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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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아직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현실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어떤 직업들이 사라질까? 아마도 지금 사회에서 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담당하는 직업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처럼 기계적으로 판결하는 사법부라면 사법부, 기존에 있던 법조문과 판례대로 판결만 하면 되니, 이들이 먼저 사라지고, 또 영상판독이나 간단한 치료를 하는 의사들, 또는 처방전대로 처방을 하는 약사들, 그리고 회계사 등등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으나, 힘있는 자리는 이상하게도 법을 이용해서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 책은 작가 한승태가 직접 경험한 직업들에서 경험한 노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도 높은 노동들이다. 이런 노동을 소개하기 전에, 그는 들어가는 말 '소개하다'에서 '직업소개소'를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버글버글거렸던 직업소개소.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찾아간 직업소개소만 그런 것은 아니리라. 분명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직업소개소가 사라지니 일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모일 장소가 없어졌다고 한다.


직업소개소가 사라져서 가장 불행한 대목은 바로 이런 결속력이 산산조각 났다는 점이다. 20쪽.


그가 이렇게 표현한 것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에 온 사람도, 또 그냥 무료해서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도 그곳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때로는 필요한 일들을 서로 해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부대끼는 일이 줄어들었기에, 사람들끼리의 결속력도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직업이 없어진다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동을 통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10-11쪽)'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에는 어떤 직업들이 나와 있을까? 아까 이야기한 직업소개소를 포함하여 


전화받다 콜센터 / 운반하다 까대기 / 요리하다 주방 / 청소하다 청소노동자 /쓰다 작가


이렇게 다섯 개의 직업이 나와 있다. 물론 작가는 아직 현실이 아니지만 그는 미래를 상상하여 작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거의 후기나 다름없으니 작가를 제외하면 이 일들은 모두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하기는 힘든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주방에서 하는 일이 그리 노동 강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라. 주방의 노동 강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의 땀이 들어가 있음을, 그들이 쉴 틈도 없이 요리하고 청소하기에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이야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러한 감정노동에 더해서 그들도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 쉴 틈 없이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택배 상하차를 하는 일명 '까대기'는 만화로도 책이 나왔기 때문에 그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또다시 느낄 수 있었고, 청소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설렁설렁 일을 한다고 이야기 하지 말자. 우리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애쓰고 있는지를 이 책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많은 일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특히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동부터 사라지겠지. 하지만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일은 없다.


삶을 최저선에서 더 낮은 곳으로 밀어내는 일. 여기에 작가 한승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 있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일들.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그런 일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들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고, 노동을 더 보이지 않게 한다는 작가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동식물이 멸종하면 생태계가 변하듯이, 직업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류의 문화가 바뀐다는 것인데, 그 바뀜에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변화를 통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그러니 생각해 보자, 어떤 직업부터 없어질 것인가. 


사라짐을 뒤로 하고 이 책에선 치열한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누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힘든 일도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를 지니고 있었음도.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사라지게 된다면 그것과 함께 문화도 사라짐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힘든 일을 계속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이 좀더 쉽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이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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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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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대해서는 이름은 들어봤다. 그냥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존재라고. 우주에 블랙홀들이 있고, 이 블랙홀들이 다른 별들도 빨아들인다고. 그렇다면 블랙홀에 들어가면 종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블랙홀이 수많은 별들을 빨아들인다면 그 크기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 아닌가 하는 생각. 하지만 블랙홀이 있다면 화이트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블랙홀로 들어가 화이트홀로 나온다라는 상상만 했을 뿐이다.


진짜 화이트홀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화이트홀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봐야 하는데...


과학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과학 중에서도 천문학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방대한 우주 또는 광활한 우주라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별을 보면 마음이 좋아지듯이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은 화이트홀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화이트홀에 대한 책이지만 블랙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내 상상에서는 입구와 출구라고 방향이 정해진,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존재였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방향은 반대이지만 블랙홀의 입구가 화이트홀의 출구가 되니, 두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진행이 되는 방향이 달라지는.


이 책에 의하면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화이트홀일 때는 화이트홀이고, 블랙홀일 때는 블랙홀이어야 한다. 방향은 두 방향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은 불가역적이다. 이 방향 저 방향이 될 수 없다.


