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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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을 글로 표현했다. 이런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층민들의 삶에 대해서 알아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는 보지 않으려 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웰은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한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의 삶이 누구로부터 온 지는 알 수 있게 된다고.


어떤 면에서는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자괴감을 느낄 만하다. 그럴 때 우리는 잠시나마 '지식인'으로서의, 전반적으로 우월한 존재로서의 자기 지위를 의심하게 된다. 적어도 지켜보는 동안에는, 우월한 인간들이 계속 우월하기 위해서는 광부들이 피땀을 흘려야만 한다는 자각을 똑똑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비교적 고상한 생활은 '실로' 땅속에서 미천한 고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얻은 것이다. (50-51쪽)


이렇게 내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즉,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내가 지니고 있던 편견을 깨야 한다. 편견은 어떤 계기를 만나지 못하면 깨지지 않는다. 오히려 거 강화된다. 그래서 오웰은 자신과는 다른 계급의 사람을 만나보라고 한다.


나는 이상화할 수 없는 노동 계급 사람들도 얼마든지 보았지만, 노동 계급의 집은 가볼 수만 있다면 배울 게 아주 많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중산층의 이상과 편견이란 게, 꼭 나은 건 아니어도 확실히 다르기는 한 딴 계급 사람들과 접촉함으로써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155쪽)


흔들려야 한다.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빅 데이터가 주는 대로, 그 알고리즘에 의해서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나를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나와는 정반대에 있는 존재들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얼마나 다른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그냥 만나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 우리가 이상화하는 노동자들이 실생활에서는 전혀 이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섣불이 실망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오웰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이렇게 저열한 불편과 냉대를 당하고, 늘 기다려야 하고, 모든 걸 상대방 편한 대로 해야 하는 것은 노동 계급의 생활에선 당연한 일이다. 무수히 많은 영햘역이 끊임없이 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피동적인' 역할로 축소시켜 버린다. 그는 행동하는 게 아니라 무엇에 따라 처신하는 것이다. ... 부르조아 출신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합당한 한계 내에서는 얻을 수 있다는 일정한 예상을 하고서 살아갈 수 있다 (67쪽)


중산층 이상, 부르조아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쉽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다른 존재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들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에 오웰은 광산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꼭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이 1부가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면, 2부에서는 오웰이 생각하는 사회주의가 나온다. 계급 차별의 세계에서 그 차별을 없애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읽다가, 이 글을 보면서 아, 이래서 오웰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봉준호가 영화 [기생충]에서 표현한 '냄새'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는 생각. 그래,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애기 힘든, 냄새. 나와 너를 명확히 가르는 이 냄새가 바로 계급 차별이었구나...봉준호 감독이 영화에서 이 점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낸다고 해도, 또 그들의 삶을 흉내내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냄새'라는 점이, 이 책에서 오웰이 이토록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었구나 하는 감탄.


여기서 우리는 서구 계급 차별 문제의 진짜 비밀과 맞닥뜨린다. 그것이 부르조아로 자란 유럽인은 자칭 공산주의자일지라도 몹시 애쓰지 않는 한 노동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 수 없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요즘에는 차마 발설하진 못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꽤 자유롭게 쓰곤 하던 섬뜩한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172쪽)


이렇듯 냄새는 자연스레 몸에 밴다. 어찌할 수 없는 나만의 특징. 이 특징은 계급을 가른다. 그래서 계급 간의 거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오웰은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힘든지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책과 옷과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 명예에 대한 나의 감각, 나의 염치, 나의 식사예절, 나의 어투, 나의 억양, 심지어 나의 독특한 몸동작도 전부 특정한 훈육의 산물이며, 사회 위계의 윗부분에 있는 특정한 지위의 산물이다. 그런 사실을 이해할 때, 나는 프롤레타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 삶에 대한 상류층적, 중산층적 태도를 완전히 버리기까지 해야 한다. (217쪽)


이 부분에서 강남좌파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들이 민중을 위한다고 하면서 과연 민중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오웰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들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그냥 민중들을 위한다고만 하지 않았던가.


