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4 - 은하제국의 흥망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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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권.


파운데이션이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리를 잡아간다. 시간은 급속도로 빠르게 전개된다. 3권에 등장했던 인물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 후손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파운데이션은 이제 강한 행성이 된다. 주변 행성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자, 여기서 변증법이 적용된다. '정-반-합'.


은하제국의 멸망에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파운데이션도 여러 번의 위기를 이겨낸 다음에는 그들이 제국의 위치에 올라선다. 제국과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선 파운데이션은 전제 정치 체제가 된다.


'정'에 은하제국이 해당한다면, 파운데이션은 '반'에 해당한다. 자, 변증법은 정과 반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합'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합'은 기존의 세계를 지양해야 한다. 지양... 안에서부터 밖으로 나아가는 길. 즉 기존과는 다른 세계의 건설.


파운데이션이 '반'의 위치에서 또 하나의 '정'의 자리로 가는 순간, 이제 또다른 '반'이 등장한다. 샐던이 확립했던 '심리역사학'에 의하면 은하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은하제국의 멸망으로 혼란이 3만 년 지속된다고 했는데, 그 기간을 천 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파운데이션이 건설되었다.


샐던이 확립한 이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파운데이션이 착실히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은하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적어도 천 년 동안은 혼란기를 거쳐야 하는데, 은하제국의 쇠퇴와 더불어 파운데이션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교체가 된다.


혼란기가 없어지게 된다. '심리역사학'이 맞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사건의 전개는 파운데이션이 은하제국의 멸망하기 전에 은하제국의 위치에 올라서게 하면 안 된다. 파운데이션은 은하제국의 멸망까지 미약한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제 파운데이션의 운명은 정해졌다. 파운데이션은 멸망해야 한다. 어떻게? 이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 바로 4권이다. 샐던 위기를 겪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파운데이션.


주변 행성들에서 파운데이션은 강한 행성이 되고, 파운데이션 주민은 특권을 누린다. 그리고 파운데이션은 다른 행성 출신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또다른 제국이 되어가고, 이 4권에서 파운데이션의 시장은 더이상 선출직이 아니다.


시장은 세습된다. 힘센 가문에 의해, 벌써 3대째 세습으로 시장이 전제적인 권력을 휘두른다. 이 모습은 은하제국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파운데이션에서도 저항 세력이 등장하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네 칼로 너를 치리라'하면서,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은하제국에 맞서는 파운데이션은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또다른 은하제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노력은 사라지고, 은하제국의 모습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아시모프가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반-합'... 이 때 합은 기존의 '정'도, '반'도 아닌 그것들을 이겨낸 '합'이어야 한다.


그런 '합'... 4권에서 파운데이션은 '반'에 머무른다. 아직 '합'이 되지 못한다. 그 '합'은 또다른 파운데이션에 있다. 아직 암시만 되고 등장하지 않는 또다른 파운데이션.


이 4권에서는 반에 해당하는 파운데이션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렇게 파운데이션은 은하제국이라는 '정'에 맞서는 반의 역할을 한다. 은하제국 사령관의 침략도 물리치고, 안정을 찾아 또다른 제국이 되어가고 있는 파운데이션의 모습.


여기에 서서히 위기를 느끼고, 시장의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힘이 없다. 또 이들은 파운데이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발휘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 나오는 파운데이션은 '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파운데이션은 '반'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 '반'의 역할 4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5권까지 이어진다. 5권이 지나야 파운데이션이 지닌 '반'의 역할이 끝날지도 모른다. 파운데이션을 멸망시킬 존재 '뮬'이라는 존재가 4권에서 등장하지만, 그가 어떤 존재인지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다. 이제 그의 존재가 밝혀지고, 그가 파운데이션을 어떻게 파괴하는지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5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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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3 - 위대한 탄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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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이다. 위대한 탄생이다. 드디어 파운데이션이 탄생했다.

 

하지만 2권까지 긴박하게 '심리역사학'을 정립하기 위한 여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면, 3권에서는 '심리역사학'이 완성되고, 그 이후의 일들이 펼쳐진다. 1,2권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말았다.

