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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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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책. 까만 표지와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와 제목을 보고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 얼른 구매한 책이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다 간 철학자의 시간에 대한 통찰 이야기다. 그가 2000년 전에 쓴 이 글을 몽테뉴, 데카르트, 셰익스피어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총 5부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관한 것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태도와 처세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문장은 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많이 낭비할 뿐이다.”(p17)

 



삶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들 뿐이라는 말이다.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딴 길로 새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유튜브가 딸려오고 잠깐 본다는 게 연거푸 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스마트폰 하나에 온 세상이 연결되어 있으니 주의하고 결심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했다.

 



‘곳간의 곡식이 줄면 우리는 즉시 알아차린다. 금고의 돈이 새어나가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시간은 매일 새어나가는데,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p19)

 



내 얘긴가 싶어 웃음이 났다. 주식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건 너무 아픈데 함부로 흘려보낸 시간은 왜 아프지 않은 걸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말이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또 ‘살아온 것과 시간을 보낸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처리만 하면서 보낸 사람과 30년 동안 매일 자기 것을 살았던 사람은 훗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문장 늘 깊이 새겨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도둑이 있다.

그는 당신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신의 지갑을 노리지 않는다. 그가 훔치는 것은 더 귀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당신이 그 도둑을 매일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 도둑의 이름은 내일이다.”(p45)

 



‘내일’이 도둑이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우리는 내일을 언젠가 맞이할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나. 오늘보다 더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내일을 희망으로 여기면서도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자꾸만 미룬다. 아이러니다. 내일이 희망이라면 오늘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보내놓고 내일의 행운을 기다려야 할 텐데. 생각 따로 행동 따로다. 생각해보면 그 내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을 텐데. 정말 교묘한 도둑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오직 현재, 오늘뿐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에 관한 지혜도 좋았다. “자기 시대만 살지 않는 것.”(p57) 이미 눈치챘겠지만, 독서에 대한 통찰이다. 소크라테스와 논쟁할 수 있고 카르네아데스와 함께 의심할 수 있고 에피쿠로스와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사상가들은 아무도 바쁘다고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너그러운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밤이고 낮이고 아무 때나 우리가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위대한 사상가들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까지 더해 길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를 멈춰라, 옆을 보지 마라.

당신의 불행은 가난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옆을 보는 습관이 만든 것이다.’(p180)

 



옆을 보지 마라. 이토록 간결하고도 정확한 지적이라니.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걸까. 세네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고 비교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물론 부자인 것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스스로 이룬 작은 성공도 귀한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자기 안에서 평정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만 시작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이다.”(p181)

 



이 문장을 보고 나는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시작하다 멈추기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던가. 공부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등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에 옮기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되었고 몇 달이 지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왜 그렇게 빠른지. 건강 문제를 핑계로 느긋하게 지내다가 게으름이 일상이 되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 늘 그랬다. 결심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한 계획은 숱하게 많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끝까지 해야 했는데. 하지만 세네카의 글에서 ‘자책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힘을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지 마라’(p183)고 했다.

 



‘결심을 깬 것이 패배가 아니다.

다시 결심하지 않는 것이 패배다.’(P184)

 



그렇다. 늦게라도 다시 결심하고 시작하면 된다. 흘러간 시간은 아쉽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앞만 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 문장을 접하고 큰 용기를 얻었다. 지루하고 딴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사는 지혜를 깨우쳐 준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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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호 2026-09-1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6-09-1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임상호 님.^^

희선 2026-09-13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이 많이 담겼을 듯합니다 한국말 제목보다 영어가 크게 쓰여 있어서 그냥 넘어갈 것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아주 모를 말도 아니네요 시간은 늘 흘러가네요 아쉬워하면서도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2026년도 많이 흘러갔어요

모나리자 님 남은 주말은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6-09-25 22:31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것이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잘 잊어버리기도 하지요.
벌써 9월도 며칠 안 남았네요.

