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줄 수 있는게 없어요"
상대를 지극히 배려하는 마음이다. 더불어 스스로 가슴에 상대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까만밤 길어진 목으로 달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이 먼동트는 새벽 태양을 기다리는 해바라기의 마음과도 다르지않다.

'주는 게 없어도 받는 게 많다는 것이 가능하다' 는 이 속 깊은 정은 시간의 겹이 쌓여 깊어진 마음일 때 비로소 알게 된다.

"꽃에 물든 마음만 남았어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한 이 몸속에"
-사이교

이제, "그대에게 줄 수 있는게 없어요"라고 안타까워하는 그대 마음자리 깊은 곳에는 꽃물든 깊은 정으로 가득채워질 일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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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過程에 맡기다

봄ᆞ여름ᆞ가을ᆞ겨울, 사계절, 12달, 365일을 비, 눈, 바람, 햇볕ᆢ등 자연을 구성하는 이 모두의 수고로움으로 준비해서 꽃을 피웠다. 그러니 어떤 꽃이든 귀하지 않을리 있겠는가. 그러기에 무슨꽃이든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눈을 맞춘다. 눈이 맞아야 그때부터 서로의 교감이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을 맨몸으로 맞이하는 수고로움이 꽃을 피우듯 각기 다른 우주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 사람과 교감해 가는 일에 어찌 순조롭기만을 기대하겠는가? 눈, 비, 바람 맞으며 울고 웃고 때론 슬퍼하고 외롭기도 한 수고로움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관계가 무르익고 깊어진다.


꽃피고 열매 맺기 위해 이 수고로움의 시간은 필수과정이다. 필수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처지에서 준비된 만큼씩만 상대를 향해 마음열어 나아간다면 이 관계는 성숙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것이 열매가 무엇이든ᆢ


하여, 이 수고로움의 과정을 민낯으로 함께 걸어가는 일, 그대와 내가 해야할 숙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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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꽃에 기대서라도

"이를테면 공갈빵 같은 거/속을 보여주고 싶은데/알맹이 없는 껍질뿐이네/헛다리짚고 헛물켜고/열차 속에서 잠깐 사귄 애인 같은 거ᆢ"


이임숙의 '헛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을 헛꽃이라 부르는 이유야 분명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 참꽃만 있던가. 화려하게 유혹하는 때론 이 헛꽃의 무상함을 알면서도 기대고, 모른척하면서도 일부러 기대어 그렇게 묻어가는 것들이 삶에서 오히려 빈번하다.


헛꽃은 바라보는 대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내게도 있다. 이런 헛꽃들이 만나 헛세상을 만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헛세상인줄 모른다. 그래서 헛마음으로 사는 헛세상은 힘들고 외롭고 벅찬 세상이 된다.


헛꽃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툴고 여린 속내를 어쩌지 못하는 존재들에게서 나타날 것이다. 헛꽃에 기대는 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대의 울림에 반응하는 내마음, 헛꽃을 보는 헛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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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7-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매에도 생물학적으로 씨방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참열매와 헛열매가 있죠. 참이냐 거짓이냐는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특히, 마음의 경우는 헛마음이라 정의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와 공명되지 않는다고 그 마음이 거짓일 수는 없을 테니까.
음. . 굳이 정의한다면 그 기준은 `자신`일겁니다.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진심이라면 `참마음`이라고^^
 

판소리? 창극?
오락가락 五樂歌樂


2015 국립민속국악원 상반기 창극단 정기공연 본향
2015. 7. 29(수) 오후 7시 30 분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국립민속국악원 대표 공연양식 "신판놀음"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해석과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재탄생된 <판소리? 창극! 오락가락>은 판소리가 가지는 기본양식인 고수와 소리꾼의 모습, 또 기존의 창극이 가지는 주요 눈대목 모습을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롭게 구성하여 미디음악 반주와 창작적 의상, 입체적인 무대가 조화를 이루어낸 새로운 환타지 창극이다.


*공연내용*
소리굿, 창극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 수궁가 중 별주부와 토끼 만나는 대목, 적벽가 중 적벽대전 대목, 흥부가 중 놀부 박타는 대목,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오대가의 노래


창극이 가지는 역동성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화려한 움직임에 소리가 어우러지는 무대는 관객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하다. 판소리 다섯마당이 중심 내용이니 이미 익숙한 이야기에 공감도 쉽다. 당연히 관객과 호흡도 잘 맞는다.


소리가 중심인 판소리가 창극과 만나서 비주얼을 얻은 샘이다. 소리를 형태로 재현했기에 익숙한 이야기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또한, 자주 접하다보니 창극단 단원들에게 친근감까지 느끼게 된다.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이라면 관객이 찾기 마련이다. 국립민속국악원의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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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떠난 자들의 외침을 듣자

시린 새벽 별 따라 가신 당신을 마지막을 보지 못했지만 단정하게 누운 모습 아직 눈에 선하다만져 본 손에선 이미 온기는 사라지고 차디찬 얼음장 같은 서늘함이 전해졌지만 그마저 당신을 몸으로 느낄 마지막 이었다그 느낌은 잊혀지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집이나 병원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는 시간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 사람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하지만 떠난 자의 이런 마지막 모습은 이렇게 준비되거나 정리된 상태가 아닌 경우도 많다이랄 때 뒷수습을 해줄 누눈가가 필요하다그 일을 해 주는 사람이 장례지도사와 유품관리사가 그들이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장례지도사를 거쳐 유품정리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죽음과 마주했던 경험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책에 담긴 떠난 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가슴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다떠난 자들의 마지막을 정리하여 가족들에게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떠난 이들과 남은 자들 사이에 간격을 좁혀주고 있다대부분 온전하지 못하게 떠난 자들의 흔적을 말끔하게 치우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하는 유품관리사들의 눈에 비친 떠난 자와 남은 자 사이의 간격에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무엇이 있다.

 

떠난 자들의 관심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살아남은 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자신은 추위와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껴 모았던 모든 것을 내 놓는다하지만 남은 자들 중 일부는 떠난 자들의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곳에 집중된다남은 재산이 그것이다그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모습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현주소의 단면을 보기도 한다.

 

저자는 가슴 아픈 현장과 마주한 날은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어서 집으로 달려가 딸의 얼굴을 보고 싶고온 힘을 다해 꼭 껴안아주고 싶다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고 말한다결국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집도돈도명예도 아닌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오직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체험 속에서 얻은 교훈이라 한다.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그들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일을 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불편하기만 하다그게 우리의 현실의 단면을 나타내 준다고 보인다.그렇다고 죽음 후 마지막을 정리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떠난 자들의 마지막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안부 전화 한 통따듯한 말 한마디작은 배려와 관심만)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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