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런닝타임 139분, 짧지 않은 시간이다. 지루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다는 말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손탁호텔과 미츠코시 백화점, 데라우치와 이완용,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 김구와 한인애국단, 윤봉길, 이봉창, 신흥무관학교,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내의 초라한 임시정부청사 ᆢ


익숙한 단어들이다. 어디에 주목해야 맥락을 잃지 않을까? 거의 끝나는 부분 반민특위 재판정에서 염석진의 모습이다. 살아남은 자들 모두 그렇게 당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현주소가 여기와 맞닿아 있어 보인다.


우리가 원죄처럼 안고 있는 친일청산과 남북통일 문제, 해결되지 못하는 이 사안에서 자유로울 날은 올까?


139분 동안의 영화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나는 모른다. 영화를 보고 무엇을 읽을 것인가는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고 해도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 공백을 오달수의 연기력에 의지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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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이 불편해요~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요~~

무진無盡 2015-07-28 22:4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비슷한 느낌이어서 자꾸 영화로부터 멀어져만 갑니다.
 

화려함을 떨구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 
겉모습을 꾸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화려한 외모에 기대 외로움이나 슬픔,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때론 지엄한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목숨같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날마다 화려해져만 간다. 겉모양뿐아니라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본래의 마음자리는 꽃잎을 떨구고 난 후 그 소박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을 감추려고 애써 치장했던 허세를 버리니 투명한 마음자리가 이제서야 보인다. 그곳이 그대와 내가 민낯으로 만나 열매를 맺을 인연자리다.

*능소화 꽃잎 떨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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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산 쌍계사'

봄, 벚꽃 절정일 때 새벽 그 길을 걷고 싶다. 쌍계사 가는 그 길을ᆢ. 그 길 중간에 쌍계사가 있다. 전남과 경남의 경계를 넘어 찾아간 그곳엔 많은 이들이 속세에 두고온 인연의 끈에 메어 있다. 합장한 손이 가루가 된 들 이뤄질까. 욕심 가득찬 소원들이 쇠와 돌의 심장을 깨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쌍계사는 삼신산의 하나로 방장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한 사찰이다. 서기 723년(신라 성덕왕22년)에 삼법ᆞ대비 두 스님이 당나라 혜능대사의 정상을 모셔와 꿈의 계시대로 눈 속에 칡꽃이 핀 곳을 찾아 정상을 봉안하고 절을 지은 것이 처음이다.


이후 서기 830년 진감해소(774~850)국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육조 영단을 짓고 절을 크게 확장하여 옥천사라 하고 이곳에서 선과 불교 음악인 범패를 가르치다 77세로 입적하다. 그후 정강왕은 이웃 고을에 옥천사가 있고 산문 밖에는 두 시내가 만난다 하여 쌍계사라는 사명을 내렸다. 임진왜란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 오늘에 이른다.


문화재로는 국보 1점, 보물 6종 20점, 지방문화재 12점, 문화재 자료 5점, 천연기념물 2곳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불교음악 범패, 최치원의 흔적 등이 쌍계사를 떠올리는 단초가 된다. 경내를 돌다 반가운 파초를 만났다. 남국 출신 파초의 꿈이 피어오를 수 있을까? 내 뜰에 들어와 펼치지 못한 꿈을 만난듯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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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 - 960번의 이별, 마지막 순간을 통해 깨달은 오늘의 삶
김여환 지음, 박지운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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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을 위한 떠난 자의 이야기

전화로 들었다당신 몸속에 공존할 수 없는 것이 함께 한다는 것을한동안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먹먹한 순간의 연속이었다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머리를 장악한 생각은 흐려져 있을 당신의 눈을 어떻게 마주치느냐에 머물렀다그로부터 시작된 투병생활에서 암환자 답지 않은 담담함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유난히 별이 빛나던 시린 새벽 영원한 이별을 했다.

 

투병과정에서 보여준 의연함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평생 살아오며 보여주신 당신의 일상으로 짐작할 수 있으나 마지막 어머니를 부탁하며 흔들리던 의외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그 눈빛으로 남은 시간 채워갈 수 있을지..살아가는 동안 나를 지켜줄 눈빛이리라.

 

김여환의 "내일은 못 볼지도 몰라요"라는 말은 오지도 않은 내일에 대한 불안과 분노두려움과 슬픔에 오늘의 행복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호스피스 의사로 7년을 살아온 저자가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마지막을 지켜준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고 느낀 바를 담았다. 10살이든 90살이든 찾아온 죽음은 언제나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다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마지막을 맞이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공감하지 못할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가족이라곤 도저히 이름할 수 없는 행위를 하면서도 자신의 권리는 챙기는 모습 또한 많다거의 묵은 감정을 해결하지 못한 점과 남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본질을 버리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지켜준 사랑이 왜 진짜 사랑인지죽음으로도 해결되지 못하는 감정 정리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인간답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고 한다또한 지금 당장 더 사랑하고더 안아주고더 아껴주라고 말하며확실치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절대 미루지 말라고 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말기 암 환자들이 죽음을 통해 남겨진 이들에게 전하는 싶은 것은 무엇일까떠나는 자신의 불안함 보다는 남아있는 가족의 미래가 더 걱정이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알 수 없는 앞날 때문에 늘 불안해하는 당신에게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당신에게보장되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한사코 미루려고 하는 당신에게” 죽은 자가 남긴 산자의 현재의 삶을 바로 보는 지혜로 오늘을 알차게 살아갈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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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
부분만으로도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것들의 조합이 전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이 부분들이 모여 질적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변화는 바라보는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그대를 알아감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순간순간 비집고 들어오는 낯섬과 두려움, 설렘과 행복 등이 모여 관계의 질적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모든 요소들을 그대와 나 사이의 관계 형성의 깊이를 더하는 의미로 보는동안 같은 곳에 머물 수 있다.

하여, 바라봄은 그대와 나 사이 겹으로 쌓여 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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