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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한 해의 마지막 달. 그달의 첫 번째 날. 어디에서는 마지막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인 십이월 일일. 양가하는 정체성 때문에 ‘일일’이라는 명징하지 못하고 부르기 거북살스러운 이름을 가졌나 보다. 부를 이들에게도 불릴 이에게도. 이젠 없는 시간과 아직 없는 시간에 항변하듯 이름을 가진다. 십이월 일일.
이 쏟아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젠 없는 시간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애써 ‘지금’을 부여잡고 싶은 것일까?
아직 없는 시간의 불명확한 어둠에 양초라도 켜 위태롭게 들고 싶은 것일까?
두 시간의 흐릿한 경계를 자로 긋고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시간을 심기에는 부질없고 초라해 보인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라면을 끓일 방법이었지만
라면을 끓이던 화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