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남편
방현희 지음 / 푸른영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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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의 존재방식을 들여다 보다

사회적 관계의 기본 구성은 가족이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로고 정의된다. 여기서 당연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남편과 부인인 부부다.

 

부부 중심이던 가족이 어느덧 자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등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맞는 일상이 꾸려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면 가족의 모든 중심은 그 아이에게 주목함에 절정에 이른다. 이 모든 과정에 엄마가 조역을 맡고 남편 즉 아빠는 조연이다. 그렇게 가족에서 점점 소외되는 존재가 남편인 것이다. 그런 남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긴 했다. 그나마 아버지, 중년, 기성세대 등의 이름으로 주목받았던 저변에는 역시 가족, 사회로부터소외되는 존재라는 점이었다. 요즘은 그런 관심마저 사라져 버린 듯하다.

 

소설가 방현희는 바로 그런 남편에 주목한 이야기를 내 놓았다. 남편에 주목하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중심 시각은 아내의 눈이다. 남편이 처한 사회적 조건을 아내가 바라보는 남편의 심정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간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보고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재구성한 것이다.

 

남편의 이야기는 주로 가족, 직장 등에서 겪는 존재감에 주목하고 있다. 부부사이, 자녀와의 관계, 남편의 해외근무, 기러기 아빠, 사업의 실패, 별거 등 우리 이웃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들 속에서 갈등하는 남편이 지나온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돌아보면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도출하고 있다. 남편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의 반영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딛고 일어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이 점이 소설가 방현희가 가족을 짊어진 남편들의 힘든 삶을 한번 들여다보자 했던 의가라고 보인다. 이렇게 들여다 본 각각의 사례들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부분을 함께 실었다.

 

아는 사람의 삶의 구체적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한 누군가의 삶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그 개입이 쉽지 않은 일을 만든다. 듣고 흘려버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문제로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때론 힘든 과정이 된다. 소설가 방현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진솔한 만남이었다는 것이리라.

 

결국, 남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공통점은 존재방식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가족, 부부 등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처지는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우리 모두의 남편은 나는 어떤 방식으로 부부, 부자 사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길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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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보다 아름다운 산수' - 매정 이창주

광주시립미술관 2015년 원로작가초대전


한국의 자연이 지닌 의취를 남종문인화로 표현해 온 매정 이창주 화백이 평생 추구한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매정 이창주 화백은 의재 허백련의 문화에서 전통 남종화를 배웠다. 남종문인화가로서 농촌문화와 남도의 정서를 반영한 전통적 취향에 충실한 남종문인화풍의 작품을 제작했던 그는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조형미의 새로운 한국화를 시도했다. 작가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거침없는 필치와 화사한 색채의 회화가 작가의 개성을 들어낸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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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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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하는 사람의 마음을 엿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창 일할 시간인 주중 오전 10시만 되면 가는 곳이 있다나뿐만 아니라 나이성별,직업사는 곳 등 처지는 각기 천차만별이지만 모두의 손에 소중한 악기 하나를 든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인다매주 화목요일이면 국악전수관에 모여 우리 악기 대금을 배우며 자기가 내고 싶은 소리를 내기 위해 몰두한다잘하고 못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악기를 손에 들고 소리를 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일치시켜 나가는 시간이 좋은 것이다그렇게 보낸 5년의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악기에 대한 못다 한 꿈을 그렇게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대금공부는 일상에 삶에 지친 나 자신을 보듬고 다독여주는 소중한 시간이다먹고 사는 문제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동안 성취되는 만족감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남들의 눈에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좋은 그것이 있었기에 넘어지지 않고 일상을 꾸려갈 수 있었다누구에게나 삶을 꾸려가는 동안 바로 그 힘이 필요한 것이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진행자 및 심사위원이며 요리사로 주목받고 있는 강레오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여겨진다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어 최선을 다한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하는 것이다강레오의 책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 꿈에 미칠만큼 노력해 보았나요?"가 그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어 요리사의 길로 나선 강레오의 하루는 요리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상이었다낯선 이국땅에서 서툰 언어 장벽과 인종 차별의 장벽까지 넘어서 꿈을 향해 질주해 가는 모습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제목으로만 봐선 감이 오지 않는다저자의 프로필을 보고머릿말을 읽고서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감을 잡는다요리사그것도 영국에서 잘나갔던요리 서바이벌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2.3의 진행과 심사위원인 그가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선생께 사사받고 있다는 강레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독설고집.. 대면하는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레오의 TV 속 모습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이미 정상에 오른 사람의 오만일까오만이라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이 떨어져 감동을 불러오진 못한다하지만강한 강레오의 모습 속에 담긴 그 진정성이 전해지기에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오히려 부드럽다.

