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 왜 에코와 나르키소스는 환생했는가?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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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권이다. 역시 10개의 주제로 각 10개의 단어들을 들고 있다. 단어를 통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재미다.

 

그러나 단지 재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재미에서 생각하기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래야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제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겪게 되는 주제들이다. 그만큼 2권에 나오는 단어들은 우리가 많이 쓰는 말들이기도 하다.

 

다른 말들은 책을 읽어서 알면 좋을 듯하니, 더이상 언급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여기서는 두 단어 risk와 crisis라는 단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먼저 risk. 이 단어를 설명하는 장 제목이 '왜 "위험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하는가?'다. 곧 우리는 삶에서 위험을 만나야 하고,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위험하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삶은 가치가 없다.

 

그런데 risk가 무엇인가?  어떤 위험을 말하는가? risk는 개인이 선택해서 그 결과를 책임지는 위험을 뜻한다(62쪽)고 한다. 그러니 risk를 피하려고 하면 삶에서 선택이 없다는 말과 같다. 즉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만 맡긴다는 의미와 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risk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다만, risk와 다른 위험들은 구분해야 한다. 불필요한 위험은 방지해야 하지만.

 

 

다음에 살펴볼 말은 crisis. 이 말도 위기로 해석하지만, 이 말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인용한 이 말만으로도 crisis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케네디가 했다는 말이라고 하는데...

 

When written in Chinese, the word crisis is composed of characters - one represents danger and the other represents opportunity(중국어로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 66쪽.

 

그렇다. 위기는 위험이 있지만 그 위험은 곧 기회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여러 상황들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crisis라고 할 수 있다.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 전환점에서 우리가 위험에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살릴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이 crisis를 risk라고 하자.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갈 기회인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서 재미도 느끼지만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다. 단어 하나하나의 유래, 그 용법, 또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재미 영어'에서 '생각 영어'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나머지 3권과 4권도 기대된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단지 다른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된다는 것, 거기에 더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 우리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일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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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점수 영어’를 벗어나 ‘재미 영어’로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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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서 쓴소리를 한다. '영어에 미친 나라'인 한국에선 영어가 '종교'나 다름없다.(5쪽. 주에 보면 최재묵의 글에서 인용한 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종교' 수준까지 올라간 영어가, '영어 공부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다'(5쪽)고 한다. 9년 이상을(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한다고만 하면... 사실 유치원, 아니 어린이집부터 영어교육을 받고 있지만) 영어 교육을 받았지만, 영어 실력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현실이니.

 

외국의 학생들이 배움에서 '깊이'를 추구할 때에 우리는 순전히 내부경쟁용 변별 수단으로서 '점수 영어'에만 올인한다.(6쪽)고 비판하면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영어는 매우 재미 있는 인문학일 수도 있다. 영어 단어 하나를 공부하더라도, 그 단어를 통해 서양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어 공부를 가리켜 '재미 영어'라고 할 수 있겠다'(6-7쪽)고 하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방향을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영어 단어 하나에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책.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1권은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10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총 100개의 단어, 그리고 100개가 넘는 여러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오는 것이다.

 

하나하나 단어에 얽힌 이야기는 책을 읽어야 하니 더 언급을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LTE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이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LTE라는 말은 무척 빠르다는 말로 쓰는데, 이 말은 생물학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테크놀로지에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를 원용한 것인데...

 

LTE는 Long Term Evolution의 약자라고 한다. 장기간에 걸쳐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인데, 빠르다라는 의미와 장기간이라는 의미가 상충하는 것 같지만, 지금처럼 빠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간에 걸친 기술축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상충되지 않는다.

 

자주 쓰는 말에 이런 역사,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 그런 단어들을 100개나 만날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는 것. 그야말로 그냥 단어를 시험을 위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책인 것이다.

