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왜곡한 한국사의 장면들 - 국어사전으로 한국사 공부하기, 국어사전 속 한국사 용어와 인물들
박일환 지음 / 새로운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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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각종 상을 줄 때 상품으로 사전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국어사전, 옥편, 영어사전 등을 부상으로 줬다. 그만큼 사전은 공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집에 사전을 비치해 놓고 있는 집은 많지 않다. 굳이 종이 사전을 펼쳐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대부분 해결이 되고, 또 인터넷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면 답이 곧장 올라오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사전을 검색해서 찾아도 되고.


종이 사전이든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사전이든 사전은 무언가를 모를 때 참고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 쉽게 접하는 위키피디아라든가, 나무 위키 등을 보면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사실들이 정리되어 있다. 물론 잘못된 사실도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밝혀지는 즉시 수정이 된다.


그야말로 여러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토대로 사전 작업에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잘못된 내용은 즉시 수정을 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수정해줄 사람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내용 중에 그래도 사전은 믿을 만하다고 여긴다. 사전을 참고하는 경우는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잘못된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굳이 싣지 않아도 될 사람 이름까지 싣고 있는데, 이왕 수록할 것이면 제대로 하던지, 이렇게 많은 내용이 잘못되었을 줄은 몰랐다.


조선어학회에서 사전을 만들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겠는가. 그들은 사전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우리말을 모아, 그 말들이 계속 살아남도록 하기 위한 노력. 목숨을 잃은 학자도 있는데... 지금은 많은 자료들을 편리하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 아닌가.


그리고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이라면 사실에서 오류는 최소화해야 하지 않나.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고쳐야 하고. 따라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는 내용을 발견하면, 그것에 대해서 검증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즉시 해야 하지 않나. 그것이 국립국어원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 아닌가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하기 전에 '우리말 샘'이라고 따로 운영하는 사전이 있다. 사전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미 수록된 낱말들에 오류가 있다면 당연히 즉시 수정해야 하지 않나.


특히 이렇게 그러한 오류들을 바로잡아 알려주는 책이 나와 있는데... 그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립국어원의 책임방기라고 할 수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사전 작업에 참여하기 힘드니, 오류를 알려주면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을 담당하는 사람을 두어 수정 작업을 하게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야 어떤 사실들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사전을 믿고 참고할 수 있지. 물론 사전에 사람 이름들이나 역사적 사건들까지 다 수록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들은 따로 인명 사전, 역사 사전 등으로 발간하면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미 국어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사람 이름이나 역사 사건들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수정해야 한다. 그런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을 이 책의 저자는 힘써 말하고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앞에 K를 붙여 K-팝, K-컬처 등등이라고,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한국 문화를 자랑스레 여기는 이 때,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잘못된 내용이 있나를 살피고 수정하는 것이 그러한 문화를 지속시키는 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기 나라 사전조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세계에 어떻게 문화 강국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 참고하고 사전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얼마나 표준국어대사전에 잘못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지...


사회교화사업(社會敎化事業): <교육> 잘못된 사회 풍조를 바로 잡고 좋은 풍속을 키우기 위하여 사회 대중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사업.


좋은 말 같다. 그런데, 지금 사회교화사업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저자는 일제시대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이 말을 썼다고 한다. 즉 일본에 충성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펼치는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굳이 사전에 등재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굳이 등재를 할 것이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든지. (190-192쪽)


이렇게 잘못된 내용들, 또는 불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이다. 사전의 오류를 밝히고 있지만 읽으면서 우리 역사나 인물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으니,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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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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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축제가 될 수 있었는데, 노벨문학상 주간이라고 해서, 한 달을, 아니 그 이상을 문학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찬물을 확 끼얹어 버렸다. 그 누가. 이름을 대기도 싫을 정도인 사람이. 역시 속 좁은 사람은 자기보다 남이 잘 되는 것은 보지 못하나 보다.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세상이 축제 기간이어야 할 기간을 비상 계엄이라는 냉동의 시간으로 바꾸어버린 사람. 그러나 시민들은 냉동의 시간에 얼지 않았다. 빛으로, 빛과 빛을 연결하는 실로,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더해 얼음보다 더한 비상 계엄의 시기를 견뎌냈다. 견뎌낸 것이 아니라 물리쳤다.


물론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축하 주간이니 뭐니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한강 작가로 인해 모처럼 우리나라에서 문학을 기리고, 문학으로 인해 축제가 벌어지는 그런 장이 펼쳐지길 기대했었는데...


이미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고. 마침 한강 작가의 글이 책으로 엮어 나왔다. '빛과 실'이다. 아하! 우리에게 다가왔던 저 겨울을 이겨낸 사람들의 마음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한 제목을 달 수 있을까.


