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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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생명의 가능성이고, 모든 생명이 소통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책 소설들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SF의 이질감을 낯설지 않은 현재의 정서로, 행성간의 먼 거리는 소통으로 좁히고 있다. 

 

「선인장 끌어안기」

수술 후유증으로 접촉 통증을 앓고 있는 파히라를 돕기 위해 보내진 AI로봇 는 이전에 보내진 보조 로봇들이 회복불가능 상태로 파괴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의 임무는 파히라를 돕되 파괴되지 않는 것. 모든 동선이 접촉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미로처럼 설계된 이 집에서 가 할 일은 선인장을 돌보는 것이다. 접촉통증을 앓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 파히라가 가시가 돋힌 선인장을 키우는 것은 상징적이다. 통증 때문에 날이 서있는 파히라를 가리키는 것일까?

파히라가 휘두르는 폭력을 피하는 를 향해 그는 불만스럽게 말한다. 주인을 그렇게 피해도 되는 거냐고, 어차피 너는 닿아도 안 아프고 부서져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 않느냐고. 여기에 대한 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아프지는 않죠. 하지만 부서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느껴요.”(20p)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일종의 고통인가? 내가 겪는 것과 비슷해?”라고 파히라는 묻는다. 파히라가 타자, 보조로봇의 고통을 인식하는 소통의 순간이다.

결심한 듯 선인장을 껴안고 쓰러지는 파히라의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깨달음은 안타깝다. 마음의 상처로 가시가 돋혀 서로를 찔러대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을 끌어안는 것은 선인장을 끌어안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cybog_positive」

사고로 눈을 잃고 기계 눈 아이보그를 장착한 리지의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 사이보그가 되다를 떠올리게 한다. 리지 눈이 조명에 따라 다양하게 색이 바뀌고 빨려들 것 같은 아름다운 눈을 보며 사람들은 찬사를 보낸다. 아이보그 사는 자사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제안하고 리지는 고민에 빠진다. 사람들은 오히려 인공 눈이 더 아름답다고까지 말하지만, 사실 그 눈에 자신의 생체에 적응하기까지 힘든 기간이 걸렸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올 때마다 진물이 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는 모든 사이보그는 아름답다는 말이 정말로 사이보그들을 더 행복하게 말들 것인지”(40p) 확신이 없었다.

사이보그들에게 생체와 잘 조화를 이루는 기계보다는 아름다움에 더 치중하고 있는 개발사들과 사람들을 보며,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고 있나? 그 기준과 가치는 불변의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행성어 서점」

사어가 되어가고 있는 언어로 기록된 책을 파는 어느 행성의 서점, 범 우주 통역 모듈이 인류의 뇌에 설치되어서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도, 행성어 서점의 책들에 쓰인 행성 고유의 언어는 해석되지 않는미세 패턴이 새겨진 글자로 인쇄되어 있다. 여기의 책들은 읽히기 위해서가 아닌 관광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그곳에 나타난 여교수는 전뇌 통역 모듈 부적응자다. 이 행성어가 모국어인 화자와 교수는 모듈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이 습득한 언어로 소통을 한다. 데이지와 이상한 가계에서처럼 기계를 통해서 또 다른 결의 타자를 만나는 것이 아닌 직접 보고 듣는 타자와의 소통을 경험한다. 화자인 는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데이지와 이상한 가계에서처럼 기계를 통해서 또 다른 결의 타자를 만나는 것이 아닌 직접 보고 듣는 타자와의 소통을 경험한다. ‘는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소통은 그런 것이리라.

는 생각한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더라도, 나는 그를 만나서 기뻤다.”(73p)

언어는 그런 것이리라. 언어는 생각을 만들고 말이 되어 나가고 타자의 말이 들어오는 길을 만들며 전율하게 한다. 니컬러스 에번스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가 생각난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언어에 대한 이야기.

 

소망 채집가의 내용은 상징적이다. 과거의 인류가 꿈꾸어 온 미래의 의 모습은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은 빠른 속도로 변모했고, 그들이 소망하고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이 바로 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는 그 속에 있는 오래 전 사람들의 소망을 발견하고 그들과 소통한다.


애절한 노래는 그만에서 미래의 수지와 현희는 주기적으로 유행한 발라드를 통해 과거 사람들이 정서를 공감해 보려고 한다.

로맨스는 시대의 발명품. 모든 사랑이 애절한 건 아니지만, 함께 공유할 애절한 사랑의 기억이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모양이다.”(91p)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이해한 듯하다. “근데 …… 잘 부르긴 하네.”(91p)

 

포착되지 않는 풍경에서 리키는 행성 뮬리온-849N을 사진에 담기 위해 며칠 동안 온갖 시도를 해보지만 실패한다. 그 행성의 신비로운 안개를 고스란히 담을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다. 행성의 생태보존 담당자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리키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행성 환경을 교란시키지 말라고. 여기서 이 안개는 단지 물질이 아닌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 현상임을 추측하게 된다. 리키는 촬영을 중지하라는 경고에 항의한다. “그건 미학적 낭비”(103p)라고.

