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격조했습니다 -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
이동순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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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시인이 받은 편지를 그 사연과 함께 실은 책이다. 잘 알려진 시인뿐만 아니라 평론을 하는 사람, 나중에 미술 분야로 나아간 사람 등등이 있다. 다른 분야로 나간 사람도 시작은 문학이었으니, 또 평론은 문학의 한 분야이니,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 문학에서 이름을 알린 문학인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고 보면 된다.


편지란 무엇인가? 이동순은 이렇게 말한다.


'편지는 읽는 재미, 보는 즐거움, 읽고 난 뒤의 가슴 설레는 여운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127쪽)


그렇다. 편지에는 쓴 사람의 필적이 담겨 있고, 필적을 보면서 쓸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쓸 때의 설렘과 보낼 때의 기대, 그리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받았을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보내자마자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숫자가 편지에는 없다. 상대에게 잘 도달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상대의 답장을 받았을 때만 알 수가 있다. 그러니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빨라진 시대에 이제 우편으로 보내는 손편지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거리에 흔하게 보였던 우체통을 보기 힘드니까. 우표를 사러 가는 수고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편지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편지를 보관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나만 해도 예전에 받았던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으니까. 젊었을 때 편지를 쓰는 것이 일상이었다. 멀리 떨어진 친구, 군대에 간 친구, 그리고 한참 어린 사람들, 나이든 사람들에게 보내고 받은 편지들. 이런 편지를 그냥 없애기는 뭣해서, 면장철에 보관해 놓았었다. 그런 면장철이 책장 한 곳을 다 차지하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이사를 몇 번 다니고 또 다른 물건들이 많아짐에 따라 점차 내 곁을 떠나가게 되었는데... 가끔 그때 그 편지들을 없애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가끔 꺼내 읽어보면서 추억에 잠기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닌다.


이동순 시인은 편지를 잘 모아두었나 보다.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과거 추억을 되새기고 있으니...그러한 추억을 우리에게도 전달해주고 있으니. 그가 받은 편지들을 쓴 사람들의 마음, 그들과의 교류를 책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고 있다.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언행이 눈에 보이는 듯이 서술하고 있는 것은 이동순 시인의 능력이겠지만, 편지라는 형식이 그런 느낌을 지니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동순 시인의 이 말에 동감하게 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엔 그걸 쓴 사람의 당시 마음가짐이나 필체, 영혼의 상태, 감정의 기복까지 담겨 있다. 그것은 그냥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온몸에 전해져 온다.'(164쪽)


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 좋다. 여기에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과의 인연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나조차도 잘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을 알게 해주었다.


안도현 시인이 고등학생 때 백일장에 나갔었고, 그때 심사위원이 이동순 시인이었다고. 안도현 시인이 시를 평해달라고 보내고 그러한 인연이 나중에도 이어지는데, 이들을 더욱 가깝게 한 시인이 '백석'이라는 것.


이동순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백석 전집을 냈고, 안도현 시인은 [백석 평전]을 썼으니, 백석이라는 연결고리가 이들에게 또 있었다고, 시인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여기에 둘은 사돈이 되었으니... 정말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실, 편지란 개인의 내밀한 속사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니,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이동순 시인의 이 책 역시, 편지를 쓴 사람만이 아니라 편지를 받은 이동순 시인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도 해주고 있다.


여기에 이동순 시인이 등단하고 얼마 안 되어 '명이(明夷)'라는 독서회 활동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명이'라는 독서회는 이 책에 자주 언급이 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받은 편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데...이 '명이'라는 뜻은 주역의 36번째 괘 '지화명이(地火明夷)'에서 따왔다고 한다.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 즉 캄캄한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밝음'(91쪽)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명이'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쟁쟁한 사람들이다. '송기원, 김성동, 최원식, 이시영, 이동순'이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과의 일화가 이 책에 잘 나와 있고...


이 일화 중에 흥미를 돋우는 것이 이들 모임은 김지하와 관련이 있는데, 김지하와 이동순은 밤새워 노래 대결을 했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온다. 


이렇게 여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있고, 그간 알고 있던 시인들의 편지를 통해서 그 시인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던 책읽기.