늘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희선 님.^^
 
니체의 초월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철 편역 / 히읏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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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타성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니체의 책을 펼친다. 니체의 말은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 같은 것이어서 무한 공감하며 읽어나가다 보면 긍정의 마음이 차올라 알 수 없는 의욕이 되살아난다.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간관계는 점점 냉정해지고 비교와 경쟁이 만연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말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니체는 서두에서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어 자신을 다시 빚어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것이 자기 극복이며 그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인간상이 바로 ‘초월자(Übermensch)’라고 했다. 초월자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과 타성, 편안하고 익숙한 것을 뛰어넘는 모든 인간을 뜻한다는 얘기다. 우리 보통 사람도 노력 여하에 따라 초월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왠지 위로와 힘을 얻는다. 본문 내용은 1장 인간,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 2장 내면의 길을 걷는 자 3장 초월자의 길(Übermensch의 탄생) 4장 Amor Fati-고통까지 사랑하라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실려있는 내용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강렬한 인상을 준 몇 가지 문장을 되새겨 보려 한다.

 



‘승리는 재능의 것이 아니다. 재능은 빠르게 빛날 수 있으나 오래 타오르지 못한다. 승리는 인내의 것이다. 고통을 견디고 시간을 견디고 불안을 견디는 자만이 결실을 본다. 인내 없는 결실은 없다. 버티는 자는 쓰러지지 않는다. 버티는 자는 끝내 도착한다. 버티는 자는 결국 이긴다. 인내는 삶의 가장 큰 무기다.’(p23)

 



흔히 재능이 있어야 승리한다고 믿는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이들을 보면 그들이 처음부터 부자였거나 재능이 뛰어났기에 그런 성공을 거두었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고통과 불안함 속에서도 꾸준하게 실천하고 인내하는 시간을 견뎠기 때문에 얻은 결과물이다. 차근차근 노력해서 얻으려 하기보다는 더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조급함이 성공의 길을 가로막는지도 모른다. 성공이란 자신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를 어떤 루틴으로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삶은 직선이 아니다. 우회와 지연, 반복과 모순으로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만족을 얻지만 다른 쪽에서는 좌절을 맛본다. 같은 사건 속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뒤섞이고, 욕망과 환멸이 교차한다. 그 모순된 경험과 깊은 시련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는 토대다. 단순히 기쁨만 얻고 적당한 고통만 얻었다면 성숙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흔들 만큼의 큰 고통이 찾아와야 내가 바뀐다.’(p72)

 



이 문장처럼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절대 탄탄대로만의 삶은 아니었다. 구부러진 길도 걸었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 같은 시절도 있었다. 물론 행복한 날이 더 많지 않았을까. 엄청난 시련이라고 할 정도의 일은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할까. 그때그때 맞이한 일을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인생이란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던가. 시련과 고통을 불행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 삶에 한 번쯤 맞이해야만 하는 손님으로 여기고 대응해나간다면 힘든 순간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피할 수 없고 도망칠 수 없다. 결국 어떻게든 해내야만 한다. 피할수록 육체의 병으로 오든, 관계의 파탄으로 오든, 내면의 공허로 오든 결국 그 무게는 반드시 되돌려 받는다. 그 무엇이 되었든 도망치지 말라. 피하지도 말라. 삶이 맡긴 무게를 그대로 들어 올려라. 운명을 피하면 벌을 받듯 책임을 버리면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삶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게으름이다.’(p105)

 



내 삶에서 가장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바쁘게 살 때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고 하루 종일 책만 읽고 공부만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정작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태하게 보내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쉬엄쉬엄하자며 휴식 모드를 취하고 안주하다 보니 어느새 게으름의 타성에 젖어 살고 있었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분명히 짧을 텐데 아직도 게으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을 만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에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니. 훗날 후회 하나라도 줄이려면 내게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정직해지는 일이다. 세상의 기대에 맞추지 않고 자기 존재의 진실에 맞추는 것이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매일 새로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에 가깝다. (중략) 그 누구의 삶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길이 너의 길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의 평가, 세상의 기대, 살아온 환경, 이 모든 것을 제외한다면 지금 네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너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p212)

 



니체의 철학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바로 초월자의 삶이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정직해지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완성된 상태는 아니며 매일 새로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은 얼마나 짜릿한 기쁨일까. 그런 시간은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시간일 것이다. 이런 일은 게으름 속에 빠져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워야 한다고 했다. 늦었다고 투덜댈 일도 아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나를 가장 살아있게 하는 일을 상기하면서 다시금 힘을 내야겠다. 지금까지 게으르게 지낸 시간은 내 건강을 위해 썼다고 치부하면 된다. 이런 핑계를 대서라도 다시 시작할 계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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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인생수업 : 니체가 세상에 남긴 66가지 인생지혜 (리커버 에디션) ㅣ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지민 엮음 / 하이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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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수많은 명언 가운데 가장 빛나는 66편의 글을 엄선하여 엮은 책이다. 엮은이 김지민은 니체의 대표작 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놀, 즐거운 학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의 저서 내용을 읽기 좋은 흐름으로 선정해서 엮었다고 한다. 독자 중에는 니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이십 대 시절 처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접했지만 완독하지는 못했다. 그런 기억은 니체를 만나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많은 작가가 니체를 예찬하는 글을 접하고 다시 니체를 만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책 니체 인생 수업을 읽어보니 니체의 다른 작품을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호하고 힘이 있는 묵직한 니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반성도 했다.