제목에서 감탄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읽으면서 다시 감탄하고, 시를 읽으면서 한번에 읽을 수 없단 생각을 하고, 정원 일기를 읽으면서 식물, 빛, 거울에 마음을 빼앗기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곱씹으면서 내 몸에서, 마음에서 소화시키면서 읽어야지, 그냥 북향 정원에 햇빛을 주기 위해 거울을 설치하고 수시로 바꿔주듯이, 내 곁에 이 책을 두고 있어야지. 


정원 일기를 읽으면서 식물과 빛을 생각하고, 그 빛이 사람과 식물을 연결지어주는 실의 역할을 하고 있음도 깨닫고.


그렇게 이 책은 내 마음에 빛을 주고, 또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실 역할도 해주고. 빛이 실이 되어 서로 연결되는 순간, 빛에는 볕이라는 온기가 담겨 있게 된다.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스함.


여전히 어려운 시대다. 봄은 왔지만 아직 봄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강 작가가 식물을 위하여 거울의 각도를 수시로 바꿔주듯이, 우리 역시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아직 오지 않은 우리 사회의 봄을 위해 우리는 빛을 그리로 보내야 한다. 우리 자신이 각자 서야 할 자리에 서서 그렇게... 그런 빛들이 모여 마치 실처럼 연결이 되면, 빛은 밝음뿐만이 아니라 따스함까지 지니게 되니, 그때서야 비로소 봄이 오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에 빛을, 또 우리 마음을 빛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그리고 그 마음들을 실로 연결해서 따스한 우리 사회가 되도록...


책장을 덮은 순간 아쉬움, 아니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 


책의 마지막 글 제목이 '더 살아낸 뒤'인데, 한강 작가는 글쓰기로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고, '아주 깊게, 진하게 / 사람들을 만났'다고 '충분히 살아냈'(166쪽)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글쓰기가 아닌 글읽기로 더 살아낸 뒤 한강 작가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마음에 빛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 실로 누군가와 또는 무엇인가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책.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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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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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다. 아직도 이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포르노는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니까. 


가장 단순하게 인터넷 천국이 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쉽게 포르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남아들이 포르노에 접하는 나이가 11세라고 나오지만, 지금은 더 빨라졌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별 상관이 없다. 인터넷에는 온갖 자료들이 나돌아다니니까. 또한 법망을 피해 외국에 서버를 두거나 또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포르노 자체가 불법이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포르노 유통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딥페이크가 문제가 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상하게 상대를, 특히 여성을 농락하는 쪽으로 쉽게 쓰이고 있으니, 포르노 역시 마찬가지다.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남성들의 자위용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에 따르면 상관관계는 분명 있으며, 포르노에서 다루는 내용이 여성들을 같은 사람으로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한다.


여기에 알게모르게 나이어린 소녀들에게까지 포르노에서 나온 의상들이 유행하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사회 전반에 포르노 문화가 퍼져 있으니, 그를 포르노랜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포르노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성을 착취하면서도 그것이 착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 그것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려는 욕구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포르노도 그냥 성적 욕구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 자체에서도 온갖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인종 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포르노라는 것.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수단으로 보고,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포르노라고 하니, 이것은 인권에도 반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섬뜩한 마음이 들고, 끔찍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심각한데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는 모습을 자명하게 보여주는 포르노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이것이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우리들의 의식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 점에 대해서 여러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포르노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사실을 그대로 적시했다고 하지만, 그 사실도 하나의 흥미로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 보면 좋지 않았을까? 물론 직설적으로 표현된 이 책의 내용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토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표현한 의미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냥 포르노는 현실이 아니야, 연출된 거야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포르노에 나오는 영상들이 연출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학대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이 연출이 아니라 사실이고, 그것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도 보여주고 있으니...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가야만 포르노랜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도 자유로운 인터넷 세상, 어떤 한계를 정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포르노랜드'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붙인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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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베서니 브룩셔 지음, 김명남 옮김 / 북트리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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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시작하자. 이 중에서 유해동물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은 동물은?

(쥐, 뱀, 생쥐, 비둘기, 코끼리, 고양이, 코요테, 참새, 사슴, 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쥐와 뱀은 망설이지 않고 유해동물로 꼽을 것이다. 그런데 사슴은? 우리나라에서 가끔 고라니가 출몰해서 밭작물을 먹어치우는 일들이 있으니, 고라니와 비슷한 사슴도 유해동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도시에서 엄청난 배설물을 낙하시키는 비둘기도? 생쥐는 쥐와 구분하지 않을 테니, 유해동물이고...참새? 예전에 곡물을 먹어치운다고 박멸해야 할 새로 규정한 적도 있으니 당연히 유해동물? 고양이? 길고양이, 들고양이를 유해동물로 볼 수 있나? 누구는 유해동물로 보고, 누구는 먹이를 주어야 하는 귀여운 동물로 보고 있으니,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코끼리는?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유해동물에 대한 기준이 뭐지? 하는 질문도 있을 수 있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동물을 유해동물로 본다면, 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동물이 있을까?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말에는 시간과 장소가 개입한다.