이런 기회를 준 이동순 시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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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이 합니다 :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철학
이재명 지음 / 오마이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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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비상계엄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책은 그렇게 시작하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그 전부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인생 역정이 간략하게 담겨 있는 책. 주로 그가 한 연설을 실었는데, 연설이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해서 검증받으려 하는 일 아닌가. 자신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한 것이 바로 연설이다.


국회에서, 거리에서 한 연설이 이 책에 실려 있으니,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연설이니까 더욱 의미있게 살펴야 한다. 연설할 당시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할 자리에 있지 않았지만, (물론 야당 대표도 어느 정도 이러한 정치철학을 실현할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정치철학을 잘 실현할 자리는 없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할 자리에 있다.


그리고 1년이 되어간다. 5년 중 1년, 임기의 20%, 또 대통령으로서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 이때 그가 자신이 한 말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앞으로 남은 임기도 기대하면서...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할 수가 없지만,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지는 판단할 수 있겠다. 정치인만의 정치가 아니라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국민이 주권자로서 정치에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다.


결과를 떠나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면, 그의 정치철학은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을 통해서 이런 정책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국민소환제다. 누구를? 국회의원을... 그도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217쪽) - 2025년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3권분립을 하는 이유가 서로 적절한 견제를 통해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법률을 제정하기도 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기도 한다. 국정감사를 통해서 국민을 대변해서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짬짜미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에서 멀어진다. 말뿐인 삼권분립이 되는 것인데...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가 결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또 국민들의 주권 행사를 위해서도 선출직 의원들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는 필요하다. 


선거날 전까지 그들이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선거일이 끝나도 국민을 섬기도록 하는 방책이 바로 언제든 일을 잘못하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거일이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는 마지노선이 아니라 임기 내내 또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준비 기간 내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국민소환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야당의 대표로서 국회에서 연설했지만 곧 대선이 있었고,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으니, 이것은 이제 국회, 특히 민주당의 몫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없던 일처럼 묻히고 말 것인가, 지켜봐야겠다.


다음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인데... 


'내란수괴 윤석열과 내란 잔당들이 대한민국에 가장 큰 위협입니다. 내란 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입니다.'(133쪽) - 2024년 12월 27일 내란 사대 대국민 성명


하, 이거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바뀐 지 한 해가 다 되어 가는데, 재판은 지지부진이고, 판결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고...


여전히 윤어게인을 외치는 집단이 있고, 그를 옹호하는 정당이 있으며, 이런 세력들과 손을 끊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이것 역시 국민소환제와 연결이 된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 때, 한번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에 반할지라도 4년 동안의 임기가 보장이 된다. 그러니 누가 국민의 눈치를 보겠는가. 선거철이 임박해서야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하지... 


이러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 아직 한 해도 채 안 되었으니... 여러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전 정부와는 다르게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하고 있으니... 입틀막은 이 정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발본색원의 주체가 국민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연설들이 주로 실려 있다. 그러니 이 연설들에 있던 내용들이 이제 하나하나 실현되기를 바라고...


적어도 이 말에 대한 믿음은 있다.


'정치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지와 방향이다. 능력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의지와 방향이 있다면 부족한 능력은 다른 쪽에서 끌어다 쓰면 된다. 그래서 능력의 유무는 차선이고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의지와 방향이 더 중요하다.' (159쪽)


이런 의지와 방향을 이번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으로 표명했다. 국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이런 의지와 방향이 정해졌으니 이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발탁해서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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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다시 읽기
권진관 외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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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다시 읽기다. 함께 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책. 웬만하면 신영복 선생의 책은 다 읽어보려 하고 있다. 오래 전에 녹색평론에 실린 '나의 대학시절'이란 글이 신영복 선생을 처음 만나게 했고, '청구회 추억'으로 신영복 선생의 글을 거의 다 찾아 읽게 되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그 후에 읽게 되었는데, 이어서 '나무야 나무야'를 읽으며 이토록 쉽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라니, [강의]와 [담론] 역시 감탄하면서 읽었다.


그런 선생이 더 우리 곁에 있어야 했는데,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선생은 갔지만 선생이 남긴 유산은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신영복 함께 읽기, 신영복 다시 읽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읽기, 아니 계속 읽기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신영복 선생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이부동이라는 말.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선생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화이부동이지 동이불화(同而不和)가 아니라고 했다.


