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인이다. 하긴 우리나라에 시인이 적지 않으니, 그 많은 시인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니 부지런히 시들을 찾아 읽을밖에.


  읽다보면 좋은 시, 마음에 들어오는 시를 발견하게 되고, 그 시인을 좋아하게 되고, 자연스레 시집을 사서 읽게 되겠지.

  

  시인을 몰랐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음을 이런 식으로 합리화한다.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단시 전집이라니... 1980년대 후반 통일의 열기가 뜨거웠을 때, 또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져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희망에 들떠있을 때, 또는 남북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단일팀을 만들어 국제경기에 참여했을 때, 그럴 때 이 시집을 만났으면 아마도 '분단시'라는 말 대신에 '통일시'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분단은 통일과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 시집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읽혔겠지. 


하긴 2003년에 출간된 시집이니, 어느 정도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였고, 시인이 70이 넘은 나이였으니, (1933년 출생, 2010년 사망) 일관된 주제로 쓴 시집을 발간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그동안 시인이 발표해온 시들 중에 분단을 주제로 한 시들을 모아놓았다. 그것도 가나다 순으로 묶여놓아서 시를 찾기가 쉽다.


어느 시를 보아도 분단에 대한 생각, 그것은 바로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지니, 이 시집 전체가 통일을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 시나 골라도 되지만, 신작 시라고 해서, 그동안 출간된 시집에 없던 시 중에 '소망'이라는 시가 있다.


        소망


통일, 새로 시작하는 것 모두 버리는 것. 


이만주, 이만주 분단시 전집. 들녘. 2003년. 368쪽.


그렇다. 이미 분단이 된 지 80년이 되어 간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강산이 여덟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다. 분단이 고착화되고,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상태로 변해버렸으니, 남과 북의 평화가 위태위태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 시인의 이 '소망'이라는 시 생각해야 한다. 통일은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분단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말은 바로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과 통한다.


지금까지 쥐고 있던 것을 계속 쥐고 새로 출발을 하려고 하면 제대로 된 출발이 될 수 없다. 출발을 할 때는, 특히 새로운 출발을 할 때는 과거와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가 있다. 과연 우리는 버릴 수 있는가? 버리지 못하기에, 그것을 더욱 꽉 쥐려고 하기에 갈등과 긴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때 성큼 앞으로 다가왔던 통일이 한참 뒤로 물러나버린 상황이 지금 상황이 아닌가 하는데... 이럴 때 이만주 시인의 이 시집을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여기에 이 시집의 뒤에 실린 김규동 시인의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분단은 끊는 일, 절단하는 일이라는 이제는 고인이 된 시인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그 글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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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편'


  좋은 쪽으로 변화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개편'이라는 말에는.


  이런 생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많은 방송 개편들이 좋은 쪽이 아니라 특정한 세력을 옹호하는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편'은 그냥 바꾼다는 의미가 될 테다. 그냥 바꾼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이 지니는 어떤 방향성이 없이 '개편'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아니다. 좋은 쪽이든 특정한 집단을 옹호하는 쪽이든 개편에는 방향성이 있다. 이런 방향성을 절대로 무시할 수는 없다.


[빅이슈]도 개편을 했다. 한 달에 두 번 나오는 잡지에서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로. 그대신 가격을 올렸다. 왜냐?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


한 달에 두 번 나오면 빅이슈 판매원에게 돌아가는 수익금은 7,000원이다. 그런데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만 나오면 빅이슈 판매원에게 돌아가는 수익금은 3,500원에 불과하다. 수입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그렇다면 개편을 할 때 [빅이슈] 관련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일 터이다.


고심 끝에 그들은 12,000원으로 가격을 올렸겠지. 그러면 수익이 6,000원이 되니까. 천 원을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더 올리기는 힘들었으리라.


직접 전철(지하철) 입구에서 오다가다 사는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가격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선뜻 잡지를 구매하도록 이끌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또한 가격을 올린 만큼 내용도 더 많아졌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잡지에 내용이 늘어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고정된 연재만이 아니라 한 달 동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쓰는 사람을 찾아 섭외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빅이슈가 자신들의 방향성을 지키면서 '개편'을 한 것은 시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역시 다양한 기사들이 있다. 우리들이 생각할 글들이 많다. 환경부터 주거, 생활 등등. 더 긴 시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개편이라고 생각하련다.


'개편'이 된 첫호에 이어 나오는 다음 호에는 어떤 글들이 실릴지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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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에서 구한 시집. 예전에 '한산시'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우연히 헌책방에 누워 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물론 내가 발견한 책은 최근에 (2002년을?) 나온 이 책이 아니다. 


