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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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제목이 맛집 폭격이라 경쾌하게 진행이 되는 소설이고, 음식과 관련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그건 아니다라는 생각. 오히려 사회소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맛집과 폭격을 연결지어서 생각하게 하는 소설.


전면적인 전쟁까지는 가지 않았다. 서로 미사일을 쏘아 폭격하고 있는 수준이다.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런 대응을 고민하는 조직으로 에스컬레이션 이원회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듯이 폭격도 이런 수준의 대응을 하는 조직. 한번에 비약하지 않고 서로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벌이는 폭격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맛집들이 폭격된다. 폭격 목표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곳인데, 그냥 무작위 폭격이었고, 거기에 우연히 맛집들이 속했다고 하면 될 일인데 무언가 이상하다.


주인공 민소의 사적인 경험과 얽힌 맛집들이 폭격 당한 것. 그렇다면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소설은 민소가 폭격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과 그와 같이 합류한 윤희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말까지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폭격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고, 그런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들에 의해서 폭격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하지만 에스컬레이트로만 폭격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더 강한 폭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때면 전쟁이다. 이제는 작은 일에서 시작한 것이 전쟁으로 번진다. 국민들의 안위, 그것은 안중에 없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면 될 뿐.


이상하게 낯익은 이야기 아닌가? 죽어나가는 것은 국민들이지만 위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은 오히려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기다 별것 아닌 아주 사소한 갈등이 전면적인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현실이...


그런 과정을 소설은 맛집 폭격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민소와 윤희나가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순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럼에도 결말은 보여주지 않는다. 무언가 더 큰일이 일어났다는 것만 짐작하게 할 뿐이다.


결국 작은 일에서 시작한 폭격이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 파국으로 치닫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정부고,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들은 살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격을 작가가 예상하고 있지는 못했겠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에 미사일을 날리고, 반대로 하마스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날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런 모습은 정부(헤즈볼라나 하마스도 일종의 정부라고 보면)가 어느 정도 통제를 하고 있어서 부분적인 폭격으로 끝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고 있으니, 이 소설에 나오는 정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까지 확대하지 말고도 이 소설은 작은 일이 큰일이 되는 과정을 우리 정치에 비춰보면 된다. 이 소설에 거울상이 나오는데, 이는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즉 너는 나의 거울이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힘과 속도를 조절해서 대응을 해야 한다.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처럼 어느 정도 대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강력한 대응을 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만다. 그렇게 되면 파국이다.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소설에서는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지만 이 위원회가 소설 속에서 과연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들도 정부의 조직 중 하나에 불과하다. 결국 결정은 권력자가 내리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의 의견을 무시하다가는 소설에서처럼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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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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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100명으로 축소해놓고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분류를 한 책이었다. 이렇게 축소를 해 놓고 보면 우리 세계의 분포를 쉽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배명훈의 [타워]는 오래 전에 나온 소설이다. 2009년에 출간이 되었는데, 2020년에 새로운 신판이 나왔다. 나는 구판으로 읽었지만, 목차를 살펴보니 달라진 것이 없으니, 구할 수 있는 책으로 읽으면 될 듯하다. 물론 내용을 개작했는지는 살펴보지 못했다. 최인훈 작가 같은 경우는 [광장]을 수차례 개작했는데...


개작 여부를 떠나서 구판을 읽어도 지금 현실을 대입할 수가 있다. 이럴 수가.. 이 소설집이 SF소설로 분류가 되니, 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소설이 시대를 넘어 계속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6편의 단편소설이 묶여 있다. 다 '빈스토크'라는 타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빈스토크가 무엇인가?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에서 따온 이름으로, 674층 높이에 50만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고 한다.


이 타워에 대한 설명을 좀더 보자.


첫작품인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에 나오는데, '1층부터 12층까지는 층 구분이 없는 커다란 정원이었다. 그 위로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영화관 같은 상업 시설이 21층까지 이어졌는데 거기까지는 외국인도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중간지대이면서 또한 비무장지대였다. 그리고 22층에서 25층까지가 경비실 구역이었는데 말하자면 빈스토크 육군 이천이백 명 중 이천여 명이 주둔한 국경지대인 동시에 여섯 개의 출입국 사무소가 위치한 곳이기도 했다.'(30쪽)라고 설명이 된다.