 

그만큼 어떻게 심리역사학이 완성되었는지, 해리 셀던이 그 이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든지 하는 일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셀던이 자신을 쫓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존재가 같은 존재임을 알게 되고, 그 존재의 도움을로 심리역사학을 완성하게 된다.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제 은하제국은 멸망이 필연이 된다. 그것을 수학적으로, 실용적으로도 증명해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난다면 결정론이다. 종말론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면...

 

은하제국의 역사가 프로그래밍되어 변경할 수 없다면, 은하제국에 속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은 없다. 어쩌면 심리역사학은 인간 배제의 학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커다란 역사의 흐름은 심리역사학에서 예측한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몇몇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그것도 짧은 기간 내에.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자기 의지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셀던이 정립한 이론 이후에 셀던은 더이상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다. 이미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밝혀진 이상 위대한 개인은 필요없다. 다만, 이 역사의 흐름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또한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는 나아갈 수가 있다는 방향은 제시해줄 수 있다. 그것이 꼭 살아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니.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내는 일. 셀던의 심리역사학은 그래서 종말론이 아니다. 종말을 예측했으니, 이제 종말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종말이 지속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거라고 믿고 행동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개인이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예측하여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여 셀던은 죽어도 살아 있어야 한다. 그가 '시간 유품관'에 안치되어 위기 때나 필요할 때 자신의 '심리역사학'을 기반으로 예측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타나 조언을 게하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은하제국은 힘을 잃었다. 그야말로 로마제국시대 말기에 일어났던 군인황제 시대를 연상하거나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연상하면 된다. 그야말로 혼란 시기다. 이것은 이미 예측되었던 일이다.

 

안정을 얻기 위해서 셀던이 은하의 맨 끝쪽에 건설했던 파운데이션의 한 쪽 이야기기 펼쳐진다. 그곳에 '심리역사학자'들이 많이 정착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이곳에는 심리역사학을 전공한 학자는 단 한 명만 정착하게 된다.

 

이유가 뭘까? 아는 자가 많을수록 예측은 불가능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심리역사학자들에 의해 또다른 변수들이 생기게 될테니, 오히려 심리역사학을 모르는 이들이 정착하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셀던이 예측한 '심리역사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틀 안에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들이 나타나고, 그들에 의해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들이 결정된다.

 

그렇게 이제 3권부터는 은하제국이 혼란기에 접어들고, 사람들은 퇴보해서 과거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파운데이션의 의무다. 그리고 이 파운데이션에서는 이제 후손들이 나와 그런 일들을 해나간다. 이 일이 바로 파운데이션의 영향력을 높여, 다른 행성들이 파운데이션을 따르게 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수십 년은 단 몇 줄로도 그냥 지나간다. 그만큼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평화를 위한 여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몇 세대가 아니라 수백, 수천, 또는 수만 세대 이상에 걸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3권은 군웅할거시대에 천하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고, 그때그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제 4권이다. 혼란스런 시대가 펼쳐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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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2 - 사이보그의 비밀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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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권. 

제국의 황제에게만 쫓기는 것이 아니다. 그를 이용하려는 세력에게 셀던은 꼭 필요한 인물. 어쩌면 정권을 유지하는데 논리를 제공해주는 학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수학자인 셀던은 심리역사학이 증명되었다고 발표했기에 그의 심리역사학에 따르면 누가 언제부터 제국을 통치한다고만 발표하면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니 셀던은 계속 피해다닐 수밖에 없다. 아직 자신이 주창한 심리역사학을 완성시키지 못했기에. 심리역사학에서 수학만큼이나 필요한 지식이 바로 역사에 대한 지식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역사는 현재에게 과거를 살피고,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역사학에서 과거는 필수다. 그런데 과거를 모두 연구할 수 있나? 아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기록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기록되었다고 하더라도 수백만 년이 흐른 뒤까지 그 기록들이 남아 있을 수가 없다. 더 양보해서 남아 있더라도 기록된 언어가 지칭하는 내용이 미래에도 그대로 그 의미가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기록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록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옛날 구전설화를 역사와 다르게 구분했지만, 단군신화나 동명왕 신화를 보면, 구전되어 오던 설화, 신화도 역사로 편입될 수가 있다.


