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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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도대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특히 힘들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 이 그림을 보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라 칼만의 그림들, 그림에 딸린 아주 짧은 글들. 그런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음을 알게 된다.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 때, 주변을 살펴보자. 자, 내 곁에 있는 것들, 아주 작은 것들부터 큰 것들, 심지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내 주위에 있다. 이것들이 모두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다.


칼만의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그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자, 보라고, 당신이 갖고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고.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까지도, 그것이 좋다고 평가받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까지도 갖고 있다고.


하여 침대와 책들과 케이크들, 풍선, 양배추, 바이올린 등등을 갖고 있는 여인들의 그림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림이 화려하다거나 섬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또 유명한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그리고 있는 그림, 여기에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사물들도 나오는데...


갖고 있음을 다른 말로 하면 관계맺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 그래서 무언가와 연결되는 인간. 


홀로 있다고 느낄 때 이 그림을 보면 우리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것들과 관계맺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결코 홀로가 아님을, 늘 무언가와 연결된 삶을 살고 있음을. 그래서 외로워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하는 듯한 그림들.


칼만은 책의 시작을 이렇게 한다.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 그리고 아이들과 음식. / 친구 관계. / 일. / 세상의 일. / 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 / 기억들. / 근심거리들과 / 슬픔들과 / 환희. / 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닥 /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지니고 있다. 칼만은 남자들은 '비슷한 방식이 아니'게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인간이 갖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그것들을 갖는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남자들이 갖고 있는 그림들도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갖고 있다. 이 갖고 있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 또 다른 존재들과 연결이 된다.


결국 칼만의 이 그림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결코 홀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홀로라고 느낄 때, 세상에 자신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마음이 들 때 칼만의 이 그림들을 보고 주변을 보면 나는 결코 홀로가 아님을, 나는 다른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또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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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예술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박소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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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단어로 창(窓)이라고 하는 것과 여기에 다른 단어인 문(門)을 붙여 창문(窓門)이라고 하는 것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창이라고만 하면 그냥 바라본다는, 뚜렷한 경계가 있고, 이 경계로 안과 밖이 나뉘어 있는 듯한 느낌, 드나들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창문이라고 하면 문이라는 말 때문에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지만 서로 드나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지만.


창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많은 것들이 드나든다. 이 책에 창문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말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창의 영어 이름 'window'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 'vindaug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영어로 치면 'wind'와 'eye'의 합성어로, 바람의 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의 눈이라, 꽤 시적인 감성이다. 집의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그곳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기에 창문이 집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여긴 것 같다'(25쪽)고 하고 있는데, 바람의 눈이라 저자의 말대로 시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말이다.


이렇게 창문은 밖을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 안에 있는 존재를 밖을 보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문처럼 그곳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만든다. 


이런 역할을 하는 창을 예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저자는 예술, 특히 그림에서 창문이 그려진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경계 위에 서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경계에 서서 밖을 보고, 이 경계를 통해 밖의 존재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빛과 그림자라고 해도 역시 창을 중심으로 구분이 된다. 그렇게 경계를 이루는 것, 그것이 창문이다.


그런데 그냥 경계를 그어 서로 오도가도 못하게 하지 않는다. 창은 안과 밖을 연결시켜 준다. 몸은 안에 있지만 마음은 밖으로 나아간다. 이곳에서 저곳을 추구하는 존재. 경계에 선 존재들이다. 


2부는 '창문 너머 빛이 이끄는 대로'라는 제목이다. 이제 창문 너머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한 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창문이 있는 그림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곳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다른 세계도 있다고. 자, 이 그림들을 보라고... 그림 속 인물들. 창문 앞에 있지만 이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들이 보고 있는 세계를, 그림 속에는 비록 나타나 있지 않지만 우리는 상상을 통해서 그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세계를 통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나아간다.


3부는 '그렇게 활짝 열어 두었다'라고 한다. 창문은 열려 있을 때 바람을 안으로 들일 수 있다. 우리를 밖과 연결해준다. 밖을 직접 안으로 들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역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비록 몸이 창문을 통해서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영혼이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창은 밖과 안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밖과 안의 경계를 보여주지만, 밖과 안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를 언뜻 보고 더 나아갈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 창문이다. 이렇게 창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썼다.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에게 또다른 창문 역할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창문 너머 예술]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고,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저자 또 다른 예술,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게 된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나를 또다른 나와 또 다른 존재들과 연결해준다고 할까. 