시혜다.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르쳐주는. 함께 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그런 방식. 오웰의 말에서 왜 진보가 정작 진보가 위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을까 하는 의문에 답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냥 당신과 나는 같은 존재라고 하면 누가 그들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자신의 상류층적, 중산층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민중을 위한다고 한다면, 결과는... 이미 우리는 그 결과를 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들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들에게서 찾지 않고 다른 존재들에게서 찾는다.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계속 민중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웰이 1930년대에 예견했던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한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 길을 함께 갈 사람들을 생각한다. 우리 역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 길을 함께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 바로 오웰의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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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07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중 하나예요. 광부들의 삶을 너무 생생하게 잘 그려놓아서 전율했던 생각이 나네요.

kinye91 2022-05-07 08: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 책은 지금도, 앞으로도 유용할 것 같아요. 당시엔 광부라면 지금은 수많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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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이라는 말이 책 표지에 나와 있다. 따뜻한 신념... 좋다. 그러나 누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신념인가? 소년범으로 재판정에 나선 아이들을 재판하는 판사... 그의 신념은 법에 따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일. 이런 판결에 앞서야 하는 일은 소년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일.


그러니 여기서 따뜻한 신념이란 법대로가 아니라 소년을 위한 판결이란 뜻을 지니고 있고, 작은 기적이라는 말은 그런 판결에 따라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소년들이(이때 소년은 성별의 개념이 아니라 성인이 되지 않은 나이 대의 사람들이란 뜻이다)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소년들이 있다는 말은 그렇지 못한 소년들도 있다는 말이고, 따라서 그냥 기적이 아니라 작은 기적이다. 작은 기적이라고 해도 기적은 기적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기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어렸을 때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보면 예전 어른들은 아이 때는 그럴 수도 있지, 그것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어른이지라고 하면서, 마을 전체가 또는 어른들이 아이들이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어른이 사라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이라는 말보다는 꼰대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왜?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


이런 어른들을 보면서 그들 역시 안 걸리면 돼 또는 나만 잘살면 돼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지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또는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이 없었을 때 더 많이 나타난다.


아이 때는 여라 가지 일을 시도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을 못해서, 또는 충동적으로 할 수도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그런 경우는 많았고... 하지만 제대로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면 그런 일은 순간의 충동으로, 일탈로 끝나게 되는데...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는 일회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때 판사는 법대로만이 아니라 이들 소년들을 우선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들이 저지른 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단발성으로 끝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죄에 합당한, 비행에 합당한 징벌을 내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 그것이 어른이 해야 할 일이고, 법관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런 일을 한 판사가 있다. 천종호 판사.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고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판결을 내린 사람. 판결을 내린 뒤에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가고 만나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살피는 판사.


이런 판사가 있었기에 작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본다. 판사의 진심을 알게 되는 아이들이 있고,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나오게 된다. 물론 여기엔 판사 혼자만이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상담센터부터 시작해서 이들에게 가정 역할을 하는 단체까지 다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모두 함께 해야 소년들이 변할 수 있다. 그것도 모두가 아니지만 변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일을 판사만이 해야 할까?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 모두 함께 해야 한다. 오죽하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했겠는가. 그러니 미안해 해야 할 대상은 우리 어른들 모두다. 그래서 책 제목에 '우리가 미안하다'는 말이 들어갔다.


그때 우리는 어른들이다. 그런데 미안해 하는 사람들도 정해져 있다는 사실. 이들은 이런 문제를 일으킨 소년들을 직접 만나는 사람들이다. 왜 이들이 더 미안해 해야 하는지... 오히려 미안해 해야 할 대상은 우리 사회에서 소년 범죄 또는 소년 비행을 저지르는 존재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어야 한다.


