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일랜드
올더스 헉슬리 지음, 송의석 옮김 / 청년정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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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소설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유토피아 세상을 그렸다. 그런데 유토피아란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유토피아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멋진 신세계"에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인간을 배아 단계에서 이미 결정하는 결정론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 "아일랜드"에서는 개인의 존엄을 인정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개인, 노동, 예술, 가정, 사회, 나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헉슬리는 이런 세상을 바란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과연 이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느냐다.

 

제목을 아일랜드, 즉 섬이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우선 다른 나라들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영향을 덜 받아야 자신들이 지닌 이념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섬은 정체될 수 있다. 즉, 자신들끼리 행복하게 지낼지 몰라도 외부 발전과 동떨어져 있기에 외부의 침략에 대비할 수 없게 된다.

 

외부 침략에 대비하려면 그에 맞서는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ㅡ 기술 발전이 인간 사회를 행복보다는 파멸로 이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일랜드와 같은 유토피아에서는 그런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일랜드 역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자원이나 또는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생산해야 한다. 아무리 아일랜드라고 해도 '닫힌 체계'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비극이다.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나,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곳. 이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유토피아는 사라지고 만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지니고 있어 외국 세력의 노림수가 된다. 여기에 진보를 주장하는, 아마도 그것이 진보를 가장한다고 해야 하겠지만, 정치세력에 의해 팔라라는 아일랜드는 유토피아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윌이라는 사람을 등장시켜 팔라 섬에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관찰하고 경험하게 한 다음, 그들에게 동조하게 만드는 소설 줄거리 속에서, 우리는 과연 유토피아란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닫힌 체계만으로 유토피아를 이룰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열린 체계를 지향한다면 유토피아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팔라의 경우처럼, 그들은 최소한의 교류를 원하지만, 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주변국들은 그럴 의향이 별로 없다.

 

결국 유토피아는 열린 체계에서 주변국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한 나라만으로는 유토피아가 가능하지 않음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이나 르귄의 소설에 나타나는 유토피아는 결코 완성된, 모두가 행복한 곳은 아니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는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완벽하지 않은,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유토피아라는 것을 명심하고... 주변국과 관계를 잘 고려할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누구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팔라에서는 매일 2시간의 노동을 하는데,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하는 노동이 되어야 한다(228쪽)고 한다. 이만큼 유토피아에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유토피아는 전쟁을 반대하고, 다른 사람보다 4-5배 이상 부유한 사람이 없는 사회(233쪽)라고 한다.

 

이 소설에 나와 있는 이 구절...지금 우리가 곱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 중공업, 산아제한을 다른 말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듯.

 

전기에서 중공업을 빼고 산아제한을 더하면 민주주의와 경제적 풍요가 되고, 전기에 중공업을 더하고 산아제한을 빼면 빈곤, 전체주의와 전쟁이 되는 거지. (231쪽)

 

이미 중공업을 넘어서 과학기술이 이 소설이 발표된 때보다 더 앞으로 간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가 서로를 위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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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아서
페터 쾰러 지음, 박지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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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속 숨은 진실을 찾아서'라는 글이 표지에 실려 있다. 뉴스라고 하면 사실을 전달한다고 여기기 쉬운데, 뉴스에서도 사실을 얼마나 많이 왜곡하는지는 우리가 이미 많이 겪고 있다.

 

수많은 사실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도 사실이 잘못 전달될 수 있는데, 악의를 지니고 왜곡한 사실을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것도 언론에 발표가 되면.

 

하지만 언론에 발표된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언론에 발표된 일들에 대해 꼼꼼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는데, 이미 그것들은 잘못된 사실로 판명되었음에도 한번 퍼진 소문을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비판적인 읽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처음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로부터 시작한다. 그가 한 말 중에 많은 말들이 사실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트럼프의 말을 믿고 싶어했다는 것. 즉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보고, 믿고자 하는 것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그러한 경향에 부합하는 뉴스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뉴스만이 아니라 역사에서도 사실공방이 지금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한번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사실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잘못된 사실에는 과학적 연구도 많이 포함된다. 특히 유물을 발견해서 발표하는 경우에 수많은 잘못된 사례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유물뿐만이 아니라, 상대를 몰락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소문들이 많았음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너무도 많은 날조된 사실들이 열거되어 있어서 참 세상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고 있는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자신이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한 발표된 날조된 일들은 가만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음을 찾아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도 한 가지 일을 두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팩트 체크라고 사실을 확인하는 방송도 있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처지에서 확인을 한다. 세상에 늘 팩트 체크는 있어왔다. 다만 어느 관점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것을 믿거나 믿지 않거나 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사실을 꼼꼼하게 확인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던 가짜 뉴스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그런 가짜 뉴스에 속지 않아야 하고, 우리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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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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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하는 질문과 비슷하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그런데 질문이 좀 이상하다. 우리는 보통 태어난 나라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살지 않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연히 한국에서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답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답할 수도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벗어날 수 없음에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온몸으로 겪었으니까. 다시는 이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질문을 바로 하려면 이 책 제목이 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만약 진짜로 한국에서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다시 한국에 태어나 살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답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으니...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 (Y세대) 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인 Z세대 )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추측한다.