오늘 읽은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작품 사진으로 보이십니까?조류 학대현장입니다]라는 기사였다.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새 둥지의 은폐물을 제거하고 둥지 입구를 넓히고 심지어 둥지를 옮기는 등 조류사진작가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http://naver.me/xbL11mSC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모습이다.

 

도망나온 클론 소년이 늪지의 균사체와 특별한 방식의 대화로 생존하는 이야기(늪지의 소년), 위험등급 구역으로 파견된 과학자가 그 지역의 사람들의 삶에 공감함으로 파괴될 위험으로부터 그 구역을 구하는 이야기(오염구역), 어느날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만난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 사장과의 대화(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등은 서로 다른 존재들의 만남과 소통 기억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 있다. 불편하다거나 위험하다고 생각된 존재와 존재 방식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 순간 다현은 인생의 쓴맛이라는 비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어디선가 그런 맛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사장과 나누었던 기묘한 점심을 떠올리곤 한다.”(206p)


시몬 사람들의 얼굴은 감염으로 인해 가면을 쓴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들의 얼굴은 표정을 알 수가 없다. 이것 때문에 불편하거나 불행할 것이라는 짐작을 깨고 그들은 치료를 거부한다. 오히려 표정을 감출 수 있어 그 얼굴을 선택한다. 어차피 우리는 본래의 얼굴로도 가면을 쓴 것처럼 가장된 웃음과 표정을 갖기 때문이다. 가면 뒤에 진짜 얼굴이란 없다그들의 선택이 이해되면서도 여전히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마음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선택하는 이들을 이끌어낸 작가의 생각이 짐작이 되어서. (「시몬을 떠나며」)


우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가면 쓴 듯 속을 모르겠는 타인의 얼굴을 보면 벽을 느끼고 무섭기까지 하다

마스크 벗은 맨얼굴이 당황스러운 순간이 잠시 걱정된다.


곧 파괴될지도 모르는 구역의 버섯으로 뒤덮인 아이들에게 공용어를 가르쳐야한다고 말하는 청년의 말이 라트나에게 기이하게 느껴지지만(173p) 그 언어는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생존수단이다. 잠시동안의 마주침과 짧은 대화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확장의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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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2 0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인장 끌어안기 넘 좋았어요. ~ 인공적인 것에 적응하는 건 소머즈나 육백만불사나이처럼 쉬운게 아니란걸 전 이 분 통해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ㅠㅠ 행성어서점에 대해 쓰신 글 좋아요 ~ 그리고보면 에스키모의 눈을 지칭하는 많은 언어들이 다 사라졌다고 ㅠㅠ

그레이스 2022-06-22 08:27   좋아요 3 | URL
저도 육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생각했어요.^^
김애란님 언어의 멸종에 대한 단편도 생각났어요^^

레삭매냐 2022-06-22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냥 문득 로봇이 있어서
가사 생활에 도우미로 활
동한다면 나의 삶의 질이
과연 나아질 것인가 생각
해 봤습니다.

귀차니즘은 좀 덜어지겠
지만, 그 시간에 무언가
생산적이거나 창조적인
그것도 아니라면 독서 대
신 너튜브를 더 보게 되
는 건 아닐까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06-22 11:47   좋아요 2 | URL
ㅎㅎ
시간이 많다고 잘 선용하는 것도 아닌듯요 ㅋㅋ

새파랑 2022-06-22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중에 <행성어 서점>이 젤 인상적이네요. ‘언어‘를 ‘책‘으로 바꿔도 왠지 뜻이 통할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6-22 13:53   좋아요 4 | URL
그러네요^^
언어가 소통의 매개라는면에서 제목으로 할만했다는 생각입니다.
인상적인 단편이 많았죠.
저는 <시몬을 떠나며>도 좋았어요^^

바람돌이 2022-06-22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행성어 서점에 나오는 얘기 다 좋았어요. 김초엽작가 열심히 응원하면서 읽고 있는 작가입니다.
다른 것을 다른 것으로 볼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2-06-22 19:02   좋아요 2 | URL
예 맞아요
제 딸들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요새 너무 자주 출판되서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제 걱정이 쓸데없었네요^^

scott 2022-06-23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레이스님이 별 🖐을 주셨네요! ㅎㅎ

전 그레이스님이 추천하신 니컬러스 에번스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찜! 👆^^

그레이스 2022-06-23 00:15   좋아요 2 | URL
김애란님 책에서 소개받고 사서 읽었어요. 그때 기억이 나네요. 좋았던 ...!