즉 인간이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들은 절대로 유해동물이 될 수 없다.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동물들 역시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단, 시간과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


이러한 동물들이 인간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오면 그때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이 된다. 아니, 대부분의 동물이 유해동물이 된다. 인간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여겨지는 끼어듦이 아니라 인간을 불편하게 만드는 끼어듦. 


이러한 불편한 끼어듦을 느끼게 하는 동물은 유해동물이 된다.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반달곰은 절대로 유해동물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캠핑장에 들어와 인간을 위협하는 곰은 유해동물이 될 수도 있다.


산에서 사는 고라니는 우리에게 자연을 즐기게 해준다. 하지만 밭작물을 해치는 고라니는 유해동물이 된다. 어떤 사람은 뱀을 반려동물로 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뱀을 보기만 하면 피하거나 죽이려 들기도 한다.


결국 유해동물은 시간과 장소의 문제다. '거리'의 문제다. 이런 '거리'는 사람들끼리의 관계에도 적용이 된다. 지나치게 가까워도 우리는 피곤함을 느낀다. 피곤함이 불편함이 되면 상대에게 불만을 품고, 상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같은 사람들끼리도 그런데 동물들이야... 앞에 언급한 열 종류의 동물은 이 책에서 유해동물로 취급받았던 적이 있었던 동물들이다. 그런 동물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환경을 바꾼 인간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만, 진화론을 생각하면 동물들은 언제든 어떻게든 우리의 예측과는 다르게 진화할 수가 있다. 그들의 서식지도 한 군데로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당연히 '공존'이다.


이 '공존'이 마냥 평화롭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온갖 동물들이 평화롭게 함께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연'이 아니다. 자연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누군가의 삶이 유지된다. 그것이 자연이다. 그러니 '공존'에서 삶과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공존'이 최소한의 피해가 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은 우리가 다른 존재들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만 하고, 지구가 오롯이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다른 존재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인간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공존'이다.


때로 인간의 것을 그러한 '자연'에 돌려줄 줄도 알아야 하고... 인간이 아무 것도 '자연'에 돌려주지 않고 자기 것만을 지니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것은 '공존'이 아니니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러한 관점을 지니게 된다.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또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나 이외의 존재를 쉽게 판단하는 일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동물들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고로 이 책에서는 앞에 언급한 동물들을 모두 유해동물로 여기는 지역,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공존'에는 적당한 '거리'가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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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한글 우리말글문화 총서 1
김슬옹 지음 / 마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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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자랑스레 내놓을 수 있는 우리 문자. 한글. 


세계에서 만든 사람과 방법이 알려져 있는 문자, 한글.


하지만 한글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질문을 바꾸자.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자랑스레 여기며 잘쓰고 있는가?


말로는 과학적이고 창의적이며 편리한 문자라고 하면서도 지금 우리나라 곳곳을 둘러보면 과연 우리가 한글을 잘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 보이는 간판들은 외국어가 많으며 (외래어가 아니다.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지만 우리말이 된 말이니) 하다못해 공공기관 이름들까지도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대표적으로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 몇군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통신은 KT가 되었으며 담배인삼공사는 KT&G가 되었고, 국민은행은 KB라고 하고, 한국방송공사는 KBS, 문화방송은 MBC라고 하는 형편이니, 무슨 한글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이런 현실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나라에서조차 한글을 외국어로 바꾸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국경일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국경일이 된 지도 몇 해 되지 않았고... 


하지만 그럼에도 한글은 우리 문자다. 우리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사라져서는 안될 문자이기도 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한글 관련 유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글길부터 시작해서 한글박물관, 한글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유적 등등을 소개하고 있다.


참 많은 곳에 한글을 기념하는 유적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이토록 많은 한글 유산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으니, 어디서든 한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한다.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한글 유적들을 자세히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저자인 김슬옹이 이야기하듯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훈민정음을 제대로 읽고 배우는 과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보편 교양을 가르친다는 중등교육에서 훈민정음 해례 언해본을 강독하는 과정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야 한글이 왜 좋은 문자인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훈민정음만이 아니라 한글의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한글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을 테니까.


한글, 다시 한번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를 생각하고, 한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이다.   


덧글


한글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알려주는 책인데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오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144쪽에 '신숙주는 훈민정음 관련 모든 저술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라고 되어 있는데...

145쪽에 (성삼문은) '신숙주와 마찬가지로 <<운회>> 번역을 제외하고는 훈민정음 관련 저술에  모두 참여했다'라고 나온다. 

이 문장이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신숙주도 <<운회>> 번역에 참여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성삼문만 빠진 것인지... 

차라리 문장 순서를 '<<운회>> 번역을 제외하고는 신숙주와 마찬가지로 훈민정음 저술에 모두 관여했다'라고 했으면 명확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해 집현전 학사들이 훈민정음 관련된 작업을 요약하면서 147쪽에 성삼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운회>>를 언문으로 번역'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명백한 실수다. 빼야 한다. 분명 성삼문은 <<운회>> 번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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