이 책을 쓴 이재열은 MZ세대란 말 대신 에코세대란 말을 썼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들에 해당하는 세대이니, MZ세대나 에코세대나 거의 비슷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대는 '지질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실패로 여기기까지 한다'(58쪽)고 한다.


그러니 이들은 '자신이 지금 소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것, 이것을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 현실 인식이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실에 대해 냉정히 진단하고, 불가능한 일은 빨리 체념한다. 그래서 자신의 서열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수용성은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더 많이 경험한다' (59쪽)고 한다.


얼마 전 언론에서 명품관 앞에 줄을 주욱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을 방영한 적이 있다. 가방 하나에 수천만 원 하는데도 그것을 사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 명품 시계라고 수천만 원짜리 시계를 그것도 중고로도 구입하려는 사람들. 그것들을 명품이라고 자신이 쓰겠다고 하는 젊은이들. 집을 사기는 힘드니 자신을 꾸미는데, 드러내는데 쓰겠다고 하는 모습이 과연 현실적인지... 아니면 상대를 의식하는 사회적 위치에 대한 치열한 방어전략인지...


아무튼 바람직한 사회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돈을 다른 방향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사회가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명품은 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비교가치가 높은 물품에 불과한데, 그 제품에 '명품'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자본주의 상술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닌 에코세대들이 30년이 지난 다음에, - 출생율이 아무리 낮아도 이들 세대들을 이을 세대들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 올 세대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지...


이 책 제목은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어야 한다. '당신 뒤에 살 세대들에게 이런 한국을 물려주겠습니까"라고.


그래선 안 된다고.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한다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하지만, 중이 절을 떠나긴 쉽지 않다. 그러니 절을 개혁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한국을 떠나기 힘드니, 한국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어떤 사회로? 품격 있는 사회로... 저자는 품격 있는 사회를 이렇게 말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고, 현실에 만족하며,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 창업과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참여를 통해 능동적 변화를 끌어내려는 공동체 의식이 높은 사회 (239쪽)


좋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사회학이라는 학문 용어로 이를 다시 정리한다.


품격이 있는 사회란 앞에서 제기한 두 축, 즉 개인과 공동체간, 그리고 시스템과 생활세계 간에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사회다. (243쪽)


한 마디로 갈등은 있어야 하지만 이 갈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진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품격 있는 사회가 되지 못했다. 품격 있는 사회가 되지 못했기에 성장이 행복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성장을 거부할 수 없지만, 행복 없는 성장은 거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버려야 한다.


무관심은 용인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사고는 '3불'이라고 한다. '불신, 불만, 불안' 이 3불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냉소적이고, 현실적이라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현재 삶에 충실하려는 에코세대(MZ세대)가 이제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앞선 세대들을 비판만 해서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문제는 발생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 해결책이 완전하지 않고 또 에코세대(많이 쓰는 MZ세대라는 말보다, 이 책 저자가 쓴 용어를 그대로 쓴다)에게 미룬다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명심할 말이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정비하라고 기성세대들에게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계속 살고 싶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저자가 제시한 주장을 정리한다. (290쪽-292쪽)


첫째, 정치적 냉소를 벗어나 좌절과 분노를 강력한 참여의 에너지로 전환하자. 


둘째, 순응과 체념보다 탈인습의 도전정신이 절실하다. 각자도생의 경쟁 논리를 벗어나 공감과 배려의 폭을 넓히자. 반칙에 무심하고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옐로카드를 들이대는 당돌함이 아쉽다.


셋째,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지 말자. 취업이 잘된다는 전공을 찾아 줄 서는 시대는 갔다.


2007년에 우석훈과 박권일은 [88만원 세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의 세 가지는 그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이 말을 어찌 젊은이들에게만 할 수 있겠는가? 사고는 기성세대가 다 쳐놓고, 책임을 뒷세대에게 미루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이 말을 에코세대나 어떤 시대든 20에접어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 시대가 지닌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자.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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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미래 의학 설명서
사라 라타 지음, 김시내 옮김 / 매직사이언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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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들이 세상에 나서 바라는 일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지내기니까... 의학은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이유도 이러한 의학이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약적인 발전... 그 말이 맞다. 의학은 지금까지 엄청나게 발전해 왔다. 인간이 자신 몸 속을 들여다 본 지가 꽤 되었지만, 몸 속의 많은 부분은 볼 수가 없었다. 특히 뇌에 관해서, 또 유전자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또 너무도 복잡해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인체가 지닌 비밀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과 더불어 의학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여전히 난치, 불치병들이 있긴 하지만, 많은 질병들이 극복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질병들에서 우리들이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우리 신체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문제, 도룡농처럼 재생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든다면 다친 몸을 좀더 쉽게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도전... 유전자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 뇌파를 이용해 손상된 신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 다른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등.

 

지금 의학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어떤 기술들은 꿈의 기술로 불리고 인간에게서 질병을 영원히 없앨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학 발전이 낙관적인 면만 있지는 않음도 경고하고 있다.