 



목차 구성을 보면 1장 “개인” 2장 “세계” 3장 “태도” 4장 “초인” 4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목차를 보면서 한 사람의 개인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엿보는 듯한 기대감과 설렘도 있었다. 니체의 말은 단호하고 가차 없이 꾸짖는 것 같지만 따뜻한 위로와 용기와 희망도 품게 했다. 66가지 인생 지혜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다”(p77)

 

이 제목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3분의 2는커녕 하루 3시간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 3분의 2의 시간을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라니.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신을 위해 3분의 2를 쓸 수 있을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도 있는 걸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삶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그만큼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강조하는 것이겠지. 사실 하루를 돌아보면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을 하지 않고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런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혁명처럼 바뀔 것이다.

 



“훌륭한 적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p98)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어느 때보다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체는 훌륭한 적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점을 바꾸라고 한다. 적이란 보복할 수 있는 존재이며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보복이나 용서, 관용을 베풀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도 했다. 적은 타인이 될 수도 있지만 어제의 게으른 나도 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나를 넘어 자기 자신을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일은 놀이처럼 되어야 한다”(p140)

 

보통 사람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마 후자의 경우를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위대한 일’이란 어떤 일일까.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고 원하는 삶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이거나 그 일을 사랑하고 몰입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 ‘위대한 일’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을 이루려면 놀이처럼 즐겨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한 일 쪽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일이야말로 위대한 결말을 얻을 수 있다.

 



“투쟁이 반복되어도 해방과 자유로 이어진다면 아름다운 것이다”(p184)

 

세상에는 수많은 투쟁이 있지만 가장 어려운 투쟁은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이라고 했던가. 한 사회의 체계에 맞서는 일이나 우울함을 극복하는 일, 게으름과 무기력과 싸우는 일도 모두 투쟁이다. 니체는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투쟁이 반복되더라도 해방과 자유로 이어진다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투쟁은 삶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싸우며 살고 나 혼자만 힘든 것 같은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하는데 왠지 위로처럼 다가오는 말이다.

 



모든 니체의 말이 귀하고 소중하지만 뒷부분에 나오는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에 나오는 질문은 다시 한번 나를 일깨워주었다.

 


당신은 왜 그것을 하고 싶어 하는가?

왜 그렇게 되고 싶은가?

왜 그 길을 가고자 하는가?(p206)

 


누구나 성공한 인생을 바란다.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얼마간은 도전하지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완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니체는 세상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자신만의 ‘왜?’에 대하여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 것 같다. 이 질문에 분명하고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도중에 자포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니체가 남긴 이 66가지 인생 지혜는 오늘날 현대인이 적용할 수 있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그저 오래된 고전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정신과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참으로 강력한 어조라서 안도감도 생긴다. 살아가면서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꼭꼭 씹듯이 되새겨야 할 문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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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9-28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체는 이름만 알고 책은 거의 못 봤네요 예전에 책을 읽으려고 사기는 했는데, 아직도 못 읽었습니다 자신이 싸워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기도 하겠습니다 니체는 그런 거 잘 했을 것 같네요 지금 사람한테도 도움이 되는 말이 많을 듯합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5-10-03 13:30   좋아요 0 | URL
언젠가 읽을 날 있겠지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거나 나쁜 습관 등에서 벗어나려는 등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요. 니체는 그런 자기관리를 정말 잘 했을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5-09-30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라투스트라~~ 를 읽어 보면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반대 생각을 나타내는 글이 있어 저는 좋아합니다. 독특한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거든요. 시적인 문장도 많고요.^^

