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50주기 기념 신동엽문학상 역대 수상자 신작시집'이다. 2019년에 발간되었다. 그렇다면 신동엽 시인은 1969년에 돌아가셨단 말인데...
강산이 다섯 번이 바뀌었을 시간인데, 그럼에도 여전히 신동엽은 소중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의 시도 가끔 인용이 되고, 예전에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시가 실려 있었는데...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주로 '통일'을 바라는 시였다. '봄은'이라는 시와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가 있었고... 그렇게 그는 남북이 통일되기를, 남북이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회복해서 함께 지내기를 시를 통해서 표현했다.
그런데 다섯 번이나 강산이 변했는데, 이놈의 남북관계는 돌고돌아 제자리로 와버렸으니...
더 갈등이 심화되고, 서로를 적이라고 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으니, 시인이 알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그는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이라는 시에서
'총부리 겨누고 있던 /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 하더니, 눈 깜빡할 사이 / 물방게처럼 / 한 떼는 서귀포 밖 / 한 떼는 두만강 밖 /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 꽃피는 반도는 / 남에서 북쪽 끝까지 / 완충지대, /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 사랑 뜨는 반도, /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신동엽전집. 창작과비평사. 1985년 3판. 76쪽.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부분)라고 했는데...
그것이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에 꾼 꿈이었다고 했는데... 그 꿈이 개꿈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꿈일 거라고 시인은 믿었을텐데.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신동엽 50주기 기념시집을 읽으면서 신동엽 시인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만 들었으니.
그럼에도 이 기념시집의 제목처럼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희망찰 것이라 믿고 싶다. 시인은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라고 했다. (앞의 책 106쪽-107쪽)
이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의미가 깊다. 시인의 꿈이, 바람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동엽 시인의 시처럼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송경동 시인의 '잊지 못할 여섯 번의 헹가래'라는 시를 읽으며 웃음 속에 슬픔을 느끼게 된다.
남과 북만이 아니라 아직도 제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람이 있음을, 그들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는 시인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는 시이기 때문이다.
총 21명의 시인들 시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한편이 모두 귀한 시라 특별히 어느 한 시를 선택해서 인용하기도 힘들다. 그냥 지금 다시 '밤'처럼 어두운 시절, 어둠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다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아니 나아가야 함을 시인들이 보여주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