또한 특정한 크기 이상으로 작아질 수 없고, 또 커질 수도 없다. 블랙홀의 크기보다 화이트홀의 크기가 작다. 블랙홀에서 화이트홀이 되는 순간 열로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주에는 블랙홀도 있지만 화이트홀도 있다. 적어도 이 책에 의하면 그렇다. 그리고 이런 블랙홀과 화이트홀 내부를 우리는 볼 수 없다. 우리는 지평선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지평선을 가지고 블랙홀과 화이트홀 모두를 안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우주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질들이 있는데, 이를 지금은 암흑 물질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 암흑 물질이 어쩌면 화이트홀이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 그렇다면 우주의 빅뱅은 블랙홀에서 화이트홀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암흑 물질의 일부는 어쩌면 수십억 개의 작고 섬세한 화이트홀로 이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블랙홀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잠자리들처럼 우주를 가볍게 떠다닐 화이트홀 말입니다.' (181쪽)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쉽게, 문학적으로 논지를 풀어가고 있어서,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과학책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데, 구체적인 수학 공식같은 것을 배제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여전히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존재를 알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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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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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해석해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심리학 책이 아니라, 뇌를 분석하여 꿈의 작동방식을 밝혀내려 한 뇌과학 책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가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발견하고는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왜 인간이나 동물에게 잠이 필요할까? 또 꿈에는 어떤 진화적 요소가 있을까 하는... 진화는 살아가는데 적응하도록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잠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였기에, 지금도 8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잠이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을 테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 책에 나온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주변 상황에 집중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저장해두었다가, 잠이 들면 정보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한다.

깨어 있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면, 뇌가 새로운 정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이 1시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고, 깨어 있는 동안의 사고와 행동 스위치를 내리는 정상적인 하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수면에 할당한 중요한 임무다. (93쪽)


잠은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강화한다. (95쪽)


이 말에 따르면 진화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것도 좋은 쪽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잠이야 그렇다쳐도 그렇다면 꿈은 어떤가? 왜 잘 때 꿈을 꾸는가?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을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꾼다.


자신이 꾼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꾼 꿈 중에 대부분은 잊고 말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그렇다면 꿈은 어떤 역할을 할까?


꿈은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는다. 꿈은 최근 기억과 요점이 같고 제목이 비슷한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이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기억 진화가 꿈과 어떻게 비슷한지 우리가 발견한 첫 번째 사례이다. (97쪽)


이 말에 의하면 꿈은 우리의 기억을 재생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을 꿈으로 발현시키기도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 렘수면 단계에서 꿈으로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뇌에 쌓여 있던 것들이 꿈을 통해서 발현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건강한 쪽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꿈의 기능이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며, 우리 삶에서 '다음에 next up'(저자들은 이 말을 자신들의 꿈 이론인 넥스트 업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자기들 주장의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들이 말하는 꿈이론은 '넥스트업'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의 약자다.) 무엇이 올지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동안 뇌가 하는 일이다.'(341쪽)고 하고 있다.


즉 꿈은 우리에게 과거를 살피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잘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다양한 사례들을, 과학적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령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경우는 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도표화하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렘수면에 들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렘수면에 들면 정상적인 꿈을 통해서 상처에 대한 기억을 약화시켜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꿈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꿈에 대해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예지몽이나 텔레파시와 같은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결국 꿈은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더 잘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고, 그래서 꿈은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의 말미에 자신들의 주장을 한 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넥스트업이 밝힌 꿈의 작동 방식

 

I. 꿈은 수면의존적 기억 진화의 독특한 형태로, 예측하지 못했고 보통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하면서 기존 정보에서 새로운 지식을 추출한다.

  A. 이를 위해 꿈은 깨어 있는 동안에는 보통 뇌가 고려하지 않을 연관성을 탐색한다. 꿈은 뇌가 잠재적으로 미래에 유용할 것으로 계산한 새롭고 창조적이며 통찰력 있는 연관성을 찾고, 이런 연관성 발견되면 강화한다.

  B. 뇌속 노르아드레날린이 감소(N2단계 수면)하거나 사라지면 (렘수면) 약한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 쉬워진다.

  C. 꿈은 지속되는 근심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이 이 근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근심과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D. 꿈은 보통 지속되는 근심에 대한 명확한 관련성이나 유용성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꿈은 오히려 뇌가 이런 근심이나 비슷한 근심을 해결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계산한, 이전에는 예측하지 못한 연관성을 식별한다.

