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친일파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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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인 호사카 유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반일 종족주의'라고 폄하하는 이영훈의 논리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적행위'와도 같다. 필자는 '노예근성'을 되풀이하는 이영훈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필자는 그 우려스러움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본서를 썼다.' (33쪽)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서울대를 나온 인간들이 - 하긴 서울대의 전신이 경성제국대학이고 그 대학은 식민지 시대 최고의 대학이었으니,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사람들 가운데 일본에 빌붙어 출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한답시고, 일본 극우세력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그런데도 이들이 하는 주장이 뒤에서 속닥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대놓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큰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이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가 있고, 발표의 자유도 있으니,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서 발표 당사자가 부끄러워서 차마 발표를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근거를 들어 반박해야 하는데...

 

안다는 것. 그것도 제대로 안다는 것이 필요한 지금 시대다. 우리나라 극우는 일본 극우와 통한다. 주장도 비슷하다. 많은 자료 중에서 자기들에게 필요한 자료만 쏙쏙 뽑아 인용하면서 주장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그 자료들에서 입맛에 맞는 말들만 뽑는 것은 학자의 양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문 윤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것은 학자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도 서울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를 했다는 사람들이 할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나 역사학과 교수들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서울대 출신들이 이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 이런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이 책을 통해서 반일 종족주의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에 이어서 그들을 비판하는 책을 읽은 셈. 호사카 유지 교수가 제시하는 근거도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제시하는 근거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 이유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들이 전거로 삼은 책이나 자료를 정독하고, 그 자료들에서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근거를 찾아내면 효과적인 반론이 되기 때문이다. 두 책은 그런 점에서 성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네 칼로 너를 치리라인 것이다.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인용한 책에서 누락한 부분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고, 그들이 누락시킨 내용이 그들 주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자료인데 주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누가 옳은가? 그것은 자료를 정확하게 인용한 사람이 옳을 확율이 높다.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는 사람보다는.

 

'강제 징용, 군 위안부, 독도' 세 분야에 대해서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얼마나 자료를 왜곡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왜곡만이 아니라 이들은 의도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짜깁기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주 많은 자료를 제시하고 있어서 어떤 근거로 반박하고 있는지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같은 자료를 인용하는데 주장이 확 달라질 수 있음을, 학자라는 명함을 걸고 자료를 왜곡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잘 보게 된다.

 

일제강점기라는 말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식민지였음이 분명한 시기를 우리가 거쳤는데,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식민지 시대라고 해서 다 못살고, 모두가 힘들게 산 것은 아니다. 식민지 권력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들도 많으니... 하지만 기본적으로 식민지 시대는 미화될 수가 없다. 식민지 시대는 인류가 거친 불행한 역사이고, 청산해야 할 역사이며 되풀이 해서는 안 될 역사인 것이다.

 

철저한 반성이 따라야 한다. 사죄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라는 것이 식민지를 만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큰소리 칠 일이 없다. 자신들은 충분히 용서를 구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제국주의다. 책임 회피다. 그런데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에서 그 나라 최고 학부를 나와 그 학교 교수를 했다는 사람이 제국주의 국가를 운영했던 자들과 같는 논리를 펼친다는 것, 그런 것이 학문의 자유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학문의 자유에 앞서 학문의 윤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료를 취사선택해서 왜곡하고, 견강부회하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 그들이 어떻게 자료를 비틀었는지,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와 [신친일파] 이 두 책을 읽으면 잘 알게 된다.

 

알아야 대응을 한다.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이런 엉터리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니 대놓고 이런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부끄러워서. 역사는 해석이라지만 이때의 해석은 자료를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게 골라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호사카 유지, 이제는 한국인이 된 일본인. 그가 이런 책을 쓴 이유는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는 두 나라가 다 소중한 나라일테니. 그가 태어난 나라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극우 집단이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고, 스스로 선택한 나라에서는 일본 극우파를 따라하는 집단들이 큰목소리를 내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다. 그런 것이 그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반일 종족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이 버젓이 나오고 있음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 더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더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게 우리가 우리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친일파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음을 호사카 유지가 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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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반일 종족주의> 비판
김종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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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민족적이다. 민족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가? 그 점에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 특히 친일파에 관한 문제에서는.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들이 '반일 민족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들이 보수를 자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에게는 반일을 통한 민족주의를 비판적 의미로 쓰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반대해서 똘똘 뭉친다고 한다.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그냥 싫다는 이유로 뭉치는 것, 이것이 종족주의다. 그러니 이런 종족주의에는 보수든 진보든 그러한 이념이 작동하지 않는다.