서니데이 2022-06-23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반년이 더 지났네요.
작년엔 김초엽작가와 정세랑 작가의 책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레이스님, 요즘 날씨가 많이 덥고 습도가 높은 시기예요.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6-23 09:17   좋아요 3 | URL
예~
그러네요
이 책 말고도 두권이 더 있죠?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세요~

희선 2022-06-25 0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읽었어요 이런 말부터 하다니... 우연히 알고 봤군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말은 괜찮을지... 사람이 줄어드니 조금 걱정도 됩니다 남과 관계를 맺는 데는 아픔이 따르기도 할 텐데... 적당한 거리도 중요하고 어떤 때는 그 거리를 좁히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6-25 08:51   좋아요 3 | URL
문자만 남은 사어들을 생각해보면,,,상상할 수 있을듯요. 한동안 세계공용어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었죠 아마! 이런것들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가능한 일일것 같아요;;;
예 맞아요, 적당한 거리!
감사합니다 희선님~♡

2022-06-25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하인리히 뵐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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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는 범죄하고 죄의식 때문에 숨어있던 아담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질문이지만 최초 인류에게 죄를 선언한 선고문이다. 작가는 이 제목을 통해, 전쟁을 일으킨 자들, 거기에 가담한 자들, 집단 광기의 범죄자들, 그것을 목격하거나 방관한 자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그때 어디에 있었느냐고. 그 범죄와 당신은 무관하냐고.

 

실패만 거듭한 사람만이 갖는 생기 없고 엷은 입술, 누렇고 쓸쓸한 듯한 얼굴로 사열하는 장군을 보는 1000명의 병사들은 비통, 연민, 불안, 불안과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다음 장면은 피로와 허기와 또 이 저주스러운 전쟁에 울화통이 터져 못 견딜 지경이지만 조용히 서 있는”(7p) 333명의 병사들 앞을 지나가는 창백하며 무서운 눈, 악문 입술, 긴 코를 한 대령의 순종(純種) 얼굴이다. 그리고 다음, 105명뿐인 병사들은 먼지를 뒤집어 쓴 상처투성이의 발과 땀이 밴 얼굴을 한 채 지친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1000명 중 오직 혼자 남은 파인할스는 상사 앞에 서있다.

 

과정을 생략하고 시간을 건너뛴 장면의 변화는 패색이 짙어가는 전쟁이 막바지에 왔음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전장으로부터 퇴각해서 고향으로 향하는 독일군인 파인할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병사들은 어둠 속에서 행군을 계속했다. 파인할스는 낙오할 생각이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앞으로 걸어갔다. 전투 장면과 소리는 다시 후송되는 차량으로 옮겨진다. 파인할스는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으로 옮겨진다. 병상에 누운 마비상태로 누워있는 브레센의 기억과 생각이 조명된다. 계속해서 파인할스가 고향을 향해 가면서 만나는 군인들이나 점령지의 사람들을 조명한다.

 

전쟁은 부조리극이다

군복을 팔러 나온 그레크는 많은 군인들은 무엇이든지 팔아먹고 있고 자신은 이제야 그 대열에 합류했을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항변한다. 군복을 판 돈으로 사먹은 살구 때문에 그레크는 복통을 앓는다. 폭격이 쏟아지는 한 가운데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것은 적이 아닌 육체의 반란이다.

독일군 파인할스가 사랑하게 된 헝가리 유태 여인 일로너그녀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게토로 갔다를 기다리며, 선술집에서 고향을 생각하는 장면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상관의 명령을 받고 전선을 넘어 포도주를 구해 가던 중 폭격으로 죽음을 당하는 핑크, 독일군과 이별한 점령지 여인의 통곡 역시 마찬가지다. 종전에 대한 희망은 수용소 사람들의 죽음을 더욱 앞당긴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학살을 지휘한 소장 필스카이트의 합창에 대한 사랑은 기괴한 느낌을 준다지휘자에 의해 화음을 맞추는 합창이라는 특성이 필스카이트의 광기와 오버랩되며 전율하게 한다.

수용소로 끌려간 일로너는 도착 당일 필스카이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광기에 가득한 필스카이트가 그녀를 죽였지만 그 학살의 장소를 세운 것은 독일이고 파인할스는 그 독일을 위해 싸웠던 군인이다. 일로너의 죽음과 관련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연인 일로너의 죽음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조리의 절정이다. 그에게 그녀가 죽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그녀의 죽음에 당신의 군복과 훈장과 무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고향에 가까이 간 파인할스는 미군들이 점령한 이웃마을에서 자신의 집 쪽을 바라다보며 안식을 꿈꾼다. 농부 복장을 하고 집을 향해 걸어가는 파인할스는 눈에 들어오는 동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 좁은 골목을 지나 왼쪽으로 큰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 호이저의 집도 나무 곁에 흰 목책을 해 놓고 있었다. 그는 웃었다.”(249p)

