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3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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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을 이방인들로 ‘나‘를 ‘우리‘로 확대하려는 카뮈의 순수한 인류애적 욕심에 옮긴이는 형용사를 모두 빼버렸다. 해변의 총성은 ‘우리 도시‘의 축제를 위한 폭죽소리로, 단 한사람을 향했던 총구는 불특정 다수와 지나가던 개에게 향하게 했지만, 카뮈는 독자가 무감각하게 읽어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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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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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지막 벗을 수 없는 베일처럼

누구나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 비밀은 '그 비밀을 들을 수 있는' 작위를 받은 사람에게만 털어 놓을 수 있고,

그 작위라는 것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또 어떻게 수여하는지 알 수 없다.

작위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은 '오해'에서 시작된다.

오해는 대상이 있어야 생길 수 있고.

작위를 만들어 부여하겠다는 것도 대상이 필요하다.

작위를 통해 전달되어질 '비밀' 또한 대상이 있어야 '비밀' 일 수 있다.

'비밀'은 작위를 받은 대상에게 전달되어질 때, 공유되어질 때, 더 이상 '비밀'이 되지 않고 상대도 아는 '사실'이 된다.

이 과정은 내가 소유한 '비밀'을 선물하거나 박탈당함으로써 사실로 재탄생 시킴과 동시에 잃어버리는 과정이다.


나는 자전거를 못타는 비밀을 가진 아이였고,

이제 자전거를 못타는 비밀을 잃어 버릴 수 있는, 잃어버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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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6-10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비밀은 ‘그 비밀을 들을 수 있는‘ 작위를 받은 사람에게만 털어 놓을 수 있다..

인생에서 내 어둡고 아픈 비밀을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들어주던 사람을 만났던 적이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 앞에서는 한없이 다 할 수 있었어요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기억만으로도 충만해요

2017-06-1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정리 해봅니다. 불친절하게.















싱가포르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원폭 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독일의 드레스덴 폭격.

원래 그랬던 것처럼 알려지지 말아야 했고,

또 원래 그랬던 것처럼 폭로 되어야할 때즈음에 폭로 되었고,

폭격의 충격에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이 된 것처럼,

내용을 따라가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감하며 독서한 책.

싱가포르에서 오는 길,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를 하고 싶었다.

















무슨 오기와 사명감이 발동해 밤을 새며 2/3를 읽은 책.

Good은 억울해하고 Great는 무안할 책. Why로 화해하며.

필사하고 새기고 싶은 책.

















어떤 작가들이 나이를 먹으면 대려 쓰게 되는 책.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아야하고 식물이 되어야할 것 같은 책.

















제발, 독서의 기술이 아니고 독서의 세계입니다.

헤르만 헤세이니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어줍니다.
















밑줄은 많이 그을 수 있습니다.















1/3만 읽고, 이 후는 독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독을 발휘해도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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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5-2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의 날카롭고 재밌는 평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요^^

초딩 2017-05-29 08:42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셨어요 ~
저도 오랜만에 봐니 무척 반갑습니다~. 소진된 인간 장바구니 넣었습니다 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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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14년만의 장편 소설"

'14년'에 의미를 준 것은 누굴까? 비평가일까, 출판 관계자일까? 작가 자신일까? 시간이 그 의미를 준 것은 아닐 것이다.

'14년'의 의미를 부여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14년'의 텍스트를 읽은 '나'를 비록한 어떤 누군가는 동일한 또는 유사한 또는 상반되는 '의미'를 가져야할까?

어떤식으로든 의미를 가진다면, 그 의미는 '읽는 행위'에 어떤 영향을 줄까?

'14년'은 읽는 행위에 영향을 주라고 책 겉표지에 탄생되어 씌인 것일까? 구매 행위에 영향을 주라고 그렇게 장식된 것일까?

그 탄생은 어떤 두 사람이 만날 때, 배경의 한 점이 되는 장식으로 추락 또는 승화될 것을 예견한 것일까?

참존가를 떠 올리게한 스탈린과 깃털과 화장실을 읽고 또 덮고, 물끄러미 책을 볼 때, 어떤 의미라도 찾아보라고 위로하기 위한 것일까? 


"칸트는 우리의 표상들 위에 객체적 사물, Ding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알 수는 없어도 실재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어" p 115

"쇼펜하우어의 위대한 사상은 말이오, 세계는 표상과 의지뿐이라는 거요. ... 우리가 보는 세계 뒤에는 어떠한 실재도 없다. ... 그것이 실제가 되게 하려면 의지가 있어야한다." p116


의미를 부여받은 '물자체'는 억울할지도 모른다.

"개별성의 환상" p136

'물자체'는 자신을 아무렇게나 환상하며 찬양하거나 괴로워하는 - 물자체는 그 감정들에 무관할 것이다 - 어떤 '사람'들의 고심에 찬 '의미' 부여에 '억울함'을 넘어 무관심하다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합니다'로 복수하는지도 모른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 무의미" p147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자는, 이제 솔직하게 '대상'을 잘 못 정한 것을 시인하고, 그 대상을 내려놓고 - 사랑하고 - 행위자 자신과 그 자신의 바로 곁에 있는 이들을 솔직하게 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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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7-04-24 17:18   좋아요 2 | URL
아 네~~
12월부터 줄기차게 바빠 이제 좀 안착을 해 보려합니다 :-)
아 너무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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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달. 그달의 첫 번째 날. 어디에서는 마지막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인 십이월 일일. 양가하는 정체성 때문에 ‘일일’이라는 명징하지 못하고 부르기 거북살스러운 이름을 가졌나 보다. 부를 이들에게도 불릴 이에게도. 이젠 없는 시간과 아직 없는 시간에 항변하듯 이름을 가진다. 십이월 일일.

이 쏟아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젠 없는 시간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애써 ‘지금’을 부여잡고 싶은 것일까?

아직 없는 시간의 불명확한 어둠에 양초라도 켜 위태롭게 들고 싶은 것일까?

두 시간의 흐릿한 경계를 자로 긋고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시간을 심기에는 부질없고 초라해 보인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라면을 끓일 방법이었지만

라면을 끓이던 화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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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2-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인사 전하려고 다시 들렀습니다 ^0^

초딩님의 북플에서 많은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읽고싶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감사하단 인사조차없이 나가서 마음 한켠 헛헛했었거든요.
크리스마스를 핑게삼아 감사 인사 전합니다 ^0^
따뜻한 마음을 가족과 평소 잊고지낸 이웃과 함께 나누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새해엔 진심 복을 한가득 받으시길 기원할께요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0^

서니데이 2016-12-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2017-01-05 0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