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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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무슨 공포물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체를 매주 볼 수 있는 사람, 경찰이거나 의사(법의학자 포함)이거나 장의사다. 그들은 시체를 볼 수밖에 없다. 병으로 인한 사망이든, 사고로 인한 사망이든 이들 중 어느 한 쪽을 거치지 않는 죽음은 없으니까.

 

그 중에 이 책은 법의학자 이야기다. 법의학에 관해서 강의를 한다기보다는, 또 법의학자로서 부검을 하면서 만나게 된 시체들 이야기보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죽음을 강의한다는 것은 곧 삶을 강의한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메멘토 모리라고,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겠는가. 삶을 잘살기 위해서다. 즉 메텐토 모리는 카르페 디엠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유한을 인식하는 순간, 그 유한을 무한처럼 살 수 있게 된다. 죽음이라는 미래를 현재로 들여오면 현재를 잘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기 위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법의학자로서 법의학에 관한 내용은 1부에 국한된다. 그러니 무슨 시체를 통해서 특이한 사례를, 또는 통쾌하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책은 2부와 3부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2부라면 3부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라는 것,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기 보다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사라져 가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순간, 가족들과 이별을 하는 시간은 오지 않는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그냥 기계에 의존해 있다가 어느 순간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사람들 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말을 하고 세상을 뜨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점을 2부에서 보게 된다.

 

내 죽음을 의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엄사라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그런 활동을 인정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병원(또는 요양원)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을 확증해주는 사람이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런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하여 죽음을 확인해주는 그런 구조에 대한 비판보다는 죽음에 임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소설가 이문구를 예로 (내가 혼수상태가 되거든 이틀을 넘기지 마라. 소생하지 않으면 엄마, 동생 손잡고 산소호흡기를 떼라. 절대 연장하지 마라. 화장 후에는 보령 관촌에 뿌려라. 문학상 같은 것 만들지 말고 제사 대신 가족끼리 식사나 해라. 나는 이 세상 여한 없이 살다 간다. - 242쪽) 들고 있는데... 그처럼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인다면 죽음에 있어서도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그래서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죽음,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만, 유한한 생명은 우리는 그 유한성을 인정해야 한다. 유한한 삶을 인정하는 순간, 유한 속에서 무한을 추구할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도 그렇다.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래서 시체를 검안, 검시하는 법의학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살 수 있나를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죽음은 삶의 다른 이름이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 순간 충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끝부분에 있는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는다. 좋은 말이고,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란 특별하지 않다.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좋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열심히 사는 삶일까?

... 첫째,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그리고 자주 해야 한다.

... 둘째, 죽기 전까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 즉 꿈꾸고 있던 일을 해야 한다.

... 셋째, 내가 살아온 기록을 꼼꼼히 남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줄 자산이 있어야 한다. ... 넷째,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모으기 위해 경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 다섯째, 지금 건강하다면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67-26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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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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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직업이 아니라 삶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글쓰기는 특정 사람들만, 소위 작가들이거나 학자들이거나 전문가랍시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당연히 해야할 삶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마치 연애나 결혼을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삶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왜 글을 읽고 써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고, 하나는 글쓰기의 실제 편이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글쓰기에 관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또 읽기와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 이 말은 안 읽었다는 말과 통함을 생각하게 된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짝사랑과 다름 없다. 자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은,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서만 끙끙거리다 끝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사랑. 하지만 사랑은 양방향이다. 일방이 아니다.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

 

읽기에서 끝나면 양방향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이 된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냥 자기 속에만 갇혀 있게 된다. 그래서 써야 한다. 읽으면 써야 한다.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결국 읽기와 쓰기는 샴쌍동이처럼, 또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처럼 한 쌍이 된다.

 

읽기는 곧 연애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의 몸이다. 몸은 우주다. 몸이라는 단일체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우주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같은 몸은 없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몸을 지니고 있다. 또 같은(?같은 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금 전 나와 지금 내가 같을까? 지금 나와 조금 뒤 내가 같을까? 나는 다른 나들로 구성되어 있는 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도 여기서는 '나'라는 추상적인 몸을 이야기 하자) 몸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몸, 그것이 바로 우리 몸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은 늘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우주다. 그렇기에 연애를 할 때는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된다. 자신을 닫아버리면 만남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자족적인 존재는 없다. 그런 존재는 썩어들어가기 시작한다. 부패한다. 하여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다른 존재와 소통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가 시작되면 자신을 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연다. 모험이다. 전존재를 건 비약. 그것이 연애다. 이렇게 연애를 시작하면 늘 만나던 상대에게서 같은 모습만 보지 않는다.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새로움의 발견. 그것의 지속. 이것이 연애다. 새로움이 발견되지 않는 연애, 파탄난다.