모나리자 2025-10-03 13:3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차라투스트라~ 소장하고 있는데 언제가 읽으려고 합니다. 예전에 벽돌책
갖고 있었는데 어디로 간지 모르고... 최신간으로 사두었거든요. 니체를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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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에픽테토스가 남긴 지혜의 말씀을 읽었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그의 강의와 대화를 엮어 대신 집필한 것이다. 원제는 엥케이리디온(Enchiridion)이며, ‘손에 들고 다닐 만한 작은 것’이라는 뜻으로 에픽테토스 철학의 정수만을 담은 요약집이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당대 최고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로 알려진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이후 자유인으로 해방되었다. 그 후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93년경 도미티아누스가 철학자 추방령을 내리자 니코폴리스로 건너가 학교를 세우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철학을 가르쳤다. 에픽테토스의 철학 사상은 몽테뉴, 데카르트, 애덤 스미스, 칸트에게 삶의 지침을 준 불멸의 고전이며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본문에는 53가지 철학적 지혜가 담겨 있다. 원문에는 제목이 없었는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부에서 추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얘기가 주옥같은 얘기지만 그중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해 보겠다.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라

 

‘세상에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충동과 욕망과 혐오는 자아에 속한 것이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만, 질병과 부와 명예는 자아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P25)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일일이 마음 쓰며 살 수 없다. 코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기도 바쁜 일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충동, 욕망, 혐오는 우리 마음속에서 들끓는 흔한 감정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반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외부의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것은 껍데기일 뿐, 보이는 것이 실체가 아니야.”(P27)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보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당신을 화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다

 

‘우리가 모욕을 느끼는 것은 누군가의 욕설이나 폭력이 아니라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P62)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위의 문장을 보면 다른 건 문제가 아니고 오로지 ‘우리의 마음’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전에 마음공부를 하면서 반야심경 강의를 들은 적 있다. 마음은 실체가 없는데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며 괴로워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과연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상대의 모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닌데 그걸 받아들여서 나를 괴롭히는 모습이라니. 이처럼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라고 핑계 대기 바쁘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하여 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말라

 

“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명예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살게 되겠지요.”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 괴로워하지 마라. 명예가 없는 것이 악이라면 타인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P69)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부자로 살고 싶고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고 명예로운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해서 원하는 위치에 오른다면 좋겠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작은 성취를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당신이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해 주면 된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을 얻을 것이다.

 



결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지금이다

 

’최선의 것을 당신만의 규칙으로 삼으라. 결코 위반해서는 안 된다. 고통과 쾌락이, 혹은 영광과 치욕이 당신 앞에 드리워져 있는 이 삶 자체가 전투 중인 전쟁터이다. 결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지금이다. 올림픽 경기를 앞둔 선수처럼 당신의 성공과 실패가 단 하루, 단 하나의 행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라.‘(P134)

 



성공과 실패가 단 하루, 단 하나의 행위에 달려 있다는 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참으로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런 긴장감이나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차일피일 미루기 마련이다. 오늘만 날이냐 내일이 또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선의 것을 찾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 그런 적극적인 행동만이 원하는 나로 바꾸어 줄 것이다.

 



왜 지금 에픽테토스를 읽어야 할까. 오늘의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피로한 사회를 살고 있다. 성공한 인생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 타인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먼 데서 찾으려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진리는 평범함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스토아 철학을 ‘삶의 원리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남에게 휘둘리는 인생은 진짜 인생이 아니다. 내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나아갈 때 진정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스토아주의의 이론과 실천이 함께 제시된 이 핸디북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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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8-15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내용이 엄청 많네요.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모나리자 2025-08-15 18:0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차신의 철학을 삶의 원리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에 맞게 지혜의 말씀을 썼기에 확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겠지요.^^

희선 2025-08-16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픽테토스가 좋은 말을 많이 했군요 그런 걸 생각하고 에픽테토스는 그대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일을 더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기도 하는군요 그게 괴로운 일일 텐데... 결국 자신을 괴롭게 하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네요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군요 자신과 잘 지내야 할 텐데 싶습니다

모나리자 님 어느새 주말이에요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모나리자 2025-08-21 16:50   좋아요 0 | URL
네 에픽테토스는 그랬겠지요. 보통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많이 힘들게 하는군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군요. 그래서 좋은 지혜의 말씀을 들으면 좋은 쪽으로
변화가 오는 거지요.

연일 더운 날씨네요. 마음만은 시원하게 보내세요. 희선님.^^
 
여행하는 일본사 -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여행하며 공부하는 일본의 역사 ㅣ 여행하는 세계사 1
구완회 지음 / 따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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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구완회는 결혼과 함께 직장을 때려치우고 20개월 동안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여행과 역사에 관한 글을 쓰거나 강연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여행에서 만난 역사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지은 책으로 『랜드마크로 보는 세계사 이야기』,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조선 사람의 하루』 등 다수 있다.