이 점이 이 SF소설에서 잘 나타난다. 셀던은 역사학자인 도스와 함께 여러 구역으로 가게 된다. 과거 지구라는 행성이 존재했고, 단 하나의 인류만이 존재했던 시대를 이야기하는 구역. 그런 구역에서 셀던은 로봇의 존재를 알아내고 로봇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물론 그가 기대했던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는 인간과 같은 로봇을 기대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간 곳에 있는 로봇은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에게 과거의 어떤 일도 알려주지 못하는 고철. 상징으로서만 존재하는 로봇.


여기서 추방당한 그는 이번에는 점성술사 비슷한 여인에게서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전체적으로 듣지는 못하고, 구전되어 오던 전설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아직 그의 '심리역사학'은 안개 속에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를 노리는 세력이 있다. 이제 그는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와이라는 구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그들에게 유리한 심리역사학을 말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거절한다. 계속 거절할지는 3권으로 가야겠지만.


2권에서 과거 역사를 찾아가는 셀던의 모습, 그를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도스라는 역사학자의 역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과거 역사를 찾아가지만 그때마다 현재의 삶을 만나게 된다.


타인에게 배타적인, 자기들만의 풍습을 유지하는 구역에서 이런 배타성이 인류 평화를 해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계급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구역에서는, 제국의 지배가 이러한 분열을 통한 통치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에게 배척당하는 계급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게 된다. 그들이 앞으로 셀던과 어떤 관계를 맺고 그의 '심리역사학'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계속 읽어가야 하겠지만.


문제는 SF소설이라고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계급으로 나뉘어 분할 통치하는 사회의 모습을 현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아시모프는 이 파운데이션이라는 SF소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가? 그들의 노동으로 살아가면서도 그들을 멸시하는 소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은하의 평화, 인류의 행복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지배층들. 다른 계급에게 무시당하면서 폭력을 일상화한 하층계급들.


이렇게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곳. 그런 곳에서 평화와 행복은 어떻게 하면 찾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은하를 구할 수 있을까? 


2권에서는 이제 영웅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가는 셀던과 도스가 그려진다. 학자로서만 표현되는 그들이 무술에도 능한 모습을 보이게 표현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능력으로 인해 하층계급의 감탄을 자아내고 존경을 받게 된다. 


이제 이들이 '심리역사학'을 완성해서 발표하면 지배층만이 아니라 하층민들에게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이제 셀던은 연구를 혼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하는 여럿이 있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우주를 구할 수 있는 인물인 셀던의 모습을 점점 더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3권이다. 와이 지역으로 간 셀던과 도스는 이제 어떤 일을 맞이할지...... 그의 심리역사학이 안개 속에서 약간의 빛을 발견해가고 있는데, 결정적인 빛이 언제쯤 나올지...... 기대하면서 읽어야 할 3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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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1 - 위험한 서막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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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아이 로봇'을 흥미롭게 읽었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은하대백과사전'이야기가 있어서, 이 책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흥미를 주는 책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판본이 나왔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예전 판본.


무려 10권이다. 발표한 순서와는 좀 다르게 구성되었다는 해설이 있는데, 이 구성방식이 시간 순서대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했을 수 있다.


아시모프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소설을 썼다고 하니, 마치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소설을 발표 순서대로 읽으면... 스타워즈 역시 시간 순서가 아니라 여러 그 사이사이 사건들이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었으니 말이다.


발표할 때마다 읽지 않았으니, 시간 순서대로 구성한 소설을 읽는 일도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 


제목이 '파운데이션'이니 기본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창립이란 뜻인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우주 멸망을 수학적으로 예언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수학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학하면 명증한 논리니까, 수학으로 우주 멸망이 증명된다면 우주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학적으로 우주가 번영한다고 증명이 되면 우주는 번영한다. 그것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 해리 셀던이 나오고, 그를 이용하려는 우주 세력이 등장한다.


셀던은 이론적으로 증명이 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실현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도 가능하게 연구를 계속하라는 설득을 받고 연구를 하려고 한다. 그 사이에 그를 둘러싼 여러 음모가 벌어지고, 그는 자신의 연구를 성공하기 위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게 된다.


1권은 그런 수학자 해리 셀던이 겪는 모험으로 시작한다. 그는 학자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의 이론은 이미 너무 위험하다. 다른 세력들에게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당할 수가 있다.