 

읽기는 그래서 연애다. 자신의 전존재를 걸되 늘 새로움을 찾아낸다. 이런 모험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읽기가 그렇다. 이런 읽기에는 반드시 쓰기가 따른다.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함께 살고 싶어진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진다. 무언가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읽기에서 쓰기, 연애에서 결혼, 그리고 출산. 이렇게 비유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함께 생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가 그렇다는 얘기다. 읽기와 쓰기가 이렇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렇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쓰고 싶어진다.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고 싶어진다. 잘 쓰기 위해서 더 읽고 싶어지고, 더 공부하고 싶어진다. 그런 즐거움이 이 책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읽기, 쓰기의 즐거움이 글에서 뚝뚝 떨어진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구나, 정말 즐기고 있구나, 그런 즐거움을 우리와 나누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면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다. 너무 좋아 보인다. 잘 읽고 잘 쓰는 사람, 인생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읽어야 하고 써야 한다. 그냥 취미가 아니다. 삶이다.

 

그러니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자 통쾌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 책 내용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읽어보면 안다. 읽기와 쓰기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또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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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1-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쓰기 위해서 읽는 타입인데, 저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네요. 읽기를 연애와 결혼으로 비유하다니 신선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kinye91 2020-01-07 08: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 대한민국이 사랑한 사진가 조세현이 전하는 찍사의 기술 혹은 예술가의 시선
조세현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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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을 이 책의 후반부에서 발견하고 기뻤다. 그래, 예술은 모두 통하지, 꼭 그림과 사진만이겠는가? 사진과 그림이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면, 음악과 사진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닐 수 있고, 시와 사진은 또다른 점에서 비슷하다.

 

예술은 서로 통할 수밖에 없다. 바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을 감싸안아주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림을 보면서도 또 시를 읽으면서도, 연극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은 사진가 조세현이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자신이 어떻게 사진가가 되었는지, 어린시절 처음으로 필름을 주웠던 일에서부터 대학을 사진학과로 가게 된 일, 그리고 여러 유명인들과 사진을 찍게 된 일들과 그밖에 사진의 다른 여러 면들을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고, 덤으로 조세현이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칼라보다는 흑백사진을 좋아한다는 그. 그가 흑백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나는 흑백사진에서 어떤 깊이와 편안함을 느꼈었다.

 

그 점을 조세현은 '흑백에는 이야기가 있다. 직설이 아닌 은유라서 좋다.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흑백사진을 통해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예술과의 공통점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바로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새겨둘 만한 구절이다.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닮은 사진과 음악은 형제이다.

  사진의 또 다른 형제는 시다. 영혼이 자유로운 시인과 사진가는 서로 닮았다.  ... 사진은 시처럼 간결하고 감각적이다. (193-194쪽에서)

 

요즘은 사진을 누구나 따 찍을 수 있다.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 그래서 조세현은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찾는다. 아름다운 것을 찍으려 한다.

 

이렇게 사진 찍기가 일상이 되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가 사진을 통해서 유명인들만을 찍지 않고 고아와 같이 어려운 환경이 있는 사람들도 찍는 이유는 단지 사진 속에 그들을 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 그들이 좀더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하고 그들로 하여금 사진을 찍게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고,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그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고, 사진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모습을 알게 돼 좋았다.

 

이런 저런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와 사진 초보인 내게도 읽을 만하다고 생각되었으니,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조세현이 말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곳곳에는 시가 쓰여 있고, 그 시만큼 많은 사진들이 있으니, 사진, 우리가 멀리하려고 해도 멀리할 수 없는 존재이니 사진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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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5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말 어원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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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척 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이라고 했지만,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알아두면'이라고 했는데, 우리말에 그런 조건을 달아야 할지 의문이다. '알아두면'이 아니라 '알아야'라고 해야 한다.

 

영어를 아주 어린아이 때부터 가르치면서 영어, 영어 하면서도 우리말에 대해서는 무지하게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가 있었다. 하다못해 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우위에 서는 경우도 많으니, '알아두면'이 아니라 '꼭 알아야'라는 말로 제목을 달아야 한다.

