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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팝니다 - MBTI의 탄생과 이상한 역사
메르베 엠레 지음, 이주만 옮김 / 비잉(Being)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MBTI
익숙한 언어다. 자신을 소개할 때 이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0000라고, 네 알파벳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아, 그러시군요. 저는 0000이에요.'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통하는 이유가 네 개 중에 몇 개가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또는 맞지 않는 이유가 네 개 중에 몇 개가 맞지 않아서라고,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저렇게 행동한 이유가 이런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 검사를 통해 학급을 나누어야 한다는 말도 한다. 적절한 검사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학생들로 학급을 구성하면 학급 운영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그런데 교육은 바로 다양성 아닌가?
교육을 받는 이유는 비슷한 것 속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법을 찾기 위해서 아닌가. 그러면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검사를 통해서 16가지 성격 유형을 비슷하게 섞어 놓은 학급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이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MBTI가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있는 검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검사라는 확인을 하지 않으면, 이것을 통해 무엇을 하는 것은 믿음의 차원이지 과학의 차원은 아니다.
그렇다면 MBTI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재미로 MBTI 검사를 하고 진지함에 빠지지 않고 재미 삼아 MBTI 성격 유형을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MBTI 검사를 활용하려면 MBTI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이때 혼란은 MBTI로 모든 것을 수렴하는 것을 뜻한다. 바꾸려는 노력도 없이 '내 성격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하거나, 린 상극인 성격 유형이니 맞지 않는 게 당연해, 거리를 두자.'고 하는 태도들, 이것은 혼란이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공적인 영역에 도입해야 한다. 그러니 교육의 현장에 MBTI를 도입하는 것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 MBTI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하니까.
또한 상업적으로 너무 남용이 되고 있고, 검사 결과가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고 하니,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몰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MBTI의 역사에 대해서 추적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MBTI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MBTI에 관한 언급을 너무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재미로 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입시에, 취업에, 그리고 자신의 진로에 MBTI를 적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또 그것을 굳게 신뢰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MBTI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적어보면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탐구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서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사람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모녀지간이란다.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가 평생에 걸쳐서 연구하고 만들어낸 성격 검사. 그들은 사람들이 행복을 목적으로 이런 성격 유형 검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엄마인 캐서린 브릭스의 B가 앞에 오지 않은 이유가 재미 있는데... BM이라고 하면 배변(bowl movement로 책에 인쇄돼 있는데, 아마도 bowel movement의 오타일 것이다)을 연상시키기 쉬워서 딸의 이니셜인 M을 앞에 놓았다고 한다.(359쪽)
자기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고통받지 않도록,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 만나 힘들어 하지 않도록, 또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도구로 MBTI를 만들었다고.
의도가 얼마나 좋은가?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더 많은 고통에 내몰리지 않도록,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성격 유형 검사. 이것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경우가 많음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사람들은 마냥 부정의 늪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왜 그런지 설명할 도구가 있으니까. 그것을 합리화해 줄 성격 검사지가 있으니까. '나는 0000라서 그래'라고 하면 되니까.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에만 치우치면 그 속에서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의 다양함을 단순함으로 축소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캐서린과 이사벨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많은 과학기술이 그러하듯이 의도를 배반하는 경우도 많으니...
하지만 이 검사 유형을 만들기 위해 모녀가 한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 대해서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그들의 선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고. 돈을 목적으로 만든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이것에 전적으로 매몰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이 MBTI 검사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니까.
다만, 자신을 긍정하고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초석으로 삼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MBTI가 만들어진 과정을 쓴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저자 역시 이렇게 MBTI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MBTI는 응시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비정상이라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던 이들이 그 마음을 떨쳐 버리고 자기 자신을 구원할 기회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유사점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이점들은 격려할 수 있게 해주었다.' (403쪽)
이것이면 된다. 자신을 좀더 나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디딤돌로 MBTI를 이용하는 것. MBTI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MBTI가 탄생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간 책이다. MBTI를 마냥 비판하지 않고, 긍정과 부정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MBTI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 역사를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