얼마나 합리적인가? 수학적으로 예견된 일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자신들의 지배가. 이는 심리역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해리 셀던이 연구하고 확립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심리역사학'이고, 이것이 정립되면 그것은 기정사실이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변수들을 계산에 넣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심리역사학이 정립되면 우연도 필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니 우연에 의해 필연이 바뀌는 경우는 없게 된다. 


하지만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세력에게는 예언(증명)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진실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예언을 비트는 일쯤이야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은하제국의 황제에게도, 또 그의 이론을 알게 되는 또다른 세력에게도. 여기에 은하가 멸망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에게는 은하 멸망이 예견된 일임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왜?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


지금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어떤 학자는 기후위기는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많은 학자들은 기후위기는 현실이며, 이 현실을 인정해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각 나라는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고 정책을 입안하려고 하고 있는데...


은하멸망이라는 예언(증명)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온갖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을 하려 할테지만, 정말 은하 멸망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다음 방책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그 이론이 필요하게 된다. 


셀던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이론이 정립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그 이론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멸망 이후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 유지를 원하는 세력에게는 이론 정립까지는 필요없다. 셀던이라는 사람이 했다고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셀던은 위험한 인물이 되고, 그는 제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셀던의 이론 정립이 필요한 사람들은 해리 셀던을 도우려 한다. 멸망이 기정사실이라면 그 이후의 일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인데... 아직 해리 셀던은 자신의 '심리역사학'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는 그 이론을 완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다양한 자료 혹은 방법론을 확립하기 위해 은하제국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곳으로 간 해리 셀던.

이것이 바로 1권의 내용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방법론을 확립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 1권 곳곳에 지구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초에 인류가 한 행성에 살았고, 그 행성은 푸른색이었으며... 어쩐 일로 우주 전체로 흩어져 살게 되었고, 이제는 그 행성의 존재는 전설로 남아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 역시 몇십억 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 것임을... 태양의 폭발로 함께 사라질지, 아니면 인류의 무분별한 생활로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아주 먼 미래라 할지라도.


자, 지금 우리는 지구가 사라지는 때를 상상할 수는 있지만 현실로 느끼지는 못한다. 너무도 멀리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지구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면 될까? 아니,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우주로 나갈 생각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만, 먼저 지구를 이 소설에서처럼 전설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인종, 성, 나라 등등의 차이를 부각하기보다는 인류라는 공통점을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협력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대동소이하지 않나. 많은 점에서 비슷하고 적은 점만 다른데, 그 다름을 부각시켜 너니 내니 하면서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이 소설, '파운데이션 - 위험한 서막'을 읽으며, 지금 지구를 생각한다. 아직 아무도 믿지 않는 은하 제국의 멸망... 우리 역시 지구의 사라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를 하기 위해서 그것이 진실임을 증명하려는 '심리역사학'을 정립하려는 해리 셀던과 그를 돕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제 2권으로 간다. 아주 오래 전 역사책을 구한 해리 셀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든 미래는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우리는 방대한 우주 상상력 속에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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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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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 과학이론을 소설적으로 가공해서 우리에게 어느 정도 개연성, 필연성이 느껴지는 소설, 또는 시공간은 환상적이지만 읽으면서 우리 현실을 느끼게 하는 소설을 기대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무려 5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떤 합리성을 찾으려면 번번이 실패하게 만든다. 그냥 그때 그때 상황을 벗어날 뿐. 그 상황 속에서 우리 현실을 찾으려 해도 실패하게 된다. 그런 것은 없다. 없기 때문에 낄낄거리며 읽다가도 이게 뭔가 싶은 마음이 든다.


우회 도로 건설 때문에 집이 철거 위기에 처한 아서 덴트, 그리고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지구를 파괴하는 우주적 사건. 둘이 겹친다. 아서 덴트는 이 위기에서 포드 프리펙트로 인해 우주를 여행하게 되고, 살아남게 된다.


포드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들이 히치하이킹을 통해 우주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야 할 거라 기대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사건들이 어떤 개연성도 없이 일어난다.


