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기록
존 버거.장 모르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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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하면 믿음이 가니, 그가 장 모르와 함께 한 작업이 실린 책이라니,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 끝의 기록이라니... 어디가 세상 끝인가? 단지 지리적인 장소를 이야기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지리적인 장소가 아니라면 어디? 물론 사진이니 지리적인 장소가 빠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장소에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즉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또는 못하는) 곳에 가서 그곳의 삶을 담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장 모르의 작업이 대부분이다. 그가 몇 십 년 동안 찾아다니며 찍은 세상의 끝의 모습. 그 모습을 그는 '과거로의 여행'(32쪽)이라고 하고 있는데, 과거로의 여행은 곧 현재를 보기 위한 여행이다. 


'그건 어떤 세계의 끝, 지금까지 자신이 속해 왔고 현재도 속해 있는 세계, 일시적으로 등을 돌려야 하는 세계의 끝을 의미한다.'(32쪽)


그러니 그는 그곳에서 등을 돌려 나왔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곳을 현재로 가져왔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사진을 통해 본 역사라고 해도 좋다.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끝이 바로 시작이 되는, 지금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니까. 


책은 연대순으로 편집되어 있다. 그의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세계 각지를 찾아가 찍은 사진들이 실려 있고, 그 사진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글로 표현되어 있다.


때로는 필름을 모두 압수당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거의 다 잃은 적도 있고, 출입을 금지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경험들을 했는데, 그런 경험들이 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이 [세상 끝의 기록]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 책에 북한에 가서 사진을 찍는 과정을 서술한 내용이 있는데, 사진은 몇 장 실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으나 출국할 때 몇몇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압수당했다고. 장 모르는 주최측이 보여주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이는 것, 또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었으니, 그때 필름을 압수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책에서 북한 사람들이 진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또는 북한의 정경을 더 잘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북한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필름을 압수당한 적이 있으니, 늘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보여주려 하고, 장 모르와 같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 또는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까지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다. 이런 작가들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존 버거의 글은 처음에 거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실려 있다는 것인데, 뒤에 존 버거의 글이 하나 더 실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좋다.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생각하기도 하고, 이 지구 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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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란 무엇인가 - 늙음을 혐오하는 사회에 맞서다 박홍규의 사상사 2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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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하면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 중에 아마도 부정적인 말이 더 많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한때 유행했던 (지금도 많이 쓰이지만) '라떼는~'과 '꼰대'라는 말이 주로 노인들에게 해당하는 말 아니었던가. 노인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자기 고집을 피우는 사람, 과거에 매달린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서관에 가길 꺼려한다고... 왜? 했더니, 대답이 도서관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많이 오는데 그게 왜? 노인 특유의 냄새(향기라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로, 냄새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왜 그런지, 한자는 좀더 고상하고, 한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한 건지... 참. 이 책을 읽다보면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 그. 하지만 그 '조선시'가 바로 한자로 쓰는 시였으니...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이 말을 듣고 소설에서 손주들이 할머니(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게서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장면이 있는 것을 떠올렸는데... 최근에 읽은 [멋진 실리콘 세계]에서 조시현이 쓴 '슈거 블룸'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할머니에게서 냄새난다고 싫어하던 손주들이 인공피부 이식을 한 할머니에게 냄새 좋다고 달라붙는 내용.


그러니 늙음은 멀어지는 것이다. 어린 사람, 젊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늙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 늙지 않을 수 있나? 하긴 많은 SF소설에서 늙지 않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지금도 노화방지 약품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으니, 머지 않은 미래에 늙지 않는 인간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늙지 않는 인간, 단지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젊게 오래 사는 인류가 나오는 시대, 자연스럽게 고령화, 고령, 초고령 사회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이때는 젊게 오래 사니까, 고령 사회라는 말을 쓰지 않을지도... 젊으나 늙으나 비슷한 모습과 체력을 지니고 있다면 굳이...


늙지 않고 길어진 수명으로 인간이 이 지구에 산다면, 지구가 버틸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그런데도 인간은 수명 연장을 넘어 노화 방지로 나아가고 있으니... 결국 인간에게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노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 죽음을 피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노년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노년에 대한 생각도 바뀔까? 그건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이 책은 이러한 '노년'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동서고금의 사상가와 문학가들을 훑어가면서 그들이 늙음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주고 있는데...