 

다음 '잘난 척 하기'가 아니다. 우리말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째서 '잘난 척'인가. 그것은 잘난 척이 아니라 그냥 '잘난'것이다. 아니, '잘난'이 아니라 '당연한'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이게 우리나라 국어교육의 현실이다. 1920-30년대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1950-70년대 소설도 읽지 못하는 어휘력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다. 이런 청소년들이 이상하게도 어려운 책들을 읽고 논술을 한다. 독서토론을 한다. 거참 이상하다.

 

소설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데, 읽지 않고, 그래서 우리말에 대한 실력을 쌓지도 않고 고등학교에, 대학교에 진학하는데, 나중에 보면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분명 없었을 텐데. 물어보면 제대로 읽은 소설이 없던데... 거참 괴이한 일이다. 이러니 우리말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잘난 척'이 되기 쉽다. 그냥 '당연'이 '특별'이 되는 세상이다.

 

'어원 사전'이라고 했는데, '어원'이라는 말보다는 '유래'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보다는, 우리나라에 그 말이 언제 쓰이기 시작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어원보다는 유래, 그리고 그 말이 들어오게 된 시기, 문화 등을 알려주고 있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말에 어떤 어휘들이 첨가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지 낱말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문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흔히 쓰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라는 말에서 문제가 되는 낱말이 바로 '담배'라는 말임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담배는 광해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하니, 그 전에는 담배라는 것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지냈던 것이다. 겨우 500년 된 담배가 우리나라 사람들 생활에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 있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김치하면 빨간 김치를 떠올리는데, 고추 역시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에나 전해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것으로 알고 있는 말들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고구마 역시 마찬가지고.

 

낱말을 시대 순으로 정리해서 그 시대에 어떤 낱말들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고 있기에, 낱말을 통해서 우리나라 말들의 역사, 우리나라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된다. 낱말 하나하나를 시간 나는 대로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 틈틈이 들여다 보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영어 단어 외우기를 강조하면서 우리말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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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4 - '이타주의'와 '간통'은 무슨 관계인가?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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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이다. 같은 구조다. 10개 항목에 10갸 단어씩. 단어를 알아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단어와 더불어 서양의 사회, 문화를 알아간다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단어에서 파생된 여러 단어들을 볼 수도 있어서 어휘 향상을 노리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번 권에서는 두 항목의 단어를 통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보면 좋을 듯하다.

 

thinking과 multi-tasker와 sleep이다. 서로 떨어진 단어들 같지만 이들을 하나로 꿸 수 있다. 생각하는 능력은 곧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게 하는 능력이다. 생각 능력이 점점 떨어지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이 책에서 생각에 관한 좋은 말들 중에서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One must live the way one thinks or end up thinking the way one has lived. (사람은 생각하며 살앙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209쪽)

 

그렇다. 생각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고, 생각에 좌우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야 한다. 생각을 잘 하지 못하면 자신이 multi-tasker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중 능력을 지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자.

 

멀티태스커들은 시도하는 과제들 중 어떤 것도 잘 수행하지 못한다. 그러나 신체가 멀티태스킹을 '도취' 상태로 유도하는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보상을 하기 때문에 기분은 좋다. 이 도취 상태는 멀티태스커들에게 특별히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취감에 젖고 싶어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려 든다. (317쪽)

 

깊이 생각하지 않음, 그것은 자신이 여러 일을 잘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생각이 중요하다. 먼저 읽었던 [다시, 책으로]와 통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잠이 필요하다. 잠은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잠부족이 낭비다. 우리 삶을 고통으로 빠뜨린다.

 

한 주 동안 하루 4~5시간의 수면만을 취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정도의 무기력함을 나타내 보인다는 것이다. (340쪽)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잠이 부족한 사람은 주의력이 분산된다. 집중을 하지 못한다. 여러 일을 하려 하지만 어느 하나에 몰입하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이라고 착각을 하지만 그것은 생각없음에 불과하다.

 

그러니 앞에서 언급한 생각하기, 멀티태스커, 잠은 모두 통한다. 이렇게 다른 단어들을 통해 하나의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인문학이다.

 

단지 단어가 아니라 우리 삶과 관련이 있다. 이 책에서 강준만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말하는 그냥 '잡학'이 아니라, 그런 '잡학'을 통하여 우리는 인문학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 일은 이른바 '잡학(雜學) 상식'에 대한 열정으로 내가 재미있고 좋아서 하는 일이다. 독자들이 내가 누린 재미의 일부라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7쪽)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재미를 공유할 수 있다. 재미만이 아니라 지식이 깊어짐도 느낄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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