그때 폭탄이 떨어지고, 그는 유탄에 맞고 집 쪽으로 기어간다. 그는 생각한다.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문 앞까지 굴러간 그의 몸 위로 흰 깃발이 떨어진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걸려있던 그 깃발은 미군에 대한 항복의 표시였을 것이다. 울부짓는 파인할스의 위에 떨어진 흰 깃발은 인류의 범죄에 대한 항복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의 제목이 던지는 메시지를 오랜 시간 생각해봤다. 그 질문은 하인리히 뵐 자신에게도 하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류조작과 탈영 등 전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참전했던 독일 군인으로서 양심에 계속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생전의 사회 참여와 평화를 위한 저항 활동에 주목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통해 항상 우리가 배우는 것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교훈을 잊은듯 전쟁은 반복된다. 욕심과 증오가 그치지 않는다면 계속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알고 있어도 막지 못하는 인류의 상황은 모두가 그 원죄에 가담하고 있고 그 책임을 묻는 질문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함께 했던 전장에서 죽어간 핑크가 고향의 이웃마을에 살았고,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국가가 만든 참혹한 수용소에서 죽어간 것처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작게든 크게든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한 어두운 내일을 전망할 수밖에 없다.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는 내게 이렇게 읽힌다

그 전쟁의 영향 아래 있는 우리는 그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가?

 

나는 작가 하인리히 뵐의 책 두 권을 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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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6-17 0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잘 모르지만, 작가는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해서 찾아보았더니
전에 선물받았던 책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의 하인리히 뵐 이었네요.
전쟁을 겪은 세대라서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6-17 00:34   좋아요 4 | URL
예 맞습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작가
그 책도 읽으려구요
작가의 생애와 활동에 관심이 생겼어요.

희선 2022-06-17 0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 보고 처음 본다고 생각했어요 서니데이 님이 쓰신 책 제목은 보기도 했군요 그 소설 쓴 사람이었네요 아담은 모든 사람이군요 전쟁을 해서 얻는 건 없는데 그게 사라지지 않다니... 서로가 욕심을 덜 부리면 좋을 텐데, 사람이어서 그게 잘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6-17 01:47   좋아요 4 | URL
그러면 전쟁이 그치겠죠.
인류의 대표인 아담이 실패한것처럼 우리는 매일 실패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죠
굿밤되세요. 희선님!

han22598 2022-06-17 0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시작 안했지만, 하인리히 뵐 책들....리스트에 있어요!! 으흐흐흐흐

그레이스 2022-06-17 08:18   좋아요 2 | URL
^^
리스트에 올릴만한 작가입니다.~♡

새파랑 2022-06-17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일인이 쓴 전쟁에 대한 부조리여서 인지 더 공감이 되는거 같아요. 한권밖에 안읽어봤지만 하인리히 뵐은 글을 참 잘 쓰는거 같아요. 전쟁은 누구에게도 절대 이익을 주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레이스 2022-06-17 08:23   좋아요 3 | URL
카타리나 블룸... 읽으셨을 듯!^^
그 책도 기대가 되고 제가 사 놓은 책도 기대 중이예요.

바람돌이 2022-06-17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진짜 읽고 싶어지네요. 방금 전 거리의 화가님 글에서 이 책 발견하고 앗 읽어야지 하면서 보관함에 쏙 넣었는데 그레이스님 벌써 읽으시고 이런 훌륭한 리뷰까지..... 리뷰 읽고 나니 더더욱 안읽을 수 없겠구나 싶어요.

그레이스 2022-06-17 16:44   좋아요 3 | URL
생각할 지점도 많고 구성도 문장도 탁월했습니다.
요새 전쟁 관련 소설을 많이 읽게 되네요^^

독서괭 2022-06-17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카타리나블룸 작가군요! 그책 재밌었는데. 날카로운 현실비판을 잘하는 작가인가 봅니다.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보니 정말 제목이 양심을 막 찌르는 것 같네요..

그레이스 2022-06-17 17:35   좋아요 2 | URL
하인리히 뵐 작가 책 오늘도 주문했습니다. ㅋ
또 모으기 시작했어요^^;;

얄라알라 2022-06-21 03:4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그레이스님께서 더 주문하신 2권이 궁금해지는데
독일어 원전이니, 아무래도 번역본일거라 추측 ㅎ

근데 계속 모으시면 서가가 뚱뚱해지겠어요^^ 행복한 증량이네요

mini74 2022-06-17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5도살장이 문뜩 떠올라요 주전자 훔쳤다고 사형당했던. 전쟁은 부조리 맞는 말입니다 ㅠㅠ 이 책 담아갑니다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6-17 19:30   좋아요 2 | URL
제 5도살장 저도 읽었어요
그것도 장면이 획획 바뀌었죠 아마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이 교차하면서...!
^^

페크pek0501 2022-06-18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19도 그렇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보듯이 정말 세계는 하나예요. 이 사실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우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그레이스 2022-06-18 13:56   좋아요 2 | URL

모두 연결되어 있죠
경제도 환경도 전쟁도.
관계없다 말할 수 없죠!

