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시간이다. 밤사이 산 허리를 돌아 마을 앞 하천을 건너온 안개가 내 뜰의 토방까지 닿았다. 온도에 민감한 안개는 가을이 깊어졌음을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대봉이 시간을 품어 붉어지듯 가을을 품은 나도 안개 속에서 붉은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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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쌓인 아침해를 등지고 안개 내려오는 산기슭을 마주한다. 안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을은 깊어가는 신호와 다름아니기에 무심하게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이제 들판엔 삶의 가을을 넘어선 늙은이의 이 빠지듯 듬성듬성 비워져가는 그 사이로 휑한 바람 지나갈 것이고 틈에 사람들은 품 속 온기를 나누고자 더 바짝 다가설 준비를 마칠 것이다.

가슴에 닿은 가을이 낙엽지는 그림자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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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단지'
노랑의 꽃잎이 활짝피어 하늘을 담는다. 꽃 속에 다시 꽃을 피운듯 꽃술의 모양도 꽃이다. 노랑색 속의 언듯 비치는 까만색이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다른 식물과 다르게 유독 하늘향한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떠나온 먼 고향이 그리운건지도 모른다. 파이란 하늘과 썩 잘 어울리는 모습에 주목한다.


'돼지감자'의 다른 이름이 뚱단지다. 뚱단지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밭에 심어 기르거나, 길가에 저절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8~10월에 줄기의 갈라진 가지 끝에 머리모양꽃차례가 1개씩 달리며 핀다. 모인꽃싸개는 반구형이다. 꽃차례의 가장자리에 노란색의 혀모양꽃이 여러개 있다.


뚱단지라는 이름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다르게 감자닮은 알뿌리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미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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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내방'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태학사

허균(許筠, 1569~1618) 자유분방한 삶, 파격적인 정치가, 사회모순을 비판한 문신 겸 소설가, 시대의 이단아,ᆢ. 허균을 일컽는 말들이다.

"예로부터 죄인에게 형장刑杖을 가하며 신문하지 않고 사형이 결정된 문서도 받지 않은 채 단지 죄인의 범죄 사실을 진술한 말로만 사형에 처한 죄인은 없었으니 훗날 반드시 이론이 있을 것이다."

광해군 때 역모사건에 연류되어 죽임을 당했던 허균의 죽음을 두고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기자헌奇自獻(1567~1624)이 한 말이다. 당대부터도 다분히 정치적 사건이었음을 알게 한다.

"허균의 글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면서도 신선하여 좋다. 피를 토하는 혁명가의 모습이 들어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정다감한 남편의 웃음이 흐르기도 하며, 샌님의 말투가 배어있는가 하면 벗을 불러 술을 마시는 풍류재자의 몸짓이 보이기도 한다."

허균의 산문을 통해 잘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 모르는 인물 허균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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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이다. 눈맞춤하기엔 과하지만 반가운 햇살이 분부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이를 인정해주는 틈의 여유로움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 많아진다. 내 삶이 가을 언저리 어디쯤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날 오후의 하늘이 불쑥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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