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
고경옥 지음 / 현실문화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페미니즘을 미술 전시를 통해 실현했던 과정을 살펴본 책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주로 여성 작가들의 전시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페미니즘 전시가 여성 작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성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즉 페미니즘이란 특정 성만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실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성의 구분을 떠나서 사람들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자 실천이다. 그러니 페미니즘을 특정 성으로 가두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 페미니즘에도 다양한 이론이 있고, 다양한 실천이 있으며, 이들이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때 페미니즘을 단일한 운동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단일한 운동으로 생각하면 페미니즘이 지닌 다양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페미니즘 자체가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는 운동이고, 나만큼이나 다른 존재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운동이니, 어느 범주로 국한시켜 다른 범주들을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과 맞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전시들을 보면 그 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여러 전시를 통해서 페미니즘 미술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시한 작품들을 보면 표현기법에서부터 주제까지 너무도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함,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페미니즘 미술이고, 또 페미니스트들이 지녀야 할 자세 아니던가.


하여 이들 전시에는 페미니즘을 강조했다고 비판을 받는다든지, 페미니즘적 요소가 부족하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고, 또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전시되는 바람에 전시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다.


하지만 그런 전시가 바로 페미니즘의 실천 아니겠는가. 어느 하나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열려 있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전시들.


많은 전시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고, 그런 전시들이 어떻게 페미니즘과 연결되는지, 주요 작가들은 누구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서울에서의 전시만이 아니라 부산에서 활동한 작가들에게도 한 장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으니, 이런 책의 구성 역시 페미니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을 표방한 미술 활동이 서울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한 활동들이 이루어졌을 텐데, 그에 대한 연구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부산 지역의 전시를 살펴봄으로써 지역을 확대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구를 확장해서 부산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진 전시들에 대한 연구,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찾는 연구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점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 점이 아쉬운 점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작품이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자로만 남은 그림이나 또는 설명을 통해서 이런 그림이겠지 하고 짐작할 수밖에 없는 그림들이 있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이름이라도 남은 작품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당대에 전시되었음에도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작품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은 전시회에 도록들이 잘 되어 있어 작품들이 사진으로도 남겨지지만 당시에는 사진으로도 남지 않은 작품들이 꽤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고, 자신들의 주장을 살린 전시회를 오랫동안 개최해왔다는 사실. 그러한 활동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 우리 미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 나온 80-90년대 페미니즘 전시를 했던 모임들... <시월 모임>, <터>, <30캐럿> <그리뮤패 둥지>, <만화패 미얄> 그리고 '여성미술연구회' 여기에 부산에서 활동했던 미술가들과 그들이 협업해서 했다는 전시 <99여성미술제:팥쥐들의 행진>


이런 여러 전시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는 책. 더불어 각 전시회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우리가 지나온 과거에 페미니즘이 미술작품의 전시를 통해 어떻게 실천되고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 하나를 보자. <시월 모임>의 두 번째 전시, [반에서 하나로]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이 현모양처인데... 과연 여성을 동등한 대상으로 대하고 있었는지, 과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 지금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경옥, 전시로 보는 페미니즘 미술. 현실문화연구(....A). 2026년. 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의 미술들 : 개항에서 해방까지
김영나 지음 / 워크룸프레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근대 미술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근대의 기점을 어디서부터 잡을 것인가는 논란이 많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1880년대를 기점으로 잡고 있다. 이유를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발을 내디디는' 때가 그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근대를 서양문명과의 접촉으로 보는 셈인데, 이 책에서 다루는 미술들 역시 서양 미술과의 접점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미술들이라고 했지만 전통 서화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물론 근대라는 개념을 서양문물과의 접촉으로 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서양문물과 동양문물이 융합되거나 또는 각자 그 시대에 창조되면서 계승, 유지, 발전된다고 한다면, 전통 서화에 대한 부분이 더 많았으면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고 아주 등한시 하고 있지는 않다. 오세창을 예로 들어 그가 쓴 '근역서화징'을 언급하고 있으며, 서화라는 말 대신에 미술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니, 그런 아쉬움은 접고 이 책을 따라가면 1880년대부터 해방 직후까지 우리나라 미술들을 대략적이나마 알게 된다.