서니데이 2022-06-18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덥지 않아서 좋은 토요일입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6-18 23:34   좋아요 3 | URL
예~~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우리집 식구들은 덥다고 하네요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scott 2022-06-18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쟁을 일으킨 자들, 거기에 가담한 자들, 집단 광기의 범죄자들, 그것을 목격하거나 방관한 자들]
이 문장 속에 현재 자행 되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전쟁터, 살육의 현장을 떠올리게 하네요

아담도 실패한 평화!

어서 빨리 러시아 전쟁 끝내기를 ,,,

그레이스 2022-06-19 08:40   좋아요 2 | URL
정말 빨리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레삭매냐 2022-06-20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서 읽다 말았는데...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 들어가야
겠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좀 더 갠춘한
표지로 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을 가져 봅니다.

그레이스 2022-06-20 10:51   좋아요 4 | URL
맞아요.
표지도 정말 중요한데...^^
나름 권위있는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긴 한데...
이유가 있겠죠?
이런 표지에 조금 더 비싼 느낌!^^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 세계 51가지 기념일로 쉽게 시작하는 환경 인문학,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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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날? 책장을 넘기다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책은 두권째! 자칫 교과서같은 느낌을 주기 쉬웠던 이전 책과 달리 재미있는 지식이 많았다. 이런 기념일들이 많다는 것은 생존을 위협받는 생물들이 많다는 의미함이겠지. 제목에서 ‘수업‘이란 단어가 없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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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6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06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6-06 1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렁이의 날도 있나요. 예전 어떤 선생님이 나무젓가락 갖고 다니면서 비온후 나왔다 돌아가지못하고 죽어가는 지렁이 풀밭으로 옮겨준다는 생각나네요. 손으론 차마 못 잡고 ~~

그레이스 2022-06-06 13:55   좋아요 4 | URL
있더라구요^^
그거 말고도 특별한 날이 많았어요
비온후 하천변 산책로 걸을 때마다 달팽이랑 지렁이 피하느라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데....
젓가락 갖고 다니시면서 옮기시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새파랑 2022-06-06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수업이 있으니까 교과서 기분이 듭니다~!! 지렁이의날이 있으면 알라디너의 날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ㅋ

그레이스 2022-06-06 18:58   좋아요 4 | URL
ㅎㅎ
언제로 해야 하나요??^^

scott 2022-06-06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 환경 수업!
하는 날은
교실 밖을 벗어 나는 날!ㅎㅎ



그레이스 2022-06-07 00:25   좋아요 2 | URL
😀

서니데이 2022-06-09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달력을 보면, **의 날, 이라는 표시가 많이 있는데, 환경 관련된 기념일이 상당히 많았네요.
이 책을 보고 나면 달력과 포털 사이트에서 나오는 **의 날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6-10 00:06   좋아요 3 | URL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는데, 조금은 관심있게 볼듯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서니데이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곽재식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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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계속 질문했던 궁금하잖아요? 안 궁금하세요?”했던 말이 생각난다. 정말 알고 싶어서 조사하고 연구한 느낌이 전해진다. 매체나 책을 통해 알고 있긴 한데 그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냥 다 알고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는 궁금했던 부분을 짚어줘서 좋았다. 대부분 아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가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려 들면 분절된 정보들 때문에 그때서야 무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호기심을 따라가면서 읽어 가면 다음에 오는 내용이 더 궁금해지고 독서 속도는 빨라진다. 과학자와 SF작가라는 두 가지 타이틀이 글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작가는 서운해 할지 모르겠지만 SF보다 이런 글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

 

환경 주제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렇게 흡입력 있는 책은 오랜만이다. 전문가의 책들은 자료들의 분석과정을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가의 책들은 감상적이거나 불안을 조성하는 선동적인 어투의 책들, 대두되는 이슈들을 나열하고 대안들만을 제시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서술이 되기 쉽다. 가끔은 의도가 의심되는 책들도 있었다. 같은 자료를 놓고 이렇게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또한 제시하는 국외 자료나 사건들의 경우 체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그런 자료들이나 사건들에 접근하는 관점이나 정서가 낯설지 않아서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주제는 기후변화! 과학사나 역사의 에피소드, 전설, 지구의 오래된 역사를 예로 들면서 각 장을 시작한다. 첫 번째 장은 기후변화, 온난화에 관한 내용이다. 텔러의 연설로 시작한다. 그는 원자력이나 핵에너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인물이다. 1959미국석유협회에 초청된 텔러는 석유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로 많은 육지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회의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던 이 연설은 사실 기후변화문제가 대두되기 전의 일이어서 그의 특이함만이 부각된 에피소드가 되었다. 이어서, 작가는 15세기 <산가요록>에 기록되어 있는 조선시대 온실의 설계와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지구 온실 효과의 긍정적인 면과 이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를 소개한다. 이 기체들이 갖고 있는 분자구조와 이 구조가 어떤 원리로 온실효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해 이야기 한다. 호기심 천국 과학 선생님의 입담 넘치는 수업시간처럼 지루한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가 제시하는 숫자들도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끄덕거리며 보게 된다.

