거 잊지 마시구요. 전 그냥 재독 마치는데 의의를 두고자 합니다 🤣

syo 2019-02-27 21:51   좋아요 0 | URL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조만간에 만나요 시초축적.

단발머리 2019-02-27 22:41   좋아요 0 | URL
아~~~ 콩닥콩닥! 넘 기대되는대요!
기대를 품고 잠듭니다. 코오~~~

책먼지 2023-02-07 2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 촤라락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읽은 부분까지는 아직 약과였군요ㅜㅜ 앞으로 분노와 분노와 분노뿐일 것 같아 각오 단단히 다지고 남은 부분 힘내서 읽어야겠어요ㅠㅠ 니들은 왜 맨날 여자만 잡냐!!!

단발머리 2023-08-08 07:15   좋아요 0 | URL
분노와 분노 그리고 분노의 연속이죠. 힘내지 않으면 읽기 힘든 책이에요. 그러나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기도 하구요 ㅠㅠㅠ
근데 책먼지님~~~ 왜 요즘에 알라딘 안 오셔요? 저 이번에 페이퍼 쓰며 이 댓글 이제야 봤네요.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다시 오셔요~~~~~
 
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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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지 않으면지배자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오해한다.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원)이상 공동주택 보유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데도 언론매체를 통해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면마치 일인양 흥분한다.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에 시민들의 출근길이 불편해졌다는 언론 보도에 자신을시민으로만 생각하는노동자 분통을 터뜨린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재산 9 넘는 아파트를 서너 소유한 부자인 안다. 젊고 똑똑하고 합리적이며 정의감에 불타는 남성으로, 자신을 상정한다. 가지를 빼먹었다. 객관적인. 



성폭력이 발생했을 , 자리 갔냐, 시간 거기에 갔냐라는 질문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조심해야 한다고, 조심했어야 한다고,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자신의 몸조차 조절이 된다고), 그러니까 여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여자들이 말한다. 남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여자들이 말한다. 잊어버리고 말한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피해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어서, 피해여성이 늦은 시간 밖을 돌아다녀서, 피해여성이 조금 이상한(?)듯한 남자(가해자) 계속 (도망다녔는대도 결국 만날 밖에 없어) 만나서 성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있어서, 남자는 여자에게 그렇게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모른다. 잊어버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은 스스로 남성이 만할 생각을생각하고’, 남자나 말한 말을말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있다.  




사실, 미투는 젠더 질서의 소립자일 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부장제 사회의 기본 질서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통제가 없다면, 여성의 노동에 대한 남성과 국가의 착취가 없다면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가부장제 질서의 축도인 여성에 대한 폭력 구조를 해부하지 않으면이미 벌어지고 있듯이미투는 일시적 스캔들이거나 인간성을 의심케 하는 잔인하고 예외적인 뉴스로 치부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끔찍하게 정상적인데, 사회는 이것을 비정상인 사람들의 일탈로 취급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남성 사회의 정상성을 유지하려면 여성의 정신 상태가이상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과 들은 사이에서 분열하면서, ‘ 남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80)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 속에서 유력인에 대한미투 사회에 강한 충격을 주고 단번에 국민적인 관심을 얻는다. 하지만, 피해자의 인생 전체를 걸고 이루어지는 현재의 미투에 대해 정희진은 이것이 임시적 방법일 뿐이며, 남성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화 운동과 사법 체계의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86) 



동의한다. 결국에는 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 하지만, 이름을 걸고 얼굴을 공개하고 개인사까지 노출되는 고통 속에 재판정에 들어선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친상간, 어린이 추행, 성희롱, 성추행,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대부분의 성범죄가 그러하다. 인식의 전환. 남성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요원할 일일 싶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정상으로 다뤄지는 사회라고 말할 , 그렇다고 인정할 남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은 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이 사실로 속속 밝혀지는 요즘,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 해도, 사회 갈등과 분쟁의 최종 결정은 법원에서 이루어진다. 국민의 감시를 받지 않는 법원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판결을 계속한다면, 사회 전체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장구한 투쟁보다 강력한 제정, 엄격한 법적용을 주장하는 편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생활에 바로 적용된 법의 예로 나는김영란법 꼽고 싶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자마자 듣고 오는 첫번째 말이엄마, 카톡으로 커피 선물해도 된대요.’이다. 교장선생님 훈화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주제도부정청탁금지법 대한 안내이다. 불과 2-3 안에학교 때는 빈손으로, 돌아올 때는 미소 가득이라는 표어가 엄마들 사이에서 확실히 자리잡았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과 특혜가 오고 가는그들만의 리그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학교 무언가 들고 가지 않아도 될까? 나만 빈손 아닐까?라고 고민하던 평범한 학부모들은김영란법 완벽하게 적응했다. 법에 걸리잖아, 불법이잖아, 가장 효과적인 억제책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임을 몰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법의 엄격한 적용은범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위험을 포함한 낮은 수준의 해결책을 혼자 생각해본다. 여성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범죄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루어지는 상황을 두고 만은 없지 않는가.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다룬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도 생각과 비슷한 같아 옮겨본다. 





