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 교육이 음악이나 시각예술 분야의 재능 개발을 위한 학습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늘 기이하게 여겨왔다.
음악이나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단계적 학습 과정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미술 수 - P9

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살아 있는 모델이나 꽃병, 감자 세 알 같은 걸 그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다음에 선생이 학생들의 그림을 살펴보고 다양한 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실 안의 모두가 그 과정을 진정한 창작 행위의 완성이 아니라 반드시 그에 선행되어야 할 것, 즉 연습이라고 인식한다. - P10

이런 연습이 창의력을 억누를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혀 없다.  - P10

시를 쓰는 건 마음(감정을 만들어내는 용감하지만 수줍은 공장)과 의식적인 정신의 학습된 기술 사이에서 이루어지는일종의 사랑 이야기다. 두 존재가 약속을 잡고 그 약속을 지킬때 무언가가 시작된다. 하지만 둘이 건성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자주 어긴다면, 장담컨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P17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시는 강물이며, 수많은목소리가 그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물결의 신명 나는 일렁임을 타고 움직인다. 어떤 시도 영원하지 않다. 모든 시는 역사적 맥락 속에 도착하고, 종내는 거의 다 사라진다. 하지만 시를 쓰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기꺼이 시를 받아들이는아니, 시를 필요로 하는세상, 이 두 가지는 결코사라지지 않는다. - P19

좋은 시는 최고의 스승이다. 어쩌면 유일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만일 시 읽기와 시 창작 교실 참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읽는 쪽을 택하라고 말할 것이다. - P21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가 쓰이고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최신 작품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과거의 목소리들과 친해질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그러니 내 말을 믿고 그런 시도는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적어도 크리스토퍼 스마트, 이백,
마차도 같은 시인들을 만날 시간을 포기해선 안 된다.
- P22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만일 글쓰기의 세계에서도•모방이 장려된다면 지금 부분적으로 두서없이 배우는 것들을훨씬 더 잘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시인이 되기 전에 연습을 해야 하고, 모방은 진짜 시를 탐구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 P24

시를 짓기 위해서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무작위적인소리가 아니라, 선택된 소리 말이다.
- P31


언어적 기술은 학습될 수 있다. 논의와 연습의 대상이 될 수있다. 그러다 보면 경이로운 일이 벌어진다. 의식적으로 배운기술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방에 자리를 잡고 장담컨대, 그기술은 자신이 아는 걸 ‘기억‘하고 있다가 시를 처음 쓸 때부터자연스럽게 떠올라 도움이 되어준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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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29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라는 말을 믿습니다. 이를 많은 작가들이 이미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모나리자 2025-12-04 11:1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지요. 모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것을 창조할 수 있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님.^^
 

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 P53

나중에 또다시 자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이 솟구쳤다 해도 그녀는 그 갈망과 싸우면서 고개를 숙이고 공책에 집중한 채 계속 써 내려갔다. 이미 그녀는 장소와 시간을 절개하여 기후를, 그리고 갈망을 집어넣었다. 여기에는 흙과 불과 물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인간의 외로움,실망이 있었다. 이 작업은 왠지 자연의 힘이 느껴지고 단순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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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또래의 남자 절반은 그냥 우리가 입 닥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바란대 남자들은 제멋대로 살아서 뭐든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한심하게 군대." - P37

"안 주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 P39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웃기다고 할 만한 소리가 들렸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저녁을 태우고 사랑이 식은 여자는 덜 익은 요리를 내놓는다는 말이있지 않았나?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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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16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저녁을 태우고 사랑이 식은 여자는 덜 익은 요리를 내놓는다는 말이있지 않았나?˝ - 사랑에 빠지다 보니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어서 저녁을 태우고...
사랑이 식으면 성의가 없어져 덜 익은 요리를 내놓는군요. 그럴 듯합니다.ㅋㅋ

모나리자 2025-11-16 21:51   좋아요 0 | URL
네 그럴 듯한 해석이지요.ㅋㅋ
서양이든 동양이든 사랑하는 남녀의 밀당이나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빈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그를 서서히 용서하는 듯했고, 두 사람이 같이 보내는 시간은 다시달콤해졌다. 첫 말다툼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기에 평소보다더 달콤했을지도 몰랐다. - P28

그러자 갈증이 몰려와서 고개를 숙여 수돗물에 입을•대고 마셨다. 행복과 다르지 않은 감정이 입술을 살짝 스치더니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대학 때의 버릇이었다. 그는남동생과 친구 두 명과 같이 살던 스틸오건의 아파트에서더블린대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음수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는데, 물론 그때는 훨씬 젊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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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16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건의 책을 두 권 샀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반쯤 읽었어요.
25년간 5권의 책만을 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지요. 책도 얇은데 말이죠. 다른 작가들에 비해 체력은 조금만 들이고 인기 있는 작가가 되는 게 쉽지 않겠지요. 아무튼 부러운 작가입니다. 상도 많이 받은 작가더군요.^^

모나리자 2025-11-16 21:49   좋아요 0 | URL
네 이 책도 정말 얇아요. 다작하는 작가들에 비해 25년 동안 5권만 책을 낼 정도로 하나의
작품에 공을 들이는 걸까요.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고 호평도 대단한 걸 보면
나중에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부럽군요.^^
 

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도 한 무리인 그들이 잡담을나누는 걸 보기 좋아한다.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편해진다. 그와 동시에 가슴 한가운데 총알 하나가 박힌 것 - P191

처럼 통증을 느낀다.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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