낯선 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해준 책이기도 한데 예술 작품 감상에 대한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예술을 감상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그림에 빠져든 이유는~ 어떤 작품의 의미를 쫓아가면서 작가의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 복잡한 감정들, 역사적인 맥락들, 그리고 숨겨진 비밀들을 발견하고 알아채는 그 과정이 꽤 흥분되고 보람찬 것이다.'(133쪽)


이렇게 그림은 저자에게 창문 역할을 했으니, 내게는 저자의 이 책이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창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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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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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기획이다. 역사를 딱딱한 객관적 서술로 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서 서술하다니... 특히 그림으로 표현된 인물들을 통해서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들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합스부르크, 합스부르크라고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한 왕가의 역사를 훑어주고 있어서 좋다.


총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림 12장을 통해 합스부르크 역사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그림이 12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그림들이 제시되고 있어서, 명화 감상도 되고 역사 공부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책은 합스부르크 왕가를 시작한 루돌프 1세를 지나 합스부르크가 실세로 떠오르게 되는 15세기 막시밀리안 1세로부터 시작한다. 뒤러가 그린 그림으로 설명이 시작되는데, 이때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37쪽뿐만 아니라 이 문장은 자주 이 책에 나온다)


신성한 푸른 피라고 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근친혼을 한 경우가 많았으며, 그런 이유로 유전적인 질병에 시달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정략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제국을 보존하기 위해서 더욱 정략 결혼에 힘썼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한때 적대국이었던 나라와도 혼인관계를 맺었으니...


제국의 보존을 결혼을 이용한 것, 이건 어쩌면 제국들의 또는 왕국들의 공통된 유지방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려에서 왕건 역시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 결혼을 많이도 했으니까.


그래서 다양한 왕국과 결혼을 하는데, 그럼에도 자신들의 사촌 등등 근친과 결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니... 능력이 아니라 혈통이 제국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니, 그 나라가 600년을 지속한 것이 신기할 지경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략 결혼을 통한 정책이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막시밀리안 1세로부터 200년이 더 지나면 아주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온다. 이 마리 앙투아네트와 왕가의 끝무렵에 황후가 되는 엘리자베트가 거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 어쩌면 이들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산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렇게 거대한 왕국의 황후가 되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사람들이 거대한 궁정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스페인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스페인 제국을 건설했던 펠리페 2세 역시 합스부르크가 사람이었고... 그에 대해서는 작가가 더 많은 것을 서술하고 싶다고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티치아노가 그린 '군복 모습의 펠리페 황태자'라는 그림을 통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8장에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합스부르크가의 '마리아 테레지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도 마리아 테레지아의 초상 그림이 두 점이 실려 있는데 왜 이것을 장을 시작하는 그림으로 하지 않고, 프리드리히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아마도 부흥하는 독일과 쇠퇴해가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쇠락해가는 합스부르크가를 그나마 지탱하는 사람이 마리아 테레지아였다고 하지만 이미 힘의 균형은 많이 기운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합스부르크 왕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라지게 되는데, 마지막은 아니지만 거의 마지막 황제라고 할 수 있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이야기는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엘리자베트 황후'라는 그림에서 펼쳐진다.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김건모 노래 제목처럼 '잘못된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은 엘리자베트 황후, 궁정생활을 견디지 못해 또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궁정의 일에 완전히 손을 뗀, 오로지 자신의 미모만 가꾸었던 사람의 초상을 통해서 합스부르크가의 최후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나폴레옹 3세의 권유로 멕시코 황제로 갔던 막시밀리안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가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동생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60년이 넘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에서 그림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역사를 알려주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 왕가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 우리에게 낯선 합스부르크라는 가문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던 그림을 통해서 살필 수 있게 하니,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레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룬 합스부르크가의 계보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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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1-20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또 책을 사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해서 내용이 겹치는 책들이 많은데 유혹에 잘 넘어가요^^

kinye91 2026-01-20 11:01   좋아요 1 | URL
저도 책 유혹에 잘 넘어가는데 그레이스 님도 그러시군요.
 
절망을 그리다 - 무너진 자들을 위한 미술의 변명
박종성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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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시대를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을 '표현주의'라는 이름으로 묶고 있다.


예술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인데, 이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철저히 주관적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떠날 수는 없다. 현실 속에서 마음이 표현되기 때문인데, 이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표현주의'를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이 보아야 할 것을 보고 그리는 일, 이러한 표현주의가 한때 독일에서 자리를 잡았다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독일에서 표현주의가 활발히 활동하던 때를 저자는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사이인 바이마르 공화국(헌법) 시대라고 하고 있다.


1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의 비참한 상황. 그러한 절망적인 상황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화가들. 그들이 그렇게 당시의 상황을 표현한 것은 정치적이라고, 미술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데.