 

음식을 만드는 일상 속에서 살아오며 느낀 자신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는다요리사 강레오는 말한다. "진지는 드셔보셨는지요?" 뭐가 진지인지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나는 과연 진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음식을 먹으며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를.

 

진지식사끼니를 구분할 줄 알면 될까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 난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게 좋다그렇더라도 강레오가 전하는 요리 이야기를 접하는 동안 어쩌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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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5-06-26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한걸까요? 멋지네요.

2015-06-26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진無盡 2015-06-26 16:47   좋아요 0 | URL
음식 이야기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책과 함께 따스한 시간되세요
 

'타래난초'

혹여 깊은 산중에 가서나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은 접어둬도 좋다. 내 사는 곳에서 조금만 발품 팔면 귀하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만나는 거의 모든 들꽃이나 나무는 그렇게 내 이웃에 있다.


다시 널 본게 몇 년 만이냐. 퇴근 후 널 찾아 나선길 만나면 좋고 아니라면 다음에 보지 뭐 하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알아서인지 하나가 보여 눈인사 했더니 여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눈맞추자고 야단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잔디밭이나 논둑에서 양지파른 곳에서 자란다. 꽃은 분홍색이며 나사 모양으로 꼬인 채 줄기에는 작은 꽃이 옆을 바라보며 달린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뿌리를 포함한 전초는 약용으로 쓰인다.


소녀라는 꽃말처럼 수줍은 미소가 이쁜 소녀가 몸을 꼬듯 자잘한 꽃을 길게 매달고 몸을 비비 꼬면서 피어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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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와 반정의 시대 - 성종, 연산군, 중종대의 왕권과 정치
김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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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삼사를 중심으로 격동의 시대를 본다

왕조의 나라 조선은 동아시아의 여타 왕조의 나라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그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주체 사이의 힘의 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왕조의 나라이기에 당연 최고 권력은 왕에게 있지만 그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의 힘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신권 중에는 대신과 대간으로 구분되는 권력이 있었으며 조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삼사(조선시대 언론을 담당한 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 대간들의 역할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성종(1470~1494), 연산군(1494~1506), 중종(1506~1544) : 3대 75조선 역사에서 이만큼 드라마틱한 시대가 흔치 않았다경국대전의 완성으로 조선의 안정화를 구축한 성종조선 최초의 사화조선 최초의 반정의 대상 연산군반정으로 자신을 추대한 신하들과 권력의 틈바구니에 있었던 중종.

 

이 75년의 치세 기간은 성종에 이르러 법적 장치를 완성하면서 체제의 안정적 기반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바로 되를 이은 연산군에 의해 허물어지고 만다이 조선 최초의 사화와 반정의 시대를 새롭게 읽는다김범의 사화와 반정의 시대에서는 왕권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양편에 대신과 대간이라는 세력의 힘겨루기로 읽어간다.

 

그 중심에 성종이 있었다성종은 왕의 적장자가 아님에도 13세의 나이로 갑자기 조선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그러나 조선 최초의 수렴청정과 훈구대신에 의한 원상제라는 변형된 왕정을 경험해야 했다그 동안 성종이 훈구대신의 지나친 권력 팽창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이로부터 왕권의 강화와 안정을 모색한 성종은 언론 삼사의 대간 세력을 키워간다대신에게 집중된 힘의 분산을 노린 것이다.

 

연산군은 성종의 적장자로 열 번째 국왕에 올라 12년을 재위한다왕권 강화에 심혈을 기우렸던 연산군에게 삼사의 지나친 언론활동은 매우 불만스러웠다무오사화를 시작으로 강력해진 왕권을 오용한 연산군의 일탈은 대신과 삼사를 협력하게 했으며연산군이 주도한 갑자사화는 결국 조선 최초의 반정과 연산군의 폐위로 이어졌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단지 추대된 국왕이었다집권 초반의 정국공신조광조를 필두로 한 사림의 등장국정의 핵심인 인사정책에서 충분한 판단력과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해 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중종의 한계다.

 

저자 김범은 이 책에서 성종연산군중종 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왕대신언론 삼사 간의 힘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어 살피고 있다이 삼자간의 힘의 균형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고 권력이 한쪽으로 집중될 때 문제가 생기곤 했다왕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훈구 세력인 대신과 이를 견제할 새로운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간 사이를 중재한 것이다.

 

언론 삼사의 역할에 주목하여 격동의 시대를 이해하는 시각은 훈구와 사림이라는 기존 시각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있다사람의 등장이 전혀 새로운 계층이라는 기존 시각에 대해 훈구와 사림은 한뿌리라는 것이다맡은 일이 달라 입장차가 터진 것이라는 기본 시각이다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조선사를 본다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점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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