 

종족주의는 우생학과도 연결이 되고 혐오 감정과도 연결이 되며,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배제의 원리만이 존재한다. 유럽에서 이런 종족주의가 심하게 발현된 것이 바로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다. 유대인이라는 종족에 대해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목숨까지도 빼앗으려 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러니 제목을 [반일 종족주의]라고 붙인 것은 바로 이런 유대인에 대한 혐오, 탄압들이 잘못된 것이었듯이, 일본에 대한 반감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제목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이 보수임을 드러내면서 그것에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장치가 바로 '민족주의'라는 말 대신 '종족주의'란 말인 것이다.

 

민족주의는 이와는 다르다. 물론 다른 민족을 대타로 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이념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민족만큼 다른 민족도 인정해 줄 때 제대로 된 민족주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배타적 민족주의는 반대한다.

 

그렇다면 [반일 종족주의]란 말 자체는 이미 문제가 있다. 정당한 비판을 종족주의라는 틀에 가두고, 합리적 비판을 비합리적 비판으로, 맹목적인 비판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논거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친일 청산에서부터,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독도에 관한 영유권 문제, 그리고 일제 강점이 우리나라를 근대화 했다는 논리까지 [반일 종족주의]에서 주장한 것을 근거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을 친일파라고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논리가 왜 잘못인지를 제대로 비판하는 것이다.

 

어차피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어떠한 논리에도 설득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했던 일본을 우리나라를 도와준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믿음 앞에서는 논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설득할 사람들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다른 사람들이다. [반일 종족주의]를 읽을 만한 사람이 그에 대해 비판하는 책도 읽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지닌 사람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서 하나하나 비판하는 것, 이 책은 그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다. 그래서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이 어떻게 자료를 이용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굳이 [반일 종족주의]를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어떻게 자료들을 곡해하고 있는지, 또 통계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고, 여기에 더해 그들이 일본의 극우세력과 연결되어 있음을, 그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극우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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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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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까대기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까대기'는 '벽이나 담 따위에 임시로 덧붙여 만든 허술한 건조물'이란 뜻만 나와 있다. 이 책에는 주석을 '가대기'라고 달아놓았다. 뜻은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이라고 한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까대기]라고 발음하는 것은 가대기를 세게 발음하고, 사람들은 발음 그대로 '까대기'라고 한다고 할 수 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을 아르바이트를 한 만화작가의 경험을 중심으로 그린 만화가 이 책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택배회사에서 까대기 일을 하는 만화 작가. 처음에는 오전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만화 작업을 하려는 생각으로, 그것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서 시급이 세다고 해서 한 일인데... 쉴 틈도 없이 계속 짐을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런 생각없이 집에서 받아보던 택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물류창고에서 택배를 내기로 올리는 일말고도 택배기사들 역시 극한직업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인데... 내 손 안까지 오는 이런 물품들에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일년 내내 일감이 떨어지지 않고 하루에도 수많은 물품들을 내리고 올리고 배달하고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몸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꽤나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택배 물품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항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손해 배상까지도 이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더운데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해도 이들이 쉴 공간이 별로 없고, 겨울에도 혹독한 추위에도 몸을 녹일 공간도 마땅치 않은 현실. 그렇다고 여유있게 일을 하냐 하면 잠시 쉴 틈도 없이 기계처러,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기계의 한 부속품처러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이들이 받아가는 임금은 최저생계비를 조금 넘는 돈밖에 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현상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고, 또 영세 택배업체 역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다른 사람의 편리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들에 대한 대우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 끝부분 269쪽에 있는 주인공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정말로 이렇게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대사만 옮긴다.