  E. 세로토닌이 감소(N2단계)하거나 사라지면(렘수면) 뇌는 꿈의 연관성을 의미 있고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으로 기운다.


II. 깨어 있는 동안의 모든 경험과 사건이 동등하게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A. 꿈을 꿀 때 뇌는 감정적으로 두드러지는 지속되는 근심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B. 선택된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포함한다. 뇌는 이에 대해 미래에 유용할 답변을 계산한다.

  C. 이런 근심이 심각한 문제일 필요는 없다. 전날 무심코 들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나 다음 날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D. 넥스트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날 때나 몽상 중일 때, 백일몽 또는 수면 시작 때 근심을 인식하고 꿈처리를 위해 꼬리표를 붙인다.

  E. 수면 시작(N1 단계 수면), N2 단계 수면 및 렘수면 꿈은 다양한 근심과 연관성을 통합한다.

     1. 입면기(N1단계 수면) 꿈은 수면 시작 직전에 생각한 근심과 명백하게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2. N2단계 꿈은덜 명백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화적 기억에서 발견되는 연관성을 통합하는 경항이 있다.

     3. 렘수면꿈은 현재의 근심과의 관계가 휠씬덜 분명한더 오래되고 약한 의미적 연관성을 통합한다.


III. 꿈의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가 꿈의 본질을 규정한다.

  A. 꿈은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낮에 기억할 때처럼 재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B. 꿈은 일화적 기억과 의미 기억의 단편을 모두 모은다.

  C. 일화적 기억은 그대로 꿈에 통합되지 않으며, 현재의 근심이 꿈에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통합 되는 일은 드물다.


IV.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꿈을 의식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A.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할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꿈 경험이 필요하다.

  B. 이런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감정적 느낌을 생성해야 한다.

  C. 이를 통해 뇌는 꿈꾸는 사람의 마음이 꿈속에 묘사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하고, 그 다음 꿈꾸는 사람의 반응이 꿈속 인물이나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한다.

 

V. 넥스트업의 결과

  A. 꿈꾸는 동안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하면 뇌는 약한 연관성을 유용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것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치우친다. 꿈이 그토록 자주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B. 뇌가 꿈에 끼워 넣는 연관성은 보통 약하고 이전에 탐색되지 않은 것이어서, 현재의 근심과의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런 연관성이 식별될 수 있어도 뒤얽힌 내러티브에 깊이 묻혀 있거나 꿈에서 흔히 드러나는 기괴함 때문에 모호하다.

34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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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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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기에만 걸려도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해서 문제라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고.


항생제는 미생물에 저항하는 약품이라고 보면 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생제가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미생물까지도 억제하거나 죽이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미생물들도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즉 내성이 생긴 미생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하고, 그 항생제에 맞서 내성이 더 강한 미생물들이 나타나고, 이렇게 항생제와 미생물은 악순환의 관계에 빠져든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인간들이다. 인간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약을 개발했는데, 그 약으로 인해 질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다. 그것도 우리는 미생물의 1% 정도밖에는 알지 못한다고 하니...


신종 바이러스, 신종 박테리아 등등 새로운 미생물들이 발견되지만 그것들이 아직 인류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질병들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것들도 많고.


어떻게 보면 미생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 길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미생물이라고 하고, 그 미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 지구에 다른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하기도 했고.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미생물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미생물이 다 없어지는 순간 인류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로운 미생물만 없앨 수는 없다. 마법의 탄환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법의 탄환도 무한정 쓸 수 없다. 방어막을 형성하는 미생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미생물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익혀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과 공존한 역사였다. 미생물들로 인해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오픈 바이옴'이라는 회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많다.


건강한 사람의 똥(변)을 이식하는 기술, 이것은 이미 알려진 기술이고,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사람의 몸에서 나온 똥에 있는 미생물들이 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에서 착안해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바로 인간과 미생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미생물들과 공존하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든,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이든 그들 미생물은 모두 우리 몸 속에 공존하고 있다.