어떤 이는 늙음을 긍정으로, 어떤 이는 늙음을 부정으로 보고 표현했지만, 대체로 늙음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또한 저자가 주장하듯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노인들은 있는 사람들, 그야말로 삶을 누리고 노년에도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일반 백성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늙기도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았고, 늙어서는 더욱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그러니 사상가들이 늙음을 예찬하는 것은 더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과연 그들의 말들이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해당할 것인지, 아니면 특권층이 해당하는지를...


참 많은 자료를 살피고 알려주고 있는데, 저자가 왜 이런 일을 할까? 


'이 책은 늙은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늙음에 대한 늙은이들의 철학적 담론들을 모아 나름대로 분석한 책입니다. 소위 '노익장'이라 뽐내는 늙은 권력자나 부자가 좋아할 만한 동서양의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노인 철학은 비판하고, 대신 수많은 가난한 노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노년의 철학과 예술을 사상의 차원에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1쪽)


그래서 많은 사상가들과 문학가들이 나이들어 '노년'에 대해 쓴 글을 살피고 있는데, 그들의 늙음에 대한 찬양이나 또 대우 받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권력층의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대다수의 노년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저자는 답을 도연명, 정약용, 톨스토이, 헤밍웨이에게서 찾는 듯하다. 이들 역시 어쩌면 특권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글을 통해 또 삶을 통해 보여준 '노인'의 모습을 참고할 수 있다고... 특히 그는 도연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도연명은 나이 들어 농사지으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유유자적하게 살았다고 하니, 이러한 노년이 바로 우리가 꿈꾸어야 할 노년이라고... 노인이 되었으니 이제 남의 눈치 볼 일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는 것. 정약용의 말도 그런데, 여기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약간 다른 면이 있지만.


'정말이지, 내 간절한 소원은 노인들이 도시의 공원이나 지하철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폐지를 주워 판다고 짐차를 끌고 다니지 않고, 시골에서 농사짓고 책 읽으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22쪽)고 하고 있으니, 이는 도연명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생활의 문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생존을 위한 물질이 충족되어야 정신이 올바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인은 노동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추방되었습니다.'(39쪽)고 하고 있다.


노동에서 추방된 노인들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회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한다. 의료, 문화, 경제가 해결될 수 있는 시골이 되어야 하는데... 저자가 답답함을 토로하듯이 의료가 이런 곳으로 가고 있나? 아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


노인들이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의료, 문화, 경제'의 문제라면, 노인들은 노동에서 해방되지 않고 추방되었기에 어디도 갈 수가 없어 도시를 떠돌게 된 것이다. 그러니 노인들에게 시골로 가라고 또 젊은이들에게 시골로 가라고 하기 전에 그곳이 생존이 해결되고 생활의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여 이 책은 노인에 대한 표현이 있는 많은 책들을 섭렵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답은 부족하다. 누구도 쉽게 대답하기 힘든 문제겠지만.


저자만 해도 교수를 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시골에서 살고 있다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 노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될까?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라. 그들이 일하기 싫어서, 노인이라고 그냥 뒤로 빠져 지원이나 받으면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지내는지...


(참고로 이 영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았겠지만, 관객수를 살펴보니 참... 노인 소외가 이렇게 영화에서도 나오나, 주인공들이 모두 노인이라서? 그건 아니겠지만)


이들 역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치열한 삶이지만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들에게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라고 하기 전에 농사지을 땅과 살 집, 그리고 몸을 보살필 의료 시절, 먹고 살 경제적 지원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은 시골로 갈 수가 없다. 그건 죽으러 가라는 말과 같으니까.


그 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도연명의 글에 나타난 노년의 모습, 정약용이 쓴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6수가 실려 있어, 그 시들을 읽으며 노년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았다.


어떤 내용인지 잠시 보면, '노인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민둥머리여서 참으로 좋다는 것일세 (1수), 치아 없는 게 또한 그다음일세(2수),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일세(3수),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일세(4수),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꾸 씀일세(5수), 때로 손들과 바둑 두는 일인데(6수)' (246-259쪽)로 시작하고 있다. 찾아 읽어보면 유쾌한 마음이 된다.


늙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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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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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탁 위의 일본사 - 음식으로 읽는 일본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류순미 옮김 / 더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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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 아니 그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해야 한다.