26층부터 여러 시설들이 있는데, 각 층이 수평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없고, 다양한 높낮이로 건설되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는 없다고 한다.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면서 연결이 되니, 각 층은 빈스토크라는 한 국가에 속한 지역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이 [타워]에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축소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치와 노동, 사상이 이 소설에 나타나고 있는데...


권력의 위선, 노동자들의 힘든 삶, 윗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기계적으로 일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모습, 시위와 시위를 진압하는 사람들, 다른 나라와의 전쟁 또는 갈등, 비정규직 문제 등등이 이 이 [타워]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 [타워]는 우리 사회를 한 건물로 축소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읽으면서 우리 현실을 계속 반추하게 되는데, 꼭 우리나라만이 아니라도 이 지구를 축소해놓은 모습까지도 발견하게 되니, 특히 '서리아에 부합하는'이라는 소설이 그렇다.


지금까지도 종교로 인한 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종교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으며, 비정규직들은 죽음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주해 가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으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럼에도 [타워]에는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사랑으로, 상대에 대한 인정, 존중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이 소설집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자살폭탄테러를 연상하게 하는 '샤리아에 부합하는'이라는 소설에서도 이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작동을 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인간의 사랑이 서로를 결속시켜주고 결국 삶을 지속하게 해줄 수 있음을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서도,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에서도 만나게 된다.


그렇다.'빈스토크'처럼 외부와 차단된 건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고 있음을, 그것이 그들을 무너져버린 바벨탑이 아닌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임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이 빈스토크를 우리나라로, 또 지구로 확장을 하자. 확장을 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권력? 돈?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삶. 그런 자세들이다. 그것이 우리를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게 한다.


삭막할 것만 같았던 [타워]의 삶이 따스한 인간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랑이다. 사랑은 별 것 아니다. 자신의 온기를 남에게 조금 나누어주는 것. 아니 자신의 온기와 다른 사람의 온기가 함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온기를 나눌 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권력의 정점에 서는 사회는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사회, 그것이 사랑이고 자비, 인(仁)이 아니겠는가.


SF소설이라는 이 [타워]를 통해, 아니 소설 속 '빈스토크' 사람들을 통해 이 온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부록에 실린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에 나오는 책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는, '카페 빈스토킹-[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를 꼭 읽자.


온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우리는 그런 장소를 갖고 있는지, 그런 장소의 상실이 우리를 온기 잃은 인간으로, 즉 삭막한 인간으로 만들어내고 있음을 명심하자. 이건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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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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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인문학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우리 삶에 숲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인문학이라는 말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테니, 이 책은 그런 어려움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숲이 사람의 능력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즉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에게 숲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것도 어린 시절이나 또는 성인이 되어서도 숲과 자주 접한 사람이 자신의 업적을 이루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인물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천재가 되는 지름길을 4+2로 제시하고 있다. 네 가지에다가 두 가지가 더해지면 천재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 관찰력, 탐구력, 천착근성이 4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을 것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숲과 책이다. (187쪽 참조) 책은 앞의 네 가지가 모두 작동하는 요소라고 한다면, 숲은 무엇일까? 숲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숲은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고, 또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하게 하기도 한다. 산책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양한 인물들을 제시하면서 숲과 천재의 관련성을 설명한 다음에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가를 살피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천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환경을 지니고 있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숲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덩그러니 건물과 운동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재를 길러낸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영국의 대안학교인 서머힐 스쿨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간디학교를 지리산 자락에 지을 때 학교 건물과 기숙사 건물을 멀리 떨어지게 지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기숙사에서 교실로 이동을 하면서 자연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 


단지 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긴 산책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레 갖게 되었으리라. 그러니 학교 교육을 생각할 때 환경, 특히 숲에 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이제 숲이 우리 지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숲이 우리들의 삶에, 단순히 지능만이 아니라 우리들 생활에 대해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지구온난화부터, 공기 정화까지 숲의 다양한 역할을 살피고 있다.