  1970년에 출간된, 불교 홍법원에서 출간한 책이다. 물론 번역자는 김달진이다. 시인이었기에 선시를 잘 번역했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깊은 산 속에 살며 시를 지은 한산, 그리고 풍간과 습득의 시를 모아놓은 책이다.


  예전 책이라 글자가 세로로 쓰여 있다. 하지만 위에 한자 원문이 있어서 좋다. 원문의 한자를 다 읽지는 못하지만 간혹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으니.



이렇게 되어 있다. 한 번에 주욱 읽을 수가 없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읽으면서 나도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있으니...


곁에 두고 계속 읽어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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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의 '만인보'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시인인 고은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을 시로 표현했다. 역사적 인물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그리고 제목을 '만인보'로 붙였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던 시였다. 고은이 추문으로 배척당하기 전까지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러한 추문에 휩싸였다는 사실 자체로도 고은에게는 치명상이었다. 그래서 '만인보'도 만 사람을 채우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이 시집을 만났다. '입국자들' 


제목에서 벌써 이주민임을 알게 된다. 입국이라는 말이 나라에 들어온다는 뜻이고, 이는 해외여행을 갔다고 왔다는 말이 아니라, 국적이 다른 사람이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1부 '국경 너머'에서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두 나라가 된 북한. 한 민족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갈등이 심한 지경에 처해 있으나, 여전히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그들에 대한 이야기


2부 '사막 대륙'은 몽고에서 온 사람들 이야기. 우리와 외모가 비슷하지만 점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살기 힘들어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 이야기.


3부 '이주민들'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람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농촌으로 시집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 시집에서 만날 수 있다.


4부 '귀환자들'은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이 금의환향을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기서 부상을 당해 돌아간 사람들, 기껏 송금했으나 그 돈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렇게 이 시집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데 내용이 밝지가 않다. 우리가 이주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이주민들을 같은 사람으로 대우했는가? 그렇지 않음이, 그들을 이윤을 생산하는 도구로, 또는 가족을 잇는 존재에 더 우선을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이주민들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문화 사회로 전환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주민이라고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 사는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역시 더 풍요로워지고. 그런 점을 생각하게 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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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색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리튬배터리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라고 하고.


  잘 살기 위해서 왔는데, 그렇게 온 사람들을 잘 살게 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이번 호에 실린 인터뷰 제목이 '이주민이 온다는 것, 결국 사람이 오는 일'(52쪽)이라고 했는데, 과연 우리는 이주민을 사람으로 받아들였는지...


이주민만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과연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는 인터뷰의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에도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요.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이 아니더라도, 내 몸이니까 함께 해결방안을찾아보는 것이 좋은 사회 아닐까요? 100% 해결될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가 아프면 안 되고, 차별을 받거나 혐오 표현을 들으면 안 된다는 점을 고민하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고 싶어요" (55쪽)


이런 말을 지금 읽고 있으면서 화재 참사를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아픈 사람들을 돌아보기는 했을까? 이주노동자라 하지 않더라도 한 해에 죽어가는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음에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여전한 현실에서,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는 이번 화재 참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인터뷰가 더 마음에 남는다. 그는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액만 1,2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세상에, 돈을 벌러 온 사람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다니, 그들에게 밀린 임금이 이렇게나 많다니. 그가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일하니 이런 사정을 더욱 잘 알테다. 그런 그에게 이번 화재 참사는 얼마나 충격으로 다가올까.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한 쪽에서 소를 잃었다면 다른 쪽에서도 분명 소를 잃을 수 있음을 알고, 한 곳만이 아니라 모든 곳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된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아픈 사람들을 보듬는 잡지가 바로 [빅이슈]인데 요즘 추세(?)로 종이 잡지들이 잘 팔리지 않아서 [빅이슈]도 개편 작업을 하겠다고 한다.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는 잡지인데, 이 잡지 역시 아픈 상태가 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아픈 사람들이 사라져서 자연스레 [빅이슈]가 방향전환을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런 사연을 읽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에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근호 전 축구선수의 이야기도, [빅이슈] 포장작업으로 자활의 계기를 마련하는 여성 홈리스들도, 또 다시 강에 보를 재가동하겠다는 환경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환경파괴부에 맞서고 있는 환경운동가들도 모두 이렇게 '누군가가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있는데...



아, 이런 글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우리 사회 곳곳에 이렇게 아픔에 공감하고, 그런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련다.


화재 참사로 숨진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다시는 그런 사고가 나지 않는 사회에서 나 역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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