 



본문 내용은 1부 워밍업: 일본사 흐름 잡기 2부 일본 역사여행 두 가지 테마로 되어있다. 1부에서는 조몬과 야요이 시대부터 텐노와 귀족, 무사의 탄생 등 시대의 흐름과 역사를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다. 2부에서는 대표적인 일본의 도시인 오사카, 나라, 교토, 도쿄, 요코하마ㆍ가마쿠라ㆍ하코네ㆍ닛코,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가고시마까지 아홉 개의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관심이 깊은 나에게 유익한 책이라 생각되어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여행지의 생생한 풍경과 역사 유적지를 담은 사진 자료를 보면서 읽는 내내 여행의 설렘이 되살아났다.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는 하코네와 닛코, 사가, 나가사키, 가고시마다. 이 중 7장의 사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리뷰해 보겠다.

 


지도(사가현)



사가는 도래인의 땅이고 무령왕의 고향이라고 한다. 사가현 동쪽의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은 일본의 야요이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엄청 빠른 토기, 너무 늦은 농경’으로 요약되는 조몬 시대의 뒤를 이은 야요이 시대는 벼농사와 청동기로 대표된다. 이 시대의 주역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이라니 놀라웠다. 1986년 공원 단지를 개발에 앞서 사전조사를 하면서 야요이 시대의 유물과 유적들이 쏟아졌단다. 발굴 결과 이곳에는 야요이 시대가 시작하는 기원전 3세기부터 고훈 시대로 넘어가는 서기 3세기까지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장소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마을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한다. 축구장 100개 정도나 되는 크기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데 그 중 야요이 시대 후반의 마을을 복원한 모습이 보여주고 있어서 시선을 끌었다. 참고로 요시노가리(吉野ヶ里)는 ‘좋은 들판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란다.






사가가 백제 무령왕의 고향이라고 해서 또 놀랐다. 이만큼 일본 역사를 몰랐구나.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고 있던 개로왕이 임신한 자신의 부인과 동생 곤지를 일본으로 보냈는데 가는 도중 산기를 느껴 무령왕을 낳았는데 그곳이 사가현 가라쓰 연안의 가카라시마다. 이런 인연으로 백제를 중흥시킨 무령왕은 오경박사를 보내 학문을 전수하는 등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지금도 가카라시마에는 지금도 무령왕이 태어났다는 동굴이 남아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는 공주 시민의 모금으로 무령왕 탄생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접하고 보면 너무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깝지만 먼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 가카리시마(좌)와 공주 시민의 모금으로 세운 무령왕 탄생 기념비(우)


 

오랫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도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이 책 덕분에 훤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면 일본 역사의 시대 구분이다. 조몬과 야요이 시대 등 명칭조차 입에 붙지 않아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시대 구분을 쉽게 기억하는 꿀팁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조야고야-나헤가무-센에메’다. 조몬 시대, 야요이 시대, 고훈 시대, 아스카 시대,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 가마쿠라 시대, 무로마치 시대, 센고쿠 시대의 머리글자를 따서 외우는 방법이다. 많은 여행지의 경험과 풍부한 역사 지식으로 풀어놓은 이 책은 풍성한 사진 자료와 도표가 들어있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다음 여행은 이 책에서 알게 된 역사 지식과 함께 유익하고 풍성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일본 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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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22 0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무령왕이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말 봤을 텐데, 잊어버렸던 것 같네요 백제나 신라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건 조금 알기는 했는데... 그때 건너가기는 했지만, 이제는 일본 사람으로 여겨야겠지요 고려나 조선시대 왕을 외울 때 앞에 글자로 외우던 게 생각나네요 일본 시대도 그런 식으로 외우면 괜찮겠습니다


희선

모나리자 2024-12-30 21:17   좋아요 1 | URL
네, 지금의 일본인은 도래인과 야마토족의 혼혈인이라고 하네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고 살았으니 아예 남의 민족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지난 역사에 대해 사과하고 친하게 잘 지내면 좋을 텐데...
네 앞글자만 따서 왕조의 이름을 쉽게 외웠지요.
벌써 1년이 다 가고 하루 남았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편안한 나날 보내세요. 희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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