 

오랫동안 0.03퍼센트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기후학자들이 걱정했듯 0.04퍼센트를 넘기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이미 0.04퍼센트를 넘긴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한다. 온실기체를 줄이는 것만을 놓고 볼 때, “매년 400억 톤, 매일 11000만 톤,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자동차 54억대만큼의 온실기체를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된다.” 확 와 닿는다. 온실 기체 중 메탄가스가 대두되는 것은 적은 양으로도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되새김질 하는 초식동물들의 경우 배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풀을 분해하면 꾸준히 메탄가스를 뿜어내는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리고 비료의 남용으로 생기는 아산화질소, 냉각장치에 쓰이는 플루오린 계열 물질들, 이 물질들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들과 국제 경제적 역학관계 등 얽혀있는 전반적인 문제들을 제시한다.

 

다음 장에서 지구상에 있었던 기후변화와 다섯 번의 대멸종의 역사를 다룬다. 그는 또 이 장을 김종직이 1472년 기록한 유두류록이라는 지리산 유람기에 적힌 지리산 선암(船岩)이라는 바위에 관한 전설로 시작한다. 대홍수 전설이다. “공교롭게도 지리산에 배바위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61p)고 하면서 SF작가로서 독자를 끌고 가는 상상력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전 세계 전설이나 신화로 전해지는 홍수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지구상에 기록된 대멸종을 거론한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자연 그대로의 상황에서 저절로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에 비하면 그 영향이 작을 수 있다. 이후 기후 변화의 충격이 대멸종과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할 지라도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형태로 먼저 나타날 것이다. 피해가 작다고 하더라도 간과하면 안 되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그냥 사회를 살펴보니 망조가 든 것 같으므로 지구 멸망의 징조가 느껴진다거나, 세상에 여러 나쁜 일이 벌어지는 꼴을 보니 종말이 가까워진 것 같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0.02퍼센트였는데 0.04펴센트가 되었다는 측정 결과의 차이를 알아내고, 그것이 얼마나 충격인지 계산해보는 문제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문제에 달라붙어 작은 차이를 세밀하게 따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긴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측정하고 계산한 덕택에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96p)

 

이쯤 되면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서 저자가 말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된다. 기후의 변화는 지구 전체의 멸망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생물 종이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특정한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구는 괜찮지만 우리, 우리 중 누군가는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고 시원한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침수의 위험과 뜨거운 열기에 노출된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다음 장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 유니스 푸트, 아레니우스, 가이 캘린더,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가설과 연구와 자료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 킬링 곡선이 만들어지기까지 측정 장소의 선정과 톱니 모양으로 이루어진 곡선을 해석해준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말다툼이나 기싸움 때문이 아니라, 매일같이 온도계 눈금을 읽는 눈과 이산화탄소 측정 기구를 조작하는 손 덕택이라는 점”(138p)을 강조한다.

 

기후변화 협약이나 국제기구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들과 그 역사에 대해 짚어 가는데 나의 경우는 여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발단이 된 사건들이나 위기의 원인은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이회성이라는 한국인 경제학자가 회장으로 있는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소개하면서 이런 협의체가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관용어구가 유행되었던 UN환경개발회의(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인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와 여기서 환경에 관해 의견을 나누게 되었던 국제관계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UNFCC(UN기후변화협약)이라는 틀이 생기고, COP(Conferece of Parties)라고 명칭이 붙여져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여러 나라들이 하는 회의를 이어간다. COP1으로 시작된 회의는 2020년에 COP25를 넘었다. 여러 환경 관련 기구와 기금, 그레타 툰베리 같은 상징적 인물의 활약 등을 서술하고 있다.