지점에서 잠시 성향에 대해 밝혀두고 싶다. 나는 징역형이 범죄 문제를 해결할 있는 공정하고도 적법한 사회적 처벌 방식이자 문명화된 응징이고, 미래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취할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나는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걸맞은 처벌을 받느냐에 비하면 감옥이 정말로갱생 도움이 되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옥에서 범죄자가 받는 처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면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595) 






사족 1. 책은 <도란스 기획 총서 4>이다. 책소개 화면에도란스 기획 총서 4’라는 안내가 없어서 책은 시리즈가 아니지?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바로 확인이 됐다. 

사족 2. 책이 쓰여질 무렵,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희정은 2019 2 1 항소심에서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등의 혐의에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3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사족 3. 리뷰에도 '알라딘상품넣기가 가능하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67번째다.  

사족 4. 정희진 선생님 글은 3독이 기본이라 이번에는 줄을 치지 않고 얌전히 읽었다. 재독 때에 빛나는 줄긋기 신공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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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14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단발님 보면 기세가 장난 없다...... 타인의 귀감이 되세요.

아니, 되시라는 게 아니라 되신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오해할까봐요.
- 쫄보 올림

단발머리 2019-02-14 1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감이라니요. 부끄럽습니다.
엄청난 다독과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글들의 쇼님이 알라딘 서재의 진짜 귀감이 되시지요.
오해하실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감이 되십니다.

2019-02-16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1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젠더와 민족 트랜스 소시올로지 11
니라 유발-데이비스 지음, 박혜란 옮김 / 그린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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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의 관심은 여성들 간의 차이 그 자체에 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상이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게 공통된 것이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떻게 페미니즘을 이 모두를 떠안을 수 있는 정치 운동으로 구성할 것인가에 있다. (32)  



『젠더와 민족』은 젠더 관계와 국가 기획 과정 및 그 영향에 관한 글이다. 여성women의 위치position와 위치설정positioning에 주안점을 두었다.(14) 이론적 요점들을 설명할 때 저자는 다양한 입장의 학자와 활동가들의 책과 논문을 폭넓게 인용했지만, 지식은 상황적이며, 한 가지 입장에서 나오는 지식은 완성되지 못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 역시 밝히고 있다.(15) 민족이라는 친족 관계가 젠더와는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에 반해, 저자는 여성이 생물학적, 문화적, 상징적으로 민족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또한 여성들이 민족주의 현상의 다양한 이론화 작업 속에서 은폐되어 왔음을 고발하며, 공정 영역의 장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그 결과로서 공정 영역의 담론에서 여성이 배제되었음을 밝혀낸다.

 

상상의 공동체 imagined community’라는 자신의 민족구성물을 제시한 앤더슨과 모더니스트들에 의하면 민족은 영원하고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유럽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비롯된 특수한 산물이다(39). 오토 바우어는 같은 운명 common destiny’를 민족 구성에 중요한 요소로 보았는데, 특정 민족 안에서의 개인과 공동체의 동화 이상을 같은 운명이라고 설명했다.(47)


재생산권에 대한 여성들의 투쟁은 페미니즘 운동 시작단계에서부터 투쟁의 중심에 있었는데,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가임 연령 집단에 속하는 모든 여성들은 자녀를 더 많게 혹은 더 적게 갖기를 요구받고, 가끔은 회유당하고, 심지어 강요받기도 했다.(51) ‘인구의 힘담론은 민족 집단체의 유지와 확대가 국익에 중요하다고 보는데, 우생학 담론은 혈통과 계급의 측면에서 적합한 이들에게는 더 많은 자녀를,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자녀를 낳지 못하게 함으로써 민족혈통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52)


우생학적 국민 재생산 구성물들은 다음 세대의 신체적 건강보다 민족 혈통의 개념들과 생물학화된 문화적 특성에 집중되는데, 이를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는 나라 중 하나가 싱가포르이다. 수상 리콴유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는 유전적으로 우월한 아이를 생산하는 애국적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고, 교육받지 못한 어머니들에게는 불임에 동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불의 상금을 현찰로 지급했다.(67) 미국은 흑인 생활 보호대상 어머니들이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는 이유로 노플랜트 패치(장기간 천천히 투여하는 화학 피임약이 포함된 자궁 피임약)를 시술하는 여성들에게 시술 시 500, 매년 50불을 지불하고 있으며, 영국, 호주 및 여러 서방 국가들도 안전하지 않은 불임시술을 거의 빈민 소수민족 여성들에게만 실시하고 있다(68).