주로 일본을 통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서양 미술, 유럽이나 미국에 유학해서 직접 서양 미술을 배운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이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또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었기에 그들의 활동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 책에 일본 미술가들의 이름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이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일본 국적으로 가야만 했기에 포기한 경우가 많았으니, 일본 미술가들에게 배운 사람들이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 미술가들의 경향을 그대로 따라갔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 미술 사조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작품 활동, 또 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림만이 아니라 조각에서도 또 사진이나 건축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상당한 성과도 거두게 된다.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지금 한류라고 하는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나오고, 그들의 작품이 사진으로 실려 있어서 근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적절한 책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미술을 1880년부터 해방 직후가지 훑어주고 있어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정리하는 데도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점은 식민지를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이 미술 작품들도 보존하기 힘들었다는 사실. 그래서 사라져 사진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작품들도 많았으며 청동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전시에 공출되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들이다.


나라를 잃은 민족은 예술까지도 잃게 되니, 그 점을 근대 미술이 시작되는 우리나라 미술계에 일어난 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미술을 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음도 이 책에 잘 나와 있으니... 이런 노력들, 결과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 문화가 만들어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면서 도대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특히 힘들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 이 그림을 보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라 칼만의 그림들, 그림에 딸린 아주 짧은 글들. 그런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음을 알게 된다.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 때, 주변을 살펴보자. 자, 내 곁에 있는 것들, 아주 작은 것들부터 큰 것들, 심지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내 주위에 있다. 이것들이 모두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다.


칼만의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그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자, 보라고,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고.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까지도, 그것이 좋다고 평가받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까지도 갖고 있다고.


하여 침대와 책들과 케이크들, 풍선, 양배추, 바이올린 등등을 갖고 있는 여인들의 그림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림이 화려하다거나 섬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또 유명한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그리고 있는 그림, 여기에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사물들도 나오는데...


갖고 있음을 다른 말로 하면 관계맺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 그래서 무언가와 연결되는 인간. 


홀로 있다고 느낄 때 이 그림을 보면 우리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들과 관계맺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결코 홀로가 아님을, 늘 무언가와 연결된 삶을 살고 있음을. 그래서 외로워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하는 듯한 그림들.


칼만은 책의 시작을 이렇게 한다.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 그리고 아이들과 음식. / 친구 관계. / 일. / 세상의 일. / 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 / 기억들. / 근심거리들과 / 슬픔들과 / 환희. / 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닥 /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지니고 있다. 칼만은 남자들은 '비슷한 방식이 아니'게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인간이 갖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그것들을 갖는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남자들이 갖고 있는 그림들도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갖고 있다. 이 갖고 있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 또 다른 존재들과 연결이 된다.


결국 칼만의 이 그림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결코 홀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홀로라고 느낄 때, 세상에 자신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마음이 들 때 칼만의 이 그림들을 보고 주변을 보면 나는 결코 홀로가 아님을, 나는 다른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또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문 너머 예술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박소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한 단어로 창(窓)이라고 하는 것과 여기에 다른 단어인 문(門)을 붙여 창문(窓門)이라고 하는 것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창이라고만 하면 그냥 바라본다는, 뚜렷한 경계가 있고, 이 경계로 안과 밖이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 드나들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창문이라고 하면 문이라는 말 때문에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지만 서로 드나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지만.


창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많은 것들이 드나든다. 이 책에 창문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말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창의 영어 이름 'window'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 'vindaug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영어로 치면 'wind'와 'eye'의 합성어로, 바람의 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의 눈이라, 꽤 시적인 감성이다. 집의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그곳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기에 창문이 집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여긴 것 같다'(25쪽)고 하고 있는데, 바람의 눈이라 저자의 말대로 시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말이다.


이렇게 창문은 밖을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 안에 있는 존재를 밖을 보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문처럼 그곳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만든다. 


이런 역할을 하는 창을 예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저자는 예술, 특히 그림에서 창문이 그려진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경계 위에 서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경계에 서서 밖을 보고, 이 경계를 통해 밖의 존재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빛과 그림자라고 해도 역시 창을 중심으로 구분이 된다. 그렇게 경계를 이루는 것, 그것이 창문이다.


그런데 그냥 경계를 그어 서로 오도가도 못하게 하지 않는다. 창은 안과 밖을 연결시켜 준다. 몸은 안에 있지만 마음은 밖으로 나아간다. 이곳에서 저곳을 추구하는 존재. 경계에 선 존재들이다. 


2부는 '창문 너머 빛이 이끄는 대로'라는 제목이다. 이제 창문 너머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한 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창문이 있는 그림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곳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다른 세계도 있다고. 자, 이 그림들을 보라고... 그림 속 인물들. 창문 앞에 있지만 이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들이 보고 있는 세계를, 그림 속에는 비록 나타나 있지 않지만 우리는 상상을 통해서 그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세계를 통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나아간다.