하나의 음식이 그 나라에만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구화, 세계화 시대라고 하는데, 음식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음식을 살피는 일은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살피는 일이 되기도 하는데, 한 나라를 중심에 놓고 살펴보면 좀더 구체적으로 음식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 책은 일본의 역사를 중심으로 일본 음식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음식들이 많이 나와 친숙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역사와 일본 역사가 겹치는 부분이 많음도 알게 된다.


지정학적으로 이웃 나라인 일본과 우리가 엮이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여기에 중국까지 합치면 이 삼국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 교류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 일본은 서양 여러 나라와 교류도 했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서 다른 문화, 음식을 받아들이게 되기도 했고.


우선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음식은 제철 음식, 지역 음식일 수밖에 없다. 수렵, 채집이 중심이 되는 음식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수렵, 채취 문화에서 정착 생활로 들어가면서 일본에서도 쌀을 중심으로 하는 음식문화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중심으로 음식 문화를 이룬다.


그러다 이제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한다. 특히 문명이 발달한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서 다른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이 먹는 음식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똑같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살아온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문화에 맞게 변용해서 받아들이는 것, 일본 역시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된장은 우리와는 좀 다르게 미소된장이 중심이 되고, 또 서양에서 받아들인 빵이나 비스킷도 일본의 문화에 맞게 변용된다.


젓가락 문화가 일본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는 것도 새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여기에 일본에서는 불교가 자리를 잡으면서 육식을 금지하는 시대가 길어졌고, 따라서 고기 문화가 그다지 발전하지 못해, 고기를 통하지 않고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는 것.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육고기를 금지했으니 물고기를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으며, 육지에서 교류하기 위해서 부패를 막기 위한 방법이 개발되었다는 것, 그러다 근대화가 되면서 서양식이 들어오게 되지만, 그것 역시 일본의 문화에 맞게 변용이 되었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즉 역사를 통해서 보면 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그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와 연결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랑하는 김치만 해도 그렇다. 김치의 중심 재료인 배추나 고추 역시 세계와 교류하면서 들어오게 된 것 아닌가. 


이 점을 생각하면 원산지가 어디냐로 그 음식의 근원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음식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 원산지를 넘어 음식은 교류를 통해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어떠한 음식이든 그 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라고 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음식문화의 교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한 나라의 음식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 속 문화교류를 공부한다는 말이 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역할(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을 무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좋다. 자국 중심주의에 빠져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인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지배 시대에 많은 조선 사람들이 일본으로 이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불행한 일이다'(252쪽)고 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일본이 잘못한 일이라고 했어야 한다. 불행이라는 말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조선인에게 일어난 일이 유감이라는 표현밖에 안 되기 때문... 그 점은 아쉽지만...)


이렇듯 이 책은 문화의 교류를 자료를 통해서 서술하고 있으며, 그것이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하지 않고 일본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바뀌어 수용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이런 구절을 보자. '고기가 일본의 음식문화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재일조선인과 한국인이 시작한 야키니쿠다.'(251쪽) 


육식문화, 특히 고기를 굽는 음식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에 한국인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으니.


이렇게 이 책은 일본 역사를 통해서 일본 음식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어떤 음식들이 등장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일본의 음식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개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저자는 세계화 시대의 음식문화가 지닌 위험성도 이야기한다. 자국의 음식문화의 재료를 무역에만 의존했을 때, 다른 말로 하면 식량자급률이 많이 떨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하지 말하야 한다고...


일본의 식재료 자급률이 약 40%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약 20% 내외라고 하니 저자의 경고가 일본에만 해당하지는 않을 테다. 하여 저자의 이 말은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니 이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식재료를 단순히 가격이 싸다, 비싸다는 기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식재료가 만들어진 과정을 고려한 복잡한 '음식'의 시스템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지산지소(지역생산, 지역소비)도 그러한 대처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식탁은 농업, 수산업, 축산업과 직결되고, 식탁이 농업, 수산업, 축산업을 키운다.'(261쪽)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식탁도 생각하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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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넥트 - 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된다
장재열 지음 / 저스피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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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를 끊고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사람은 다른 누군가와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생물이 아니더라도 관계를 맺고 산다.


