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삼매경'
-조희룡 지음, 한영규 번역, 태학사

조희룡(1789∼1866)은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로 활동하였다. 그는 시·글씨·그림에 모두 뛰어난 재주를 보였는데, 그림은 난초와 매화를 특히 많이 그렸다. 

19세기 전반기에 중서층 지식인의 가장 선두를 점하는 위치에 서 있었던 조희룡은 당대의 유력자들과 교유하며 그 문화적 분위기에 공명하는 한편 그 시선이 중서층 지식인을 아우르고, 종국에는 중서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조희룡하면 당연하게 연관되는 사람으로 추사 김정희를 거론하게 된다. 활발하게 교류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조희룡이 김정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으로도 이야기 된다. 이 두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할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호산외기, 석우망년록, 한와헌제화잡존, 일석산방소고, 화구암난묵, 수경재해외적독, 우해악암고, 우봉척독 등을 남긴 문인이기도 하다.

그의 산문을 통해 삶과 예술, 인간적 교류의 중심에 무엇이 있었을까을 알 수 있길 기대한다. 매화 그림 중 '매화서옥도'와 '홍매대련'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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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빛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계절을 누리기에 충분히 좋은 하늘빛이다. 애써 일궈온 생명의 자리를 잘 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늘이 주는 넉넉한 마음이다.

푸르러 더욱 시린 하늘을 통째로 담으며 하루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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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하늘 밝아지는 초승달 아래
한낯 부지런히 날개짓하던 새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꽃보러간 사내는 서둘러 가버린 햇볕이 못내 아쉬워 제 뜰에 들어서도 서쪽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마알간 가을 저녁 하늘에 꽃 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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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나팔꽃인지 메꽃인지 많이도 닮은 것이 고구마줄기에서 피었다. 조상으로 올라가면 어느순간 만난다는 의미다. 황토의 그보다 속내보다 붉은 꽃이 피었다. 땅에 기대어 사는 붙박이 삶이지만 하늘향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보는이의 마음까지 닮게 한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 북부에 이르는 지역으로 추정되며 원종(原種)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 되었다고 한다.


고구마는 잎은 어긋나고 잎몸은 심장 모양으로 얕게 갈라지며 잎과 줄기를 자르면 즙이 나온다. 줄기 밑쪽의 잎자루 기부에서 뿌리를 내는데, 그 일부는 땅속에서 커져 덩이뿌리인 고구마가 된다.


꽃은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에 연한 홍색의 나팔꽃 모양으로 몇 개씩 달린다.


서리를 맞으면 고구마가 썩기 쉬워 서리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어려웠던 시절 구황작물로 가난한 마음에 든든하고 따뜻한 동반자가 되었다.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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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花譜序 꽃에 미친 김군'

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 라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의미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전문적 기예를 익히는 자는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군은 늘 화원으로 달려가서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에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군을 보고 미친 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김군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김군의 기예는 천고千古의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백화보百花譜를 그린 그는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향기의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는 위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벽의 공훈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벌벌 떨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천하의 대사를 그르치는 위인들은 편벽된 병이 없음을 뻐기고 있다. 그런 자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을사년(1785) 한여름에 초비당苕翡堂 주인이 글을 쓴다.

*박제가朴齊家의 글이다. 이 글에 나오는 김군은 조선시대에 살았던 김덕형金德亨이다.

*꽃을 보는이 마다 마음에 박제가의 글에 담긴 이 뜻이 다 통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나에 벽을 둘만큼 주목하게되면 그 안에서 얻어지는 이치가 분명하게 있음은 알고 있다. 수년간 꽃을 보며 얻은 깨달음이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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