좋은 것만 남길 수는 없는 법. 좋은 것, 좋지 않은 것이 함께 있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가 미생물을 바라보는 태도고 그러해야 한다. 다만, 좋지 않은 미생물은 평소에는 잠잠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기가 바로 술, 전쟁으로 인한 환경 악화다. 열악한 환경에 처하면 몸의 면역력 또한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미생물들의 역학 관계가 바뀐다. 그동안 몸에 좋은 영향을 주던 미생물들이 좋지 않은 미생물들을 억제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좋지 않은 미생물들이 좋은 미생물들을 억제한다. 이것이 질병이다.


다들 잠재적으로 양쪽 미생물들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과 자신의 몸-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미생물들이 우위에 서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단지 질병을 미생물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런 미생물들을 활동하게 한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술이 좋을 때도 있지만 - 세상에 모두 나쁜 것이 없듯이 모두 좋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 건강을 해칠 때도 있고, 전쟁은 거의 인류의 건강에 적신호를 준다. 이 책에서 전쟁을 다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전쟁으로 미생물들이 밖으로 드러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도와주기도 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미생물들의 활동이 강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은 몇몇 미생물들을 인류 역사를 통해 살피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발견이 되었고, 치료법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또다른 미생물들의 변종들이 나타나는 과정과 우리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사실은 미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도 끝이라는 것이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자세로 미생물을 바라보자. 우리는 삶의 반려자이자 조력자인 미생물과 함께 조화 속에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279쪽)라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자.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저자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질병, 그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그리고 그러한 미생물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과학자-의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결코 인류의 역사와는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미생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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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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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사회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곤충사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좋다. 왜 곤충 이야기를 하는가? 바로 우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곤충에게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고나 할까.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본인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 의예과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져 2지망으로 동물학과(생물학과)에 입학하고,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가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해서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민벌레를 연구하고, 개미를 연구하게 되는 과정이 초반에 잘 나와 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연구 성과와 우리들의 삶을 연결지어 이야기를 한다. 곤충 사회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협력을 한다. 즉,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협동을 통한 경쟁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경쟁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과정을 협력을 통해 이루어나간다는 사실. 이것이 사회적 존재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곤충 사회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들은 하나의 역할만 하는 존재로 구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한 장소에 함께 있어야 한다. 같은 종 내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확장하면 생물종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해야 한다.


다른 생물종을 파괴하면 결국 자신도 살아남기 힘들다.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이때 이 점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멸종시킨 생물들로 인해 인간이 멸종할 수가 있다. 하긴 그것을 피하기 위해 화성으로 이주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주에도 한계가 있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개발을 멈추고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보다는 적정한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인구를 유지하면서 다른 종들과도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걸쳐 실려 있다. 자신의 삶과 생물학 연구 동향, 성과와 그리고 우리 인류의 삶이 연결되고 있다. 하긴 인간의 삶이 다른 종들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다윈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상에 있는 생물들은 하나에서 시작되었음을, 창조론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말이 바로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삶을 추구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 아홉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라고요. ... 꽃을 피우는 식물은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이고, 곤충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입니다.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어서 성공한 게 아니고 서로 손잡고 함께 성공한 겁니다.' (15쪽)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것을 최재천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생물학의 성과를 연관지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기후 위기의 시대에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하고 다양한 종들이 공생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 말을 사람들에게로 확장해서 말하고 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공생적 인간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279쪽)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과 다른 종들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이 다른 종들만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라.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 위험에 처한 나라들을 보라. 여기에 좀 가지고 있다고, 힘이 있다고 없는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람들을 보라. 


다른 종과도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같은 종인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 그런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면 다른 종의 멸종으로 인간이 멸종에 이르기 전에 인간끼리 서로를 멸종시키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자연으로부터 배우라고 그렇게 수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자연이 보여주고 있는데, 사피엔스라고 지혜롭다고 하는 인간이 기를 쓰고 배우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니... 이 책을 쓴 저자는 얼마나 답답할까. 읽는 나도 답답했는데...


하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그리고 인류의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아직은 희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책도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단순히 곤충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 인간 사회, 아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종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최상위에 있는 인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최재천이 말하는 인간사회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사회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도 좋지만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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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10-2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때문에 생각났는데 딱 보여서 놀랍고 반갑네요.^^

kinye91 2024-10-22 09:45   좋아요 1 | URL
하하, 좋네요. 가끔은 이렇게 연결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