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고, 속이구, 계속 속이는

                         - 6․29 선언과 그 이후


6․29!

6․29?

속이구!

대통령은 국민을 속이고,

기업가는 노동자를 속이고,

선생은 학생을 속이고,

학생은 선생을 속이고,

속이고, 속이고……


뱀이 

제 꼬리를 물려고

결사적으로 덤비듯

우리는 

서로 서로

속이고, 속이고, 속이구.


87년 6․29

결국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또 속이구.


다시 

모든 것을 속이고,

또, 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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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세2

               - 건물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양사언 시조 초장)

조상들은 이렇게 읊었지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양사언 시조 중장)

하여 그렇게 도전, 도전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시조 종장)

이건 옛날 말

자연은 

도전의 대상이 아닌

정복의 대상

경외의 대상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

건물보다 낮은 뫼가 어디 한둘이던가

구름을 허리에 두른 건물들이

하나 둘 세워지고 세워지고

위로 위로

다시 아래로 아래로

뫼와 땅이 깎이고 파이고

건물은 깊어지고 높아지고

지구는 점점 더 얇아지고

사람들 삶은 더더 힘겨워지고


인류세라는 말에

왜 바벨탑이 떠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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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1

             - 쓰레기


쓰고 남은 것들은

순환이었다

똥이 쌀의 다른 이름이듯이

부산물은 

다른 산물들을 위한 밑거름

자연의 혈관을 도는

원활한 순환


어느 순간

부산물은

쓰레기가 되어

쌓이고 쌓여

자연의 혈관을 막아

순환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니

만성 고혈압인 자연


인류세라는 말에

자연의 동맥경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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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 퇴물 정치인


연한 노랑에서

짙은 초록을 거쳐

진한 빨강이 되면

한 생이 다른 생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산수유 열매

떨어져야만

다시 노란 꽃

붉은 산수유가 열리련만

나무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새 눈이 나오지 못하게

겨울이 와도

봄이 와도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있는 쭈글쭈글한

붉은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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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정치판

                               - 에셔 그림

 

그림 속에만 있는 줄 알았지

 

천사가 악마가 되고

악마가 천사가 되는 

검은 새가 하얀 새가 되고

하얀 새가 검은 새가 되는

계단을 오르는데 내려가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올라가는

물이 흐르는데 올라가고 내려가는

그 무한 반복

 

그 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상상을 현실로 만들 줄 알아야 하나 봐

그래야 그 속에서 존재할 수 있나 봐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들만 모르면서

아니.

애써 모르는 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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