그들이 먼저 우리들이 정치를 잘못했다. 이제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사과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들 정치인들이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 다음에 아이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작은 기적이 아니라 더 큰 기적을 이룰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판사 개개인의 노력, 이와 더불어 청소년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고 그들이 먼저 소위 비행청소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장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서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소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그 미안함을 자신들의 정책을 통해 바꾸려 한다면 천종호라는 판사가 일군 작은 기적이 더 큰 기적으로 나아가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는 가슴이 찡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서, 비행청소년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그런 색안경을 벗어버릴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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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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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중국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현대사 중에서 일제의 침략을 받고 희생당한 사람들이 많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벌이는 영토 분쟁이 끝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중국에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사가 중요하다. 가해자의 역사와 피해자의 역사가 같을 수가 없겠지만, 두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또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이다. 이 인정에서 사과도 이루어질 수 있고, 용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일본이 그렇다. 일본 시민들 가운데도 과거를 밝히고 사과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본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는, 소위 지배층은 과거를 자신의 입맛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에게 진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가해자의 역사, 그들은 피해자의 역사를 감추려고만 한다. 그러니 사과도 없다. 사과가 없으니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 언제고 과거 역사가 문제를 일으키고 미래로 나아가려고 할 때마다 발목을 잡게 된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쿤밍 폭격 사건에 가족을 잃은 장인을 둔 주인공. 우연히 골동품 점에서 일본군이 사용했음직한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골동품 주인에게서 일본인이 찍은 당시의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그 사진첩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한 일들을 그들이 직접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토대로 작가는 그림으로 그려 역사로 남겨 놓는다.


무어라 변명하기 힘든, 가해자들의 역사를 피해자가 자신의 역사로 끌어온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해자의 거짓을 그들이 만든 자료로 반박하기 위해.


이 만화는 그래서 중국인의 관점으로 본 일제의 침략 행위지만,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중국만큼이나, 어쩌면 중국보다도 더 일제에 의해 피해를 본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 일본은 여전히 모르쇠를 하고 있으니...


최근에 일어난 중일 영토분쟁으로 작가는 이 만화를 그릴 생각을 했다는데, 자꾸만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에 너희들이 이렇게 기록을 남겼어, 이게 너희들이 한 짓이야라고 그들이 남긴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단지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거를 기억하고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만화에는 그림만큼이나 사진이 많다. 당시 일본인이 찍은 사진이 그래도 책에 나온다. 그래서 이 만화는 허구이기도 하면서 사실이기도 하다. 사실에 기반해서 상상력을 첨가해 그린 만화다. 


중국에서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은 만화, 또 우리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우리 역시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


내 가족의 역사라고 하지만, 중국어로는 '상흔'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받은 상처... 잊지 못할 상처. 그래서 내 가족의 역사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개인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된다. 


단지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책도 내었다고 하니...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음을, 이런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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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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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보수화되었는지, 여전히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딱히 이렇다 하게 마음에 드는 주장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면 세대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세대론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러므로 행동도 다르다고 전제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저자들은 2016년 촛불 집회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집회에 세대론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촛불을 든 사람들이 세대에 따라 다를까? 아니다. 이들은 국정농단에 분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공감대. 그래서 그들은 광장에 모였다. 하나의 가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 목표를 위해서 모였다. 그렇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에게 세대론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각 세대들이 지닌 특징이 있고, 그 다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양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함께 사회를 바꿨던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자고 한다. 여기에 바로 우리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사회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정치변혁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로 함께 나아가면 세대론이 차지할 자리는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또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그 저변에 있는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왜 20대들이 분노할까? 그들의 분노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20대가 행복한 사회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한 사회가 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사회가 불평등해질수록 줄어든 자원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젠더갈등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젠더갈등은 불평등 사회라는 배경에서 탄생했고, 20대들을 중심으로 과열되었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담론들이 한국 사회, 특히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공정과 불평등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평등의 문제를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73쪽)