 

뇌와 뇌를 연결하는, 우리가 영화에서만 보던 텔레파시도 과학기술로 가능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만약 이 기술이 더 나아간다면 사람을 조종하는 부작용도 만들어질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하고..

 

유전자 학문이 발달하면서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질병도 유발할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질병과 벌여왔던 싸움에서 인류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의학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의학만능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의학이 어떤 모습을 지니게 될지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나타나고 있는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아두면 좋을테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의학이 지닌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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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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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라는 말. 참 쉬운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도 어려운 말이다. '용서'란 말을 쉽게 써서는 안 된다. 이 말은 피해를 당한 약자들이 자신들의 약함을 극복했을 때, 자신들이 지녔던 두려움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그럴 때에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너무도 쉽게 '용서'란 말을 쓰라고 강요한다. '용서'가 무슨 선행이나 베풂인 것처럼 '용서해라, 그래야 네 맘도 편하지.'라는 말을 한다. 특히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길 때 더 자주, 더 편하게 이 말을 쓴다.


하지만 '용서'는 함부로 할 수 있지도, 또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용서'에는 진정한 반성이 앞서야만 한다. 반성, 참회, 행동의 수정, 일명 개과천선을 한 이후에 상대에게 온전히 자신을 맡겼을 때야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것도 '용서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베푸는 것'이다. 결국 용서란 말에는 기존까지 지녀왔던 관계를 뒤집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관계의 전복, 강자와 약자의 역전. 이런 새로운 관계 속에서 '용서'란 말이 쓰이고, 그런 행동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용서'다.


따라서 '용서'란 말에는 새로운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행동, 새로운 질서, 새로운 마음 등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용서'란 말을 쓰는 행위는 미사여구에 불구하다.


르귄이 쓴 소설을 읽는 중인데, 늘 감탄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다른 방향에서, 또는 기존에 놓치고 있던 부분을 더 깊게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이라는 제목에서 어떤 용서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용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편이 더 좋겠다. 바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질서를 용서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혁명과 해방 이후에 이루어진 배신... 혁명은 하기보다는 혁명 이후에 혁명이 추구했던 것들을 이뤄나가는 것이 더 힘들다. 예이오웨이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그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예이오웨이에서도 해방 이후 다시 권력을 쥔 자와 그렇지 못한 존재들로 나뉘게 되는 현실.


여기에 권력을 쥐기 위해서 상대를 이용하거나 지위를 남용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여성들은 다시 노예의 처지로 전락하는 모습들... 첫번째로 실린 '배신'은 이런 혁명 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이하려는 요스와 권력자에서 배신자로 떨어진 압바캄.


이 둘이 서로 어울리게 되는 과정, 이것이 바로 용서의 한 길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찾아가면 '용서'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용서의 달'이라는 소설에서는 에큐멘 특사인 솔리와 그를 경호하는 테예이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웨렐에 자유와 평등을 관철시키려는 솔리라는 특사. 그를 경호하는 일을 맡은 테예이오. 여전히 여성을 하등존재로 취급하는 웨렐에서 솔리는 그런 행동이 부당함을 이야기하지만... 암살 사건에 연루되고.. 


소설은 솔리와 테예이오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식민지 전쟁에 참여했던 테예이오가 변해가는 모습. 그가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 그래서 솔리와 결합하는 과정은 지배계층에서도 자유와 평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용서'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기존 지배층의 반성과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 있음을, 외부의 지원만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그래서 솔리와 테예이오는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남자'로 가면 이런 외부인이 예이오웨이에 정착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내부에서 개혁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하는 사람. 합찌바... 그가 그동안 겪는 과정들을 통해 르귄이 어떤 세상을 상상하고 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이 합찌바는 네 번째 소설 '한 여자의 해방'에 다시 나온다. 라캄... 노예로 태어나 지내다가 자유민이 된 사람. 그럼에도 웨렐에서는 여전히 남성들의 지배가 공고하니, 노래로 듣던 예이오웨이로 가기로 하고 그곳에 가는 라캄.


그러나 말로만 듣던, 책으로만 알던 해방된 예이오웨이에서도 권력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합찌바와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은 비밀투표를 통해 자유와 평등이 명문화된 헌법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렇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용서'가 시작될 수 있음을... 이 소설들을 통해 관계의 역전 없이는 '용서'가 있을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혁명 이후 다시 존재하게 되는 과거의 권력관계... 사람들이 바뀔 뿐 제도는 바뀌지 않는다면 그 속에서 '용서'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혁명은 제도를 그대로 두고 사람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뀌는 만큼 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식민지에서 벗어났다고 다시 새로운 권력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 자체를 없애려는 활동들을 해야 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약했던 존재들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읽으면서 끝에 가면 갈수록 책을 덮고 싶지 않아 일부러 천천히 읽은 그런 책. 혁명보다는 혁명 이후가 더 중요함을, 혁명 이후에 진정으로 '용서'란 말을 쓸 수 있으려면 철저한 전복, 그리고 과거의 것을 반복하지 않는 자유와 평등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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