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3 - 위대한 탄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서래.김옥수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3권이다. 위대한 탄생이다. 드디어 파운데이션이 탄생했다.

 

하지만 2권까지 긴박하게 '심리역사학'을 정립하기 위한 여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면, 3권에서는 '심리역사학'이 완성되고, 그 이후의 일들이 펼쳐진다. 1,2권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말았다.

 

그만큼 어떻게 심리역사학이 완성되었는지, 해리 셀던이 그 이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든지 하는 일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셀던이 자신을 쫓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존재가 같은 존재임을 알게 되고, 그 존재의 도움을로 심리역사학을 완성하게 된다.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제 은하제국은 멸망이 필연이 된다. 그것을 수학적으로, 실용적으로도 증명해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난다면 결정론이다. 종말론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면...

 

은하제국의 역사가 프로그래밍되어 변경할 수 없다면, 은하제국에 속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은 없다. 어쩌면 심리역사학은 인간 배제의 학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커다란 역사의 흐름은 심리역사학에서 예측한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몇몇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그것도 짧은 기간 내에.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자기 의지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셀던이 정립한 이론 이후에 셀던은 더이상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다. 이미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밝혀진 이상 위대한 개인은 필요없다. 다만, 이 역사의 흐름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또한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는 나아갈 수가 있다는 방향은 제시해줄 수 있다. 그것이 꼭 살아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니.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내는 일. 셀던의 심리역사학은 그래서 종말론이 아니다. 종말을 예측했으니, 이제 종말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종말이 지속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거라고 믿고 행동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개인이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예측하여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여 셀던은 죽어도 살아 있어야 한다. 그가 '시간 유품관'에 안치되어 위기 때나 필요할 때 자신의 '심리역사학'을 기반으로 예측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타나 조언을 게하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은하제국은 힘을 잃었다. 그야말로 로마제국시대 말기에 일어났던 군인황제 시대를 연상하거나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연상하면 된다. 그야말로 혼란 시기다. 이것은 이미 예측되었던 일이다.

 

안정을 얻기 위해서 셀던이 은하의 맨 끝쪽에 건설했던 파운데이션의 한 쪽 이야기기 펼쳐진다. 그곳에 '심리역사학자'들이 많이 정착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이곳에는 심리역사학을 전공한 학자는 단 한 명만 정착하게 된다.

 

이유가 뭘까? 아는 자가 많을수록 예측은 불가능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심리역사학자들에 의해 또다른 변수들이 생기게 될테니, 오히려 심리역사학을 모르는 이들이 정착하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셀던이 예측한 '심리역사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틀 안에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들이 나타나고, 그들에 의해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들이 결정된다.

 

그렇게 이제 3권부터는 은하제국이 혼란기에 접어들고, 사람들은 퇴보해서 과거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파운데이션의 의무다. 그리고 이 파운데이션에서는 이제 후손들이 나와 그런 일들을 해나간다. 이 일이 바로 파운데이션의 영향력을 높여, 다른 행성들이 파운데이션을 따르게 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수십 년은 단 몇 줄로도 그냥 지나간다. 그만큼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인류의 평화를 위한 여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몇 세대가 아니라 수백, 수천, 또는 수만 세대 이상에 걸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3권은 군웅할거시대에 천하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고, 그때그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제 4권이다. 혼란스런 시대가 펼쳐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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