 

드디어 다른 환경 책에서도 많이 거론되는 재생에너지와 대체 에너지를 다룬다. 작가는 현재 시점에서 발전량과 그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전망을 하며, 이것 또한 국제관계와 경제성이란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다. 수소차의 발전가능성이 더 컸던 것과 달리 전기차가 더 앞서게 된 이유는 카세트의 소비와 함께 리튬이온배터리의 개발에 있다. 그리고 핸드폰 발달과 함께 배터리 품질은 더욱 발전했다. 무겁고 효용성이 떨어졌던 전기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생산성이 높은 중국과 같은 곳에서 어느 개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가도 중요한 변수다. 국제적인 수요도 이 변수와 관련되어서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다른 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계획대로 가두어놓고, 틀에 맞추어 제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을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해보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265p)

 

수소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수소생산과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술과 그 수요가 중요하다. 더 좋은 수소 기술을 개발하라고 다그친다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나라가 수소경제에 관한 기술 개발과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한 설명은 실로 과학자적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공에서 플라스틱이 나오는 환상적인 상상이다. 비용의 문제만 해결되면.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은 읽고 나면 의무감과 죄책감이 무겁게 남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곽재식 작가도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할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탄소발자국 표도 제시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의무감보다는 이해와 동의가 앞선다.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한편의 주장을 위해 논증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웃들을 생각함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계속 마음을 울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전하는 지식을 아는 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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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04 22: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에서 왜 곽재식 작가님 목소리가 들리죠 ㅎㅎ 이 분 진짜 앎에 대해 즐거워하고 행복하시는 거 같아요 ㅎㅎ 지구는 괜찮지만 결국 우리 중 누군가의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ㅠㅠ 저도 찜 *^^* 잘 읽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6-06 10:49   좋아요 6 | URL
^^ 살짝 ^^
작가의 호기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 다 쓸 수는 없고... 암튼 강추입니다.

독서괭 2022-06-04 2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곽재삭 작가님 책 한번도 안 읽어봤는데. 담아갑니당~^^

그레이스 2022-06-04 23:53   좋아요 4 | URL
재미있어요.^^
다른 환경책과 달라요!

singri 2022-06-05 0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괜히 궁금해지는 작가에요ㅎ

그레이스 2022-06-05 01:05   좋아요 3 | URL
궁금하면 알아봐야죠, 작가처럼,,,^^
감사합니다 ~♡

하이드 2022-06-05 06: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카슨이 원래 해양생물학자이고 그것이 본업이었는데 왜 비전문가인가요 ^^; 경험과 감상..이라니 자료 리서치를 강박적이다시피 구멍 없게 몇 년이나 모으고 다듬어서 공룡기업과 미정부에 맞서고, 대중의 공감 얻어내고 정부의 환경 기조를 바꿔낸 인물인데요. 글도 너무 잘 써서 작가상을 탄것인데 죽기 직전까지 치열하게 과학자로 살았던 생애를 폄하하시나요.

그레이스 2022-06-05 08:45   좋아요 5 | URL
다시 확인해보니 잘못된 인상이 많았네요. 오래전에 읽었던지라.
당시에도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라 감상만 남았나봅니다. 그가 이룬 문학적 성과?에 집중했었네요.
고치겠습니다.
다시 확인해보지 않고 써서...
부끄럽습니다.
큰 실수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드님!

카슨의 업적에는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그레이스 2022-06-05 08:34   좋아요 4 | URL
그리고
지금 문장 삭제하다보니 카슨이 비전문가라는 뜻이 아니었는데 문장이 이상하게 되었네요.
침묵의 봄처럼 제게 감상을 남기는 책을 읽어왔다는 뜻이었는데...

이 경험은 암튼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제발 신중하게 읽고 써라 라고

하이드 2022-06-07 16:01   좋아요 1 | URL
제가 올해 진리의 발견에서 카슨 읽고, 카슨 전집까지 읽고, 평전까지 찾아 읽었어서 눈에 들어왔어요. 다시 확인하고 정정하는 기회가 되어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2022-06-07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6-05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각자 할 수 있는 한도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싶습니다.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
겠지만요.

그레이스 2022-06-05 20:52   좋아요 5 | URL
저도 회의적인 마음이 되기쉽고 자주 잊어서 이런 책 읽을때마다 반성해요
각성을 위해서도 이런 책 자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정책을 분별하고 지지하는데도 소용이 있을테니까요
감사드려요
레삭메냐님!

미미 2022-06-05 1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결국 제대로된 지식은 궁금한 것들이 생겼을때마다 얼만큼 찾아보고 그 경험치들이 쌓이냐에 달려있는듯합니다. 그레이스님 얼마나 즐겁게 읽으셨는지 리뷰에
그대로 전달되네요 저도 찜~^^♡

그레이스 2022-06-05 12:47   좋아요 5 | URL
이런 류의 책은 감동을 주거나 재미있거나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고 리뷰했어요^^
미미님께도 재미있는 책이길 바래요~~

바람돌이 2022-06-05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좋을것 같은데요. 저같이 과학 나오면 못 알아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거같지 말입니다. ^^

그레이스 2022-06-05 15:44   좋아요 3 | URL
^^
저도 숫자 많이 나오면 조금 짜증이!
ㅋㅋ

scott 2022-06-06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곽재식 교수님의 기후 시민 수업 재밌지만

기후 환경 변화에 걱정이 가득 ㅠ.ㅠ

낼 서울 비 왕창 내렸으면!^^

그레이스 2022-06-06 00:43   좋아요 3 | URL

걱정은 한가득이죠 ㅠㅠ

희선 2022-06-10 02: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빨리 달라져서 기후변화를 바로 느끼기도 하는군요 이산화탄소를 다른 걸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만 보고 자세한 건 안 봐서 모르겠네요 지구에 많은 이산화탄소 잘 이용할 방법을 찾으면 기후가 좀 나아질지...