 

'주 6일 근무에 하루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기본이더라. 난 그렇게 일하면서 살면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지낼 거라 생각했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렇게 해야 겨우 먹고 살더라고.'

 

'사람 값이 싸도 너무 싼 것 같아. 위태롭기도 하고. 몸이라도 망가지면 끝이니까.'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벌어 가면 좋겠다. 아프고 다치면 나가라, 네가 책임져라가 아니라 쉬어라, 걱정 마라 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당연한 얘기면서 어려운 얘기지. 그 사람들이나 우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만화다. 함께 보고 생각하면 좋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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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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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문에 나오는 민주화 운동은 4.19다. 아직 5.18과 6월 민주화 운동은 아직 헌법 전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4.3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5.18에 대해서는 여전히 악의적 중상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니, 지금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룬 시점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헬기 사격에 관한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만화로 기획하고 출판했다.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좀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으로 시작된 작업이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그저 만화라는 양식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만화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민주화운동이야기입니다'(4쪽)라고 책을 낸 취지를 말하고 있다.

 

4명의 만화가가 참여했는데... 김홍모 작가는 제주 4.3을, 윤태호 작가는 4.19를, 마영신 작가는 5.18을, 유승하 작가는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참여 했다.

 

  제목을 보면 제주 4.3은 '빗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제주 해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일제시대에 해녀투쟁과 해방후 4.3을 연결지어 표현했다. '빗창'은 해녀들이 전복을 딸 때 쓰는 도구라고 한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억압받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슬프게 전개되고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친일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념의 대립이 무고한 사람들을 옭아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흘렸던 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사일구'라고 숫자가 아닌 한글로 제목을 달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엮어서 4.19가 일어났던 시대,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5.18은 제목에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무리 얘기해도'라는 제목이다. 현재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어쩌면 젊은 세대들이 매체의 영향으로 잘못된 관점을 지니게 된 경우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얘기해도 잘못된 관점을 지니고 있으면 바꾸기가 힘들다. 확증편향이라고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을 찾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을 공고하게 하는 매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환경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1987 그날'이라는 제목. 박종철과 이한열이 등장한다. 만화는 1986년부터 시작한다. 상계동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촛불시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탄핵하여 정권교체를 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게 된 과정에는 4.3으로부터 1987년 민주화운동까지 수많은 피들이 흘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화라는 매체가 흥미를 유발하고 읽기를 수월하게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또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한 전달이 글로만 전달할 때보다 접근하기 편할 때도 있다.

 

읽다라는 표현과 보다라는 표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매체를 이용하여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것보다도 읽다(보다)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들이다.

 

자칫 잊기 쉬운 역사. 그 역사가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만화로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알려주는 이 작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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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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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북 관계다. 잘 굴러가서 많이 진척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자리다. 그냥 열심히 움직이기만 했다. 결과는 또 제자리. 다람쥐가 돌다 돌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나마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반대로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친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노젓는 사공들처럼, 그렇게 협동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전이 있다. 이게 남북관계다.

 

양쪽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는 관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진척을 거두기가 힘들다.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밑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사이가 확 좋아지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가 북한을 원조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북한 사람들, 북한 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문화적인 면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방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그들도 분단이 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분명 있을테고, 그냥 현상만 보고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놀이와 웃음이 있다는 것.

 

물질적 궁핍을 정신적인 노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여러 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 그럼에도 그 폐쇄성 속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경제위기를 선군사상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세습체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는 그것을 장자계승, 또 백두혈통이라는 것으로 의식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백두혈통과 관련지어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대우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 우리가 우려했던 것처럼 원조물자를 군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급체계를 만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개인적인 활동들을 한다는 것. 이것이 최근에 북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마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주의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 시류를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를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나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 등등.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협상 과정에서 돌발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원조를 받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원조를 할 수 있게 된 과정들...

 

그럼에도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 도와주려고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관료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관료집단들, 국제기구들의 관료주의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북한에 관해서 다양한 면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아직도 고난의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웃음이 행복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신으로라도 이 고난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 그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부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많이 달라진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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