즉 화(和)를 추구한다는 것은 똑같지 않다는 말이다. 똑같지 않기에 '관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관계맺기에 신경써야 한다. 즉 관계론이다. 신영복 선생이 존재론에서 나아가 관계론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 화이부동의 정신이다.


그렇다면 동이불화는 무엇인가? 바로 관계를 지우는 것이다. 동(同)을 추구한다는 말은 차이를 없애려 한다는 말, 이는 한 쪽을 다른 한 쪽이 흡수해버린다는 말이다. 여기에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흡수일 뿐이다. 그러니 동의 논리는 중심의 논리다. 중심이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삶, 이런 사회는 행복할 수 없는 사회다. 다른 존재들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화(和)의 논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신영복 선생은 주장했다고 한다.


화란 관계이고, 이는 거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 거리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함께하기 위해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의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는 어디서 실현되는가? 바로 변방이다. 변방은 하나로 뭉쳐진, 관계가 없는 일방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다.


이런 변방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를 조금씩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화의 논리보다는 동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배제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신영복 다시 읽기가 필요하다. 동의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화의 논리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가 지금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신영복 선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 자체가 화의 논리를 실현하고 있다. 어느 하나로 신영복 선생을 규정하지 않고, 선생이 지녔던 다양한 모습을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이 느낀 대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들이 알려주는 신영복 선생의 다양함을 인식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거기서 자신을 읽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신영복 다시 읽기 아니겠는가.


이 책에 실린 신영복 선생에 대한 글들을 몇 가지 말로 정리하면 '화이부동'과 '관계', 그리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의 여행'과 '변방'이 될 것이다. 이 말들이 하나로 꿰어질 수 있음을.


이 말들을 '입장의 동일함'이라는 말로 꿰어보면, 중심으로 가려는 동의 논리를 부정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서 변방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실천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입장의 동일함'은 동의 논리, 즉 같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함께 해나가는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글들 속에 그간 알고 있었던 신영복 선생의 좋은 말들, 또 그의 글씨를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지금 시대를 보는 눈을 갖추고 함께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신영복 다시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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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인터뷰 -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아무튼 시리즈 75
은유 지음 / 제철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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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의 끝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193쪽)라고.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은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래서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모르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존재들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 관계맺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과 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관계맺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한적인 관계맺기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간접적인 만남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책을 통해서든 미술이나 영화, 음악을 통해서든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관계맺기에서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터뷰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인터뷰어가 만나 그 사람을 우리와 연결해주는 일, 그것이 인터뷰다. 그리고 저자인 은유는 그러한 인터뷰 작업을 많이 해온 사람이다.


그가 쓴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러면서 내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존재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는데...


그런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터뷰'에 대해서 책을 냈다. 저자가 인터뷰를 처음 했을 때부터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어떤 마음을 지니고 했는지 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터뷰 기법보다는 다른 존재와 우리를 연결해주는, 저자의 말대로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나를 구성하는 또다른 존재가 되게 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에는 그런 인터뷰 내용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담겨 있기에 그런 과정을 읽는 동안 다른 존재를 만날 때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냥 만남은 없다. 만남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명확하게 드러날 때도 있지만 흐릿하게 존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무언가는 바로 나 자신을 만들고 있다.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저자는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순 없는 두 문장을 잇는다.'(51쪽)고 하고 있다.


대단하다는 경외감은 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만든다.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단한 사람, 즉 우리와 달라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이다. 그러니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두들 자신의 삶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으므로.


하여 이 책을 읽으면 굳이 인터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나는 존재들을 존중해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들 역시 그냥 살지 않으니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 그 살아냄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존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하게 되니까.


마찬가지로 그런 내 삶도 그냥 사는 삶이 아니다. 나 역시 내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인터뷰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을 존중하는 마음도 지니게 되지만 나를 존중하는 마음도 지니게 된다. 결국 나 역시도 존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해둔다.