민족성은 일차적으로 정치적 과정이다. 민족성이 구성하는 집단체와 그 이익은 구체적으로 민족적 정치에 관여하는 이들이 이 집단체 내부에 있는 타자들과 갖는 관계들의 결과이기도 하다.(86) 여성들은 집단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과 연관되어 있고 그에 따라 가족의 미래 뿐 아니라 집단의 미래와도 연결되기에, 집단체의 정체성과 미래의 운명은 여성에게 재현의 짐을 요구한다. 문화 전통과 전통의 ()발명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통제와 억압이 합법적 수단으로 이용되며, 남성들 뿐 아니라 집단체 전체가 타자에 의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이러한 현상은 강화된다.(90) 이는 여성이 집단체 안에서 양가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여성은 집단체의 통일, 명예, 참전(여성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과 같은 특정 국가 및 민족 기획의 이유임과 동시에, 정치 통일체인 우리라는 집합에서 배제되고, 주체의 위치가 아니라 오히려 대상의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91)


캐럴 페이트먼은 사회 계약 이론가들의 저술을 검토하면서 사회 계약이 성적sexual 계약에 즉 남성이 여성 위에서 행사하는 권력에 근거하여 적법화되었다고 보았다. , 우애를 통해 남성들은 사적 영역에서 자기 여성들을 위에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대신 공적인 정치 영역에서 자신들끼리의 평등이라는 사회질서의 계약에 동의했다는 것이다.(147)


젠더와 군대는 가장 첨예한 이슈다.


젠더와 민족의 다른 모든 측면들에서처럼, 군대에서의 여성과 남성은 동질적인 존재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의 상이한 집단이 자리 잡은 위치 또한 상이하며, 이들은 군대와 전쟁에 상이하게 참여한다. 대부분의 다른 측면보다도 전쟁과 관련한 이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바로 모든 사회분야에서 전사warrior로서의 남성 (그리고 걱정거리worrier로서의 여성?) 구성이 자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71)



과거 전쟁터에서 여성에 주어진 고유한 역할이란 사상자를 돌보거나 반대로 승자들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방후방이 일단 분리되고, 사회 집단체가 전쟁과 국내 전선을 떠난 전사들의 부재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잉여가치를 축적하게 되면, 인근 부족과 마을을 절기에 따라 잠깐 급습할 때는 더욱 군대 내 남녀 성별 분업이 정례화되는 경우가 많았다.(174) 전쟁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여성들, ‘여성적 역할을 넘어서 전투에서 남성을 이끌었던 신화적 혹은 역사적 여성 인물들은 낭만적이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존재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군대 참여와 시민권 사이에 반드시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즉 사회 안에서 누군가의 권리와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군 참여 여부가 아니라 어떤 능력을, 그리고 시민 권력의 원천이 될 어떤 대안을 지니고 있는가로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177) 군이 흑인으로 넘쳐나고, 현대전의 일대일 전투 참여의 비중이 군사행위에서 줄어듦으로써 현대전의 성격이 변화했을 때, 미군은 여성들에게 군 계급을 개방했다.(180) 군이 군사적이지 못하게 하려면 여성이 군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여성이 남성 옆에 존재함으로써 적어도 마초주의 신화의 기반을 다소 허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7)


저자는 정체성 정치의 대안으로 횡단의 정치를 제안한다. 대화에 경계 없이. 모든 이해갈등이 각기 화해 가능하다고 가정하지 않으면서. 공통의 가치체계를 공유하고. 차별적 입장과 정체성을 가로지르면서. 억압과 차별에 대해 투쟁하며. 특정범주에 한정되지 않으며 존재하기. 


정의대로라면 우리가 하기 위해 착수한 일들을 결코 완수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투쟁의 와중에도 어떻게 즐겁게 지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고 가끔은 축하도 할 수 있을까이다. 옘마 골드만Emma Goldman이 말했듯, “내가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출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혁명이 아니다.” (238)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어가면서, 읽기 힘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내가 생각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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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오래된 리뷰에 땡투 들어갑니다.. 슝-

아, 그리고 캐럴 페이트먼은 우리 2월 도서의 작가네요? 훗.

단발머리 2021-02-04 09:1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땡투를 모아모아 제가 건물을 지으려고 해요 ㅎㅎㅎㅎ
2월의 책 준비됐어요! 요이~~~~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