하긴 우리 삶이 정치와 어떻게 떨어질 수가 있겠는가.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다 정치적이지 않은가. 그것이 집단으로 모여 정치적 힘을 발휘하느냐 하지 않느냐와는 별개로 정치와 삶은 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왜 표현주의는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에 사그러들었는가? 아마도 예술가의 자유로운 표현을 용납하지 않았던 히틀러 시대였기 때문 아니었을까? '퇴폐미술전' 운운하면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또는 반대한다고 여겨지는 예술을 탄압했던 시대. 그러한 시대에 예술이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3장에 실린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왜 나치 시대에 이 그림들이, 또 이러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장에 실린 작은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매춘(賣春)과 매춘(買春), 자살과 색정 살인, 카바레와 살롱, 전쟁과 패배'


이런 내용을 지닌 그림들이 탄압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이때는 권력에 영합하는 예술을 하거나 또는 정치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 예술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예술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순수예술이라고 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예술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듯이 이러한 순수예술 또한 정치적이다. 예술가의 자율적 표현을 억압하는 사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끝부분에 우리나라에서 왜 표현주의가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했는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답은 이미 독일의 표현주의를 이야기하면서 했다고 본다.


독일에서 표현주의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를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라고 했다. 이는 사회는 혼란스럽고 국민들의 생활은 궁핍했지만,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사회는 아니었다는 것. 즉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시대였기에 예술가들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또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반면 나치가 집권하고부터는 자유로운 표현이 불가능해졌다. 자연스레 표현주의는 사그러들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표현주의 미술이 힘들었던 이유는 정치적으로 자유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일제강점으로 인해 고통받는 조선의 현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때 받을 탄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또한 해방이 되고 나서 독재정권이 계속 이어졌으니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 역시 억제될 수밖에 없었다.


개인이 어찌어찌 표현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기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이런 현실의 차이가 독일에서는 표현주의 화가들의 활동이 활발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힘들게 했을 것이다.


많은 화가들이 나온다. 그들이 그린 처연한 현실이 작품으로 표현되고, 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요점은 이것이다.


미술은 정치다. 이 한 마디면 된다. 왜 정치적인가? 그것은 작가들이 자신들이 현실에서 보고자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보여주고자 작품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절망의 시대, 절망의 현실을 표현함으로써 절망을 이겨내려고 하는, 문제를 인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작품 활동을 했기에 표현주의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정치와 떨어져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더불어, 아니 정치를 작품 속으로 끌어와 그 속에 표현해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니...


집단이 아니라도 좋다. 개인의 이러한 노력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 인식의 전환을 이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만들고, 그 새로운 시각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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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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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지 못한 화가. 어디선가 이름은 한번 들어본 것 같은데, 그가 무슨 그림을 그렸지 했는데, 이 책에는 그의 그림이 많이 실려 있다.


화려한 그림들... 장식미술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던데, 당시에 광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 아니 광고 그림만을 그렸던 화가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광고 그림으로 알린 화가라고 해야겠다.


그가 말년에는 슬라브 민족주의 그림을 그렸고, 또한 단지 광고만이 아니라 연극 무대의 배경이나 특이하게도 보석 디자인까지 했다고 하니...


무엇보다 이 책은 무하의 작품을 많이 실어서 좋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너무 좋다. 이런 그림들, 어디에서도 호감을 받을 그림들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는 순간 환상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니, 그림을 통해서 다른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책에 실린 그림만 봐도 디자인이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눈길을 끈다. 그리고 글자와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이러니 당시에 무하의 그림을 많은 광고주들이 원했겠지. 무하가 너무 많은 작품 활동에 시달렸다고 하니...


그럼에도 무하는 정말 성실한 작가였다고 한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그 성실성으로 메울 수 있었던... 처음으로 프레스코화를 의뢰받았을 때도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해서 좋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고, 조각을 할 때도 또 유화를 그릴 때도 그의 성실성으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를 장식미술가로만 취급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앞서 활동한 앤디 워홀이라고 해야 하나? 예술가들 중에 예술가들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로 크게 나누고, 상업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고...


예술을 그렇게 나눌 수가 있나? 하긴 문학에서도 장르문학이라고 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문학으로 취급한 적도 있었으니...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그러한 구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예술은 예술일 뿐이니... 길거리 미술, 길거리 음악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하의 그림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있는 그림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는 그림이다. 그래서 더 친숙하고 반감이 가지 않는지도 모른다. 처음 보아도 와, 멋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그러한 무하의 생애와 그림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참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책.


그의 초기 작품 한 편을 여기 소개한다. '지스몽다'라는 작품이다. 1895년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풍의 그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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