인터뷰는 사람 이야기를 뺏어 오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다른 한 사람이 다가가서 경청하고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일. - P34

인터뷰는 누구를 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지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게 핵심이고 전부다. - P40

인터뷰란 본디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 P 61

질문은 앎을 토대로 더 나은 앎을 찾아가는 일이다. 질문의 시간은 공부의 시간 다음에 온다. - P83

좋은 인터뷰는 ~ 인터뷰이는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고심하고 답하며 자기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고, 인터뷰어도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진 편견의 귀퉁이라도 허물어질 계기를 얻는 만남의 장. - P138

막연한 짐작을 정확한 진실로 견인해주는 말을 얻어내는 것이 인터뷰어의 일이다.

- P141

인터뷰의 기술은 시간 안배의 기술이다. - P158

글쓰기는 삶에 대한 옹호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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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 열전 2 한서 열전 2
반고 지음, 신경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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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엄청난 양이다. 벽돌책이라고 하기도 한다. 1000쪽이 넘는 분량이니. 중국 한나라 때의 인물들을 수록했으니 양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능력 있는 사람들과 또 역사에 남길 인물을 선정해서 수록했으니...


하지만 열전에 포함된다고 해서 모두 본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다. 또한 모두가 잘살았던 것도 아니다. 끝이 안 좋은 사람도 많았고, 자신 때는 성공했을지라도 자식 대에, 그것도 아니면 자손 대에 망한 집안도 꽤나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전제군주 시절이니, 능력보다는 황제의 인정을 받아야 살 수 있었던 시대의 한계가 명확하다.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건의해도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면 사형에 처해졌으니... 상소문을 보면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는 그만큼 목숨 걸고 의견을 내야 하는 시절이라는 말이다.


또한 목숨을 걸지 않으면 자리를 보전할 수는 있겠으나 사서 편찬자의 말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반고가 찬하여 말한다에서 00는 수년 간 승상이라는 직위에 있었으나 특별히 공을 세우지 못했고, 자리만 지켰다고 하는 인물들이 꽤 있었으니...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하는 승상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는데 중국 한나라 때 승상의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갔다는 얘기고,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런데도 이들의 목숨은 파리와도 같아, 황제의 뜻에 따라 언제든지 죽을 수 있었으니...


열전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 역사 속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찾으라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황제라는 절대 권력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면, 이런 열전을 읽으며 목숨 보전을 하기 위해서는 또 집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반대로 그렇게 목숨을 부지해도 욕된 이름만 남기니까 좋은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목숨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옳다고 여기는 것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권에서는 무신에서 문신으로, 즉 나라를 세우고 안정을 이뤄가는 과정이 지나 이제는 안정기에서 다시 쇠퇴기로 접어드는 때에 활동했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무신보다는 문신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이들을 통해서 유학이 중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유학이 나라의 학문으로까지는 정립되지 않았음을, 황제에 따라 또 열전에 나오는 인물에 따라 유학을 숭상하고 공부한 사람과 다른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함께 실려 있음으로 알 수 있다.


여기에 인재를 추천하는 방식도 여전히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하여 과거제와 같이 선발로 관리를 뽑는 제도는 더 뒤에 나올 것임을...


이러한 추천제는 장점도 있지만 추천하고 추천받은 사람끼리 작당한다는 문제도 있으니 능력있는 사람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황제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전제군주 시대에는 그러한 인재들을 잘 등용하는 것이 백성들에게도 행복한 시절을 만들어주는 길이었을 텐데, 다른 말로 하면 '적재적소'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한서열전' 2권이다.


이 권에서 주목한 사람은 '금일제'다. 투항한 흉노의 태자라고 하는데, 무제에게 중용되어 무제 사후에 어린 황제를 보필하는 역할까지 했다고 한다. 꼭 필요한 인재라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중용하는 황제. 그러한 황제를 통해 '적재적소'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는데...


뒤로 갈수록 '적재적소'라는 말이 무너지면서 아첨을 일삼거나 또는 외척 세력이 대두하는 모습을 '한서열전' 2권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 나라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적재적소'


이 말은 지금도 유용하다. 선출직으로 대통령을 뽑지만, 그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도 이 말을 생각해야 하지만, 선출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많은 장관들과 다른 공직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과연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제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많을수록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통령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미디어가 발달해서 많은 것들이 공개된 세상에서도.


착각 속에 살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열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인물들이 나오니까. 그들의 다양한 행적을 통해서 지금을 살필 수 있으니까. 


적재적소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유취만년',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유방백세' 아니겠는가... 그 점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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