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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평점 :
꿈을 실현하는 사람의 마음을 엿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창 일할 시간인 주중 오전 10시만 되면 가는 곳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직업, 사는 곳 등 처지는 각기 천차만별이지만 모두의 손에 소중한 악기 하나를 든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인다. 매주 화, 목요일이면 국악전수관에 모여 우리 악기 대금을 배우며 자기가 내고 싶은 소리를 내기 위해 몰두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악기를 손에 들고 소리를 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일치시켜 나가는 시간이 좋은 것이다. 그렇게 보낸 5년의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악기에 대한 못다 한 꿈을 그렇게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대금공부는 일상에 삶에 지친 나 자신을 보듬고 다독여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먹고 사는 문제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동안 성취되는 만족감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 남들의 눈에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좋은 그것이 있었기에 넘어지지 않고 일상을 꾸려갈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삶을 꾸려가는 동안 바로 그 힘이 필요한 것이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진행자 및 심사위원이며 요리사로 주목받고 있는 강레오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어 최선을 다한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강레오의 책‘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 꿈에 미칠만큼 노력해 보았나요?"가 그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어 요리사의 길로 나선 강레오의 하루는 요리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상이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서툰 언어 장벽과 인종 차별의 장벽까지 넘어서 꿈을 향해 질주해 가는 모습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제목으로만 봐선 감이 오지 않는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머릿말을 읽고서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감을 잡는다. 요리사, 그것도 영국에서 잘나갔던,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2.3의 진행과 심사위원인 그가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선생께 사사받고 있다는 강레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독설, 고집.. 대면하는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레오의 TV 속 모습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미 정상에 오른 사람의 오만일까? 오만이라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진정성이 떨어져 감동을 불러오진 못한다. 하지만, 강한 강레오의 모습 속에 담긴 그 진정성이 전해지기에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오히려 부드럽다.
음식을 만드는 일상 속에서 살아오며 느낀 자신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요리사 강레오는 말한다. "진지는 드셔보셨는지요?" 뭐가 진지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진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음식을 먹으며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를.
진지, 식사, 끼니를 구분할 줄 알면 될까?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 난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게 좋다. 그렇더라도 강레오가 전하는 요리 이야기를 접하는 동안 어쩌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