희선

그레이스 2022-06-10 19:17   좋아요 4 | URL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22-06-10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궁금해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과학자답게 ㅎㅎ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더군요. 찜!

그레이스 2022-06-10 20:35   좋아요 4 | URL
밝은 에너지! 궁금한게 더 많아서 궁금한 분!^^

얄라알라 2022-07-08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리뷰가 ‘이달의 당선작‘으로 많이 노출되니
더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 문제 관심갖게 되겠죠? 이중삼중으로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08 15:2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그렇게 영향을 드린다면 너무 감사하죠~♡

요새 드라마 우영우에서 자폐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되고 있어서, 일년전에 쓴 리뷰 다시 보면서 뿌듯했어요
이게 알라딘 활동하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에 너무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7-08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ㅎㅎ 이 글 읽고 지구가 아파요 란 말 들으면 웃음이 나요.

그레이스 2022-07-08 18:40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7-08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최근에 또 신간내셨더라고요. 참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호기심이 앎으로 연결되는 법이구나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기후위기가 정말 목전에 와있다 싶습니다ㅜㅜ 심각한 상황이지만 진지한 주제일수록 이렇게 가벼운 터치로 다뤄주는 책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7-08 18:41   좋아요 2 | URL
정말 열심히 쓰시죠?
독서 바쁜데 이런분들 보면 원망스럽기도해요 ㅋㅋ

이하라 2022-07-08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겁고 상쾌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41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이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07-08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구는 괜찮습니다. 제가 문제입니다~!! 그레이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7-08 19:30   좋아요 3 | URL
ㅋㅋ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7-08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거나, 엘니뇨와 라니냐가 가져오는 여러 변화 등이 수백, 수천 동의 생명을 몰살시키거나 육지 면적을 감소시키더라도 지구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십억년의 변화 중 작은 한 시대의 전환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후위기는 바로 우리의 위기라는 생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지구를 위해 희생한다는 인식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7-09 17:51   좋아요 1 | URL
차, 건물, 에어컨디션의 보호 아래 있는 우리는 잊기쉬운데 기후변화를 직접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존의 위기 가운데 있죠,,,,당장 편한 것을 쫒는 저의 무감함도 다시 반성이 되네요.ㅠ
감사합니다 ~~^^

희선 2022-07-09 0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2022년엔 기후변화가 더한 것 같기도 하네요 지구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좋을 텐데, 그런 날이 올지...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7-09 17:52   좋아요 1 | URL
저도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 희선님

러블리땡 2022-07-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밈처럼 도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ㅎㅎ 기회되면 꼭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07-10 08:53   좋아요 0 | URL
밈!^^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2-07-10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저도 곽재식 님 좋아해서 이 책 샀는데 남편이 먼저 읽는다고 들고 가놓고는 지금 ‘듄‘을 읽고 있네요. 허허허
빨리 책 읽고 내 놓으라고 해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7-10 08:54   좋아요 2 | URL
ㅎㅎ
두분 상황이 그려지네요^^
저희도 가끔 그러거든요~~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2-07-10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10 09: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

페넬로페 2022-07-11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곽재식님의 책,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2-07-1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합니다

올 여름 온도에
지구 환경 기후 변화의 심각함을
인지 하고 있지만

에어콘 없이는 살 수 없어여 ㅠ.ㅠ

thkang1001 2022-07-11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독서괭 2022-07-11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당선작이군요! 그레이스님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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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품절


산미가 없어 좋았다. 단맛이 남아서 아메리카노를 즐기기에는 좋다. 바디감이 묵직하다는 느낌은 없고, 향도 진하지 않다. 오히려 내게는 라이트하다는 느낌! 요즘 우유넣어서 라떼로 즐기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음. 아메리카노와 초코케익, 또는 아메리카노와 얼그레이 스콘으로!^^... 그랬는데 식으니까 잔향이 너무 좋네요! 별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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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01 1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커피 맛과 어울리는 디저트 추천까지
그레이스님 별☄
하나 추가 히시니
전 카라멜 솔트맛 팝콘🍿
추가^^

그레이스 2022-06-01 14:13   좋아요 3 | URL
아이스로 먹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