 

굳이 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영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단어 뜻은 자연스레 머리 속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영어에 대해서 흥미를 지니게 되고, 좀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미 영어' 아니겠는가. 저자인 강준만은 이렇게 영어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또 영어공부가 그냥 언어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공부임을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 영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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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생명은 서로 돕는다 - 인간과 자연, 생명의 아름다운 공존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지음, 요한 브란트슈테터 그림, 박병화 옮김 / 이랑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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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큼 공생이 필요한 시대가 있을까? 공생이 무너져 가고,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각자도생이 결국은 서로의 멸망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계적으로 공생이 무너져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연 속에서 식물들끼리, 또 식물과 동물끼리, 아니면 자연과 인간이 이루는 공생을 이야기 하더라도, 공생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공생이 무너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인간이라면, 인간이 이룬 산업화가 자연의 공생을 무너뜨리는데 일조를 했다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은 이미 무너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을 이루려 했기 때문이다.

 

공생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 나오는 30가지의 공생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인간이 떠나지 않고 있다.

 

소개된 공생 중에 인간에 의해서 사라질 공생들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된 공생이 아주 짧은 시간에 파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생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즉 한 생명이 멸종한다는 것은 공생관계에 있는 다른 생명도 역시 멸종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결국 인간에게도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을 다루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끼리의 공생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농촌과 도시의 공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첫시작은 꿀잡이새와 인간이다. 인간을 벌집으로 인도하는 새, 꿀잡이새. 도대체 이 새는 어떤 이익을 얻을까 했더니, 인간이 가져가고 남은 밀랍을 얻는다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를 공생이라고 하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들의 공생을 다루고 있다.

 

그림도 곁들여 있어서 좋고 공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들어서 더 좋다. 여기에 끊임없이 인간을 생각하게 해서도 좋다.

 

최근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생충'이란 영화가 있었다. 기생은 공생과 달리 한 존재에게만 이로운 관계다. 그런데, 영화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기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었지만, 과연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기생하는 것일까?

 

오히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생해서, 즉 가난한 사람들을 숙주로 삼아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들의 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 사이에 기생관계가 아닌 공생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들 사이에 공생관계가 된다면 지나치게 많은 생산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이익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생은 약자들끼리의 협동생활도 의미하지만, 강한 자와 약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강자들이 일방적으로 약자들을 착취하는 관계에서는 기생이 이루어지고, 한 존재의 멸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승자독식 사회, 1%사회라는 말이 들리는 바로, 지금이 공생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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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농사 짓기 - 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전희식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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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해서 살고 있는 전희식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는데, 그 일들을 겪어가는 농부의 일상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나오고,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도 나오고, 농사에 관한 전희식의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원하는 것은 농사는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 어떤 존재 하나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 하나만 잘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과 공생이 함께 이루어지는 일이 바로 농사라는 것.

 

그런 농사의 바탕은 바로 마음이고, 그러므로 농사는 곧 마음 농사이기도 하다는 것. 우리가 마음 농사를 잘 짓는다면 사회가 어지러워질 이유가 없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는데 어떻게 혼란한 사회,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겠는가.

 

그가 촛불을 보면서 한 생각도 바로 이것이다. 특정 권력자를 쫓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촛불이 지닌 의미다. 그런데 지금은? 촛불이 권력자들의 모습만 바꿔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농사에 대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우리 삶에 기본이 되는데, 그 먹을거리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회는 암울한 미래로 나아갈 뿐인데...

 

농사를 짓지 않으면 오히려 잘한다고 장려금을 주는 나라, 농민들이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빚만 늘어나는 사회에서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하면 무슨 이상한 소리냐고 되받아치는 사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수만 잘 사는 성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농사를 무시하고 어떻게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단 말인가. 전희식은 그점을 답답해 한다. 그래서 그는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먼저 소득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최고임금상한제... 아니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과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의 차이가 20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내야 한다고... 그 차익은 다른 사람에게 써야 한다는 것. 만약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고...