이렇게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세대,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고, 20대들이 또는 각 세대들이 의자뺏기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즉, '더 괜찮은 일자리를 노동시장의 표준으로 만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이다'(102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세대 갈등, 노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청년 문제와 노인 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노인빈곤 문제는 청년빈곤 문제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청년기의 저소득이 중·장년기의 낮은 저축으로 이어지고 노인빈곤이라는 악순환 구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203쪽)


결국 청년문제는 노인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함께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러니 20대들을 다른 세대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20대를 달라진 세대라고 하는데, 그들의 특징을 이 책 각 부분을 연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공정하지 않다'다.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돈도 실력인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바닥은 놔두고, 천장만 없애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개인적인 것에 올바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 제목들을 보면 청년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의 1부는 기성세대들이 읽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출발점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2부는 청년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누가 더 불쌍한 피해자인지 경쟁하지 말자. 실제 세계에 집중하자.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 말자. 웃음이야말로 강력한 무기임을 명심하자. 다른 점에 주목하기보다 같은 점을 발견하자.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자.


이제 시대가 변했다. 변한 시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과거에 진보였다고 지금도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해도 안 된다. 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생각, 행동이 있다.


또한 세대가 달라도 공통으로 원하는 삶이 있다. 바로 내일이 보이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이 일어날 수 없다.


따로 또 같이 갈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그런 삶을 원하는 것에서는 '대동소이大同小異'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되어야 한다.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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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스마트 인 차이나 - 대륙에 부는 4차산업과 플랫폼 바람
유한나 지음 / 북네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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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중국이 이렇단 말이지... 하면서. 도대체 중국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지.


그냥 짝퉁의 나라, 게으른 나라,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대국이라고, 패권을 지향하는 나라. 최근 읽은 몇몇 책들을 통해서 중국에 대한 언론의 내용들 중에 잘못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인터넷 분야에선 우리가 한참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그들은 이미 스마트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일상을 해결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니.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고, 의료분야까지도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의료에서 대면진료만이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을 수령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분야에서 그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이미 만들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한때 짝퉁 핸드폰, 또는 싼 가격의 핸드폰이라고만 생각했던 샤오미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중국 제조업의 형태를 바꿔가고 있다고 하니, 기존에 중국 제품에 대해 지니고 있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샤오미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되는 것보다 중국 제조업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제조하고 ->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 후 ->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중국 제조업의 꿈의 공식이다. (237쪽)


이 말을 우리나라 제조업에 적용해 보자. 과연 이 공식을 회사의 사훈으로 삼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 오로지 이윤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윤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활하도록 하는 일이라니... 이런 나라가 발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온라인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우리나라 '다이소'와 비슷한 '미니소'가 있다고 한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고.


이렇게 중국은 자기 나라에 맞는 방식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예전 중국의 모습만 기억한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의 발전에 눈감고 있다가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나라를 시장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기업으로 떠오른 몇몇 기업들도 자신들만이 이윤을 얻기 위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고, 기술이 있는 기업과 제휴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샤오미에 관한 이야기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샤오미 혼자만이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회사들과 함께 성장을 추구하는 정신이 이들이 말하는 상생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샤오미는 그 길을 가고 있다. (242쪽)


이렇게 모든 것을 홀로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대기업은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이 완전히 그 길로 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노력을 하는 기업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에서 여전한 빈부격차, 특히 농촌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한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아이티기술을 확보하고, 그것을 통해서 농촌을, 농민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몇몇 생협이나 한살림 등에서 하고 있지만, 중국은 '인터넷+농촌을 기반으로 농촌의 특색 있는 상품들을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개설'(156쪽)했다고 한다.


농촌 문제도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중국이 인터넷을 생활에 결합하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중국의 발전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짝퉁 중국에서, 질 떨어지는 제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중국에서 제품의 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중국, 자기들만의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가는 중국을 보여주고 있다. 꼭 중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들이 많으니,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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