숲의 중요성...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숲이 도심에 커다랗게 조성이 되면 야생동물들과 사람들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그동안 감염되지 않았던 인수공통감염병에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스레 숲과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도시농부의 길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이렇게 이 책은 숲이 우리들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 난개발로 사라지는 숲, 또는 잘못된 숲 조성 사업들을 다시 살펴보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잘못된 숲 조성 사업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으니,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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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살아가기 위한 기초 지식 - AI 개념부터 위험성과 잠재력, 미래 직업까지 AI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가는 법
타비타 골드스타우브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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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역적'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다니... 그것은 한번 시행할 때 생각에 생각을 거급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생길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아보지만 그럼에도 잘못되었을 때 되돌릴 수 없다면 너무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불가역적이라는 말이 과학기술에 적용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아니라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한번 발전한 기술은 퇴보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나아가는 기술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또한 이미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은 절대로 기술을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 기술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할 방법을 찾지 기술을 폐기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흐름이 되고 있는 AI(앞으로는 그냥 인공지능이라고 하겠다. 의미가 약간 달라질 수도 있지만)도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문제도 여럿 발견이 되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흐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멈추지도 않는다.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바꿀 수 없다면 함께해야 한다. 함께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 누군가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이 되도록.


인공지능 역시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참여한 사람들은 백인-남성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백인-남성에게 유리한 데이터들이 인공지능에 제공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여성-소수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여성으로서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인공지능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역사, 설명부터 시작해서,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하고 또 제어하는데 참여한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지 개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는 것.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저자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8장에서 인공지능과 함께해야 할 때 지녀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참조할 만하다.


하나, 변화를 받아들이자. 

둘, 로봇과 대화하자. 

셋, 자신을 보호하자.

넷, 대화에 참여하자.

다섯,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것들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변화를 인정한 뒤에 주류들만의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참여해야 하며 (이미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하는데... 가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기업은 확실하게 제재를 가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인공지능과 관련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연대를 할 수 있다. 연대를 통해서 인공지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살아가기 위한 기초 지식,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여전히 한계가 많은 인공지능, 열광을 하되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끊임없이 질문을 통해서 더 나은 인공지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무엇보다도 뒤에 많은 참고문헌을 (전문적인 내용의 책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책들) 소개하고 있어서 더 좋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참조해서 읽으면 좋을 책들이니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이 불가역적인 일이 되어 그 흐름을 바꿀 수 없지만, 인공지능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찾을 수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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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 SF와 인류학이 함께 그리는 전복적 세계
정헌목.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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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낯선 이야기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분류한다. 


'SF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로 정의된다고 딜레이니는 설명한다. ...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이 포함된다.  ... SF는 일견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11쪽)


그렇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그것이 SF소설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낯선 이야기가 된다. 이 낯선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인류학과 SF소설을 결합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학 논의를 활용한 SF 다시-읽기를 통해 SF가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인류학의 연구 대상인 현실 세계의 변화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14쪽)는 말로 이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과 사회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것이 지금 우리 인간이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SF소설을 인류학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SF소설을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


'SF와 인류학은 미래를 향한 상상이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SF가 미래에 관한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다.' (13쪽)


이런 논점에서 SF소설은 우리들에게 삶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을 미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소설들을 보라. 상상 속의 세계지만, 그 세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세계를 바라보고, 우리 세계를 다른 관점에서 판단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려 한다.


다룬 작품들을 보자.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솔라리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블러드 차일드], [킨],  테드 창이 쓴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네 인생의 이야기', 르 귄이 쓴 [어둠의 왼손], [빼앗긴 자들], 배명훈이 쓴 [타워], 김초엽이 쓴 [파견자들]


외계 문명과 조우하는 인류부터 유토피아나 남성 인간이 다른 종의 아이를 낳는 일, 인종 차별 사회, 바꿀 수 없는 미래를 안다는 인식의 문제, 다른 종들과의 공존까지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소설들이다. 이런 소설들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것이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사회의 어떤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 소설과 학문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고, 우리 사회에 있는 낯섬을, 즉 다름을 배제로 읽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다름은 배제가 아니라 융합일 수 있음을, 그러한 융합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의 모습임을 인류학과 SF소설을 결합한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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