여기에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그냥 우연히... 우연, 우연, 우연... 이 우연들이 겹쳐 필연이 된다. 그렇게 아서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가 죽어야 할 때가 올 때까지.


4권까지 우주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에 휩쓸리는 아서 덴트와 포드, 자포드 비블브락스, 트릴리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5권에서는 주인공이 확실히 정리된다. 아서 덴트를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진다.


방대한 우주에서도 지구와 같은 행성은 찾을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창백한 푸른 점인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아서는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아 정착하려 하지만 그도 쉽지 않다. 여기에 포드로 하여금 우주의 음모가 진행되게 하고...


그냥 재미로만 가던 내용이 5권에 이르면 무언가 찡한 여운을 남기게 된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성을 자극한다고 할까.


어디에도 어떤 시간에도 살아갈 수 있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여야 하지만, 히치하이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고향은 필수적이다. 고향을 상실한 사람은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떠돌뿐이다.


히치하이킹이 무엇인가? 여행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는 여행. 이 여행의 끝은 고향으로의 돌아옴이다. 그래서 고향이 존재해야지만 히치하이킹이 의미 있어진다.


만약 고향이 없어진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떠돎이다. 방랑, 정처없는. 율리시즈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방황을 했고, 아이네이아스는 고향을 잃었지만 새로운 고향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한다.


그들의 여행은 결국 돌아옴으로 귀결된다. 돌아옴이 없는 여행이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인류도 우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우주로 나아가려고 한다. 왜? 지구에서 머물지 않고 우리들의 삶터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지구가 위기에 처했기에 인류가 살아갈 또다른 고향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소설에서 생각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아서 덴트는 방황하고 지구를 그리워한다. 그는 분명 지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다중우주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 작가가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면 이 소설의 결론이 지구 파괴로 끝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수많은 은하계 또는 다른 우주 행성 중에 인류가 살아가는 행성이 있고, 아서 덴트는 그곳에서 잘살아가게 서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지구가 없어진다면, 인류가 살아갈 삶터는 우주 어디에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어찌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불가항력이라는 말처럼, 인류 스스로가 아니라 천체 법칙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다면 그때는 아이네이아스처럼 또다른 행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그 행성에서 인류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히치하이킹을 하든, 우주선으로 정상적인 여행을 하든, 그렇게 되겠지만, 이소설에서처럼 지구가 파괴된다면, 어디로 가든 견딜 수 없게 된다. 아서 덴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사랑하는 사람 펜처치처럼 우리 인류에게도 그런 삶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여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냥 우연이 겹치는 그 우연성에 쉽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권에 와서는 무언가 찡한 느낌을 받는다. 지구로 돌아왔지만 지구가 다시 파괴되어 버리는 순간. 그 순간 지구에 머무는 아서 덴트.


그렇다. 이 소설은 SF소설이라고 하지만 다른 SF소설과는 다르다. 상당한 우연들이 겹치고, 황당무계한 도저히 현실과 연결지을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인생임을 생각하게 한다.


인생이 과연 필연으로만 이루어질까? 우리 인생을 생각하면 수많은 우연들이 모이고 겹치지 않는가. 나중에야 그것들을 필연이라는 이름으로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우연들을 빼버리게 되지만, 그 과정은 수많은 우연들의 겹침이다. 그게 인생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은 우리가 목적한 대로만 되지 않음을, 우리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기도 함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삶이라는 여정을 히치하이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대하지 않았던 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 그럼에도 히치하이킹에는 늘 함께 하는 존재가 있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철저하게 혼자라고 생각해도 가만히 보면 어떤 존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소설은 우리 삶의 우연성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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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09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꽂아놓고 감상만 하고 있는 책인데...
이 달의 리뷰 축하드려요

kinye91 2021-12-09 17:3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12-12 16:48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제가 뒤늦게 백신 맞고 부작용인가,....
꽂아놓고를
꽃만 놓고 감상하고 있다고 읽었어요^^;;

두 분의 소장 책이시네요.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고 추천받은 책이라 친근합니다. kinye님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1-12-09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

kinye91 2021-12-09 17:3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21-12-09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12-09 17: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2-09 1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kinye91 2021-12-09 21:1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12-10 05:3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 2021-12-10 0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 합니다 ^^

kinye91 2021-12-10 05:3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