 

차액으로 남은 이익들은 복지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귀농해서 살아간다고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귀농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함께 살아감이 중요함을 농사를 지으면서 매순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희식의 글은 농사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농사에 대해서, 어떤 농사가 바람직한지, 또 농사를 통해서 우리는 공생의 의미를 깨우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교육에 대해서 지금 말들이 많다. 공정을 추구하는 정권에서 공정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입시의 공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대학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도 교육에서 농사를 다뤄야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농사에 대해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그렇게 흙을 만지고 다른 생명을 기르고, 그 생명으로 인해 살아감을 깨우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냥 지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농사를 통해서 공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지니게 할 수 있는데, 또 인간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존재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겨나게 할 수 있는데, 미세먼지, 기후변화 이런 것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교육개혁에서 농사는 다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학생들은 삶에서 농사를 저 먼 우주, 우리가 알 수 없는, 가지도 못하는 우주 이야기로 인식하게 된다. 아마도 전희식이 강연을 거절하지 않고 다니는 이유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못한 이런 농사에 대해서 학생들이 조금이라고 알려주려고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농사가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고 있으니...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본다는데, 그들 자신이 바로 그런 자연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인처럼 자연과 동화되어 살 수 있음을, 농사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고 이 책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 운운하는 이때,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농사가 시대를 이끄는 길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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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 수업 -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
한성우.설송아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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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소이(大同小異)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북한말에 대해서 책 한 권을 내다니. 그것도 '문화어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어는 북한의 표준어를 말한다고 보면 되는데, 평양말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문화어와 표준어는 많이 다를까? 많이 다르다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텐데...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70년이 넘어가지만 함께 해온 역사는 그것의 열 배가 넘으니... 아직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단계는 아니다.

 

가끔 남쪽으로만 국한하더라도 각 지방의 사투리들을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말의 뜻은 정확히 모르더라도 말을 하는 상황에 따라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사실 표준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표준어를 모두 알고 있지는 않다. 책을 읽더라도 모르는 낱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그 말들을 하나하나 찾지 않아도 전체적인 문맥에서 뜻을 유추해내고 의미 파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북한말도 마찬가지다. 단어가 다른 것도 있지만, 그것들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통역을 동반하는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외교적인 수사가 필요한 정상회담에서도 통역없이 대화가 가능한 것이 남과 북이다. 그러니 자꾸 남북의 말이 다르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같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해야 한다.

 

이 책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은 같다. 약간 다르다. 그 약간 다름을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하지 말자. 또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서로의 말을 잘못되었다고 하지 말자. 틀리다고 하지 말자. 누구네 말이 더 우월하다고 하지 말자. 그냥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에 따라서 언어가 약간씩 변화했을 뿐이다.

 

거기에는 우열은 없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다만 남과 북이 철책선으로 가로막혀 서로 왕래를 하지 못하다 보니 생경하게 느낄 뿐이다. 우리가 가끔 텔레비전에서 듣는 지역 사투리들을 가지고 저급한 언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와 다르네... 할 뿐이다. 다름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자주 교류하다 보면 서로가 언어를 맞춰가게 된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러니 언어의 통일성을 주장하기보다는 먼저 서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서로 교류해야 한다.

 

장벽없이 만나면 언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서로 변해가게 된다. 그 점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어느 한쪽의 언어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언어를 폄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강제성이나 인위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방언조사를 할 수 없는 여건에서 생활 속에서 문화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상으로 장면과 인물을 등장시켜 책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문화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이제 남북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어야 한다. 철책선이 굳건히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이 스마트한 시대에, 지구촌이라는 시대에 남과 북이 각자 자기들의 세계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

 

고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표준어와 문화어 또 다른 지방언어들까지 다 포용하는 그야말로 대동소이한 우리말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의 교류는 우리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을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빼기의 언어정책이 아니라 더하기의 언어생활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람들을 뿔 달린 도깨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난 지금, 이제는 그들의 말과 우리들의 말이 모두 우리말의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에필로그(313-318)에서 이 책의 내용을 너무도 잘 정리해주고 있다. 다만, 문화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완전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을 되도록 쓰려고 하고 있는 문화어에서 책의 맨앞과 맨뒤 이름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한 것은 좀 아쉽다. 그냥 머리말, 맺음말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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