3부는 '그렇게 활짝 열어 두었다'라고 한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바람을 안으로 들일 수 있다. 우리를 밖과 연결해준다. 밖을 직접 안으로 들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역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비록 몸이 창문을 통해서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영혼이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창은 밖과 안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밖과 안의 경계를 보여주지만, 밖과 안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를 언뜻 보고 더 나아갈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 창문이다. 이렇게 창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썼다.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에게 또다른 창문 역할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창문 너머 예술]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고,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 또 다른 예술,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게 된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나를 또다른 나와 또 다른 존재들과 연결해준다고 할까. 


낯선 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해준 책이기도 한데 예술 작품 감상에 대한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예술을 감상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그림에 빠져든 이유는~ 어떤 작품의 의미를 쫓아가면서 작가의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 복잡한 감정들, 역사적인 맥락들, 그리고 숨겨진 비밀들을 발견하고 알아채는 그 과정이 꽤 흥분되고 보람찬 것이다.'(133쪽)


이렇게 그림은 저자에게 창문 역할을 했으니, 내게는 저자의 이 책이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창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기획이다. 역사를 딱딱한 객관적 서술로 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서 서술하다니... 특히 그림으로 표현된 인물들을 통해서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들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합스부르크, 합스부르크라고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한 왕가의 역사를 훑어주고 있어서 좋다.


총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림 12장을 통해 합스부르크 역사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그림이 12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그림들이 제시되고 있어서, 명화 감상도 되고 역사 공부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책은 합스부르크 왕가를 시작한 루돌프 1세를 지나 합스부르크가 실세로 떠오르게 되는 15세기 막시밀리안 1세로부터 시작한다. 뒤러가 그린 그림으로 설명이 시작되는데, 이때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37쪽뿐만 아니라 이 문장은 자주 이 책에 나온다)


신성한 푸른 피라고 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근친혼을 한 경우가 많았으며, 그런 이유로 유전적인 질병에 시달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정략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제국을 보존하기 위해서 더욱 정략 결혼에 힘썼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한때 적대국이었던 나라와도 혼인관계를 맺었으니...


제국의 보존을 결혼을 이용한 것, 이건 어쩌면 제국들의 또는 왕국들의 공통된 유지방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려에서 왕건 역시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 결혼을 많이도 했으니까.


그래서 다양한 왕국과 결혼을 하는데, 그럼에도 자신들의 사촌 등등 근친과 결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니... 능력이 아니라 혈통이 제국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니, 그 나라가 600년을 지속한 것이 신기할 지경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략 결혼을 통한 정책이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막시밀리안 1세로부터 200년이 더 지나면 아주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온다. 이 마리 앙투아네트와 왕가의 끝무렵에 황후가 되는 엘리자베트가 거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 어쩌면 이들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산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렇게 거대한 왕국의 황후가 되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사람들이 거대한 궁정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스페인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스페인 제국을 건설했던 펠리페 2세 역시 합스부르크가 사람이었고... 그에 대해서는 작가가 더 많은 것을 서술하고 싶다고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티치아노가 그린 '군복 모습의 펠리페 황태자'라는 그림을 통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8장에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합스부르크가의 '마리아 테레지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도 마리아 테레지아의 초상 그림이 두 점이 실려 있는데 왜 이것을 장을 시작하는 그림으로 하지 않고, 프리드리히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아마도 부흥하는 독일과 쇠퇴해가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쇠락해가는 합스부르크가를 그나마 지탱하는 사람이 마리아 테레지아였다고 하지만 이미 힘의 균형은 많이 기운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합스부르크 왕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라지게 되는데, 마지막은 아니지만 거의 마지막 황제라고 할 수 있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이야기는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엘리자베트 황후'라는 그림에서 펼쳐진다.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김건모 노래 제목처럼 '잘못된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은 엘리자베트 황후, 궁정생활을 견디지 못해 또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궁정의 일에 완전히 손을 뗀, 오로지 자신의 미모만 가꾸었던 사람의 초상을 통해서 합스부르크가의 최후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나폴레옹 3세의 권유로 멕시코 황제로 갔던 막시밀리안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가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동생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60년이 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에서 그림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역사를 알려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 왕가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 우리에게 낯선 합스부르크라는 가문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던 그림을 통해서 살필 수 있게 하니,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레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합스부르크가의 계보는 다음과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6-01-20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또 책을 사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해서 내용이 겹치는 책들이 많은데 유혹에 잘 넘어가요^^

kinye91 2026-01-20 11:01   좋아요 1 | URL
저도 책 유혹에 잘 넘어가는데 그레이스 님도 그러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