그런 관계가 끊기면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끊더라도 힘든 상황임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만큼 사람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고립과 은둔. 사실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된다'고 이것은 특정한 어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느 순간, 불쑥 혼자 되는 시간이 올 수 있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그때가 되면 늦었다고? 아니, 늦었다고 여긴 순간이 가장 빠른 시간이라는 말도 있다고? 이렇게 멀리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혼자됨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견딜 수 없는 힘듦. 자신만의 동굴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렇게 그 동굴 속에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역시 함께 어두운 동굴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고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은둔이 아니다. 고립과 은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은 이 둘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저자 역시 그랬다고 한다. 그러다 고립을 주제로 책을 써보자는 말에 고립과 은둔의 차이를 먼저 생각한다.


고립이 은둔과 다른 점은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고립에 속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냥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밖에 나오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스스로든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든 끊고 있다는 것.


거기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고통을 짐작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상대의 고통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순 없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렇다.


그랬기에 고립을 주제로 책을 내자는 말에 망설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고립'의 상태에 처한 사람이 많다는 것. 누군가는 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들에게 동굴 밖의 빛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많은 사람을 상담해 온 저자가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그러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고립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그들의 경우는 다양하다. 하나로 정리할 수가 없다. 그러니 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되는, 고립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고 내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고립에서 나올 것인가? 또 고립의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가 문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다루고 있다. 


섣불리 해결책은 이거다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 다른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립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도 다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그 방법을 그대로 하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즉 자신이 다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또한 쉽게 조언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조언보다는 함께 있어주는 것,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아주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따스함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이 되어 고립에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그건 읽어보면 아니까. 다만, 고립 상태에 있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고립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까.


하여 그들을 의지가 약하다고, 시도도 안 한다고 비난하지 않아야겠다는, 그들이 그렇게 고립에 처하게 된 환경을 먼저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된다'는 말을 바꾸면 '누구나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다'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는 말. 그 말에 동의하면서, 읽으면서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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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숲 - 나와 지구를 살리는 경이로운 나무들의 이야기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음, 노승영 옮김 / 아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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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이루고 있는 존재들은 많지만, 이 책은 주로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무들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 나무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


나무들의 이로움을 이야기하라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고 긴 이야기들이 필요할 것인데, 그 중에서도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그 숲들이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음을 명심한다면, 함부로 나무를, 숲을 대하지는 못하리라.


인간들이 편리하게 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나무를 베어 숲을 없애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 인간의 편리로 다가왔던가. 오히려 인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그냥 공기 문제만이 아니다. 나무로부터 우리는 수많은 의약품들을 얻어왔거나 힌트를 얻어왔는데, 그것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생각하고 연구했는가 하면 그것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 건강을 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음에도 얻으려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책은 나무들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우리에게 이롭다는 점이 아니라 나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애쓰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지구에 이로운 방식으로 생존해 왔음을, 다른 존재들과도 감응하면서 지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금, 우리는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도심에도 나무를 심고 있다. 그것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공기 정화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단지 공기정화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이러한 나무들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지니고 있었는가. 이 나무들이 약용으로도 쓰이고, 공기 정화 역할도,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그만큼 나무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나무로부터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나무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냥 나무를 지키자가 아니다. 나무로부터 배워야 한다다. 인류가 이 지구에서 계속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책에 어떤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를 사랑하는 아이. 그 아이가 나무에게 하는 말. "언젠가 난 너에 대해 배울 거야." (293쪽)


그렇게 나무로부터 배운 아이는 나무와 또 다른 존재들과 교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교감을 바탕으로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려 한다. 한 존재의 멸종은 그 존재의 멸종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연결고리를 인위적으로 끊는다는 것은, 그 피해를 예측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만큼 다른 존재들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 지구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의존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때문에 인간이 나무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나무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것을 인식하고 나무를 바라보면 나무가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 관한 많은 글들. 어떤 글들은 너무도 서정적이어서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또 어떤 글들은 과학적인 지식으로 나무가 얼마나 우리에게 이로운 존재인지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나무에 관해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한 글들이 모여 있는데, 무엇보다도 나무에 대한 사랑이 글 전체를 통해서 넘쳐나고 있다. 나무. 그리고 나무들이 중심이 된 숲. 그러한 세계숲. 이 세계숲은 바로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이 책이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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